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대한민국 현주소①



“사는 것보다 죽는 게 수월해서…”

자고 일어나면 우울한 뉴스로 가득하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유명인의 자살뉴스부터 생활고를 비관한 서민들의 안타까운 죽음까지.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에 걸 맞는 침울한 뉴스들은 오늘도 고통 받는 이들을 유혹한다. 이렇다보니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라는 불명예가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이 현실. 하루 38명씩, 45분에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통계도 이제 놀라울 것이 없다. 이처럼 자살율이 날로 늘고 있는 원인에는 나아질 줄 모르는 경제상황, 병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우울증의 확산, 근절되지 않는 자살사이트, 유명인 자살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 등이 자리하고 있다. 우울한 자살공화국의 현 주소를 집중 조명했다.

안재환 자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 톱스타 최진실까지 목숨을 끊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유명인들의 잇단 자살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더 이상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갖가지 이유로 목숨을 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수치로도 나타난다. IMF였던 지난 10년 전보다 자살자의 수는 무려 2배나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1998~2007년 우리나라 자살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자살자 수는 총 9만4천8백73명으로 집계됐다. 자살자의 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 1997년 6천68명이었던 자살자 수는 지난해 1만2천1백74명으로 늘었다.


사망원인 중 4위가 자살
ODED 국가 중 가장 높아


자살이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1997년에는 사망 원인 중 자살이 8위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암과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이는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일부 국가에 비해서는 5배나 높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자살한 사람은 24.8명으로 5.5명인 이탈리아보다 5배 가까이 많은 것. 심지어 일본(19.1)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 심각함을 더했다.

또 다른 특징은 20대 등 젊은 층에서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20대의 자살률은 2006년보다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살원인 2위인 교통사고보다 2배나 높은 수치다.
10대 청소년의 자살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자살은 1백42건으로 5년 전보다 42%나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높다는 것.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8백 개 중, 고교 학생 8만명을 대상으로 ‘2007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를 시행한 결과 청소년 5명 중 1명이 자살충동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을 생각해 본 청소년이 전체 응답자의 23.7%를 차지한 것. 이들 중 실제 자살을 시도한 비율도 5.8%에 달했다. 또 자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스트레스와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청소년도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달했다. 10대 청소년의 경우 충동적인 성향이 강해 자살로 이를 수 있는 확률도 높은 만큼 이같은 조사결과는 우려할 만한 수치다.

그렇다면 자살자들은 어떤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까.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살원인은 생활고로 인한 비관이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먹고 자는 것조차 해결되지 않는 이들이 느는 현실 속에서 희망 없는 자신의 인생을 비관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 역시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되고 빈곤층이 늘어나면서 자살의 직접적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생활고로 인한 안타까운 자살은 심심찮게 일어나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난 8일에는 홀로 두 자녀를 키우며 생활고를 견디던 20대의 이혼녀가 목을 매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4분경 광주 광산구 이모(27·여)씨의 집 창고에서 이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남편에게)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 (아이들에게) 먼저 가서 미안해. 신발이 작아 발이 아프다는데도 사주지 못해 미안해’ 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생활고로 인한 자살임을 알 수 있게 했다.

또 지난 8월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한 30대 주부가 두 아이들과 함께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었다. 이 사고로 인해 주부 홍모(30)씨와 딸(5)이 숨졌다. 사고가 일어난 것은 8월27일 오후 1시52분 경으로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 상일동 방면 승강장에서 홍씨가 두 아이들과 달려오는 전동차로 뛰어 들었다. 이로 인해 딸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홍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경찰조사결과 최근 남편이 허리를 다쳐 직장을 잃은데다 빚까지 떠안고 있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홍씨가 충동적으로 지하철로 뛰어 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 최후의 선택을 하는 서민들의 사연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와 경기침체의 늪을 실감하게 해 준다.

또 다른 자살원인은 마음의 병이라 불리는 ‘우울증’이다. 최근 자살한 최진실 뿐만 아니라 정다빈, 유니 등 많은 연예인들의 자살 원인이 우울증으로 추정되는 것도 이를 말해준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안타까운 생활고 자살


우울증은 흥미나 즐거움을 상실해 불안하고 슬프고 공허한 감정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무기력하거나 쉽게 흥분을 하는 등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염세적이고 절망적인 생각을 반복해 자살의 유혹에 시달리기도 한다.

실제로 우울증환자의 약 15%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이하 지향위)는 지난 6일 “자살기도자의 약 70%는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중 70%는 우울증 환자이고, 우울증 환자의 약 15%가 자살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우울증을 앓는 환자의 수가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것. 지난 7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 받은 우울증 환자는 2003년 39만5천4백57명에서 지난해 52만5천4백66명으로 5년 동안 33%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오래가면 마음의 병이 깊어져 결국은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질환”이라며 “약물요법과 정신치료를 병행하고 효과적인 치료가 되도록 주변에서 우울증환자에게 관심을 갖고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우울증이 자살로 번지는 것을 우려했다.
 
자살률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근절되지 않는 자살사이트도 한몫한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증가한 자살사이트는 계속된 단속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단속의 눈을 피해 쉽게 검색되지 않도록 숨겨놓았을 뿐 자살사이트는 여전히 남아 자살을 원하는 회원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연들을 털어 놓고 쉽게 죽는 방법, 자살에 필요한 도구 등의 정보를 나누며 자살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차마 혼자 자살할 용기가 나지 않는 회원들은 만남을 통해 실제로 동반자살을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인터넷 자살카페에서 만난 회원 두 명이 강원도 대관령에서 동반자살을 했다. 20대 남녀인 이들은 사망하기 1주일 전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살할 장소를 물색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언니 따라 나도 갈래”
베르테르 효과도 한 몫


또 다른 자살의 원인은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라 불리는 모방자살이다. 이는 유명인이 자살한 이후 비슷한 방법으로 자살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베르테르 효과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임두성(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5일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제출 받은 ‘월별·성별 자살자 수(2003~2007년)’를 분석한 결과 유명인이 자살한 직후 모방 자살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에 따르면 정몽헌 전 현대 회장이 목숨을 끊은 2003년 8월의 남성 자살자 수는 8백55명으로 전월보다 1백19명 늘어났다. 영화배우 이은주씨가 자살한 2005년 2월에는 여성 자살자 수가 2백40명이었으나 다음 달엔 4백62명으로 두 배 가까이 됐다.

이는 최근 안재환과 최진실의 자살 이후에도 여실히 나타난다. 특히 최진실 자살 이후에는 트렌스젠더 연예인 장채원, 모델 겸 탤런트 김지후 등 동료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달아 벌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문가들은 유명인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자신의 자살을 합리화하는 전염효과를 갖게 돼 죽음이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쉽게 함으로써 모방자살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또 언론에서 구체적인 자살법을 공개하면서 이를 참고한 자살이 늘어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각종 원인으로 인해 자살이 늘어나자 한국자살예방협회,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등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의 단체들이 속속 생겼다.

이들 단체의 활동 중 하나는 ‘생명사랑 밤길걷기’라는 행사다. 이는 참가자들이 함께 밤길을 걸으며 어둠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생명의 가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행사. 서울의 경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작해 30km를 걷는 이 행사에는 자신이 죽고 난 뒤 남은 이들의 슬픔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입관체험 프로그램, 자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나누는 프로그램, 주위 사람들을 안고 따뜻함을 느끼는 프리허깅 등이 마련되어 참가자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오늘도 어디에선가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세심한 관심이다. 따뜻한 마음이 그리운 이들에게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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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