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49) 거사일

영웅과 파렴치한의 기로에 서다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경수가 쑥스럽다는 듯 싱거운 미소를 보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해.”

“그러면요.”

“글쎄, 속단할 수 없지만 뭔가 다른 사연이 있을 듯 싶어.”

석원이 탄 택시가 오래지 않아 동일의 예감대로 자갈치 시장에 멈추어 섰다.


동일이 경수에게 눈치를 주었다.

급히 주차할 곳을 찾아 차를 멈추자 동일이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는 차에서 내려 천천히 석원 일행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경수가 동일 곁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팀장님, 시간 좀 보십시오.”

시계를 들여다보자 세 시 삼십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올라가는 교통편은 어떻게 되는가?”

“비행기는 여덟 시 삼십 분까지 시간대 별로 있고 고속버스는 다섯 시에 막차가 출발합니다.”


잠시 시계를 들여다보던 동일이 앞을 바라보았다.

시장을 배회하던 석원 일행이 한 횟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동일이 그 집이 훤히 바라보이는 장소를 찾아 자리 잡았다.

그리고는 이내 경수에게 손짓을 보냈다. 경수가 석원이 들어간 횟집에 들러 잠시 이곳저곳을 배회하다 돌아왔다.

“빠져나갈 곳은 없습니다. 그리고 년 놈이 다정하게 자리 잡고 주문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경수와 함께 간단하게 회를 시켜 먹으면서 석원 일행이 나오기를 노심초사 기다렸다.

그러나 다섯 시가 육박해도 그들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동일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하고 석원이 있는 횟집으로 이동했다.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석원이 계산을 마치고 나오고 있었던 터였다.

“잠시 뒤를 따라보세.”

두 사람의 얼굴 그리고 주변 정황을 둘러보고 천천히 그 둘의 뒤를 따랐다.

한여름 대낮에 마신 술로 얼굴이 붉게 물든 두 년 놈의 행보가 훤하게 그려졌다.


그런데 이외의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석원이 중심가가 아닌 바닷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서울행 고속버스는 이미 끊긴 상태였다.

아울러 올라가는 비행기 좌석은 예약하지 않았다.

더 이상 여유 가질 시간이 없음을 판단한 동일이 한적한 곳에 이르자 경수에게 고개를 돌렸다.

“시작하세.”


동일이 짤막하게 답하자 경수가 신속하게 움직여 다정하게 팔짱 끼고 걷는 두 사람의 뒤에 자리 잡았다.

“고타로!”

동시에 두 사람 앞에 다가선 동일이 선글라스를 벗고 나직하게 석원을 불렀다.

순간 석원이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추었다.

“잠깐 보게나!”

짤막하게 말을 끝내고 천천히 앞서 나갔다.

석원이 동일 그리고 정체불명의 사나이, 일전에 만경봉호에서 마주쳤던 소름끼치는 모습을 띤 경수의 출현에 완전히 주눅이 들어 본능적으로 여인의 손을 풀고 엉거주춤 동일의 뒤를 따랐다.

“따라와!”

석원이 동일의 뒤를 따르자 여인 역시 갑작스럽게 변한 상황에 넋이 나갔는지 어물거리다가는 흐느적거리며 경수의 뒤를 따랐다.

“내일 거사는 포기하는 건가!”

싸늘한 표정 그리고 쇳소리가 묻어나오는 동일의 목소리 아울러 거사 포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지 석원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게…그게 아닙니다.”

“그게 뭔가!”

“거사 포기는 절대로…아닙니다.”

동일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적한 곳을 찾아 상당한 거리를 이동했는데 때가 때인지라 여기저기 행락객들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결정하게!”

“무엇을 말인지요?”

거사 하루전…자갈치 시장서 조우
무거운 마음으로 상경…암살 강요

“내일 거사를 진행할 건지 아니면 일본으로 돌아갈 건지!”

동일이 싸늘한 시선을 주며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할 것입니다.”

그 상태서 어느새 창백하게 변해버린 석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짓말 같지는 않아보였다. 동일이 다시 손을 꺼냈다.

“따라와!”

“저, 함께 온…”

동일의 싸늘한 표정에 더 이상 말이 흘러나오지 못했다.

그저 잠시 여인이 있던 방향을 주시했다가는 이내 체념한 듯 동일의 뒤를 따랐다.

주차시켜 놓은 곳에 이르자 이미 경수가 도착해 있었다.

동일이 석원에게 승용차에 타라 지시했다.

석원이 경수의 모습을 다시 살피더니 섬뜩한 느낌이 들었는지 동일이 지시한 대로 엉거주춤 승용차 뒤 왼쪽에 자리 잡았다.

“무슨 사연이었나?”

동일이 담배를 꺼내 물고 한쪽으로 이동했다.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뭔데?”

“저 놈이 조만간에 일본으로 보내준다고 하기에 돈도 받지 않고 몸까지 고스란히 바치며 선선히 따라나섰다 합니다.”

“뭐라, 일본으로!”

“일본에서 몸 팔면 돈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그렇다면 결국 바닷가에서 그 짓거리 하려고 내려왔다는 말인가!”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동일이 시선을 차로 주었다. 석원이 동일의 시선을 받자 슬그머니 고개 숙였다.

“여인은?”

“죽어서도 함구하라 했습니다.”

“하기야 그 일을 제 입으로 발설 못하겠지.”

동일이 일곱 시 반에 석원의 방을 찾았다.

석원이 어제 일이 있어 그런지 일찌감치 일어나 외출차비를 마친 상태였다.

석원에게 권총과 실탄을 건네고 이어 강철로부터 받은 초청장을 전하면서 다시 여러 사항에 대해 단단히 주의를 주고는 정각 여덟 시에 호텔 룸을 나서도록 했다.

석원의 모습이 멀어지자 룸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어지러웠다.

급하게 자신의 룸으로 돌아가 상자를 들고 다시 석원의 방을 찾았다.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린 물건들을 한데 모아 준비해간 상자에 집어넣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어 그동안 문석원과 관련한 여러 집기들을 정리하여 여행용 가방에 넣자 경수가 가지고 룸을 벗어났다.

문이 닫히자 동일이 갑자기 뒤바뀐 방을 둘러보다 침대에 걸터앉았다.

지난 저녁 무렵 승용차로 부산에서 출발하여 한 번도 쉬지 않고 서울로 이동했다.

호텔에 도착하여 경수를 보내고 석원의 룸에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동일이 권총을 꺼내 실탄을 장전하고 석원을 겨누었다.

그 모습을 살핀 석원의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잿빛으로 변해갔다.

“나카소네 상, 아니 지도원 동…”

동일이 싸늘한 표정으로 주시하자 순간 무릎을 꿇었다.

“제발…”

동일이 석원의 이마에 권총을 가져다 댔다.

석원이 마치 자신의 이마에 닿은 총구를 피하기 위함인지 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상체를 숙였다.

“고개 들어!”

잠시 무거운 침묵을 지키던 동일이 낮은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석원은 그 상태서 상체만 움찔거릴 뿐 고개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고개 들라 하지 않았는가!”

순간적으로 쇳소리가 함께 묻어나왔다.

석원이 마지못해 고개 들어 동일을 바라보았다.

석원의 얼굴에 눈물인지 콧물인지 분간 못할 이물질이 가득 배어 있었다.

“영웅이 되겠는가 아니면 조국과 가족의 파렴치한으로 남겠는가!”

“당연히…조국이 시키는 대로 그대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석원이 다시 고개 숙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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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