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대한민국 현주소 ④전문가들이 말하는 자살 방지 대책

요즘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한국 연예계의 별로 불리는 ‘최진실 자살 사건’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큰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방 자살까지 이어지고 있다. 안재환·최진실·김지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다 암암리에 활동 중인 자살사이트 등도 자살심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이유에 대해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할 뿐 아니라 네티즌들의 자정노력도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일요시사>에서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말만 앞서고 행동은 뒷전, "체계적인 시스템 갖춰라"

최근 안재환, 최진실 등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연이어 발생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게다가 한국 연예계의 별로 불리는 최진실의 죽음은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에서는 인터넷 ‘악성 댓글’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 규제를 강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드세다. 여당에서 인터넷 실명제 확대를 기본 바탕으로 한 ‘최진실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최씨의 죽음이 또 다른 모방 자살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이후 국내 자살률은 급격히 증가했다. 2003년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을 시작으로 이은주·정다빈·유니·안재환 등 유명 인사들의 자살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일반인 자살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한 사람은 1만2천1백74명으로 매일 33.3명이 자살을 한다. 이는 지난 2006년 1만6백88명보다 1천4백86명이 늘어난 수치다.
또 인구 10만명 당 자살 사고는 지난해 기준으로 24.8명을 기록, 외환위기(13명)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자살이 사망원인 4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는 수치다.  
특히 자살 사건은 연령과 계층, 성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과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유명 인사들의 잇따른 자살도 한몫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한 관계자는 “자살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다. 무려 48%를 차지하고 있다”며 “양극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빈곤층이 늘어났고, 인구 고령화와 독신가구가 증가하면서 자살위험 요소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외환위기 때보다 2배나 많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것은 소외계층에 대한 안전망 확충이 시급한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고독을 느껴, 우울증에 걸리는 일반인들이 많다”며 “대부분 ‘희망이 없다’는 식으로 절망감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진실 등 몇몇 유명인사의 자살이유도 우울증에서 비롯된 것임을 생각할 때 대화의 단절에서 오는 우울증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연예인들은 일반인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인기에 의해 ‘극과 극’의 인생을 살아감으로 인해 인기의 추락, 인간관계의 고립 등으로 쉽게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다 각종 악성루머 등도 한몫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또 모방 자살하는 ‘베르테르 효과’도 우울증·정신 혼란 상태에 빠져 있는 일반인들에게서 발생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우울증 아이를 돌보고 있는 심지영(30·가명)씨는 “아이의 꿈은 연예인이다. 최씨의 죽음으로 인해 아이도 ‘나도 저렇게 되는 것인가’라는 말을 자주 할 뿐 아니라 자신이 죽은 다음의 일을 미리 상상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중 스타의 자살로 인해 자신의 자살 동기를 합리화하려는 것이 아닌지 너무 걱정돼, 매일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자살 방지 대책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일단 자살 동기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아야 된다고 말한다. 복합적·중층적 요인이 자살의 원인인데 단순하게 접근하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최진실의 자살동기를 악성 댓글 때문이라고 단정 짓게 되면 사회적 접근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악플은 최씨의 죽음을 설명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라는 것.
또 정치권의 행동도 문제다. 최씨의 죽음을 빌미삼아 ‘인터넷 규제 강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살률 갈수록 증가… ‘모방자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단순 접근’ 위험… 우울증 등 자살 주요요인 중 하나

