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48) 부산행

홀연히 기차에 타다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온 신경을 집중하여 드문드문 내용을 추론한 바 통화를 나누는 당사자가 청평에서 잠자리를 함께했던 호스티스였음이 밝혀졌다.

이어지는 통화에서 보고 싶다는 등의 대화가 들렸고 자주 일본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말미에 여인으로부터 저녁에 만나자는 통화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하여 행여나 무슨 일이 발생될지 몰라 강철과 경수를 호출하여 함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 여덟 시 경이 되자 문제의 여인이 석원의 방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확인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흡사 사지에서 돌아온 젊은 연인이 만난 것처럼 곧바로 격정의 순간으로 접어들었다.

이어 길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난 둘은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테이블로 이동했다.

어지러운 테이블 위에 음식과 술이 준비되어 있었다.

소진된 기를 보충하듯이 허겁지겁 술과 음식을 먹어대던 두 년 놈이 다시 엉켜 붙기 시작했다.

그날 밤 세 사람은 그야말로 오리지널 포르노 영화를 감상하며 연신 하품을 뿜어냈다.

그리고는 자정이 가까워오자 세 사람이 번갈아 당번을 정하여 관찰하기로 하고 동일과 경수가 먼저 취침에 들어갔다.

“저 연놈들 마약한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밤새 한숨도 자지 않고 그 지랄을 하니 거참.”


아침 일찍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자 강철이 푸석한 얼굴로 동일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렇다고 이 특보께서 내처 불침번을 선겁니까, 깨우지 않으시고.”

“그렇게 귀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데 잠이 옵니까. 그래서 내친 김에 제가 밤새웠습니다.”

“허허, 이거 고맙다고 해야 할지 혹은 아쉽다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동일이 능청스럽게 답하자 순간 웃음이 일어났다. 웃음소리에 경수 역시 비시시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로 대단합디다. 진짜 마약하고 저 짓거리 하는 듯합디다.”

“나이 탓이겠지요.”

동일이 막 자리에서 일어난 경수에게 슬그머니 시선을 주었다.

“팀장님 말씀이 마냥 틀리지는 않습니다.”

경수 역시 능청거리며 답하자 두 사람의 시선이 경수의 아랫도리로 행했다.

경수의 아랫도리가 불룩 솟아 있었다.

물론 취침 후 발생한 젊음의 징표였다.


그를 바라보기를 잠시 이내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졌다.

잠시 후 정색하고 모니터로 시선을 주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를 살피며 강철을 주시했다.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설마 그곳에서도 그 짓거리하는 거는 아니겠지요.”

“그야 모르는 일이지요.”


강철이 능청스럽게 말을 받자 다시 웃음이 일어났다.

이어 웃음기가 사라지는 시점에 두 사람이 막 물기를 닦으며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나와서는 서로의 젖은 몸을 닦아주기를 잠시 석원이 전화기를 들었다.

동일이 급하게 도청기를 들었다.

어제 도청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급하게 임시변통으로 손을 보아 그런지 흐릿하게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호텔 프런트와 통화를 하며 식사를 주문하고 있었다. 물론 2인분이었다.

그러기를 잠시 후 석원이 다가온 여인을 힘껏 끌어안았다.

여인이 석원의 품에 안기면서 한손을 아래로 내려 석원의 가운데를 거칠게 다루기 시작했다.

석원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호텔 내에 있는 여행사였다.

석원이 금일 오후 두 시 발 부산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있었다.

순간 동일의 온 신경이 귀로 집중되었다.

상대방에서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는 이내 부산행 티켓 두 장을, 아베와 박경숙 명의로 예약이 되었다는 말이 이어졌다.

석원이 전화기를 내려놓는 동시에 동일 역시 도청기를 내려놓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팀장님, 무슨 일입니까?”

서울 호텔서 여인과 격정적 하룻밤 보내
부산으로 떠난 석원, 밀항일까 여행일까

“지금 저 친구가 식사 주문과 함께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두 시 발 부산행 비행기 표를 예약했네.”

동일이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모니터에 주었다.

두 사람이 다시 테이블에서 함께 뒹굴고 있었다.

“무슨 의미일까요?”

강철이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안타깝게도 룸에서의 대화내용은 도청이 불가하기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가벼이 여길 사항은 아닌 듯합니다.”

“어찌 대처하겠습니까?”

강철의 질문에 동일이 경수를 주시했다.

“김 군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가겠습니다. 그러니 이 특보께서 수고스럽지만 이곳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수고라기보다도, 두 사람으로 되겠습니까?”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 현지에서 지원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김 군, 우리 서두르도록 하게나.”

동시에 시계를 바라보았다.

일곱 시 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막상 서두르자고는 하였으나 시간 여유가 있음을 판단하고 포트에 물을 끓여 커피를 탔다.

경수가 거들어 주려는 행동을 제지하고 동일이 직접 커피를 타서 돌렸다.

“팀장님 말씀대로 진짜 살얼음판입니다.”

강철이 커피 잔을 기울이며 모니터로 시선을 주었다.

비록 들리지는 않지만 여인의 입 모양으로 보아 야릇한 소리가 방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을 듯했다.

동일이 경수에게 차에 남아 있으라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가까운 곳에 멈추어 출구를 주시하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두 시 오십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서히 사람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한 떼의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석원과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석원의 차림을 살펴보았다. 잠시 전 강철과의 통화에서 확인했지만 석원의 행장이 단출했다.

그저 몸 하나 달랑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 밀항을 시도하고자 했다면 뒷정리를 대강이라도 해야 할 일이건만 그는 아닌 듯했다.

한순간 석원의 지난 행적을 떠올렸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그야말로 예측불허였다.

가벼이 한숨을 내쉬며 그 둘의 모습을 추적하기를 잠시 석원 일행이 공항 건물을 벗어나 택시를 잡았다.

동일 역시 서둘러 차에 올랐다. 이미 경수가 그들 뒤에 차를 대기시켜놓고 시동을 켠 상태였다.

“이런 일 익숙하겠지?”

“이 일로 밥 먹고 살고 있습니다.”

동일이 핸들을 잡고 있는 경수를 근심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자 경수가 확신에 찬 표정을 보이며 답을 이었다.

“가세.”

경수가 서서히 액셀을 밟자 미끄러지듯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 상대가 전혀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거리를 두며 뒤따르기 시작했다.

동일이 조수석에서 가만히 차의 진행 방향을 살펴보았다.

부산시내 중심부로 향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교통체증은 일어나지 않고 있어 무리하게 미행을 감행하지 않아도 좋을 듯했다.

스쳐 지나가는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따라가기를 잠시 후 석원이 탄 차가 용두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갔다.

“혹시 자갈치 시장!”

순간적으로 동일의 머리에 회가 떠올랐다.

“그러면 저 미친놈이 회 먹자고 부산까지 비행기 타고 왔다는 말입니까?”

경수가 말해놓고 허탈한지 혀를 찼다.

“그런 경우 회만 먹고 말겠는가.”

“그러면?”

“당연히 그 짓도 해야 한다고 봐야 않겠는가?”

“밤 새 그 짓하고도요.”

“왜, 자네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은가.”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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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