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당 대표 후보 궁합 보니…

이종걸 되면 문재인 망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친문마케팅으로 당 대표를 노린 송영길 의원이 중도 낙마하면서 더민주 전당대회 결과는 한치 앞도 알 수 없게 됐다. 추미애 후보를 제외한 이종걸·김상곤 후보가 계파 청산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더민주 대주주 문재인 전 대표의 속내는 복잡해진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전당대회가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5일, 송영길 의원이 컷오프 탈락하면서 생존자는 추미애, 김상곤, 이종걸 3명이다. 이들 중 한 명은 오는 27일 전당대회서 당 대표에 올라 내년 대선 정국을 쥐락펴락하게 된다.

대주주 문재인
엇갈린 평가들

추미애·김상곤·이종걸 당대표 후보들은 지난 9일, 첫 합동유세를 통해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더민주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문 전 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쏠려있다. 앞으로 더민주 전당대회 향뱡은 문심(文心)이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추 후보는 “국민과 당원이 지지하는 1등을 억지로 쓰러뜨리는 건 자멸하는 길”이라며 “1등 후보를 흠집 내고 상처 내서 흔드는 것은 흥행도 아니고 공정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추 후보는 전대 출마 초기부터 현재까지 줄곧 친문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본격적으로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 후보가 문 전 대표 한 명을 지지하는 모양새는 자칫 친문패권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추 후보는 “공정한 대선 경선을 위해 신망 있는 외부인사의 경선 룰 참여와 전면적으로 경선과정을 중앙선관위에 위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상곤 후보와 이종걸 후보는 문 전 대표와 선 긋기를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이유는 강력한 대선주자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계파에 기댄다는 것은 우리 당 대선후보의 확장성을 감옥에 가두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미국의 대선을 보라”며 “클린턴과 샌더스는 치열하게 싸웠고 힘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를 향한 구애는 세 후보가 엇갈렸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세 후보 모두 친노 정서 끌어안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부산·울산·경남지역 TV합동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부산의 텅빈 공터에서 홀로 끝까지 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혁명, 혁신의 길을 따를 것”이라며 “평당원인 내가 당 대표가 돼 국민과 함께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전대 거리두기…막후서 누구를?
노무현 끌어안은 3인 계파청산 나서

이 후보는 “2002년 대선 때 당시 지역 선배인 이인제 후보가 있었지만 노무현 후보를 가장 먼저 지지했다”며 “당 대표가 돼 제2의 노무현 대통령이 나올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추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두 번의 대선승리에 앞장섰다”면서 “노 전 대통령 탄핵 찬성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정치 인생 중에 가장 큰 실수였으며 통합으로 갚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김 후보가 문 전 대표와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한 것은 본인의 더민주 내 정통성을 강조하고 범친노계의 표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전당대회 및 차기 지도부 선출과정에 대해 당과 거리두기를 해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앞서 지난 5월 부산지역 당원들과의 산행 행사에서 “8월 전당대회 전까지는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고, 이후 정권교체에 보탬이 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전대관련 발언은 자제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표가 함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미애 되면
호남 민심은?

새누리당에는 반기문 UN사무총장 등 특정인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더민주는 문재인 전 대표, 손학규 전 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 굵직한 대선주자들이 내년 대선을 노리고 있다. 이처럼 대선 주자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특정 후보를 당 대표로 지지하는 것은 자충수를 두는 것과 같다.

자신을 지지하는 한 후보를 당 대표를 세우는 것은 자칫 역풍을 맞거나 편한 길만 찾아 나서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앞으로 선정될 당 대표에 따라 대권플랜에 일정 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추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문 전 대표 입장에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줄곧 문 전 대표 ‘보호’를 주장해 온 추 후보가 본격적으로 문 전 대표 대통령 만들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총선서 드러난 호남의 민심이반을 추 후보가 일정부분 해소해줄 수도 있다. 지난달 20일 추 후보는 전남 여수서 열린 광주시당 핵심당직자 연수대회에 참석해 호남과 소통을 위해 당 대표가 되면 호남특위원장을 맡을 뜻을 밝혔다.

추 후보는 “이번 총선서 더민주가 호남에서 참패했는데 이런 호남민심을 잡기 위해 당 대표가 되면 직접 호남 특위원장을 맡아 원내인 비례대표 두 명을 호남특위 위원으로 임명해 예산과 인사를 챙기겠다”고 말했다. 추 후보는 ‘호남 며느리론’을 주장하고 있다.

호남 며느리론은 대구 출신인 추 후보가 호남 출신인 남편과 결혼했다는 정치적 구호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 후보를 공들여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추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을 ‘정치적 아버지’로 모시며 정치를 해나갔다. 이처럼 과거 이력을 바탕으로 추 후보는 호남에서 더민주 지지율을 끌어올릴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 4·13총선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 은퇴 후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총선 결과 호남은 더민주에 등을 돌렸다. 문 전 대표는 호남 민심을 되돌려 놓아야 하는 숙제가 있는 셈이다.

내년 대선서 문 전 대표가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설사 더민주 단일대선후보가 되더라도 승리를 장담키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추 후보가 당대표에 오른 뒤 문 전 대표가 대선 경선에 승리해 단일후보에 오른다면 호남지지를 바탕으로 전국적 지지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김상곤은 ‘OK’
이종걸은 ‘NO’


김상곤 후보와 문 전 대표와의 관계는 과거에 비해 벌어진 상태다. 김 후보는 지난해 새정연의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혁신안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문 전 대표는 당 내 혁신위원장으로 김 후보가 선임된 것과 관련해 “이제 혁신의 새바람을 일으켜 주리라 확신한다”며 신뢰를 보냈다. 이어 그는 “보편적인 무상급식으로 새로운 복지의 시대를 열었고, 혁신학교로 교육의 새바람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이에 당시 김 후보는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서 새정연을 이끌고 있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께서 중책을 맡겨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저에게 전권을 위임한 만큼 참으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당의 중책를 맡고 난 뒤 올 초 문 전 대표가 내려놓은 인재영입위원장 자리에 후임으로 내정됐다. 언론에서도 김 후보를 문 전 대표의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뤘다.