실제로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실명제가 인터넷 이용자의 51%를 포괄하고 있어, 자칫 개인신상정보 유출 문제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자살 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낮춰야 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자살 징후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교육 체계가 잡혀야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한 관계자는 “자살 징후를 학교·직장·가족 등에 적극 알려,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는 정부에서 체계적인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실제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2004년 자살예방 5개년 계획을 내놨다.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22.8명이던 자살자 수를 2010년까지 18.9명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도루묵’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자살자 수가 24.8명으로 늘어났던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말만 거창하게 할 뿐 아무런 체계가 잡혀져 있지 않다고 비난의 봇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정부 부처 간 협조가 필수적인데 복지부에서만 추진해서 나온 결과”라며 “2009년부터 새로운 자살예방 5개년 계획을 세워 지난 9월 초 발표하려고 했지만, 부처 간의 협조가 부족해 또 다시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원 등이 미미한 상황에서 자살률을 낮추는 방법으로는 다리·건물·옥상 등에 차단막을 설치하는 방법이 그나마 ‘최선책’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게다가 자살에 사용되는 농약·독성 약물에 잠금 장치를 설치해 사전에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한 전문가는 “자살 방지를 위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연구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정부 등도 사건이 터지면 그때서야 뒤늦게 ‘부랴부랴’ 방지책을 마련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자살에 대한 무분별한 언론보도 역시 자살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2004년부터 보건복지가족부와 기자협회 자살 보도와 관련 ‘자살 보도’와 관련, 선정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구체적인 자살 수단을 보도하지 않는 등의 자율 지침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자살 보도 권고기준에 따르면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 언론의 자살 보도 방식은 자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살 의도를 가진 사람이 모두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니지만 자살 보도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살이 언론의 정당한 보도 대상이라고 해도 언론은 자살 보도가 청소년을 비롯한 공중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한 예민성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권고기준을 내린 바 있다. 일본 역시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자살의 방법이나 상황 등 세세한 부분은 보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자살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자살 관련 보도는 2백71건 가운데 88건이 이 지침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복지복지가족부는 최근 세부적이고 적나라한 자살관련 보도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울증이나 자살 징후를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전문가들을 찾아가 상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게 자살방지 전문가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립서울정신병원 소속 한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살의도가 보이는 사람에게 ‘용기를 내라’는 등의 말보단 당사자의 죽음이 주위에 끼칠 악영향을 되새겨주는 게 낫다”며 “한 사람이 자살을 할 경우 가족과 친구들은 평생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고 충고했다.
이어 그는 “자살의도가 보이는 당사자에게도 이러한 점을 인지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며 “결국 자살이 자신만 살고 가족은 죽이는 최악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이버 모욕죄 <공방전>
약이냐 독이냐 헷갈리네~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놓고 여·야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사이버 모욕죄는 인터넷과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 다른 사용자를 모욕함으로서 성립되는 범죄다.
당초 지난 7월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인터넷 유해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어있다.
여당은 사이버 모욕죄가 인터넷 실명제 등의 제도적인 정비를 통해 인터넷 테러에 대한 규제나 처벌 등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악성댓글은 형법상 모욕,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소송이 진행한 사례도 있다”고 밝혀, 사이버 모욕죄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야당에서 사이버 모욕죄 도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통제를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지난 촛불집회를 계기로 최근 자살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법안을 무조건 시행한다는 점은 표현의 자유를 무차별로 짓밟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서울에 사는 이정수(28·가명)도 “악플로 인한 피해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사이버 모욕죄가 성립돼 처벌이 내려질 수 있는 문제점도 생각해 봐야 된다”고 밝혀,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자살통계 엇박자 난 <사연>
경찰청은 높고 통계청은 낮고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자살통계 자료가 엉터리로 집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통계청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통계청이 지난 10년간 매년 1천2백33명~5천3백44명이나 축소된 자살통계를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우리나라 자살자는 1만2천1백74명이다. 또 1997년 자살률 13명에서 2007년 자살률은 24.8명으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우리나라 자살자는 1만3천4백7명으로, 인구 10만명당 27.3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던 것. 통계청과 경찰청의 자료를 비교해 볼 때 무려 2.5명이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지난 2000년과 2001년 자살자 수치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자는 6천4백60명이다. 그러나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무려 5천3백34명이나 많은 1만1천7백94명이 자살했고, 2001년에는 1만2천2백77명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상의 차이의 근본적인 이유로 백 의원은 “경찰청이 집계한 통계가 검찰의 지휘 하에 경찰이 직접 수사해 나온 상대적으로 더 객관적인 자살률임에도 불구, 통계청은 자살자 유족이 자의적으로 사망신고서에 신고하는 호적법에 따라 집계된 자살통계를 발표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통계청은 주민번호가 확인되지 않거나 유족이 없어 신고가 안 되는 자살자 등에 대한 통계가 누락돼, 통계청의 자살통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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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