<설 기획특집④> 설 연휴 TV 영화에 가장 많이 출연한 배우 ‘베스트 10’

명절이 기다려지는 또 하나의 이유…


박중훈·차태현…감칠맛 코믹 연기로 웃음 선사
성룡·주성치·이연걸…몸 사리지 않는 액션
안성기·송강호…다양한 캐릭터 연기
브루스 윌리스·실베스터 스탤론·아놀드 슈왈제네거…현란한 액션

TV와 비디오로만 지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던 시절, 설 연휴 각 방송사에서 쏟아 내던 명작 영화들은 기름진 명절 음식보다 더 간절한 기다림의 대상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오랜만에 만난 친척끼리 어색함을 깰 수 있는 고마운 도구이기도 했던 설 연휴 TV 영화. 설 특선 메뉴처럼 등장하던 배우들은 지금도 여전히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일요시사는 설 기획특집으로 그동안 설 연휴 TV 영화에 가장 많이 출연한 배우 ‘베스트 10’을 뽑아 보았다.(가나다 순)

#박중훈 
박중훈은 1990년대를 관통하는 개그맨보다 더 웃긴 코미디로 영화계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던 적이 있다. <투캅스> <돈을 갖고 튀어라> <마누라 죽이기> <총잡이> <할렐루야>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 35편이 넘는 그의 영화들 중에서 대표적인 코미디 영화들은 명절이면 어김없이 재방송됐고, 이제는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투캅스>는 ‘역시 국민배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박중훈이 만들어내는 연기의 감칠맛은 우리의 일상 속에 가장 해학적인 인간미를 불어넣는 데서 표현된다.

#브루스 윌리스
1988년 개봉한 <다이 하드>는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도통 이해하기 힘든 ‘Die Hard’라는 제목과 누구인지 몰랐던 브루스 윌리스라는 배우를 한 시대를 풍미하는 키워드로 등극시켰다. 88서울올림픽 기간 중인 9월24일 서울 종로의 단성사에서 개봉한 <다이 하드>는 이듬해 3월2일까지 무려 161일 동안 장기 상영했다. 대형 간판 속의 브루스 윌리스는 피범벅 투성이의 몰골로 가을, 겨울을 나고 봄을 맞았다. 할리우드 스타 브루스 윌리스에게는 보통 사람의 이미지가 있었다. 테러리스트 12명과 혼자 맞짱을 뜨면서 겁내고, 화내고, 다치고, 징징대던 그는 냉동 심장을 가진 다른 근육질 영웅들과는 달랐다. 80년 후반~90년 초반에 액션영화를 얘기할 때 <다이 하드>를 빼놓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룡
언제부턴가 명절만 되면 어김없이 TV 영화 프로그램에서는 꼭 성룡의 영화가 나온다. 이제는 마치 공식처럼 굳어진 듯 하다. 바로 액션과 코믹이 가능한 성룡이라는 배우의 힘이다. <취권>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 <러시아워> <턱시도> 등은 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은 영화. 대역 없이 소화해 내는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조금은 유치한 내용들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여전히 그는 직접 부딪히고 깨지고 넘어지면서 그만의 색깔을 채워 나간다. 그렇다면 성룡이 대한민국 명절 극장가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일까. 지난 1979년 추석 때 무협 코미디 <취권>으로 서울 국도극장 단관 상영에서만 90만명 관객을 동원한 게 기폭제였다. 서울 관객 30만명을 대박 기준으로 삼던 시절, 그의 폭발적인 인기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송강호
1000만 <괴물>, 668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525만 <살인의 추억>, 541만 <의형제>, 221만 <박쥐> 등 단 5편의 영화로 동원한 관객은 무려 3259만명. 서울관객만 각각 251만명과 245만명을 불러모은 <공동경비구역 JSA>과 <쉬리>. 그밖에 송강호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린 <넘버3>와 <초록물고기>, 서울에서만 78만 관객을 동원한 <반칙왕> 등의 초기작들과 각각 170만과 100만 관객을 동원한 <밀양>과 <우아한 세계>. ‘흥행 킹’ 송강호의 진가는 입증되고도 남는다. 명절이면 왜 송강호가 TV에 자주 나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베스터 스탤론
숱한 단역 배우를 거쳐 1976년 <록키>로 일약 할리우드의 톱스타로 급부상한 실베스터 스탤론은 이후 <록키>와 <람보> 시리즈로 1980년대를 관통하며 할리우드 영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실베스터 스탤론은 한물 간 스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라이벌로 비교되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블록버스터 스타를 거쳐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는 동안 실베스터 스탤론은 <클리프 행어> 이후 연이은 흥행실패와 여러 가지 추문으로 인기가 급 하락했던 것. 하지만 2006년 환갑을 맞은 실베스터 스탤론은 본인이 각본을 쓰고 주인공을 맡은 <록키 발보아>로 재기에 성공한다. <록키> 시리즈 5편에 해당하는 <록키 발보아>는 은퇴한 퇴물 복서 록키가 다시 링에 오르는 과정을 담은 영화. 실베스터 스탤론의 자전적 모습과 겹치는 <록키 발보아>는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성공하며 또 한편의 극적인 드라마를 영화팬들에게 선사했다. <록키 발보아>의 성공에 고무된 실베스터 스탤론은 자신의 <록키> 시리즈와 더불어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람보>의 새로운 시리즈의 제작에 힘을 얻게 됐다. 결국 자신이 각본과 주연 그리고 감독까지 맡은 <람보4: 라스트 블러드>를 완성했다. 특수효과로 점철된 할리우드 액션영화에 싫증을 느꼈던 영화팬들은 <람보> 특유의 현란하면서도 꾸밈없는 액션과 각종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실베스터 스탤론의 활약상에 매료됐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어김없이 명절이면 찾아오는 손님 중 한 명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지금도 방영되고 있는 단골메뉴. 또한 영화 속 한 마디 ‘I’ll be back’은 지금도 누구나 따라할 정도. <터미네이터1>은 1984년 개봉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마이클 빈, 린다 헤밀턴, 랜스 헨릭슨이 출연한 당시 최고의 영화였다. 1편이 나오고 7년 만에 나온 <터미네이터2>는 1편에 비해 뛰어난 CG와 탄탄한 구성이 재미있다. <터미네이터3>는 2003년에 나왔고, <터미네이터4>는 2009년에 나왔다. 


