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대한민국 현주소 ②사회경제적 손실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엄청나다.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나아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자살 문제가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연예인을 비롯해 지도층이나 경제인 등 유명 인사들의 경우 손실의 강도는 더욱 커진다. 사회적 충격은 물론 그 여진이 모방으로 연결되는 탓이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수조원이 넘는다. 자살률 감소 시 1년에 수천억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꼭 돈 때문만은 아니지만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들이 떠난 빈자리 돈잔치 열린다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은 한국 재계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이 사건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2003년 8월4일 새벽.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 12층에 있던 자신의 사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투신했다.
당시 정 전 회장은 2003년 5∼6월 대북송금 사건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으며, 이어진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의 조사를 연속적으로 받았다. 때문에 검찰 압박에 대한 부담감이 자살 원인으로 유력했다.
일반인들은 실직, 빚, 취업난 등 경제적인 부담에 가정불화와 우울증이 맞물리면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제인 등 상류층은 다소 다르다. 사회지도층의 자살 원인은 외부 압박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검찰 조사 와중에 사건이 벌어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은 2000년 10월 ‘정현준 게이트’연루 의혹에 휩싸여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4년엔 안상영 전 부산시장(동성여객 로비 의혹),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대통령 인사청탁 의혹), 박태영 전 전남지사(국민건강보험공단 인사청탁 의혹)와 이준원 전 파주시장(전문대 설립 뇌물수수 의혹) 등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줄줄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사회경제적 손실 연간 3조원 추산 “자살률 1위답다”
1명당 2억7천만원…정부 올 예산 고작 5억6천만원

이후에도 2005년 11월 이수일 전 안기부 2차장이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에, 2006년 5월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이 현대차 사옥 인허가 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돼 세상을 등졌다.
전·현직 고위 인사들의 자살 사건이 있을 때마다 검찰의 강압 수사 논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고위층 인사가 검찰청만 다녀가면 자살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자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유가족 측에선 “검찰의 무리한 강압수사로 피의자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고, 검찰은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해명하기에 바빴다.
한 인사는 “검찰이 나를 괴롭혀서 항복을 받아낼 욕심으로 주변 사람들까지 수사하고 있다. 차라리 죽어서 명예를 지키겠다”는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문제는 자살이 사회적 파장은 물론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사회지도층 등 유명인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 여진이 ‘베르테르 효과’, 즉 모방으로 이어지는 탓이다. 사회 유명인사의 자살 후 평소의 10배 이상 자살사건이 증가한다는 경찰청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하루 평균 20명 이상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연간 무려 3조원 정도로 추산한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답다.
2006년 7월 국립서울병원과 이화여대가 발표한 ‘우리나라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로 초래되는 사회경제적 부담은 매년 3조8백56억원에 달했다. 이 금액은 2004년 사망원인 통계자료를 토대로 자살자의 사망 전 1년간 소비한 의료비용과 조기 사망으로 잃은 생산성 손실액 등을 합한 결과다.
2004년 한해 자살자 수가 1만1천5백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자살자 1명이 발생할 때마다 2억7천만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보고서의 비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입 상실 등 자살자의 간접 비용 3조7백2억4천만원 ▲진료비·장례비·수사비 등 직접 비용 95억4천만원 ▲가족 의료·교통비 등 외부적 직접 비용 47억6천만원 ▲기회 노동력 손실 등 외부적 간접 비용 10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가족 의료·교통비 등 외부 직접비용 47억6천만원
가족의 기회 노동력 손실 등 외부 간접비용 10억원
수입 상실 등 간접비용 3조7백2억4천만원
진료·장례·수사비 등 직접비용 95억4천만원

 

