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세계청소년야구대회> '한국대표 A팀 우승' 명장 강정필 감독

빠른 야구, 힘의 야구를 제압하다!

지난 1∼5일 서울 목동야구장과 구의야구장, 신월야구장 등에서 제35회 세계청소년야구대회(U15)가 열렸다. 6전 전승으로 우승한 한국대표 A팀은 35년 만에 한국팀으론 처음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A팀의 수장 강정필 감독(청량중 감독)은 3년 전인 지난 2013년 현재의 고등학교 3학년 선수들이 해당연령(U15)이었던 시절 본 대회에 감독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나가 준우승을 차지했던 이력이 있다. 당시 성적과 경험 등이 이번 A팀의 감독 선임에 많은 역할을 했다. 다음은 강 감독과의 일문일답.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은?

▲감사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대회 역사상으로는 35년 만에, 그리고 대회 참가한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을 하게 됐다. 이번 대회 주최를 위해 예산지원은 물론 인력과 여려가지 장비의 지원 등을 아끼지 않았던 서울특별시와 서울특별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문상모 서울특별시의회 의원과 대회 주관자인 서울특별시야구협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동안 이 대회에 참가를 해오면서 미국과 일본 등 야구선진국들로부터 해마다 개최를 종용 받아왔었는데, 이번에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면목이 서게 됐다. 또 그동안 출전경비를 선수 본인이 부담해 오던 관례에서 벗어나 서울특별시체육회 등의 예산지원을 받게 돼 선수선발에서도 최정예의 선수들로 팀을 구성할 수 있었기에 무난히 우승할 수 있었다.

-A팀은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탭진 구성도 완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6월 서울특별시야구협회의 기술위원회로부터 대표A팀의 감독으로 선임된 직후 코칭스탭의 인선에 착수했다. 여러 국제대회에 참가해 오면서 쌓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코치진의 구성에 착수했다. 우선 나와 함께 전체적인 선수들의 운용과 전략을 논의할 수 있는 수석코치의 역할로 자양중의 추성건 감독을 선임했고, 투수들의 상태를 전문적으로 체크해줄 투수코치로 휘문중의 박만채 감독을, 그리고 야수진들의 훈련은 물론 선수단에서의 총무 역할을 같이 해줄 야수코치로 잠신중의 조연제 감독을 선임했다.


대회 35년만에 첫 쾌거
우승 이끈 리더십 주목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구성이었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시기라서 본인들이 감독을 맡고 있는 팀들의 훈련과 시합에도 신경을 쓰기에도 바빴을 텐데 대표팀의 관리도 성공적으로 잘 수행해줬다. 특히 박만채 감독은 대회기간 직전 부산에서 치루어진 전국중학교야구대회에서도 준우승이란 좋은 성적을 거두며 동시에 대표팀을 관리해줬다.

-코칭스탭진에 선수들의 몸 상태를 관리해준 피지컬트레이너도 포함돼 있었다.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거의 모든 선수들은 현재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선수들이고, 이들은 올 시즌 소속팀의 경기에 대부분 기용되지를 않아 선발 당시부터 거의 전원의 컨디션과 몸 상태가 엉망인 수준이었다.
 

대표팀 소집 후 대회시작까지 남았던 2주 정도의 시간에서 이들의 컨디션을 대회 기간에 맞춰 최상의 상태로 끌어 올리는데 피지컬트레이너가 기여한 공이 너무 크다. 앞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연령대의 국가대표팀들뿐만 아니라, 학교별 야구팀들도 전문적인 피지컬트레이너의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선수 선발에 가장 역점을 두었던 것은?

▲모든 포지션을 망라해서 선수선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조건은 ‘스피드’다. 기량이 비슷하다고 판단되면 가급적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들을 선발하려고 애를 썼다. 사실 선발 대상이었던 상비군의 선수들 대부분이 올 시즌 소속팀의 경기에 거의 출전하지 못하는 고등학교 1학년의 선수들이었고, 훈련부족으로 인한 컨디션과 몸 상태가 좋지 않으리라는 것은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컨디션 조절은 대표팀 소집 이후의 훈련과 관리로 충분히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선수들 본인이 가지고 있는 타고 난 스피드는 대표팀의 관리로 갑자기 향상될 수 있는 요건이 아니다. 그래서 상비군 소집 후 선발테스트 첫날부터 각자의 스피드를 체크했다.

