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기획특집④> 설 연휴 TV 영화에 가장 많이 출연한 배우 ‘베스트 10’

명절이 기다려지는 또 하나의 이유…


박중훈·차태현…감칠맛 코믹 연기로 웃음 선사
성룡·주성치·이연걸…몸 사리지 않는 액션
안성기·송강호…다양한 캐릭터 연기
브루스 윌리스·실베스터 스탤론·아놀드 슈왈제네거…현란한 액션

TV와 비디오로만 지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던 시절, 설 연휴 각 방송사에서 쏟아 내던 명작 영화들은 기름진 명절 음식보다 더 간절한 기다림의 대상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오랜만에 만난 친척끼리 어색함을 깰 수 있는 고마운 도구이기도 했던 설 연휴 TV 영화. 설 특선 메뉴처럼 등장하던 배우들은 지금도 여전히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일요시사는 설 기획특집으로 그동안 설 연휴 TV 영화에 가장 많이 출연한 배우 ‘베스트 10’을 뽑아 보았다.(가나다 순)

#박중훈 
박중훈은 1990년대를 관통하는 개그맨보다 더 웃긴 코미디로 영화계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던 적이 있다. <투캅스> <돈을 갖고 튀어라> <마누라 죽이기> <총잡이> <할렐루야>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 35편이 넘는 그의 영화들 중에서 대표적인 코미디 영화들은 명절이면 어김없이 재방송됐고, 이제는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투캅스>는 ‘역시 국민배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박중훈이 만들어내는 연기의 감칠맛은 우리의 일상 속에 가장 해학적인 인간미를 불어넣는 데서 표현된다.

#브루스 윌리스
1988년 개봉한 <다이 하드>는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도통 이해하기 힘든 ‘Die Hard’라는 제목과 누구인지 몰랐던 브루스 윌리스라는 배우를 한 시대를 풍미하는 키워드로 등극시켰다. 88서울올림픽 기간 중인 9월24일 서울 종로의 단성사에서 개봉한 <다이 하드>는 이듬해 3월2일까지 무려 161일 동안 장기 상영했다. 대형 간판 속의 브루스 윌리스는 피범벅 투성이의 몰골로 가을, 겨울을 나고 봄을 맞았다. 할리우드 스타 브루스 윌리스에게는 보통 사람의 이미지가 있었다. 테러리스트 12명과 혼자 맞짱을 뜨면서 겁내고, 화내고, 다치고, 징징대던 그는 냉동 심장을 가진 다른 근육질 영웅들과는 달랐다. 80년 후반~90년 초반에 액션영화를 얘기할 때 <다이 하드>를 빼놓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룡
언제부턴가 명절만 되면 어김없이 TV 영화 프로그램에서는 꼭 성룡의 영화가 나온다. 이제는 마치 공식처럼 굳어진 듯 하다. 바로 액션과 코믹이 가능한 성룡이라는 배우의 힘이다. <취권>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 <러시아워> <턱시도> 등은 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은 영화. 대역 없이 소화해 내는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조금은 유치한 내용들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여전히 그는 직접 부딪히고 깨지고 넘어지면서 그만의 색깔을 채워 나간다. 그렇다면 성룡이 대한민국 명절 극장가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일까. 지난 1979년 추석 때 무협 코미디 <취권>으로 서울 국도극장 단관 상영에서만 90만명 관객을 동원한 게 기폭제였다. 서울 관객 30만명을 대박 기준으로 삼던 시절, 그의 폭발적인 인기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송강호
1000만 <괴물>, 668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525만 <살인의 추억>, 541만 <의형제>, 221만 <박쥐> 등 단 5편의 영화로 동원한 관객은 무려 3259만명. 서울관객만 각각 251만명과 245만명을 불러모은 <공동경비구역 JSA>과 <쉬리>. 그밖에 송강호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린 <넘버3>와 <초록물고기>, 서울에서만 78만 관객을 동원한 <반칙왕> 등의 초기작들과 각각 170만과 100만 관객을 동원한 <밀양>과 <우아한 세계>. ‘흥행 킹’ 송강호의 진가는 입증되고도 남는다. 명절이면 왜 송강호가 TV에 자주 나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베스터 스탤론
숱한 단역 배우를 거쳐 1976년 <록키>로 일약 할리우드의 톱스타로 급부상한 실베스터 스탤론은 이후 <록키>와 <람보> 시리즈로 1980년대를 관통하며 할리우드 영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실베스터 스탤론은 한물 간 스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라이벌로 비교되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블록버스터 스타를 거쳐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는 동안 실베스터 스탤론은 <클리프 행어> 이후 연이은 흥행실패와 여러 가지 추문으로 인기가 급 하락했던 것. 하지만 2006년 환갑을 맞은 실베스터 스탤론은 본인이 각본을 쓰고 주인공을 맡은 <록키 발보아>로 재기에 성공한다. <록키> 시리즈 5편에 해당하는 <록키 발보아>는 은퇴한 퇴물 복서 록키가 다시 링에 오르는 과정을 담은 영화. 실베스터 스탤론의 자전적 모습과 겹치는 <록키 발보아>는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성공하며 또 한편의 극적인 드라마를 영화팬들에게 선사했다. <록키 발보아>의 성공에 고무된 실베스터 스탤론은 자신의 <록키> 시리즈와 더불어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람보>의 새로운 시리즈의 제작에 힘을 얻게 됐다. 결국 자신이 각본과 주연 그리고 감독까지 맡은 <람보4: 라스트 블러드>를 완성했다. 특수효과로 점철된 할리우드 액션영화에 싫증을 느꼈던 영화팬들은 <람보> 특유의 현란하면서도 꾸밈없는 액션과 각종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실베스터 스탤론의 활약상에 매료됐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어김없이 명절이면 찾아오는 손님 중 한 명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지금도 방영되고 있는 단골메뉴. 또한 영화 속 한 마디 ‘I’ll be back’은 지금도 누구나 따라할 정도. <터미네이터1>은 1984년 개봉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마이클 빈, 린다 헤밀턴, 랜스 헨릭슨이 출연한 당시 최고의 영화였다. 1편이 나오고 7년 만에 나온 <터미네이터2>는 1편에 비해 뛰어난 CG와 탄탄한 구성이 재미있다. <터미네이터3>는 2003년에 나왔고, <터미네이터4>는 2009년에 나왔다. 


