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GH' 막후전쟁 내막

‘이명박근혜’ 물고 물리는 자객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명박근혜’. 진보진영에서는 지난 보수 정권 8년을 줄여 이렇게 표현하곤 한다. 단순 언어유희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이 영속성 있는 모습을 보여 왔기에 나온 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마치 공식처럼 있어 왔던 지난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바람을 피해 왔다. ‘포스코’ ‘롯데’ 등 친 MB 기업들을 검날이 겨누고는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그것만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게 공생을 선택했던 두 정권이 최근 삐걱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박근혜정부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마치고 대한민국으로 귀국한 날 기자들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멀리서 보니 우리 정치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들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정치의 목적이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인데, 두 정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전‧현직 정권
암묵적 평화

문 전 대표가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이기에 가능했던 말일까. 그러나 ‘실패론’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운 뒤 새누리당을 탈당했다가 최근 복당한 유승민 의원은 기재위 질문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및 기재부장관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박근혜정부의) 지난 3년 반은 그렇게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약속한 것을 마무리 짓는 데 (남은 임기) 1년 반을 쓰기보다 꼭 필요한 데 집중하는 게 좋다.”

이렇듯 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최근 새누리당이 발간한 ‘국민백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서울 소재의 모 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총선 참패의 원인에 대해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독단이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하면서도 “이번 선거는 (박)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했다”고 기술했다. 결국 박근혜정부가 국민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은 그간 보수 세력이 김대중·노무현정부를 평가 절하할 때 자주 사용한 용어다. 원래 지난 2002년까지 일본이 겪었던 극심한 장기침체 기간을 지칭하는 경제용어지만, 새누리당과 보수 세력 측은 이를 차용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평가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모습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언급할 때 ‘잃어버린 8년(이명박 5년+박근혜 3년)’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4·13 총선 전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지원 유세에 나서 “새누리당 정권의 ‘잃어버린 8년’을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이 될 수도 있다”며 “경제를 망친 새누리당은 더 이상 표를 달라고 할 자격이 없다”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래 두 권력자는 암묵적 평화를 유지해온 게 사실이다. 비록 지난 18·19대 총선에서 친이-친박은 보복 공천을 자행했지만, 이는 단순히 계파 갈등일 뿐 수장을 겨누지는 않았다. 한때 친박계가 한나라당을 뛰쳐나가 ‘친박 연대’를 창당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총선 후 한나라당과 다시 합당하면서 서로 간에 ‘결’이 같다는 점을 시인했다.

일각에서는 두 권력자의 관계를 일종의 ‘계약’이라고 보기도 한다. 지난 18대 대선을 전후로 두 사람이 소위 ‘신사협정’을 맺었으며 사실상의 정권 이양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중반기까지 두 사람은 서로 반목했지만, 이후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가 ‘19대 총선에서의 경선 불개입’ ‘이명박정부 성공에 기여’를 약속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계약적 관계라는 주장은 18대 대선을 108일 앞둔 지난 2012년 9월2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선 후보가 청와대에서 단독 회동을 하면서 기정사실화됐다. 이날 두 사람은 오전 12시부터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는데 해당 자리는 1시간 넘게 진행됐다. 또한 현장에는 박 후보의 최측근인 당시 최경환 비서실장과 이상일 대변인, 청와대에서는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이달곤 정무수석비서관, 최금락 홍보수석비서관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회동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두 사람의 독대가 지난 2011년 12월22일 이후 처음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이 대통령은 여야 교섭단체 대표들과 만났는데 직후 박근혜 대표와 단독 면담을 가진 바 있다. 이후 8개월 만에 진행된 회동에 과연 어떤 얘기들이 오고 갔는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졌다.

웃고 있지만…
경고 시그널

회동 전 두 사람은 극한의 대립을 반복하고 있었다. 회동 직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내곡동 사저 부지 특검 도입과 민간인 사찰 의혹 국정 조사를 야당과 합의해 관계가 좋지 않은 상태였다. 반대로 새누리당 공천 헌금 파문 때는 박 후보 캠프 측에서 ‘청와대 기획설’이 제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박 후보 주변에선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을 만들 수 없지만 대통령이 안 되게는 할 수 있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난 2010년 발언이 회자될 정도였다.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대선을 108일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현직 대통령과 여당의 대선 후보가 대선을 목전에 두고 회동을 갖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특히 박 후보가 국민 대통합을 전면에 내건 상태에서 이 대통령 측에 회동을 먼저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회동이 있은 다음날 민주통합당에서는 곧바로 계약설을 언급했다. 당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었던 강기정 의원은 회동과 관련해 “정권 연장을 위한 계약 동거의 시작일 뿐”이라며 “온갖 비리와 불법을 저지른 이 대통령은 퇴임 이후 안정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박 후보는 국민통합의 억지 이미지를 만들어 내려는 욕심에서 서로 이익을 쫓은 가식적인 계약 동거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앞두고 양측 회동 “밀약했나?”
성완종·이상득 수사로 관계 틀어져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제18대 대통령후보자 인천 선출 대회’ 인사말을 통해 “오늘(2012년 9월2일) 박 후보가 이 대통령을 만난다고 하는데, 만나서 둘이 무엇을 이야기 하겠는가”라며 “박 후보는 이 대통령에게 도와 달라고 요청할 것이고, 이 대통령은 꼭 당선돼서 우리 민주당을 진압하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이명박근혜’다. 우리는 이명박근혜를 반드시 물리쳐야 한다”고 두 사람이 ‘한통속’임을 강조했다.

