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대한민국 현주소 ②사회경제적 손실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엄청나다.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나아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자살 문제가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연예인을 비롯해 지도층이나 경제인 등 유명 인사들의 경우 손실의 강도는 더욱 커진다. 사회적 충격은 물론 그 여진이 모방으로 연결되는 탓이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수조원이 넘는다. 자살률 감소 시 1년에 수천억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꼭 돈 때문만은 아니지만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들이 떠난 빈자리 돈잔치 열린다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은 한국 재계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이 사건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2003년 8월4일 새벽.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 12층에 있던 자신의 사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투신했다.
당시 정 전 회장은 2003년 5∼6월 대북송금 사건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으며, 이어진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의 조사를 연속적으로 받았다. 때문에 검찰 압박에 대한 부담감이 자살 원인으로 유력했다.
일반인들은 실직, 빚, 취업난 등 경제적인 부담에 가정불화와 우울증이 맞물리면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제인 등 상류층은 다소 다르다. 사회지도층의 자살 원인은 외부 압박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검찰 조사 와중에 사건이 벌어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은 2000년 10월 ‘정현준 게이트’연루 의혹에 휩싸여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4년엔 안상영 전 부산시장(동성여객 로비 의혹),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대통령 인사청탁 의혹), 박태영 전 전남지사(국민건강보험공단 인사청탁 의혹)와 이준원 전 파주시장(전문대 설립 뇌물수수 의혹) 등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줄줄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사회경제적 손실 연간 3조원 추산 “자살률 1위답다”
1명당 2억7천만원…정부 올 예산 고작 5억6천만원

이후에도 2005년 11월 이수일 전 안기부 2차장이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에, 2006년 5월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이 현대차 사옥 인허가 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돼 세상을 등졌다.
전·현직 고위 인사들의 자살 사건이 있을 때마다 검찰의 강압 수사 논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고위층 인사가 검찰청만 다녀가면 자살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자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유가족 측에선 “검찰의 무리한 강압수사로 피의자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고, 검찰은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해명하기에 바빴다.
한 인사는 “검찰이 나를 괴롭혀서 항복을 받아낼 욕심으로 주변 사람들까지 수사하고 있다. 차라리 죽어서 명예를 지키겠다”는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문제는 자살이 사회적 파장은 물론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사회지도층 등 유명인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 여진이 ‘베르테르 효과’, 즉 모방으로 이어지는 탓이다. 사회 유명인사의 자살 후 평소의 10배 이상 자살사건이 증가한다는 경찰청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하루 평균 20명 이상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연간 무려 3조원 정도로 추산한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답다.
2006년 7월 국립서울병원과 이화여대가 발표한 ‘우리나라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로 초래되는 사회경제적 부담은 매년 3조8백56억원에 달했다. 이 금액은 2004년 사망원인 통계자료를 토대로 자살자의 사망 전 1년간 소비한 의료비용과 조기 사망으로 잃은 생산성 손실액 등을 합한 결과다.
2004년 한해 자살자 수가 1만1천5백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자살자 1명이 발생할 때마다 2억7천만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보고서의 비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입 상실 등 자살자의 간접 비용 3조7백2억4천만원 ▲진료비·장례비·수사비 등 직접 비용 95억4천만원 ▲가족 의료·교통비 등 외부적 직접 비용 47억6천만원 ▲기회 노동력 손실 등 외부적 간접 비용 10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가족 의료·교통비 등 외부 직접비용 47억6천만원
가족의 기회 노동력 손실 등 외부 간접비용 10억원
수입 상실 등 간접비용 3조7백2억4천만원
진료·장례·수사비 등 직접비용 95억4천만원

 

