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세계청소년야구대회> 한국대표 B팀 탐방

한국야구, 미래가 밝다

<일요시사>가 야구 꿈나무들을 응원합니다. 야구학교와 함께 멀지 않은 미래, 그라운드를 누빌 새싹들을 소개합니다.

지난 1∼5일 서울 목동야구장과 구의야구장, 신월야구장 등에서 펼쳐진 제35회 세계청소년야구대회(U15)에 우리나라는 해당 연령대인 만15세 이하의 선수들 중 현재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선수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A팀과 선수 전원이 중학교 3학년 선수들로 구성된 B팀이 출전했다.

선수들의 면면들을 살펴보기 이전에 주목할 점은 각 팀의 차이다. A팀과 B팀은 연령대도 다르지만 선수의 구성과 그에 따른 팀의 성격과 플레이 스타일도 다르다. 이는 코칭스태프 야구철학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A팀 코칭스태프는 강정필 감독과 조연제 야수코치, 박만채 투수코치 등 현역시절 뛰어난 투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박찬민 감독과 김정길·하준형·공태웅 코치 등 B팀 코칭스태프는 모두 뛰어난 야수로 활약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이 추구하는 야구의 철학, 특히나 팀의 공격력과 추구하는 플레이 스타일이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선수 선발과 그 운용에 있어서도 확연한 다름이 있는 것을 훈련과 대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투수진]


이덕현(174cm/75kg, 우투우타), 강민수(175cm/70kg, 우투우타), 이건(170c m/60kg, 우투우타), 이종민(182cm/82kg, 좌투좌타), 정재원(183cm/80kg, 우투우타), 이주엽(178cm/66kg, 우투우타), 장민호(180cm/74kg, 우투우타), 김효준(176cm/76kg, 우투우타), 김지석(174cm/60kg, 우투좌타), 박재민(181cm/75kg, 좌투좌타) 등 총 10명이 B팀 마운드를 지켰다.

이 중 투수로 전문화된 선수는 청원중 박재민과 신월중 장민호, 덕수중 정재원, 대치중 이건으로 분류된다. 박재민은 작년 시즌부터 서울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지명도를 가질 만큼 현재 중학교 야구에서 왼손투수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 시즌 초반 밸런스가 무너져 애를 먹은 적이 있으나, 최근 대표팀 소집 후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했다.

세계청소년야구대회 성공리 개최
중학교 3학년 구성…눈부신 선전

장민호는 언더핸드의 투수로 올 시즌 초반부터 신월중의 돌풍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선수다. 볼끝에 힘이 실려 있는 제구력이 일품이다. 정재원은 우완의 정통파 스타일인데 깨끗한 투구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의 위력과 슬라이더의 날카로운 제구력에서 대형투수로 발돋움할 자질이 엿보인다. 피지컬의 뒷받침과 경기 경험이 쌓인다면 장래의 발전성이 무한한 선수다.
 

이건은 한마디로 총명한 선수다. 야구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고 있으며 사고의 깊이가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때문에 앞으로의 성장과정에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스스로가 힘든 점도 많겠지만, 발전의 경지에 도달한다면 그 가능성이 무한한 정도가 될 것이다. 정확한 자세에서 나오는 직구의 볼끝이 위력적이고 변화구의 제구력도 갖췄다.

[포수진]

포수진은 차민혁(177cm/77kg, 우투우타)과 노지우(178cm/75kg, 우투좌타)로 구성돼 있다. 차민혁은 포수로 전문화된 선수다. 블로킹과 송구 등의 기본기가 훌륭하며 투수의 리드와 전체적인 경기운영에서의 조율 능력도 갖췄다.


노지우는 다재다능한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갖춘 선수다. 타격에 상당한 소질을 갖추고 있어 강화훈련 군산남중과의 연습경기에서 끝내기 3점 홈런을 친 바 있다. 빠른 공에 강점을 보이는 타격은 정교함과 장타력을 모두 갖췄다. 고등학교 진학 후 타격과 빠른 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포지션의 변경이 예상된다.

[내야진]

내야진 유격수로는 강남중 김태호(176c m/63kg, 우투좌타)와 성남중 박민(179cm/68kg, 우투우타)이 각축을 벌였다. B팀 주장을 맡고 있는 김태호는 경쾌한 풋워크와 빠른 발, 그리고 강한 어깨의 송구능력 등 유격수로서의 모든 자질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경기외적으로 통솔력이 뛰어나며, 좋은 인성을 갖췄다.

