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대한민국 현주소①



“사는 것보다 죽는 게 수월해서…”

자고 일어나면 우울한 뉴스로 가득하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유명인의 자살뉴스부터 생활고를 비관한 서민들의 안타까운 죽음까지.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에 걸 맞는 침울한 뉴스들은 오늘도 고통 받는 이들을 유혹한다. 이렇다보니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라는 불명예가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이 현실. 하루 38명씩, 45분에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통계도 이제 놀라울 것이 없다. 이처럼 자살율이 날로 늘고 있는 원인에는 나아질 줄 모르는 경제상황, 병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우울증의 확산, 근절되지 않는 자살사이트, 유명인 자살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 등이 자리하고 있다. 우울한 자살공화국의 현 주소를 집중 조명했다.

안재환 자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 톱스타 최진실까지 목숨을 끊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유명인들의 잇단 자살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더 이상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갖가지 이유로 목숨을 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수치로도 나타난다. IMF였던 지난 10년 전보다 자살자의 수는 무려 2배나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1998~2007년 우리나라 자살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자살자 수는 총 9만4천8백73명으로 집계됐다. 자살자의 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 1997년 6천68명이었던 자살자 수는 지난해 1만2천1백74명으로 늘었다.


사망원인 중 4위가 자살
ODED 국가 중 가장 높아


자살이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1997년에는 사망 원인 중 자살이 8위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암과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이는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일부 국가에 비해서는 5배나 높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자살한 사람은 24.8명으로 5.5명인 이탈리아보다 5배 가까이 많은 것. 심지어 일본(19.1)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 심각함을 더했다.

또 다른 특징은 20대 등 젊은 층에서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20대의 자살률은 2006년보다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살원인 2위인 교통사고보다 2배나 높은 수치다.
10대 청소년의 자살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자살은 1백42건으로 5년 전보다 42%나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높다는 것.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8백 개 중, 고교 학생 8만명을 대상으로 ‘2007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를 시행한 결과 청소년 5명 중 1명이 자살충동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을 생각해 본 청소년이 전체 응답자의 23.7%를 차지한 것. 이들 중 실제 자살을 시도한 비율도 5.8%에 달했다. 또 자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스트레스와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청소년도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달했다. 10대 청소년의 경우 충동적인 성향이 강해 자살로 이를 수 있는 확률도 높은 만큼 이같은 조사결과는 우려할 만한 수치다.

그렇다면 자살자들은 어떤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까.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살원인은 생활고로 인한 비관이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먹고 자는 것조차 해결되지 않는 이들이 느는 현실 속에서 희망 없는 자신의 인생을 비관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 역시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되고 빈곤층이 늘어나면서 자살의 직접적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생활고로 인한 안타까운 자살은 심심찮게 일어나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난 8일에는 홀로 두 자녀를 키우며 생활고를 견디던 20대의 이혼녀가 목을 매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4분경 광주 광산구 이모(27·여)씨의 집 창고에서 이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남편에게)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 (아이들에게) 먼저 가서 미안해. 신발이 작아 발이 아프다는데도 사주지 못해 미안해’ 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생활고로 인한 자살임을 알 수 있게 했다.

또 지난 8월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한 30대 주부가 두 아이들과 함께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었다. 이 사고로 인해 주부 홍모(30)씨와 딸(5)이 숨졌다. 사고가 일어난 것은 8월27일 오후 1시52분 경으로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 상일동 방면 승강장에서 홍씨가 두 아이들과 달려오는 전동차로 뛰어 들었다. 이로 인해 딸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홍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경찰조사결과 최근 남편이 허리를 다쳐 직장을 잃은데다 빚까지 떠안고 있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홍씨가 충동적으로 지하철로 뛰어 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 최후의 선택을 하는 서민들의 사연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와 경기침체의 늪을 실감하게 해 준다.

또 다른 자살원인은 마음의 병이라 불리는 ‘우울증’이다. 최근 자살한 최진실 뿐만 아니라 정다빈, 유니 등 많은 연예인들의 자살 원인이 우울증으로 추정되는 것도 이를 말해준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안타까운 생활고 자살


우울증은 흥미나 즐거움을 상실해 불안하고 슬프고 공허한 감정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무기력하거나 쉽게 흥분을 하는 등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염세적이고 절망적인 생각을 반복해 자살의 유혹에 시달리기도 한다.

실제로 우울증환자의 약 15%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이하 지향위)는 지난 6일 “자살기도자의 약 70%는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중 70%는 우울증 환자이고, 우울증 환자의 약 15%가 자살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우울증을 앓는 환자의 수가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것. 지난 7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 받은 우울증 환자는 2003년 39만5천4백57명에서 지난해 52만5천4백66명으로 5년 동안 33%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오래가면 마음의 병이 깊어져 결국은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질환”이라며 “약물요법과 정신치료를 병행하고 효과적인 치료가 되도록 주변에서 우울증환자에게 관심을 갖고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우울증이 자살로 번지는 것을 우려했다.
 
자살률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근절되지 않는 자살사이트도 한몫한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증가한 자살사이트는 계속된 단속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단속의 눈을 피해 쉽게 검색되지 않도록 숨겨놓았을 뿐 자살사이트는 여전히 남아 자살을 원하는 회원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연들을 털어 놓고 쉽게 죽는 방법, 자살에 필요한 도구 등의 정보를 나누며 자살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차마 혼자 자살할 용기가 나지 않는 회원들은 만남을 통해 실제로 동반자살을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인터넷 자살카페에서 만난 회원 두 명이 강원도 대관령에서 동반자살을 했다. 20대 남녀인 이들은 사망하기 1주일 전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살할 장소를 물색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언니 따라 나도 갈래”
베르테르 효과도 한 몫


또 다른 자살의 원인은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라 불리는 모방자살이다. 이는 유명인이 자살한 이후 비슷한 방법으로 자살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베르테르 효과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임두성(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5일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제출 받은 ‘월별·성별 자살자 수(2003~2007년)’를 분석한 결과 유명인이 자살한 직후 모방 자살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에 따르면 정몽헌 전 현대 회장이 목숨을 끊은 2003년 8월의 남성 자살자 수는 8백55명으로 전월보다 1백19명 늘어났다. 영화배우 이은주씨가 자살한 2005년 2월에는 여성 자살자 수가 2백40명이었으나 다음 달엔 4백62명으로 두 배 가까이 됐다.

이는 최근 안재환과 최진실의 자살 이후에도 여실히 나타난다. 특히 최진실 자살 이후에는 트렌스젠더 연예인 장채원, 모델 겸 탤런트 김지후 등 동료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달아 벌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문가들은 유명인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자신의 자살을 합리화하는 전염효과를 갖게 돼 죽음이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쉽게 함으로써 모방자살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또 언론에서 구체적인 자살법을 공개하면서 이를 참고한 자살이 늘어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각종 원인으로 인해 자살이 늘어나자 한국자살예방협회,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등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의 단체들이 속속 생겼다.

이들 단체의 활동 중 하나는 ‘생명사랑 밤길걷기’라는 행사다. 이는 참가자들이 함께 밤길을 걸으며 어둠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생명의 가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행사. 서울의 경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작해 30km를 걷는 이 행사에는 자신이 죽고 난 뒤 남은 이들의 슬픔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입관체험 프로그램, 자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나누는 프로그램, 주위 사람들을 안고 따뜻함을 느끼는 프리허깅 등이 마련되어 참가자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오늘도 어디에선가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세심한 관심이다. 따뜻한 마음이 그리운 이들에게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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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