 
김진학 국립서울병원 정신보건연구과장은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도 문제지만 자살이 사망 원인의 4위를 차지하는 등 중대한 보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연구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자살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우울증의 사회경제적 비용도 엄청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우울증으로 인한 직·간접적 손실액은 간접비용(작업손실비용, 자살방지비용 등) 1조8천5백50억원, 직접비용(의료비 등) 1천6백3억원 등 매년 2조원이 넘는다.
정상혁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자살예방센터를 구축해 체계적으로 연속적인 자살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선진국처럼 청소년기부터 정신건강 프로그램 등에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등 자살에 대한 국가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다. 자살로 인한 정부의 지출 비용도 막대하다. 지난해 7월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명백한 고의가 아닌 자살 시도를 정신질환으로 간주하고 치료와 사후관리를 위해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했다.
이때부터 지난 8월까지 약 14개월 동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쓴 건강보험급여 비용은 39억원에 이른다.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살시도자 건강보험급여 적용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8월까지 자살시도로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들이 건강보험 급여혜택을 받은 것은 총 2천9백12건으로 39억3천5백만원이 지급됐다. 월별로는 건수 기준으로 2007년 9월이 3백37건으로 가장 많았고, 금액 기준으로는 2007년 8월이 4억2천1백41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자살을 유발할 수 있는 정신질환 진료비도 연간 1조원에 육박했다. 역시 같은 날 최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정신질환 진료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질환으로 인한 진료비는 9천8백38억원(8백74만8천6백3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4년 5천2백80억원과 비교해 3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비용이다.
벌써 올해 상반기에만 5천4백27억원(5백17만3백52건)을 기록하고 있다. 진료비가 가장 많았던 정신질환은 ‘우울증에피소드’로 1천4백11억여원(2백9만여건)이 들었다.
반면 정부의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
자살이 사회 문제로 급부상할 때마다 정부는 “예산지원 확대”를 공언해 왔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자살 문제에 대해 연령대별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2008년부터 예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에 따라 올해 위기자살대응팀 설치(2개소) 등 자살 예방을 위한 예산을 새로 반영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200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자살예방 대책사업인 ‘생명존중정신건강증진사업’의 올해 예산은 고작 5억6천만원에 불과하다. 2005년엔 2억원이었고, 2006년에도 5억원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정부 산하기관인 자살예방센터를 통해 매년 1백억원 가까운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최 의원은 “복지부가 2004년 자살예방 기본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에 있지만 올해 예산이 5억6천만원에 불과해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이 어렵다”며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대 3조8백56억원으로 추산됨에 따라 자살률을 10% 감소할 경우 연간 약 3천9백억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도 “정부가 자살 예방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전문 상담원조차 두고 있지 않는 실정”이라며 “자살문제를 더 이상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경제적 문제 등 사회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자살을 막기 위한 예방 프로그램 등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전체 사망자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며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국가차원의 문제로 심각히 볼 필요가 있으며 이제는 자살로 야기되는 사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정부와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가 악화일로다. IMF 재연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자살의 증가폭 또한 그 시절로 회귀한 듯하다. 정부는 어떻게든 IMF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필사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꼭 돈으로 따질 문제는 아니지만 사회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업인 자살 미스터리
열리지 않는 ‘판도라의 상자’
자살을 택한 대기업 CEO들은 검찰 조사 와중에 사건이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자살 원인이 미제로 남은 경우가 허다하다.
2003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현대 대북송금과 비자금 의혹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희대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판도라의 상자’열쇠를 쥔 핵심 인물들이 여러명 거론되지만,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는 상태다.
일각에선 정 전 회장의 죽음이 메가톤급 ‘폭풍’을 머금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시 경찰은 정 전 회장의 친필유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를 내세워 “충동적 자살로 추정된다”며 사건이 터진 뒤 불과 이틀 만에 서둘러 수사를 종결해 의문을 키웠다.
2004년 3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자살한 상황도 비슷하다. ‘남상국 미스터리’는 지금까지 속 시원히 풀리지 않고 있다. 남 전 사장도 노무현 전 대통령 형 건평 씨에게 인사 청탁을 한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을 두고 각종 원인이 부상했다. ‘대우건설 비자금 때문이다’, ‘정치권과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다’, ‘검찰의 강압 수사 때문이다’등의 설왕설래가 떠돌았다. 심지어 ‘죽지 않고 해외로 도피 잠적했다’는 어이없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청와대가 친인척 관련 사건의 증인을 은닉하기 위해 남 전 사장을 도주시켰다는 괴담이다.
이밖에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 안상영 전 부산시장, 박태영 전 전남지사, 이준원 전 파주시장, 이수일 전 안기부 2차장,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 등이 비리 의혹 혐의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줄줄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자 경 검찰의 공식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망 원인을 놓고 타살설 등 온갖 ‘설’이 난무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 이후 자살한 사례
2000년 10월21일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 - 정현준게이트 연루 의혹
2003년 8월4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 현대비자금 사건
2004년 2월3일 전모 부산국세청 직원 - 동성여객 로비 사건
2004년 2월4일 안상영 전 부산시장 - 동성여객 로비 사건
2004년 3월11일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 대통령 친인척 인사청탁 의혹
2004년 4월29일 박태영 전 전남지사 -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사청탁 비리 의혹
2004년 6월4일 이준원 전 파주시장 - 전문대 설립 관련 뇌물수수 의혹
2005년 11월20일 이수일 전 안기부 2차장 -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
2006년 1월21일 강희도 경위 - 윤상림게이트 연루 의혹
2006년 5월15일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 - 현대차 사옥 인허가 로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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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