스피드를 가장 우선시 했던 것은 그동안 국제대회에 여러 차례 참가해왔던 나의 경험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힘이 강한 미국이나 호주, 그리고 독일, 그리고 중국 등을 제압하려면 스피드에서 앞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변중섭(덕수고 1학년)은 대표팀 선발 당시 마지막까지 고심했다고 하던데?

▲변중섭은 중학교(청량중) 시절 나의 지도를 받았던 선수이기에 그의 기량과 스피드, 그리고 멘탈 상태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문제는 그의 수비 위치인 외야에서의 송구능력과 너무나도 현저히 떨어졌던 컨디션이었는데, 이 두 가지의 문제점은 그의 스피드와 대표팀의 훈련, 관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최우수선수에 선정될 만큼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대회 기간 동안의 팀 운영에 대한 계획은?

▲솔직히 대회 첫날 개막전에서 일본대표 A팀을 16대 6, 콜드게임으로 이긴 후 우승을 직감했다. 지난 2013년 참가해 준우승을 했을 당시와 비교하자면 일본대표팀은 그 때와 비슷한 전력으로 판단됐는데, 사실 우리 A팀의 전력이 정말 강했기 때문이다. 야구는 물론 변수가 많은 스포츠이지만, 이번 대표팀은 그런 변수마저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전력이 강했다.

-특별히 고비라고 느꼈던 순간은?

▲8강 토너멘트의 첫 경기였던 중국전에서 중국팀 선발의 왼손투수의 구위에 우리 타자들이 약간 까다로움을 느꼈다. 하지만 수비의 포메이션에 약한 중국팀의 약점을 간파했고, 그래서 김병휘(홍은중 3학년)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기습번트로 중국팀 투수와 내야진을 흔들도록 지시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작전을 잘 수행해줬고,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는 중국팀을 잘 공략해 이길 수 있었다. 중국팀은 우리의 번트 두 방에 무너졌던 것이다.

코치진 구성 완벽 평가
선수 선발 스피드 중점

-결승전은 조금 싱겁게도 한국 B팀과 맞대결이었다. 투수진을 이교훈(서울고 1학년), 최현일(서울고 1학년), 손동현(성남고 1학년)으로 가져갔는데, 전날의 준결승 경기에서 선발 투입했던 대표팀 최고의 강속구 투수라 평가받는 김대한(휘문고 1학년)의 투입 계획은 없었나.

▲이교훈·최현일·손동현, 이 세 투수만으로 충분히 경기를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 선수 모두 각자의 특징과 뛰어난 구위를 가지고 있다. 만약 김대한이 투수로 투입될 정도라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뒤지고 있을 상황에서만 이었을 것이다. 1회 김도환의 만루홈련으로 4득점한 이후, 3실점하며 4대 3까지 따라 붙혔을 때도 우리가 리드만 뺏기지 않는다면 이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후 추가로 2점을 득점해 무난하게 우승할 수 있었다.

-특별히 칭찬해 주고 싶은 선수가 있나?


▲모든 선수들이 뛰어난 기량으로 대표팀에 탑승하여 본인들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줬다. 덕분에 이 대회 사상 처음으로 우승할 수 있었다. 선수단 모두와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선수, 특히 팀의 분위기를 잘 조성해준 김세영(충암고 1학년)과 안방을 책임져준 포수 김도환(신일고 1학년), 그리고 중학생으로 대표A팀에 합류해 선배들의 모든 궂은일들을 감당해준 김병휘(홍은중 3학년)와 허찬민(선린중 3학년), 불펜포수로 투수들의 뒷받침은 물론 선배들의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해준 김경현(청량중 3학년) 등을 칭찬해주고 싶다.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이제는 소속팀으로 돌아가 팀의 성적향상과 선수들의 지도에 힘쓰겠다. 소속팀(청량중 야구부)은 주말부터 또한 동해안 지역으로 하계훈련을 떠난다.


<www.baseballschool.co.kr>
 

[강정필 감독은?]

▲강원도 동해 태생
▲북평고 졸
▲연세대 졸
▲실업야구 포항제철 투수(전)
▲서울 청량중 코치(전)
▲서울 청량중 감독(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