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상' 태영호 귀순 후폭풍

‘김정은 정보’ 들고 넘어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지난달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다. 태 공사는 부대사로도 불리는 등 주영대사관의 2인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 최고위층이 느끼는 동요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16일, 북한의 태영호 주영 공사가 제3국 망명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방송에 따르면 주영 북한대사의 부관인 태 공사가 가족과 함께 10년 동안 영국에 거주해왔고, 아내 등과 함께 대사관이 있는 런던 서부서 몇 주 전에 자취를 감췄다. BBC방송은 태 공사가 북한의 이미지를 영국인들에게 홍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미지 선전
가신의 배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가 외부서 오해를 받고 잘못 보도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고도 했다. 태 공사는 한 연설에서 영국인들이 지배계층에 세뇌됐다고 주장했다가 관중의 비웃음을 샀다고 전했다. BBC 방송은 태 공사가 북한을 변호해야 하는 입장이었음에도 그 직무에서 마음이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간 직후인 지난 17일 통일부는 “최근 영국 주재 태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의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에서 “이들은 현재 보호 하에 있으며 유관기관은 통상적 절차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대변인은 “태 공사가 탈북 동기를 ‘김증은 체제에 대한 염증,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 공사는 서유럽 사정에 정통한 베테랑 외교관으로 평가받는다. 2001년 6월 벨기에 브뤼셀서 열린 북한과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 때 대표단 단장으로 나서면서 외교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마흔 살이던 그의 북한 내 직책은 서구라파국(외무성 8국)서 EU를 담당하는 과장 겸 구주국장 대리였다. 탈북한 외교관들도 태 공사를 북한 외무성서 손꼽히는 서유럽 전문가로 거론했다. 태 공사는 고등중학교 재학 중 중국으로 건너가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다. 북한체제서 해외 유학을 갈 수 있다는 것은 특권에 가까웠다.

그가 해외 유학을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항일 빨치산 1세대이자 김일성의 전령병으로 활동한 태병렬 인민군 대장이 태 공사의 아버지였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북한 외교관의 근무 기간은 통상 3년이지만 태 공사가 주영 북한대사관서 10년 동안 근무한 것은 출신 성분이 좋기 때문”이라며 “태 공사의 아버지는 김일성 전령병으로 활동한 항일 빨치산 1세대 태병렬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와 학업에 함께한 이들이 오진우(1995년 2월 사망) 전 인민무력부장, 허담(1991년 5월 사망) 전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등도 고위간부들의 자녀들이었다.

영국 주재 대사관 공사 가족과 망명
한국 입국해 국정원 요원들이 보호

태 공사는 중국서 돌아온 뒤 5년제 평양 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하고 외무성 8국에 배치됐다. 그는 곧바로 김정일 총비서의 전담통역 후보인 덴마크어 1호 양성통역으로 선발돼 덴마크 유학길에 올랐다.

태 공사는 1993년부터 주 덴마크 대사관 서기관으로 활동하다가 1990년대 말 덴마크 주재 북한 대사관이 철수하면서 스웨덴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웨덴 생활은 길지 않았고 태 공사는 곧 귀국해 EU 담당과장을 거쳐 10년 동안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 파견됐다.


태 공사의 부인인 오혜선도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1984년 사망)의 일가로 알려졌다. 오씨는 오백룡의 아들인 오금철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의 친인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빨치산 가문 부부가 탈북해 한국행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씨는 대외무역, 외자유치, 경제특구 업무를 수행하는 대외경제성에서 영어 통역을 담당하던 요원으로, 홍콩 근무를 거쳐 2년 전 런던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태 공사가 올 여름, 본국 소환을 앞두고 자식의 미래를 위해 탈북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태 공사의 큰 아들은 영국에 거주하면서 현지 한 대학서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았으며, 덴마크에서 태어난 작은 아들은 막 고교를 졸업한 19세로 임피리얼 칼리지 진학을 앞두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태 공사를 알고 지낸 BBC 방송의 스티브에번스 서울·평양 특파원은 지난 16일 ‘내친구 탈북자’란 글에서 “태영호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런던 서부 액턴의 인도 식당서 커리를 먹고 있었다”며 그에 대한 기억을 소개했다. 당뇨병 위험이 있어 탄수화물 섭취를 자제하라는 의사의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혁명집안 출신
서유럽 전문가

에번스 특파원은 태 공사가 말쑥하고 보수적이며 전형적인 영국 중산계층으로 보였다고 했다. 태 공사는 테니스 클럽의 신규 회원 모집 광고를 보고 가입해 열심히 활동했다고 한다. 원래는 골프를 좋아했는데 아내가 “골프와 나 중 택일하라” “골프채를 놓지 않으면 평양으로 가겠다”고 하자 테니스로 종목을 바꿨다고 한다.

