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기획특집>①차기 유력 대권주자 6인 신묘년 정치운

귀인 얻으니 오늘보다 내일이 길하다”



새해가 되면 운세를 보는 이들이 많다. 하는 일은 잘 풀릴지, 혹여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올 한해 ‘큰 꿈’을 준비해야 하는 차기 대선주자들의 ‘운’은 어떨까.

우선 우리문화연희연구단체 ‘함께하는 우리’의 ‘열두띠 이야기’를 참고로 ‘띠’별 대략적인 운세부터 살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토끼띠로 올 해 자신의 해를 만났다.

토끼띠는 묘(卯)의 넉넉한 양기를 받아 원만한 기풍과 자애로운 정을 지닌다. 그러므로 토끼띠 생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받는 느긋하고 온화한 기질의 소유자인 경우가 많다. 또한 착한 성질을 타고난 이상주의자이며 심미적 감수성이 뛰어나 예술가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내성적이며 완벽성을 추구해 훌륭한 판단력과 학자적 기질이 있기도 하다.

상냥하고 지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으므로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신임 또한 두텁다. 반면 조용하고 온순해 보이는 성격의 이면에는 강한 의지와 거의 자기도취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 지나치게 상상력을 발휘하고, 또한 지나치게 예민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냉정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토끼해 만난 김문수
보기보다 추진력 있어

영천철학관 윤지영 역학사는 “8월 토끼는 보기보다 추진력이 있어 단체장으로는 최고”라며 “김 지사는 정치보다는 관운이 괜찮다. 지자체 업무에 충실하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올해는 하반기보다는 상반기에 운이 좋은 편이며, 8월 대권 이야기 나오면 침묵을 지키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구 천광사 박정숙 무녀는 김 지사에 대해 ‘항상 앞으로 나가는 전진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를 잘 만났지만 일이 잘 풀려 가는 곳마다 인사를 받으니 어깨에 짐이 하나 둘 늘어난다”며 “몸이 피곤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무녀는 또 “김 지사는 자기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하며 “도정에 시끄러운 일이 많겠지만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머리를 숙인다고 겸손이 빛을 발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변에서 측근들이 잘 받쳐 주며, 이러한 모습이 밖에는 아름답게 보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마디로 ‘소리 소문없이 승승장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몸은 하나고 일은 많아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수 있다”는 것과 “측근 중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힐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할 것을 권했다.

박 무녀는 “힘든 일이 있어도 미소로 답하고 근심은 가슴에 담아두니, 이 때문에 소화계통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설 연휴 첫날인 2월2일 59번째 생일을 맞는 ‘용띠’다.

용띠 생은 도량이 크며 생명력이 넘치고 끊임없이 앞으로 전진한다. 그러나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독단적이고 변덕스러우며 요구하는 것도 많고 무모한 성격도 지니고 있다.


또 자존심이 강하고 배타적이며 매우 직선적인 용띠 생은 인생의 초기에 자신의 의지를 확고히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과 마찬가지로 높은 기준과 완벽성을 요구한다. 너무 자존심이 강해서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며, 너무 확신에 차서 일처리에 있어서 어떤 여지를 남겨놓는 법이 없다. 너무나 앞으로 전진하려는 경향이 강해서 뒤와 옆을 돌아볼 줄 모른다. 너무 곧아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좋은 점이 많은 만큼 결점도 많지만 용띠 생의 광채는 모든 사람들에게 빛을 비춘다. 그는 좀스럽지도 않고 인색하지도 않다.

용띠 생은 외향적이고 자연을 사랑하는 활동가, 여행가, 그리고 뛰어난 언변가의 기질이 있다.

기세등등 박근혜
하반기부터 목소리 내

박정숙 무녀는 올해 박 전 대표의 운세를 묻는 질문에 “음력 5월까지 하는 것마다 구설이 따르고 주변에서 박 전 대표를 깎아내리려 해 상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설은 측근들이 막아낼 것이고 가을이 되면 마당에 널어놓은 붉은 고추 같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면서 “고추는 고춧가루로 쓰일 뿐 아니라 김장을 하는데 중요한 양념이 되기도 한다. 김치는 서민 밥상에 빠지지 않는 반찬이니, 1년 농사의 결실을 맺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의 운은 하반기 들어 살아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무녀는 “박 전 대표는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이 특출나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카리스마를 내보이는 행보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젊은 층까지도 박 전 대표를 옹호하니 연예인처럼 인가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각지도 않게 도와줄 사람을 얻을 수 있는 운”이라며 “음력 9월에는 식구가 느니 숟가락을 준비하라”고 강조했다.

건강에 대해서는 지역구 등을 오가며 체력이 달리는 것 빼고는 달리 나쁜 것이 없을 것으로 봤다.

윤지영 역학사는 박 전 대표의 운세는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나을 것으로 풀이했다. 그는 “침묵을 지키다 하반기부터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용은 여름에 힘을 발휘하는데 박 전 대표는 9월부터 두드러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서도 “임진년은 용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해”라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돼지띠, 띠 동갑이다.

의지, 근면, 친절과 동정, 여러가지 성격상 장점을 갖고 있는 돼지띠는 화가나 음악가, 시인, 문필가, 도예가 등 예술 방면이 적성에 맞는다.


띠 동갑 손학규 유시민
서두르지 않고 밀고 나가

돼지띠 생 남자들은 대체로 일단 목표를 정하면 그것을 달성할 때까지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밀고 가는 당찬 성격을 지니게 된다. 그래서 항시 침착하며 서두르지 않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지내려고 애를 쓴다. 이러다 보니 자신이 얘기하기보다는 주로 상대방 얘기를 귀담아 듣는 편이며, 설사 상대방 얘기가 틀렸다 해도 모질게 질타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다. 이렇게 되니 때로는 나쁜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기 쉬워 위험한 경우도 있다.