 
#안성기
국민배우 안성기는 명절이면 TV 영화에 출연하는 터줏대감이다. 1980년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에 출연, 수준 높은 연기를 선보이며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어 가는 주역으로 급부상한 그는 80년대 <만다라> <적도의 꽃>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겨울 나그네> <기쁜 우리 젊은 날> <칠수와 만수>, 90년대 <남부군> <베를린 리포트> <하얀전쟁> <태백산맥> <아름다운 시절>, 2000년대 <투캅스> <박봉곤 가출사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흑수선> <무사> <실미도>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그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이연걸
최근에는 부진하지만 명절 때면 안방극장 단골이었다. <소림사> <황비홍> <영웅> <무인 곽원갑> <워> <명장> <포비든 킹덤> <미이라3:황제의 무덤> 등을 통해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16세에 무술인에서 배우로 변신한 이연걸은 <소림사>에 출연하여 영화의 흥행 성공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홍콩 누아르가 붐을 일으키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서극 감독의 <황비홍>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스타성을 입증한다. 그는 <소림사>로 데뷔한 이래 25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리쎌웨폰 4>에서 악당으로 등장한 것이 첫 할리우드 출연작이었는데, 이후 <로미오 머스트 다이> <키스 오브 드래곤>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주역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초에 6~7번의 주먹을 잇달아 내뻗는 그의 번자권은 할리우드의 카메라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고 전해진다.

#주성치
주성치 주연의 영화 <소림축구>와 <쿵푸허슬>도 명절이면 어김없이 방영되는 영화. 언뜻 보면 성룡이 걸어온 길을 걸어가고 있는 듯 하다. 주성치의 매니아가 생기고 ‘주성치표 영화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영화는 다름 아닌 <소림축구>. 내용은 황당무계 하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주성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쿵푸허슬>도 <소림축구>의 계보를 잇는 영화로 좀더 강렬해진 쿵푸장면이 눈길을 끈다. 성룡의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성룡의 영화들이 직접적인 성룡의 액션장면을 활용하는 약간의 아날로그식 방식이라면 주성치의 영화는 다양한 디지털 특수효과를 이용해서 그야말로 ‘생뚱 맞은’ 화면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차태현
<엽기적인 그녀> <복면달호> <과속 스캔들>의 주인공 차태현은 명절이면 기다려지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가 선사하는 ‘차태현표’ 코믹 연기는 큰 웃음을 선사한다. 전지현과 파트너를 이뤄 출연한 <엽기적인 그녀>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방송되고 있다. 차태현과 전지현의 풋풋한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후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해 화제를 모은 <복면달호>와 신예 박보영을 스타로 만든 <과속 스캔들>은 차태현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두 작품도 명절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단골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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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