최근에는 김종인 대표가 추 후보와 김 후보를 “문재인의 대리인”이라고 지칭했다. 이에 김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계파구도에서 나온 발상이다. 여러 언론에서 나를 ‘친문 인사’로 분류하는데, ‘문재인 대리인’이라고 말하는 건 가벼운 언사다”라며 “김 대표도 리더십을 가지고 당을 안정시키고 여러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그런 계파주의 사고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문 전 대표 사람이라는 인식에는 선을 그었다.

지난달 27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김 후보는 더민주의 강력한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에 대해 “대선까지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에 역동적인 대선 판이 어떻게 움직일지 아무도 모른다”며 “지금 어느 분의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그것이 끝까지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있은 지 4일이 흐른 지난 9일, 제주도대의원대회 합동연설회서 “왜 친문과 비문, 주류와 비주류 계파의 덫에 빠져야 하느냐”며 “대선 과정에서 당 혁신과 통합을 해내겠다. 대표가 되면 바로 국가전략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선 경선 이전에 국정운영 전략과 집권 프로그램을 만들어 6개월 전 경선을 마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선 후보와 함께 예비내각을 만들어 국정운영 전략을 국민과 합의해 내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발언은 당 대표에 오른다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과 혁신에 역점을 둘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대선 6개월 전 경선을 마치겠다고 말해 대선 후보에게 당 차원의 지지를 보낼 것임을 밝혔다.

김상곤과도 과거에 비해 멀어져
추미애와 호남서 윈윈효과 노려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셈은 복잡해지겠지만 불리한 상황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김 후보가 줄곧 주장해 온 계파 청산은 문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친문 패권주의를 일정부분 상쇄시켜 줄 수 있다. 김 후보 체제 하에 문 전 대표가 공정한 경선을 마치고 대선후보로 오른다면 주류와 비주류를 아우르는 후보로 거듭날 수도 있다.

추 후보와 김 후보는 문 전 대표와 일정한 접점을 가지고 범주류라는 테두리로 묶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후보와 문 전 대표는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 친문 성향의 최재성 의원을 꺾고 이 후보가 원내대표로 당선될 때까지만 해도 문 전 대표와 이 후보간은 밀월관계라 불렸다.
 

당시 문 전 대표는 “관록의 4선 의원이고 원내대표부 경험도 풍부한 분이라서 든든하다”며 이 후보를 호평했다. 이후 사무총장 인선 과정에서 이 후보가 문 전 대표의 인선에 반발을 표하면서 둘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문 전 대표와의 의견충돌로 두 차례 당무 거부라는 강수를 두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게다가 이번 더민주 전대는 주류 간의 다툼이 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이 후보의 출마 자체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달 29일 “정치인이면 선거에 나가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당대표 출마를 결심했다. 예상과 달리 예비컷오프 경선서 이 후보가 살아남았다.

이 후보가 당대표가 돼 대선정국을 지휘 한다면 문 전 대표에게 있어서는 추 후보와 김 후보와는 달리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이 후보가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문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면 야권통합은 어렵다”고 말했다.

<신동호의 시선집중>서 이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가 후보가 되면 야권연대와 후보간 연대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야권통합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철수 전 대표는 계파척결하려고 당을 나갔다"며 "계파를 척결하면 야권통합이 가능해지고 대선승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대선시기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야권연대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질 테고 당연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7 대선 레이스
“후보군 들어와야”

그는 문 전 대표를 친문계파의 수장으로서 계파척결을 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후보가 당 대표에 있으면서 주류계 힘빼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면 문 전 대표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 후보는 문 전 대표와 관련해 “현재 문재인 전 대표가 (당내 대선 후보로) 독주하고 있다고 본다. 초기 독점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지난 대선서 아쉽게 떨어졌다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이외의 분들은 온전한 대선주자로서 경험을 못한 분이다. 대선 예비 주자 후보군들이 우리 당 레이스에 들어오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예측 불가’ 더민주 당권레이스

지난 5일, 더민주 예비컷오프 경선에서 송영길 의원이 탈락했다. 당초 친문3, 비문1 구도에서 자연스럽게 전대일정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 송 의원이 도중 낙마함에 따라 오늘 8·27일 전대서 누가 당대표가 될 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 언론사는 투표 결과 김상곤 후보가 1위를 했고, 이종걸 후보가 2위, 추미애 의원이 뒤를 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추 의원은 김 후보가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한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허위 보도”라며 강력 반발했다.

추 의원 측 대변인인 김광진 전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에 관한 시행세칙에 따르면 당 대표 예비경선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이어 김 전 의원은 이어 “당 대표 선거의 공정한 관리에 흠집을 내는 보도를 멈추길 바란다”면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입장 발표 요구와 함께, 지금과 같은 혼란과 혼선을 바로 잡기 위해서 예비경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훈>

<기사 속 기사> 문재인, 안보 행보 왜?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독도를 찾은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독립운동가 한태석 선생의 손자인 한상조씨를 찾아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예우를 강조했다. 8·15 광복절을 맞아 본격적 안보행보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는 “나라가 어려울 때 분연히 일어선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2박3일 일정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했다. 문 전 대표는 이 기간 동안 독도 경비대원들과 숙식을 함께 하고 주민 숙소에서 취침한 바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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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