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대한민국 현주소 ④전문가들이 말하는 자살 방지 대책

요즘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한국 연예계의 별로 불리는 ‘최진실 자살 사건’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큰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방 자살까지 이어지고 있다. 안재환·최진실·김지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다 암암리에 활동 중인 자살사이트 등도 자살심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이유에 대해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할 뿐 아니라 네티즌들의 자정노력도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일요시사>에서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말만 앞서고 행동은 뒷전, "체계적인 시스템 갖춰라"

최근 안재환, 최진실 등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연이어 발생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게다가 한국 연예계의 별로 불리는 최진실의 죽음은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에서는 인터넷 ‘악성 댓글’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 규제를 강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드세다. 여당에서 인터넷 실명제 확대를 기본 바탕으로 한 ‘최진실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최씨의 죽음이 또 다른 모방 자살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이후 국내 자살률은 급격히 증가했다. 2003년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을 시작으로 이은주·정다빈·유니·안재환 등 유명 인사들의 자살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일반인 자살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한 사람은 1만2천1백74명으로 매일 33.3명이 자살을 한다. 이는 지난 2006년 1만6백88명보다 1천4백86명이 늘어난 수치다.
또 인구 10만명 당 자살 사고는 지난해 기준으로 24.8명을 기록, 외환위기(13명)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자살이 사망원인 4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는 수치다.  
특히 자살 사건은 연령과 계층, 성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과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유명 인사들의 잇따른 자살도 한몫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한 관계자는 “자살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다. 무려 48%를 차지하고 있다”며 “양극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빈곤층이 늘어났고, 인구 고령화와 독신가구가 증가하면서 자살위험 요소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외환위기 때보다 2배나 많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것은 소외계층에 대한 안전망 확충이 시급한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고독을 느껴, 우울증에 걸리는 일반인들이 많다”며 “대부분 ‘희망이 없다’는 식으로 절망감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진실 등 몇몇 유명인사의 자살이유도 우울증에서 비롯된 것임을 생각할 때 대화의 단절에서 오는 우울증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연예인들은 일반인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인기에 의해 ‘극과 극’의 인생을 살아감으로 인해 인기의 추락, 인간관계의 고립 등으로 쉽게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다 각종 악성루머 등도 한몫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또 모방 자살하는 ‘베르테르 효과’도 우울증·정신 혼란 상태에 빠져 있는 일반인들에게서 발생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우울증 아이를 돌보고 있는 심지영(30·가명)씨는 “아이의 꿈은 연예인이다. 최씨의 죽음으로 인해 아이도 ‘나도 저렇게 되는 것인가’라는 말을 자주 할 뿐 아니라 자신이 죽은 다음의 일을 미리 상상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중 스타의 자살로 인해 자신의 자살 동기를 합리화하려는 것이 아닌지 너무 걱정돼, 매일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자살 방지 대책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일단 자살 동기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아야 된다고 말한다. 복합적·중층적 요인이 자살의 원인인데 단순하게 접근하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최진실의 자살동기를 악성 댓글 때문이라고 단정 짓게 되면 사회적 접근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악플은 최씨의 죽음을 설명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라는 것.
또 정치권의 행동도 문제다. 최씨의 죽음을 빌미삼아 ‘인터넷 규제 강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살률 갈수록 증가… ‘모방자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단순 접근’ 위험… 우울증 등 자살 주요요인 중 하나