 
#안성기
국민배우 안성기는 명절이면 TV 영화에 출연하는 터줏대감이다. 1980년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에 출연, 수준 높은 연기를 선보이며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어 가는 주역으로 급부상한 그는 80년대 <만다라> <적도의 꽃>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겨울 나그네> <기쁜 우리 젊은 날> <칠수와 만수>, 90년대 <남부군> <베를린 리포트> <하얀전쟁> <태백산맥> <아름다운 시절>, 2000년대 <투캅스> <박봉곤 가출사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흑수선> <무사> <실미도>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그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이연걸
최근에는 부진하지만 명절 때면 안방극장 단골이었다. <소림사> <황비홍> <영웅> <무인 곽원갑> <워> <명장> <포비든 킹덤> <미이라3:황제의 무덤> 등을 통해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16세에 무술인에서 배우로 변신한 이연걸은 <소림사>에 출연하여 영화의 흥행 성공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홍콩 누아르가 붐을 일으키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서극 감독의 <황비홍>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스타성을 입증한다. 그는 <소림사>로 데뷔한 이래 25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리쎌웨폰 4>에서 악당으로 등장한 것이 첫 할리우드 출연작이었는데, 이후 <로미오 머스트 다이> <키스 오브 드래곤>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주역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초에 6~7번의 주먹을 잇달아 내뻗는 그의 번자권은 할리우드의 카메라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고 전해진다.

#주성치
주성치 주연의 영화 <소림축구>와 <쿵푸허슬>도 명절이면 어김없이 방영되는 영화. 언뜻 보면 성룡이 걸어온 길을 걸어가고 있는 듯 하다. 주성치의 매니아가 생기고 ‘주성치표 영화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영화는 다름 아닌 <소림축구>. 내용은 황당무계 하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주성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쿵푸허슬>도 <소림축구>의 계보를 잇는 영화로 좀더 강렬해진 쿵푸장면이 눈길을 끈다. 성룡의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성룡의 영화들이 직접적인 성룡의 액션장면을 활용하는 약간의 아날로그식 방식이라면 주성치의 영화는 다양한 디지털 특수효과를 이용해서 그야말로 ‘생뚱 맞은’ 화면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차태현
<엽기적인 그녀> <복면달호> <과속 스캔들>의 주인공 차태현은 명절이면 기다려지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가 선사하는 ‘차태현표’ 코믹 연기는 큰 웃음을 선사한다. 전지현과 파트너를 이뤄 출연한 <엽기적인 그녀>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방송되고 있다. 차태현과 전지현의 풋풋한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후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해 화제를 모은 <복면달호>와 신예 박보영을 스타로 만든 <과속 스캔들>은 차태현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두 작품도 명절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단골메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