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대한민국 현주소 ②사회경제적 손실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엄청나다.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나아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자살 문제가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연예인을 비롯해 지도층이나 경제인 등 유명 인사들의 경우 손실의 강도는 더욱 커진다. 사회적 충격은 물론 그 여진이 모방으로 연결되는 탓이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수조원이 넘는다. 자살률 감소 시 1년에 수천억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꼭 돈 때문만은 아니지만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들이 떠난 빈자리 돈잔치 열린다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은 한국 재계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이 사건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2003년 8월4일 새벽.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 12층에 있던 자신의 사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투신했다.
당시 정 전 회장은 2003년 5∼6월 대북송금 사건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으며, 이어진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의 조사를 연속적으로 받았다. 때문에 검찰 압박에 대한 부담감이 자살 원인으로 유력했다.
일반인들은 실직, 빚, 취업난 등 경제적인 부담에 가정불화와 우울증이 맞물리면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제인 등 상류층은 다소 다르다. 사회지도층의 자살 원인은 외부 압박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검찰 조사 와중에 사건이 벌어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은 2000년 10월 ‘정현준 게이트’연루 의혹에 휩싸여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4년엔 안상영 전 부산시장(동성여객 로비 의혹),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대통령 인사청탁 의혹), 박태영 전 전남지사(국민건강보험공단 인사청탁 의혹)와 이준원 전 파주시장(전문대 설립 뇌물수수 의혹) 등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줄줄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사회경제적 손실 연간 3조원 추산 “자살률 1위답다”
1명당 2억7천만원…정부 올 예산 고작 5억6천만원

이후에도 2005년 11월 이수일 전 안기부 2차장이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에, 2006년 5월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이 현대차 사옥 인허가 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돼 세상을 등졌다.
전·현직 고위 인사들의 자살 사건이 있을 때마다 검찰의 강압 수사 논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고위층 인사가 검찰청만 다녀가면 자살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자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유가족 측에선 “검찰의 무리한 강압수사로 피의자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고, 검찰은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해명하기에 바빴다.
한 인사는 “검찰이 나를 괴롭혀서 항복을 받아낼 욕심으로 주변 사람들까지 수사하고 있다. 차라리 죽어서 명예를 지키겠다”는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문제는 자살이 사회적 파장은 물론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사회지도층 등 유명인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 여진이 ‘베르테르 효과’, 즉 모방으로 이어지는 탓이다. 사회 유명인사의 자살 후 평소의 10배 이상 자살사건이 증가한다는 경찰청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하루 평균 20명 이상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연간 무려 3조원 정도로 추산한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답다.
2006년 7월 국립서울병원과 이화여대가 발표한 ‘우리나라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로 초래되는 사회경제적 부담은 매년 3조8백56억원에 달했다. 이 금액은 2004년 사망원인 통계자료를 토대로 자살자의 사망 전 1년간 소비한 의료비용과 조기 사망으로 잃은 생산성 손실액 등을 합한 결과다.
2004년 한해 자살자 수가 1만1천5백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자살자 1명이 발생할 때마다 2억7천만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보고서의 비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입 상실 등 자살자의 간접 비용 3조7백2억4천만원 ▲진료비·장례비·수사비 등 직접 비용 95억4천만원 ▲가족 의료·교통비 등 외부적 직접 비용 47억6천만원 ▲기회 노동력 손실 등 외부적 간접 비용 10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가족 의료·교통비 등 외부 직접비용 47억6천만원
가족의 기회 노동력 손실 등 외부 간접비용 10억원
수입 상실 등 간접비용 3조7백2억4천만원
진료·장례·수사비 등 직접비용 95억4천만원

 