윤지영 역학사가 돼지띠 정치인 중 손학규 대표에 대한 운세를 먼저 풀었다. 그는 “손 대표가 올 한 해 유화작전으로 사람을 포용하려 할 것”이라며 “4월에 운이 좋지 않으나 이때 외국에 나가있으면 상쇄될 수 있으며, 하반기 들어 기세가 살아나 10월에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숙 무녀는 “손 대표가 해를 잘 만났다. 해랑 합의가 드니 운세는 좋다”고 했다.

다만 그는 “당내 갈등으로 마음이 답답할 것”이라며 “몸은 하나인데 이쪽저쪽으로 화합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내 적으로 인해 측근이 배를 갈아탈 수 있으니 속이 상한다”고도 했다.

박 무녀는 “손 대표가 서민을 위해 내 몸을 아끼지 않으니 서민들도 그의 행보를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너무 몸을 아끼지 않으면 힘들어 질 수 있으니 나이를 생각해 무리한 것은 자제하는 게 필요하다”는 당부를 전했다.


박 무녀는 유 원장에 대해서는 “너무 똑똑해서 탈”이라고 정리했다. 올해 마음먹고 뜻한 대로 일을 할 수 있지만 주변에 이를 도울 참모가 없고, 자칫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해라는 것.

그는 “틀린 말은 아닌데 말끝으로 그동안 쌓아놓은 인기를 추락시킬 수 있다”며 “신묘년과 합의가 제일 잘 맞지만 호사다마라고 좋은 일이 많기 전에 화가 먼저 치고 들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에서 잔치를 크게 하기 전에는 3일 전부터 청소를 한다. 구설에 오르지 않기 위해서다. 청소는 힘들어서 몸이 지치고 짜증이 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불평을 하면 구설에 올라 잔치를 다 깰 수 있다. 힘들어서 힘들다고 얘기했을 뿐인데 그게 비수가 돼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머리를 숙이고 생일 달까지 조심하면 7월부터 좋아져 해 년세와 합의가 들어온다. 중진 정치인 중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이가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띠다. 소띠 생은 겉으로는 별로 개성이 없고 엄격한 성격처럼 보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로움이 잘 따르므로 집안이 부유하고 화목하게 되는데,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욕심과 사치가 지나쳐서 도리어 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윤지영 역학사는 오 시장과 관련, “6월에 아랫사람 측근과 연루돼 힘든 일이 있을 수 있다”며 “이 즈음 주변 사람 단속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정숙 무녀는 “오 시장에게 때가 좀 빠르게 왔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일조차 머리가 아픈데 2년 치러질 대선 준비까지 더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가고자 하는 곳은 보이나 달려가는 길이 험난하다는 것”으로 봤다.

박 무녀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에게 올해는 ‘사람’에 주의해야 하는 한 해이다. 가는 길마다 사람이 따라주지 않아 힘이 들기 때문이다.

그는 “나를 믿고 나를 받쳐주는 이의 마음이 변할 수 있다. 이에 마음이 상해 갈팡질팡 방황을 할 수 있다. 젊다보니 헤쳐 나가려 하지만 구설에 오르거나 관재수가 와 머리가 아플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정동영 집안단속
“안에서 새는 바가지 막아라”

주위 사람으로 인해 관재수가 올 수 있는데 참모진들이 잘못하면 그 화가 그에게도 미치게 되는 것. 오 시장 본인은 청렴결백형으로 주변 사람 관리도 잘하지만 음력 5, 6월 경에 주위 사람 실수로 억울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무녀는 “오 시장은 하고자 하는 마음은 크나 몸이 따라주지 않아 힘들다”며 “자신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음력 9월부터는 운이 풀려 배경이 없는 오 시장이 새로운 귀인의 손을 잡고 한발 앞서게 되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뱀띠다. 보통 뱀띠 생은 무슨 일이든 자력으로 이룩하려는 의지력을 갖고 곤경에 처해도 굴하지 않는다. 때문에 뱀띠 중에는 용의주도하고 자유로운 발상을 겸비한 일꾼이 많다.

박정숙 무녀는 올 한 해 정 최고위원의 운세를 ‘전화위복’으로 풀이했다. 그는 “정 최고위원이 다시 당으로 들어와 정치를 잘 하고자 하지만 결실을 찾기 어렵다”며 “가는 곳마다 ‘왜 그랬냐’는 말을 듣고 따르는 식구도 등을 돌리는 몸도 마음도 두배로 힘들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마음먹고 뜻 먹은 대로 풀릴 듯 풀릴 듯 풀리지 않으니, 나서고 싶어도 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해 따르던 사람도 등을 돌려 버리는 상황이 돼 버려 다시 운을 찾아 전화위복을 하는 것이 힘들게 된다는 것.

그러나 그는 “내년 음력 2월 운이 풀리기 시작할 것”이라며 “운세가 다시 돌아와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니 올해는 식구를 재정비하고 자숙하는 마음으로 서민을 돌보면서 살아가는 게 좋다. 보일 듯 말 듯 나서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윤지영 역학사는 “정 최고위원이 한 해 동안 살살 오름세를 탈 것”아라며 “두더지잡기 게임처럼 살짝 나왔다, 들어갔다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주요 사안에 목소리를 내왔던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제2의 DJ’식 정치를 할 것”이라며 “뱀띠가 날렵할 때는 날렵하다. 순간 포착을 잘하고 동작이 빠르다”고 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