이처럼 암묵적으로 서로에 대한 ‘선’을 지켜왔던 두 권력자가 최근 삐걱대고 있다. 균열은 지난해 4월 박근혜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대대적인 사정 드라이브를 걸면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는 국가 기강을 바로잡겠다며 “부정부패 발본색원”을 외쳤는데 결과적으로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을 겨냥한 것임이 드러났다.

수사의 첫 번째 타깃은 ‘자원외교’였다. 자원외교는 이 전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것들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전 정권을 정조준 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수사 대상이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 직전 ‘리스트’를 남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친박 인사들에 대한 수사로 방향이 틀어졌지만, 이는 검찰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무엇보다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자원 외교와 나의 배임 및 횡령 혐의를 ‘딜’하라고 하는데 내가 딜할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을 낳았다. 검찰이 이명박정부 인사들의 정보를 모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순간이었다. 검찰은 “성 전 회장 조사에 변호인이 3명이나 입회했는데 무슨 딜이냐”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해 검찰은 자원외교 외에도 포스코 비자금 수사 등을 진행해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재판에 넘기는 결과를 만들었다. 측근이 운영하는 3개 회사에 26억원의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였다.

날카로운 검날
대기업들 겨냥

이러한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굵직한 사건 두 개를 쥐고 있는데 하나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이다. 두 회사 모두 이명박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전 정권 손보기의 연장선이란 관측이다.

지난 1월 출범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한시적 TF의 성격이 강하지만, ‘미니 중수부의 부활’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검찰총장 직속 기구로써 막강한 권한을 자랑한다. 그런 특수단이 대우조선해양을 첫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상대로 특수단은 지난 6월29일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구속했다. 지인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였다. 남 전 사장의 임기는 지난 2006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로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과 상당 부분 겹친다.

롯데그룹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첨단범죄수사1부, 방위사업수사부 등 총 3개 부서를 동원해 수사하고 있다. 3개 부서가 한 사건에 투입되는 일은 이례적이다.

당초 해당 수사의 관심은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 비리 의혹에 집중돼 있었다. 제2롯데월드 건설은 공군 성남비행장의 항공기 안전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1월 이명박정부가 건설 허가를 내줌으로써 롯데그룹은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당시 로비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MB쪽 노리는 대우조선·롯데 겨냥
최경환 윤상현 우병우는 MB 작품?

결국 검찰은 건설 허가가 나는 과정에서 큰 공을 세운 장경작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 등을 출국 금지하면서 수사가 본격화 됐다. 장 전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의 대학 동기라는 점에서 전 정권 실세로 수사의 불길이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련의 수사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발끈하고 나섰다. <세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최근 한 새누리당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나도 못했지만, (박 대통령은) 나보다 더 못하는 것 같다”며 쏘아붙였다. 참석자들은 “특히 계속되는 검찰의 재벌수사에 (이 전 대통령이)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계속되는 재벌수사를 직전 정권에 대한 표적수사로 생각하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후로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을 통해 윤상현·최경환·현기환 등 친박 실세들의 공천 개입 파동이 터져 논란이 됐다. 또한 당시 압박을 받은 사람이 예비후보 신분이었던 친이계 김성회 전 의원이어서 파장이 더욱 컸다.

이에 “왜 지금 시점이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통화 시점이 이미 반년가량이 지났다는 점,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청원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을 들어 누군가의 ‘기획 폭로’가 아니냐는 것이다.

서 의원도 관련 의혹에 힘을 실었다. 그는 “왜 이 시점에서 음습한 공작정치 냄새나는 그런 것들이 벌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오래 정치하며 별꼴 다본다”고 토로했다. 김 전 의원이 친이계라는 점에서 계파 갈등으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은 ‘서별관 회의’ 의혹에 이어 롯데그룹과의 연루 의혹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투데이>는 지난달 11일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쪽에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에게 50억원을 전달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최 의원 측은 “롯데그룹으로부터 어떠한 명목으로든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며 해당 언론사의 발행인을 고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 상태다.

‘청와대 실세’ 우병우 사태 또한 ‘기획 폭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선일보>는 우병우 민정수석과 진경준 검사장, 김정주 NXC 대표와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칼 가는 척
계약설 부상


일각에서는 기업 수사로 압박을 받았던 친이계가 ‘우병우 때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친이계 출신들이 많은 비박계가 연일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이 그 증거라는 관측이다. 정가에서는 윤상현·최경환·우병우 사태가 연이어 터진 것을 두고 이 전 대통령의 반격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기업 수사로 타격을 입은 이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란 해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직격탄 맞은 박근혜
사드·우병우에 TK 민심 흔들

사드 배치 논란과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대폭 하락했다. 지난달 28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25∼27일 전국 성인 1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 주 대비 5%포인트 하락한 30.4%를 기록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4.4%포인트 증가한 63.2%로 집계됐다. 특히 여당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지지율 하락폭이 커 눈길을 끈다. 같은 기간 TK 지역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63.3%로 긍정평가 33.1%보다 30.2% 포인트나 앞섰다. 이는 박 대통령 취임 후 가장 큰 격차다.

새누리당 지지율도 동반 폭락했다. 새누리당은 전주 대비 5.1% 포인트 하락한 26.3%의 지지율을 기록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더민주는 같은 기간 1.3% 포인트 오른 27.2%를 나타냈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율은 TK·PK 지역에서 전주 대비 각각 12.9% 포인트, 11.6% 포인트 하락한 34.2%, 31.2%를 기록해 민심 이반이 심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여론조사는 전화면접, 스마트폰앱,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실시, 응답률 8.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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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