 
김진학 국립서울병원 정신보건연구과장은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도 문제지만 자살이 사망 원인의 4위를 차지하는 등 중대한 보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연구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자살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우울증의 사회경제적 비용도 엄청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우울증으로 인한 직·간접적 손실액은 간접비용(작업손실비용, 자살방지비용 등) 1조8천5백50억원, 직접비용(의료비 등) 1천6백3억원 등 매년 2조원이 넘는다.
정상혁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자살예방센터를 구축해 체계적으로 연속적인 자살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선진국처럼 청소년기부터 정신건강 프로그램 등에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등 자살에 대한 국가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다. 자살로 인한 정부의 지출 비용도 막대하다. 지난해 7월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명백한 고의가 아닌 자살 시도를 정신질환으로 간주하고 치료와 사후관리를 위해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했다.
이때부터 지난 8월까지 약 14개월 동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쓴 건강보험급여 비용은 39억원에 이른다.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살시도자 건강보험급여 적용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8월까지 자살시도로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들이 건강보험 급여혜택을 받은 것은 총 2천9백12건으로 39억3천5백만원이 지급됐다. 월별로는 건수 기준으로 2007년 9월이 3백37건으로 가장 많았고, 금액 기준으로는 2007년 8월이 4억2천1백41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자살을 유발할 수 있는 정신질환 진료비도 연간 1조원에 육박했다. 역시 같은 날 최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정신질환 진료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질환으로 인한 진료비는 9천8백38억원(8백74만8천6백3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4년 5천2백80억원과 비교해 3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비용이다.
벌써 올해 상반기에만 5천4백27억원(5백17만3백52건)을 기록하고 있다. 진료비가 가장 많았던 정신질환은 ‘우울증에피소드’로 1천4백11억여원(2백9만여건)이 들었다.
반면 정부의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
자살이 사회 문제로 급부상할 때마다 정부는 “예산지원 확대”를 공언해 왔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자살 문제에 대해 연령대별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2008년부터 예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에 따라 올해 위기자살대응팀 설치(2개소) 등 자살 예방을 위한 예산을 새로 반영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200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자살예방 대책사업인 ‘생명존중정신건강증진사업’의 올해 예산은 고작 5억6천만원에 불과하다. 2005년엔 2억원이었고, 2006년에도 5억원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정부 산하기관인 자살예방센터를 통해 매년 1백억원 가까운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최 의원은 “복지부가 2004년 자살예방 기본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에 있지만 올해 예산이 5억6천만원에 불과해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이 어렵다”며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대 3조8백56억원으로 추산됨에 따라 자살률을 10% 감소할 경우 연간 약 3천9백억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도 “정부가 자살 예방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전문 상담원조차 두고 있지 않는 실정”이라며 “자살문제를 더 이상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경제적 문제 등 사회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자살을 막기 위한 예방 프로그램 등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전체 사망자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며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국가차원의 문제로 심각히 볼 필요가 있으며 이제는 자살로 야기되는 사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정부와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가 악화일로다. IMF 재연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자살의 증가폭 또한 그 시절로 회귀한 듯하다. 정부는 어떻게든 IMF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필사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꼭 돈으로 따질 문제는 아니지만 사회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업인 자살 미스터리
열리지 않는 ‘판도라의 상자’
자살을 택한 대기업 CEO들은 검찰 조사 와중에 사건이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자살 원인이 미제로 남은 경우가 허다하다.
2003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현대 대북송금과 비자금 의혹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희대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판도라의 상자’열쇠를 쥔 핵심 인물들이 여러명 거론되지만,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는 상태다.
일각에선 정 전 회장의 죽음이 메가톤급 ‘폭풍’을 머금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시 경찰은 정 전 회장의 친필유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를 내세워 “충동적 자살로 추정된다”며 사건이 터진 뒤 불과 이틀 만에 서둘러 수사를 종결해 의문을 키웠다.
2004년 3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자살한 상황도 비슷하다. ‘남상국 미스터리’는 지금까지 속 시원히 풀리지 않고 있다. 남 전 사장도 노무현 전 대통령 형 건평 씨에게 인사 청탁을 한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을 두고 각종 원인이 부상했다. ‘대우건설 비자금 때문이다’, ‘정치권과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다’, ‘검찰의 강압 수사 때문이다’등의 설왕설래가 떠돌았다. 심지어 ‘죽지 않고 해외로 도피 잠적했다’는 어이없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청와대가 친인척 관련 사건의 증인을 은닉하기 위해 남 전 사장을 도주시켰다는 괴담이다.
이밖에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 안상영 전 부산시장, 박태영 전 전남지사, 이준원 전 파주시장, 이수일 전 안기부 2차장,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 등이 비리 의혹 혐의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줄줄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자 경 검찰의 공식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망 원인을 놓고 타살설 등 온갖 ‘설’이 난무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 이후 자살한 사례
2000년 10월21일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 - 정현준게이트 연루 의혹
2003년 8월4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 현대비자금 사건
2004년 2월3일 전모 부산국세청 직원 - 동성여객 로비 사건
2004년 2월4일 안상영 전 부산시장 - 동성여객 로비 사건
2004년 3월11일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 대통령 친인척 인사청탁 의혹
2004년 4월29일 박태영 전 전남지사 -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사청탁 비리 의혹
2004년 6월4일 이준원 전 파주시장 - 전문대 설립 관련 뇌물수수 의혹
2005년 11월20일 이수일 전 안기부 2차장 -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
2006년 1월21일 강희도 경위 - 윤상림게이트 연루 의혹
2006년 5월15일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 - 현대차 사옥 인허가 로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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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