 
김진학 국립서울병원 정신보건연구과장은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도 문제지만 자살이 사망 원인의 4위를 차지하는 등 중대한 보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연구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자살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우울증의 사회경제적 비용도 엄청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우울증으로 인한 직·간접적 손실액은 간접비용(작업손실비용, 자살방지비용 등) 1조8천5백50억원, 직접비용(의료비 등) 1천6백3억원 등 매년 2조원이 넘는다.
정상혁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자살예방센터를 구축해 체계적으로 연속적인 자살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선진국처럼 청소년기부터 정신건강 프로그램 등에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등 자살에 대한 국가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다. 자살로 인한 정부의 지출 비용도 막대하다. 지난해 7월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명백한 고의가 아닌 자살 시도를 정신질환으로 간주하고 치료와 사후관리를 위해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했다.
이때부터 지난 8월까지 약 14개월 동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쓴 건강보험급여 비용은 39억원에 이른다.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살시도자 건강보험급여 적용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8월까지 자살시도로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들이 건강보험 급여혜택을 받은 것은 총 2천9백12건으로 39억3천5백만원이 지급됐다. 월별로는 건수 기준으로 2007년 9월이 3백37건으로 가장 많았고, 금액 기준으로는 2007년 8월이 4억2천1백41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자살을 유발할 수 있는 정신질환 진료비도 연간 1조원에 육박했다. 역시 같은 날 최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정신질환 진료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질환으로 인한 진료비는 9천8백38억원(8백74만8천6백3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4년 5천2백80억원과 비교해 3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비용이다.
벌써 올해 상반기에만 5천4백27억원(5백17만3백52건)을 기록하고 있다. 진료비가 가장 많았던 정신질환은 ‘우울증에피소드’로 1천4백11억여원(2백9만여건)이 들었다.
반면 정부의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
자살이 사회 문제로 급부상할 때마다 정부는 “예산지원 확대”를 공언해 왔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자살 문제에 대해 연령대별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2008년부터 예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에 따라 올해 위기자살대응팀 설치(2개소) 등 자살 예방을 위한 예산을 새로 반영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200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자살예방 대책사업인 ‘생명존중정신건강증진사업’의 올해 예산은 고작 5억6천만원에 불과하다. 2005년엔 2억원이었고, 2006년에도 5억원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정부 산하기관인 자살예방센터를 통해 매년 1백억원 가까운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최 의원은 “복지부가 2004년 자살예방 기본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에 있지만 올해 예산이 5억6천만원에 불과해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이 어렵다”며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대 3조8백56억원으로 추산됨에 따라 자살률을 10% 감소할 경우 연간 약 3천9백억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도 “정부가 자살 예방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전문 상담원조차 두고 있지 않는 실정”이라며 “자살문제를 더 이상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경제적 문제 등 사회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자살을 막기 위한 예방 프로그램 등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전체 사망자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며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국가차원의 문제로 심각히 볼 필요가 있으며 이제는 자살로 야기되는 사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정부와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가 악화일로다. IMF 재연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자살의 증가폭 또한 그 시절로 회귀한 듯하다. 정부는 어떻게든 IMF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필사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꼭 돈으로 따질 문제는 아니지만 사회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업인 자살 미스터리
열리지 않는 ‘판도라의 상자’
자살을 택한 대기업 CEO들은 검찰 조사 와중에 사건이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자살 원인이 미제로 남은 경우가 허다하다.
2003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현대 대북송금과 비자금 의혹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희대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판도라의 상자’열쇠를 쥔 핵심 인물들이 여러명 거론되지만,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는 상태다.
일각에선 정 전 회장의 죽음이 메가톤급 ‘폭풍’을 머금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시 경찰은 정 전 회장의 친필유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를 내세워 “충동적 자살로 추정된다”며 사건이 터진 뒤 불과 이틀 만에 서둘러 수사를 종결해 의문을 키웠다.
2004년 3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자살한 상황도 비슷하다. ‘남상국 미스터리’는 지금까지 속 시원히 풀리지 않고 있다. 남 전 사장도 노무현 전 대통령 형 건평 씨에게 인사 청탁을 한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을 두고 각종 원인이 부상했다. ‘대우건설 비자금 때문이다’, ‘정치권과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다’, ‘검찰의 강압 수사 때문이다’등의 설왕설래가 떠돌았다. 심지어 ‘죽지 않고 해외로 도피 잠적했다’는 어이없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청와대가 친인척 관련 사건의 증인을 은닉하기 위해 남 전 사장을 도주시켰다는 괴담이다.
이밖에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 안상영 전 부산시장, 박태영 전 전남지사, 이준원 전 파주시장, 이수일 전 안기부 2차장,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 등이 비리 의혹 혐의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줄줄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자 경 검찰의 공식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망 원인을 놓고 타살설 등 온갖 ‘설’이 난무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 이후 자살한 사례
2000년 10월21일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 - 정현준게이트 연루 의혹
2003년 8월4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 현대비자금 사건
2004년 2월3일 전모 부산국세청 직원 - 동성여객 로비 사건
2004년 2월4일 안상영 전 부산시장 - 동성여객 로비 사건
2004년 3월11일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 대통령 친인척 인사청탁 의혹
2004년 4월29일 박태영 전 전남지사 -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사청탁 비리 의혹
2004년 6월4일 이준원 전 파주시장 - 전문대 설립 관련 뇌물수수 의혹
2005년 11월20일 이수일 전 안기부 2차장 -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
2006년 1월21일 강희도 경위 - 윤상림게이트 연루 의혹
2006년 5월15일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 - 현대차 사옥 인허가 로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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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