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은 소속사부터 시작해서 모든 활동이 계약으로 이뤄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연예계에서 ‘아니 이런 것도 계약서’에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색 계약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샴푸 CF는 모델에게 ‘계약 기간 중 반드시 긴 머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요구한다. 모델의 윤기나는 긴 머리가 생명이기 때문. 샴푸 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김아중은 이 계약 조건에 묶여 MBC TV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출연을 하지 못했다.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으나 머리를 자를 수 없는 상황이어서 보이시한 고은찬 역을 포기했던 것.
‘계약을 맺은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제품에 광고 출연해서는 안 된다’ ‘광고하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도 들어가 있다.
CF 계약서는 대체로 이색 조항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모델에게 금지하고 있는 부분은 특히 마약과 간통이다.
제품에 가장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 이미지에 해를 주는 사건·사고는 물론이고 실형을 당해서도 안 된다. 이를 어겼을 시에는 상당한 손해 배상을 감수해야 한다. 신인 여자 연기자 A는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광고에 출연하게 됐다. 그 직후 소속사와 법적 분쟁에 휘말리자 광고주는 계약 사항을 근거로 연기자에게 피해 보상 소송을 냈다.
예전에는 없던 이색 계약이 생기기도 한다. 비슷한 무게감을 가진 두 배우가 한 드라마에 캐스팅 될 시 양측은 어느 한 사람이 단독 주인공인 것 같은 이미지를 주지 않도록 계약서에 명시하려 한다.
최근 드라마 캐스팅에 관여했던 한 매니저는 “누가 주인공인가는 상당히 민감하다. 포스터나 스크린에서 상대방이 부각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계약서로 요구했다가 여의치 않아 구두로 그 사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스타들의 군 입대가 잦은 가요계에서도 이색 계약을 찾아볼 수 있다. 군 입대와 관련한 계약이다. 영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톱 가수 B의 경우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콘서트 기획사 측과 B 측은 군 입대를 미루지 못해 콘서트가 취소될 경우 세 배를 변상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한 관계자는 “이런 현상은 몇 년 전 톱 가수가 인기 프로그램 진행을 핑계로 군 입대 하루 전까지 입대를 미루려다 실패한 데서 비롯됐다. 톱 가수는 입대 연기를 자신했지만 당시 병무청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래원은 드라마 <식객>에 출연을 결정하며 계약서에 ‘일요일 촬영을 되도록이면 뺀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일요일에 성당에서 열리는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출연계약서에는 광고 촬영 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촬영을 뺄 수 있다는 조항을 넣을 때는 있어도 종교 활동으로 촬영을 미루겠다는 건 이례적이다.
김래원은 <식객>에 캐스팅 되던 즈음 종교에 귀의했다. 김래원은 촬영 준비를 하며 집 근처 성당을 찾아 교리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김래원은 매주 일요일은 어김없이 성당을 찾아 미사를 드렸고, 계약서에 사인하며 특별히 ‘일요일 촬영을 되도록이면 뺀다’는 조항을 넣어줄 것을 제작진에게 요청했다.
<식객>의 제작진은 김래원의 이색 요구를 받아들였다.
김래원은 한 측근은 “사실상 일요일 촬영이 생기면 군말없이 참여하고 있다. 사실상 조항의 효력이 없는 셈이다. 성당을 정기적으로 찾고 싶은 마음에 그 같은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