실제로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실명제가 인터넷 이용자의 51%를 포괄하고 있어, 자칫 개인신상정보 유출 문제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자살 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낮춰야 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자살 징후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교육 체계가 잡혀야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한 관계자는 “자살 징후를 학교·직장·가족 등에 적극 알려,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는 정부에서 체계적인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실제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2004년 자살예방 5개년 계획을 내놨다.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22.8명이던 자살자 수를 2010년까지 18.9명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도루묵’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자살자 수가 24.8명으로 늘어났던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말만 거창하게 할 뿐 아무런 체계가 잡혀져 있지 않다고 비난의 봇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정부 부처 간 협조가 필수적인데 복지부에서만 추진해서 나온 결과”라며 “2009년부터 새로운 자살예방 5개년 계획을 세워 지난 9월 초 발표하려고 했지만, 부처 간의 협조가 부족해 또 다시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원 등이 미미한 상황에서 자살률을 낮추는 방법으로는 다리·건물·옥상 등에 차단막을 설치하는 방법이 그나마 ‘최선책’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게다가 자살에 사용되는 농약·독성 약물에 잠금 장치를 설치해 사전에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한 전문가는 “자살 방지를 위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연구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정부 등도 사건이 터지면 그때서야 뒤늦게 ‘부랴부랴’ 방지책을 마련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자살에 대한 무분별한 언론보도 역시 자살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2004년부터 보건복지가족부와 기자협회 자살 보도와 관련 ‘자살 보도’와 관련, 선정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구체적인 자살 수단을 보도하지 않는 등의 자율 지침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자살 보도 권고기준에 따르면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 언론의 자살 보도 방식은 자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살 의도를 가진 사람이 모두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니지만 자살 보도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살이 언론의 정당한 보도 대상이라고 해도 언론은 자살 보도가 청소년을 비롯한 공중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한 예민성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권고기준을 내린 바 있다. 일본 역시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자살의 방법이나 상황 등 세세한 부분은 보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자살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자살 관련 보도는 2백71건 가운데 88건이 이 지침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복지복지가족부는 최근 세부적이고 적나라한 자살관련 보도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울증이나 자살 징후를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전문가들을 찾아가 상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게 자살방지 전문가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립서울정신병원 소속 한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살의도가 보이는 사람에게 ‘용기를 내라’는 등의 말보단 당사자의 죽음이 주위에 끼칠 악영향을 되새겨주는 게 낫다”며 “한 사람이 자살을 할 경우 가족과 친구들은 평생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고 충고했다.
이어 그는 “자살의도가 보이는 당사자에게도 이러한 점을 인지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며 “결국 자살이 자신만 살고 가족은 죽이는 최악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이버 모욕죄 <공방전>
약이냐 독이냐 헷갈리네~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놓고 여·야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사이버 모욕죄는 인터넷과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 다른 사용자를 모욕함으로서 성립되는 범죄다.
당초 지난 7월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인터넷 유해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어있다.
여당은 사이버 모욕죄가 인터넷 실명제 등의 제도적인 정비를 통해 인터넷 테러에 대한 규제나 처벌 등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악성댓글은 형법상 모욕,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소송이 진행한 사례도 있다”고 밝혀, 사이버 모욕죄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야당에서 사이버 모욕죄 도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통제를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지난 촛불집회를 계기로 최근 자살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법안을 무조건 시행한다는 점은 표현의 자유를 무차별로 짓밟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서울에 사는 이정수(28·가명)도 “악플로 인한 피해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사이버 모욕죄가 성립돼 처벌이 내려질 수 있는 문제점도 생각해 봐야 된다”고 밝혀,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자살통계 엇박자 난 <사연>
경찰청은 높고 통계청은 낮고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자살통계 자료가 엉터리로 집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통계청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통계청이 지난 10년간 매년 1천2백33명~5천3백44명이나 축소된 자살통계를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우리나라 자살자는 1만2천1백74명이다. 또 1997년 자살률 13명에서 2007년 자살률은 24.8명으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우리나라 자살자는 1만3천4백7명으로, 인구 10만명당 27.3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던 것. 통계청과 경찰청의 자료를 비교해 볼 때 무려 2.5명이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지난 2000년과 2001년 자살자 수치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자는 6천4백60명이다. 그러나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무려 5천3백34명이나 많은 1만1천7백94명이 자살했고, 2001년에는 1만2천2백77명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상의 차이의 근본적인 이유로 백 의원은 “경찰청이 집계한 통계가 검찰의 지휘 하에 경찰이 직접 수사해 나온 상대적으로 더 객관적인 자살률임에도 불구, 통계청은 자살자 유족이 자의적으로 사망신고서에 신고하는 호적법에 따라 집계된 자살통계를 발표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통계청은 주민번호가 확인되지 않거나 유족이 없어 신고가 안 되는 자살자 등에 대한 통계가 누락돼, 통계청의 자살통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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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