성남중 공수의 핵인 박민 역시 투수로서 마운드에도 오를 만큼 훌륭한 송구능력과 빠른 발, 수비위치에 대한 센스 등 팀의 리드오프와 유격수로서의 훌륭한 자질을 갖춘 선수다. 타격에서도 정교함과 장타력, 출루시의 도루능력 모두를 갖추고 있다.

이외의 내야진은 김한별(176cm/65kg, 우투우타), 신지민(179cm/73kg, 우투우타), 김성균(185cm/80kg, 좌투좌타) 등이 있다. 자양중 김성균은 1루수를 맡으며 체격조건에서 보듯이 중학교 야구선수로는 드문 대형의 거포 스타일로 팀의 중심타선을 형성하는 선수다.

선린중 김한별과 영남중 신지민은 번갈아가며 2루수와 3루수를 맡았다. 두 선수 모두 빠른 발과 주루플레이의 센스를 갖췄고, 정교한 타격능력이 뒷받침된다. 수비에서의 기본기도 잘 갖췄다.

[외야진]

외야는 김준석(176cm/80kg, 우투좌타), 심규빈(173cm/59kg, 우투좌타), 곽문수(180cm/72kg, 우투우타), 권동욱(175cm/75kg, 우투우타), 엄문현(179cm/83kg, 우투우타) 등이 맡았다. 휘문중 엄문현은 현재 중학교 야구선수 중 최고의 타격능력을 가지고 있는 교타자다.

본 세계청소년대회 개최 직전 부산에서 열렸던 전국중학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2루타 한 개를 놓쳐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지 못했으나, 걸출한 타격 능력으로 팀의 준우승에 결정적인 기여했다. 체격조건과 컨택 능력, 그리고 힘의 모든 면에서 최고의 자질을 갖췄다.

청량중 곽문수 또한 투수와 외야수를 겸업하며, 투수로는 140km/h의 구속을 보여주는 뛰어난 선수다. 빠른 발과 함께 타격의 정교함까지 갖추고 있는 선수로 소속된 팀에서 항상 공수의 핵으로 기용된다.

김준석과 심규빈, 권동욱은 모두 빠른 주력과 수비능력, 그리고 외야수에게 요구되는 타격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작전 수행능력의 뒷받침이 되는 야구에서의 센스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www.baseballschool.co.kr> 

 


<기사 속 기사> '일본전 승리의 주역' 장충고 김현수
“일본은 무조건 이겨야죠” 

서울특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야구협회가 주관한 제35회 세계청소년야구대회(U15)가 성공리에 치러졌다. 주최국인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독일, 호주, 홍콩, 미국, 대만, 일본 등 총 8개국의 12개 팀이 참가했다. 영원한 숙적인 일본은 전국 선발 선수로 구성된 A팀과 큐슈지역 선발로 구성된 B팀, 2개 팀을 출전시켰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개막식 직후 치러진 한일전. 한국대표 A팀과 일본대표 A팀이 격돌한 결과 한국대표 A팀이 16대6 6회 콜드승으로 서전을 통쾌하게 장식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김현수(16·장충고).

김현수는 지난 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대회 첫 날 A조 조별리그 일본 A팀과의 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해 4타수 3안타 7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2루타 2개, 3루타 1개 등 장타를 연거푸 뽑아내는 괴력을 뽐냈다. 6회 땐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13개의 공을 던지며 무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경기를 매조지 했다.

김현수는 경기를 마친 뒤 “일본전이라 꼭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임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면서 “나와 이름이 같은 메이저리거 김현수 선수와는 초등학교 때 같이 잠실구장에서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 나중에 꼭 프로에 가서 투수와 타자로 붙어보고 싶다. 지금은 타자와 투수를 겸업하고 있지만 투수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막 한일전 4타수 3안타 7타점
마운드선 1이닝 무안타 무실점


김현수의 직구 구속은 130㎞ 후반에서 141㎞까지 측정됐다. 슬라이더는 120㎞ 중반대까지 스피드건에 찍히는데. 이날은 슬라이더의 꺾이는 각이 워낙 좋아 일본타자들이 손을 대지 못했다.

김현수는 “타자로 나설 때 롤모델은 나와 이름이 같은 김현수 선수다. 그러나 마운드에 서면 오타니가 롤모델이다. 투타 겸업을 하고 있는 오타니처럼 되고 싶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당장 투수에만 전념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썩히기엔 타격 재능이 너무 아깝다는 평이다.

김현수는 “한국에서 국제대회가 개최돼 야구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이 참여하게 됐다. 그런 친구들과 함께 뛰는 것 자체도 좋고 뜻깊다. 나중에 더 높은 곳에서 일본을 또 만나면 그 때 다시 한번 이런 경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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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