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정우택 대망론' 집중해부

'반기문 변수' 넘어 대권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도령’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대권주자로서 주목받고 있다. 마땅히 치고 나가는 주자가 없는 당내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 정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신을 유감없이 드러내는가 하면 각종 유의미한 사회활동 등을 소화하며 대권을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여권의 새로운 대안으로 뜨고 있는 정 의원에 대해 <일요시사>가 속속들이 파헤쳐봤다.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의 좌우명이다. 이는 존 에프 케네디 미국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이기도 하다. 39세에 공직서 나온 정 의원은 한국의 케네디를 꿈꾸며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정치인으로서의 탈바꿈 이후 정·관가를 넘나들며 입지를 다져온 그는 오랜 시간 염원해온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

‘청지기’ 정도령
대권까지 직행?

최근 정 의원은 복수의 언론과의 인터뷰서 차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여의도에 새로 사무실을 내며 출마 준비에 나선 것이다. 오는 9, 10월 출마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란 말도 했다. 현재 정 의원은 제반상황을 다각도로 검토하며 주변인들의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도 나쁘지 않다. 김무성·오세훈·유승민 등 비박(비 박근혜)계 대선주자들은 이번 8·9전당대회를 통해 대선행보에 타격을 입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남경필·원희룡·홍준표 등 광역자치단체장 대선주자들은 출마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또한 출마를 암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빨라야 내년 1월에야 출마선언이 가능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반 총장은 국내정치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언론에 거론되고 있는 대권주자들 대부분이 비박계라는 점도 범박(범 친박계)으로 분류되는 정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가에선 정 의원이 내년 대선에 있어서 태풍의 핵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황이 유리하다는 점뿐만 아니라 개인 역량에 있어서도 충분히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김대중정부 시절 해양수산부장관을 역임한 이후 충북도지사, 그리고 국회의원 등 이른바 ‘트리플크라운’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또한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제19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장까지 역임했다.

특히 충청에서만 4선(제15·16·19·20대)을 지낸 그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잇는 충청의 차기 맹주로 통한다. 때문에 충청대망론이 나올 때면 어김없이 1순위로 정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정 의원 또한 그런 지역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복수의 언론으로부터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내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된다면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대권행보를 암시하고 있다.

그의 정치 인생은 다른 대선주자들과 차별화된다. 알려진 대로 정 의원의 선친은 정운갑 전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은 고향인 충북 진천서 4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10대 국회까지 5선을 했으며, 이승만정권 당시 농림부장관(13대)에 임명되는 등 정계 거물이었다.

비박계 줄줄이 타격, 주목받는 ‘정풍’
당내 경제·정책통, '공정경제' 띄운다

지난 1979년 9월 당시 신민당 김영삼 총재가 법원으로부터 직무정지를 당하자 정 전 의원은 총재직무대행 자격으로 당을 이끌기도 했다. 유년시절 정 의원은 그런 선친을 통해 정치를 보고 배웠다.


그러나 그의 정치인생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정 의원은 4선 의원이 되기 위해 지난 14대 총선, 17대 총선 때 낙선의 쓴맛을 봤다. 제5회 지방선거에서 낙선해 충북지사 연임에 실패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에는 8개월간 택시기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3번의 낙선은 뼈아팠지만,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 1999년 자신의 에세이집을 통해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사람들과 그들이 내게 준 가르침은 나의 실수와 실패 속에서 다가왔다. 나는 내 실패를 사랑한다. 실패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소회를 전했다.
 

그는 또 다른 대선주자인 같은 당 유승민 의원과 함께 당내 경제전문가로 통한다. 정 의원의 친형인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딴 이후 하와이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경제학박사를 딴 석학이다.

