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37) 물먹은 대리기사들

“대기업도 별다를 게 없더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겁니다.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업체간 다툼으로 중간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전국의 대리기사들입니다.

저녁 7시. 누군가에겐 퇴근시간이지만 대리기사에겐 조금 이른 출근시간이다. 대리기사 일로만 생계를 해결하는 전업 기사는 그쯤 출근해 새벽 3∼4시까지 휴대폰을 들고 거리를 누빈다. 전국의 대리기사 수는 1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이 하루에 받는 콜은 50만콜, 실어 나르는 사람은 넉넉잡아 100만명쯤이다. 대리기사들은 초 단위로 뜨는 콜을 잡기 위해 길에서도 언제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리기사들에게 새벽은 황금시간대다. 
 
손님도 줄었는데…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 신논현역 1번 출구에 50여명의 대리기사가 모였다. 이날은 착한대리협동조합과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가 힘을 합쳐 만든 대리연대가 ‘대리기사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연 날이었다. 대리연대는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새벽 2시 서울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 모여 ‘생존권 사수’를 외쳤다. 
 
지난 5월 카카오가 ‘카카오드라이버’를 내놓으면서 대리운전 업계에 한 차례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카카오택시’로 재미를 본 카카오는 본격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카카오택시 블랙’ 카카오 드라이버 등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 마케팅)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내놨다. 하지만 예상보다 큰 반향은 없는 상황. 특히 카카오가 대리운전 사업에 뛰어들기 전 대리기사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점을 상기해보면 현재 상황은 ‘속 타는 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대리기사협회 김종용 회장은 “대리기사들이 카카오드라이버에 거는 기대가 컸는데 카카오도 기존 업체와 별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카카오 시장 진출 기대했지만…
기존 업체와 사이서 전전긍긍 
 
대리기사들이 황금시간대인 새벽에 거리로 나온 이유는 프로그램사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다. 대리기사들이 꼽는 프로그램사의 갑질은 크게 고율의 수수료, 기사 장사, 배차 제한 등이다. 대리기사들은 수도권을 기준으로 20%의 수수료를 납부한다. 대리운전비가 2만원 나오는 곳까지 이용자를 옮겼다면 그 중 4000원을 수수료로 내는 셈이다. 여기에 보험료, 벌금, 관리비, 셔틀비 등은 별도다.
 
대리기사도 이용자의 차를 몰다가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대리기사들이 매달 내는 돈에서 얼마가 보험료로 책정돼있는지 그간 몰랐다는 사실이다. 심한 경우는 100명의 기사에게 보험료를 받고 50명분만 보험사에 지불한 뒤 ‘기사 돌려막기’ 방식을 취하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이는 대리기사 단체들의 투쟁으로 얼마간 해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외의 비용은 여전하다. 콜을 받았다가 취소할 경우 500∼1000원의 벌금을 내야한다. 매달 내야하는 프로그램 구입비도 있다. A사의 경우 구성이 비슷한 3개 앱을 운용하고 있다. 물론 앱마다 프로그램 구입비는 따로 받는다. 김 회장은 “예를 들어 하루에 10만원을 번다고 하면, 기사 손에 쥐어지는 건 5만5000원에서 6만원선”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용은 업체에 소속된 대리기사가 많을수록 늘어난다. 그래서 ‘기사장사’라 부르는 것. 
 
배차 제한 문제도 있다. 대리운전 일을 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반드시 구입해야 한다. 대리기사가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순간 사번이 부여되는데, 이는 족쇄나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사에 불만을 드러내거나 항의를 할 경우엔 배차가 제한될 수 있다. 프로그램사에서 기사를 골라 콜 뜨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콜이 뜨면 1∼2초 간격으로 사라지는 상황에서 3∼4초 정도 늦게 뜨도록 조절하는 방식은 업체 마음에 안 드는 기사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일례로 김 회장은 현재 A사의 프로그램을 몇 년째 못 쓰고 있다. 업계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업체의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으니 수입은 그만큼 쪼그라든다. 구조상 기사가 프로그램 사에 철저한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기존 업체의 갑질을 수년 간 당해온 대리기사들은 카카오가 시장에 진입하면 대리운전 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봤다. 그렇기에 카카오의 업계 진출을 반겼던 것이다. 
 
카카오드라이버는 기존 방식과 달리 앱을 이용해 대리기사를 호출한다. 이용자가 출발지와 목적지를 찍으면 출발지 근처의 대리기사가 잡는 방식이다. 기사를 부르는 방식의 차이일 뿐 큰 그림은 비슷하다. 카카오드라이버와 기존 업체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요금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리운전비는 시간, 계절, 요일, 날씨에 따라 유동적이다. 예를 들어 평소 1만원에 갔던 곳을 비가 오는 날에는 1만5000원에 가는 식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대리기사들도 집에서 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대리 비용이 올라간다. 하지만 카카오드라이버는 요금이 고정돼있다. 
 
카카오드라이버는 처음엔 1만5000원을 기본요금으로 하고 시간과 거리에 따라 요금이 올라가는 방식을 채택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방식은 대리기사와 이용자 사이의 최적 가격대를 찾지 못하고 배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대리운전 업계에 진출하면 골목 상권을 다 잡아먹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카카오가 매일 담당하는 콜 수는 대세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카카오의 수수료 방식도 대리기사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 카카오는 보험료를 포함해 20%를 수수료로 뗀다. 보험료가 수수료에 포함돼 있고, 프로그램비가 없기에 기사들에게 큰 이득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김 회장은 “카카오가 대리운전 업체에 뛰어들었다고 해서 시장의 크기가 커지는 게 아니”라면서 “원래 있던 파이를 이제는 네 업체가 갈라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기사들은 이미 보험료를 내고 있다. 카카오가 보험료를 포함해 수수료를 뗀다고 해서 기사들의 보험료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이니 카카오의 시장 안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기본요금 조절, 요금제 차등 적용 등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점유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카카오의 등장으로 시장 개선을 바랐던 대리기사 입장에서는 실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존 업체가 카카오를 사용하는 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시작하면서 기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기존 업체, 특히 A사는 기사를 0∼4등급으로 나누는 기사 등급제를 이용해 카카오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기사는 3∼4등급으로 분류한다고 알려졌다. 3∼4등급을 받은 대리기사들은 콜을 늦게 받도록 조치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고 한다. 그러면서 카카오 드라이버에서 탈퇴한다는 확약서를 쓰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확약서를 쓰면 등급을 올려 다시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굶어 죽게 생겼다
 
김 회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상황을 보고 기존 업체가 카카오에 텃세를 부린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카카오도 무능력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카카오는 단순 주개업자라는 무책임한 자체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와 기존 업체간의 알력 다툼으로 기사들은 더욱 독점적으로 변하는 업계 상황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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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