최룡해, 오일정 등과 함께 빨치산 2세대인 태 공사의 한국행은 북한 엘리트층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 핵심 엘리트층에서도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 공사는 지금까지 탈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으로 꼽힌다. 지난 1997년 주 이집트 장승길 북한대사의 경우 한국행을 택하지 않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만큼 그의 탈북 및 귀순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이번 태 공사의 망명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다. 전문가들은 태 공사의 귀순에는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 외교관들의 활동에 제약이 커지고 생활도 궁핍해진 현실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들이 가뜩이나 열약한 본국의 경제로 외국생활이 쉽지 않은 가운데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자 더욱 어려움에 빠졌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은 최고 엘리트 계층으로 거론되는 태 공사의 귀순에 대해 북한 외교관들의 활동이 어려워진 현실이 망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최근의 잇단 제재 강화 이전부터 북한 외교관들의 상황이 넉넉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태 공사는 2013∼2014년 영국의 한 강연서 북한의 해외 공관들이 무일푼 신세로 외교관들이 불법적인 방식을 포함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는다면서 돈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발등 찍힌 김
진짜 열받았다


이 영상에서 태 공사는 본국의 친구들이 자신이 한달에 1200파운드(한화 173만원)로 수영장과 사우나를 갖춘 궁전에 사는 줄 알지만, 현실은 침실 2개에 비좁은 부엌이 있는, 대단할 것 없는 아파트라며 영국의 물가에 대한 푸념 섞인 유머를 던졌다.

그는 “대사관에서 차를 몰고 나올 때면 ‘혼잡통행료는 어떻게 하나’ 생각해야 한다”고 씁쓸하게 말하기도 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은 런던 서부의 주택가에 있는 한 주택을 대사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주택가에 있는 까닭에 평소에는 대사관임을 알리는 국기를 외부에 게양할 수 없다. 북한 대사관 주재원 다섯 가족은 대사관 건물에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도 태 공사의 귀순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세계 각지의 북한대사관은 북한의 외화벌이에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북한 외교관들이 금, 담배, 코뿔소 뿔, 헤로인 등을 밀수하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북한 활동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눈이 많아지면서 북한 외교관들이 밀수 등의 할당량을 채우기 어렵게 됐다.

<뉴욕타임스> 역시 국제사회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갈수록 북한 외교관들이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지자 이들이 북한의 압박을 받기보다는 망명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북한 연구자인 크리스토퍼 그린은 <월스트리트저널>에 태 공사 귀순을 두고 “북한 체제가 붕괴 직전이라는 의미일까? 절대 아니다”라며 “다만 체제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북내 대표적인 금수저가…
빨치산 1세대 태병렬 아들


이외에도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이어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가장 혜택을 많이 받고 있는 계층의 이탈은 김정은 체제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앞으로 태 공사처럼 북한 고위 계층의 ‘탈북 도미노’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결과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균열을 방증하기도 한다.

태 공사는 북한 내 최고위층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로 망명한 북한의 최고위급 외교관이다. 김정은과 북한 권력층 내부와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갖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 태 공사는 지난해 에릭 클랩턴의 런던 공연 당시 현장을 찾은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가 김정은 일가와 관련한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들었을 가능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빨치산 가문 부부가 탈북해 한국행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진 만큼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북한 내 이너서클 관련 정보가 나올지 주목된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로 주체사상의 최고 이론가인 황장엽(2010년 작고)씨도 지난 1997년 망명 이후 각종 저술 활동과 강연 등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 바 있다.

태 공사가 고위 인사인 데다 핵심정보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국가정보원 산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조사 후 탈북자 사회정착시설인 하나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회로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

북 체제 불안
도미노 탈출?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들은 보통 유관기관의 탈북 경위 조사를 받은 이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받게 되지만, 국정원장의 신변보호 결정이 내려지면 하나원에 가지 않고 별도의 장소에서 교육 절차를 거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