최근 정 의원이 대표로 국회 연구단체 ‘미래성장 경제정책포럼’을 창립한 일은 경제통으로서의 그의 전문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정 의원은 “포럼의 창립 목적은 경제활성화가 최우선”이라며 “여야 의원은 물론 원외 경제전문가까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현실적이고도 효과적인 정책을 개발하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복수의 언론은 해당 포럼을 두고 향후 정 의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경제기획원 출신
경제전문가 정평

그는 낙수경제, 분수경제 등을 외치는 다른 경제전문가들과는 달리 ‘공정경제’를 주장한다. 방법론적으로 재벌의 낙후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가 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발전, 조세의 공정성 회복 등을 골자로 한 공정성장론과 닿아있다. 능력이 되는 사람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포용적 제도를 활성화하는 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관, 도지사 등을 두루 거치며 쌓아온 행정과 정책을 아우르는 역량과 경험은 그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정책 경험을 쌓았다. 충북도지사 시절 ‘경제특별도’를 기치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170여개 기업에서 24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내 성공한 자치단체장이란 평가도 들었다.

이렇듯 정책에 대한 그의 전문성은 여의도서도 빛을 발했다. 자민련서 4년간 정책위의장을 맡아 활약했으며, 19대 국회 당시 정무위원장으로 활동할 때는 법안 하나하나를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이렇듯 중앙-지역, 관가-정가를 넘나들며 지난 20여년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경험들이 그의 대권행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정 의원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 중 하나다. 청년지킴이의 줄임말인 ‘청지기’는 정 의원이 가장 좋아하는 별명이기도 하다(정 의원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를 지역구로 하고 있어 청주지킴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역 분위기 조성
수도권도 시간문제

최근 정 의원은 전국 대학교를 돌며 청년 창업 토크 콘서트를 열고 있다. 현장서 그는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 부여된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책무”라며 “나의 작은 발걸음이 창조적인 청년 창업 환경을 조성하고 청년 창업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힘줘 말하고 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에 ‘일자리 100만개 창출 특별위원회’구성과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의 전면 재정비 및 조속한 처리를 제안하는 등 청년 문제를 풀기 위해 다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4·13 총선 당시 공약으로 청년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청년 희망 통합시스템’ 도입, 맞춤형 도심재생 청년창업지구 조성을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 참패의 원인이 20~30대 지지자들의 외면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 의원의 ‘청지기’ 행보는 그를 여당 내에서 차별화된 대선주자로 만들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그의 활동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아 의미가 크다. 정 의원은 지난달 25일 창업진흥원의 법정기관화를 골자로 한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창업을 국가 어젠다로 설정할 만큼 창업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며 “창업진흥원의 법정기관화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개정안은 창업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조사연구 및 평가관리, 창업기업의 해외진출 지원과 외국인 국내창업 지원, 창업 촉진을 위한 지원시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창업 기본 환경 조성 및 운영·지원을 통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정 의원의 생각이다.

장관-지사-의원 ‘트리플크라운’ 이력
남겨진 반기문 숙제, 정면 돌파 시사

뿐만 아니라 정 의원은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est of the Best, 이하 ‘BoB’)을 지원하는 K-BoB 시큐리티 포럼 상임고문을 맡아 교육생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BOB프로그램은 지난 2012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기술연구원(원장 유준상)이 정보보안 분야의 우수한 재능을 갖춘 청년들을 선발해 국보급 보안인재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벌써 5기를 맞은 BOB프로그램은 최근 차세대 보안리더 140명의 교육생을 모집해 발대식을 갖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말, 정 의원은 이들 140명을 대상으로 ‘혁신’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서 “사회의 주요 문제로서 청년실업문제, 정당의 혁신, 사회통합의 저하, 기업 수익성 및 잠재성장률 악화, 부정부패, 저출산·고령화 등을 지적하며 이같이 사회현상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계파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도 정 의원의 대선 길을 밝히는 요소 중 하나다. 비록 범박계로 분류되지만, ‘개혁 보수’ ‘따뜻한 보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박계를 아우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결국 반기문이란 암초를 어떻게 뛰어넘느냐가 정 의원에게 남겨진 숙제다.

같은 충청이 지지 기반인 반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정현 의원의 당대표 당선은 반 총장의 대권행보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 대표가 <슈퍼스타K> 방식의 경선 안을 제시한 것도 반 총장을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 아니냐는 말이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JP 잇는 맹주
변수는 반기문

정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이 대표의 당선으로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고 있다’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어느 계파의 출신이 당대표가 됐다고 해서 누가 (대선에서) 유리하고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라며 “(만약 대선 과정에서) 계파 유불리가 작용한다면 뚜렷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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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