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이석수-윤갑근' 얽히고설킨 삼각함수

‘호형호제’ 셋 중 한명은 꼭 죽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복잡하다. ‘우병우 사태’가 결국 검찰 특별수사까지 가게 됐다. 윤갑근 특별수사팀 팀장은 우병우 민정수석과 동기다. 우 수석과 같이 특별수사를 받게 될 이석수 특별감찰관(지난달 29일, 특별감찰관직에서 사의 표명)은 윤 팀장의 1기수 선배다. 우 수석과 이 감찰관의 인연은 한층 더 복잡하다. 선·후배 관계서 불과 며칠 만에 원수가 됐다.

김수남(57·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이 6일간의 장고 끝에 특별수사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석수(53·18기) 특별감찰관이 우병우(49·19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직권 남용과 횡령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건과 시민단체가 이 감찰관의 기밀유출 의혹을 고발한 사건은 윤갑근(52·19기)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한 특별수사팀이 맡게 됐다.

개인적인 인연도

윤 팀장은 연수원 1기수 선배와 동기를 동시에 수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벌써 일각에선 수사의 신뢰도를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이런 우려 속에 ‘윤갑근 특별수사팀’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와 조사부 등 최정예 검사들로 진용을 갖췄다. 하지만 윤 팀장은 출범부터 ‘우병우 라인’ 논란에 휘말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윤 팀장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경북 봉화 출신에 서울대를 졸업한 우 수석과 학연·지연 관계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두 사람은 1990년 연수원을 19기로 함께 수료한 연수원 동기다. 동기라고 다 친하지는 않지만 검사 이력을 보면 결코 멀래야 멀 수 없는 사이다.

윤 팀장은 2006년 법무부 보호과장, 우 수석은 2005년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으로 1년간 함께 법무부서 근무했다. 2008년 윤 팀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지냈을 때 우 수석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이들을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김수남 현 검찰총장이다.
 


특히 지난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당시 우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검찰 창구 역할을 하고, 윤 팀장 역시 대검 강력부장으로 반부패부장 직무대리를 맡아 서울중앙지검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검찰은 정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문건 내용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리고 유출자인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관천 전 경정만 기소했다.

윤-우 사법연수원 동기…윤-이 선후배
검 파워인맥으로 얽혀 “칼날 어디로?”

문건 유출 수사 이후 이듬해 2월 윤 고검장은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우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영전했다. 또한 우 수석은 지난해 12월 윤 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할 때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수석과 인연에 대해 윤 팀장은 개인적인 인연은 배제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윤 팀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무엇보다 특별수사팀이 만들어진 취지가 다른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인연에 연연할 정도로 미련하지 않다”면서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취지대로 객관적, 중립적, 공정·엄정하게 본분에 충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윤 팀장과 이 감찰관의 인연은 어떻게 될까. 이 감찰관은 사법연수원 18기로 윤 팀장보다 1기수 선배다.

두 사람은 1997년 서울지검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윤 팀장이 조사부장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한 이광범 특별검사팀에 파견된 전력이 있다. 수사팀 중 한 명에는 이 감찰관도 있었다. 이 감찰관은 당시 내곡동 특검팀에서 특검보를 맡았다.
 


우 수석과 이 감찰관의 인연은 한층 더 복잡하다. 두 사람이 함께 근무한 이력은 1992년으로 확인된다. 이 감찰관은 1991년 8월부터 1993년 9월까지 우 수석은 1992년 8월부터 1993년까지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검사로 재직했다. 이들은 호형호제할 만큼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찰관을 인사검증한 건 우 수석이다. 이 감찰관이 특별감찰관으로 지명된 데는 우 수석의 추천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 감찰관을 검증한 우 수석은 이번엔 이 감찰관의 감찰을 받았다. 뒤바뀐 인연이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나란히 윤 팀장의 수사를 기다리게 됐다.

윤 팀장과 우 수석 관계에 비하면 윤 팀장과 이 감찰관의 관계는 가깝지 않은 편이다. 이 감찰관이 사시와 연수원 한 해 선배라는 끈만 보인다. 특별수사팀의 칼날이 이 감찰관에게만 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누가 유리한가

한편, 야권은 일단 특별수사팀 수사를 지켜보겠다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박광온 더민주 대변인은 “윗선에서 원하는 대로 결론 내린다는 게 윤 팀장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평”이라며 “특별수사팀 수사를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검찰 조직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min1330@ilyosisa.co.kr>

 

[윤갑근은?]

1964년 충북 청주 출생인 윤갑근 특별수사 팀장은 최근까지 대검찰청 강력부장과 반부패부장을 역임했다. 윤 팀장은 그동안 굵직한 사건을 맡아 오며 조직 내 신망을 쌓아왔다. 2008년 특수2부장 시절에 윤 고검장은 통신 대기업 KT의 남중수 전 사장 등이 남품업체 선정 등과 관련해 거액의 금품을 챙긴 사건을 수사해 주목을 받았다.

2011년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근무하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수사했고, SK그룹의 비자금 의혹 사건 수사도 지휘해 최태원·최재원 형제를 모두 재판에 넘긴 바 있다. 2014년 대검찰청 강력부장을 맡은 뒤에는 전국적으로 폭력조직 단속을 벌여 345명을 구속하고 898억 원대 범죄수익을 환수 조치했다. 같은 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증거위조 수사팀장을 맡아 국가정보원 대공수사팀 소속 김모 과장을 구속기소했다.

지난해 2월에는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옛 대검 중앙수사부 대신 전국 지방검찰청의 특별수사를 총괄 지휘한 바 있다. 그는 반부패부장으로서 ‘성완종 리스트 의혹 특별수사팀’ 수사를 총지휘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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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