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리우올림픽> 망가진 체육회 백태

부실한 지원 ‘메달 비상’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올림픽이 코앞이다. 선수들은 올림픽 준비에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을 뒤에서 지원해야 할 각 경기단체는 힘이 빠졌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몇몇 경기단체들이 내홍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올림픽 출전 종목 관리단체는 대한야구협회와 대한수영연맹 등이 있다. ‘관리단체’는 대한체육회 산하 가맹경기단체 규정 제6조(관리단체지정)에 ‘정상적인 조직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대한체육회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당해 경기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부분 돈 문제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당장 정부의 예산 지원금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이사 이상의 임원은 전원 자동 해임된다. 이들은 앞으로 평생 해당 단체서 이사직을 수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대한체육회 산하 다른 체육단체에서도 이사 이상의 임원이 될 수 없다. 관리단체로 전락한 데 따른 공동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3월25일이사회를 열고 대한수영연맹과 함께 대한야구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하기로 의결했다. 비리와 내부갈등, 기금고갈 등으로 정상적 조직운영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두 단체는 모든 권리와 자격, 의무를 상실하게 됐다.
 

대부분 관리단체로 지정된 경기단체들은 온갖 내부비리로 인해 더 이상 자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로 봐도 무방하다. 한마디로 이들 단체는 ‘관심 사병’으로 전락했다. 대한야구협회와 대한수영연맹은 어떤 내부비리 때문에 관리단체로 들어갔을까.


대한야구협회는 지난해 3월, 이병석 전 회장이 사퇴한 뒤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회장 자리를 놓고 선거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아마야구계는 그야말로 복마전을 방불케 했다. 지난해 5월22일 박상희 회장이 취임했지만, 계파 간 갈등을 넘어 상호 고소와 고발로 내분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비리의 악순환으로 협회의 재정은 악화되고, 급기야 금고는 바닥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협회기금 전용과 업무추진비 과다사용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최근 불명예 퇴진을 하기에 이르렀다. 상임집행부 역시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했다.

대한야구협회의는 관리단체로 지정된 이후 특별감사를 통해 결국 비리의 온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5월4일 대한체육회는 “공금을 무단 사용한 전임회장 및 상임임원에 각각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권고하고, 관련자인 전 사무국장과 총무팀장 등도 중징계 등의 매우 엄격한 징계처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큰 대회 앞두고…사건·사고 펑펑
성적 위태…하나 같이 효자종목들

현재 대한야구협회는 총알(돈)이 없다. 협회 기금 58억원이 있지만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지원 등으로 적립된 기금이어서 손을 댈 수 없다. 사용을 하더라도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 외 전체 기금은 7억8000만원가량 남아 있지만, 이 역시 야구인들이 모은 돈이어서 함부로 쓸 수 없다. 또한 문체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야구협회에 대한 보조금(2015년 기준 19억원) 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대한수영협회 비리는 그동안 알려졌던 어느 스포츠 비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했다. 각종 비리로 얼룩진 대한수영연맹 임원과 관련자 총 14명이 기소됐다. 학연‧지연 관계, 사제‧선후배 관계 등으로 끈끈하게 맺어진 폐쇄적인 구조의 수영연맹의 영향력이 만천하에 드러나 충격을 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지난 3월22일 대한수영연맹과 지역수영연맹 일부 임원 등의 각종 비리 관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부는 대한수영연맹 관계자 11명을 구속 및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 수사를 통해 대한수영연맹과 산하 지역연맹이 수영장 시설 공사 관련 상납 비리, 선수 계약금 급여 훈련비 횡령, 국가대표 및 후보 선발 관련 비리, 대한수영연맹 임원 선임비리 등 지역과 분야를 망라해 수영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 비리가 드러났다.

파벌을 형성한 특정 인맥인 대한수영연맹 전무이사와 대한수영연맹 시설이사, 대한수영연맹 총무이사, 대한수영연맹 홍보이사 등이 약 15년 이상의 임원직을 유지하며 장기간 대한수영연맹 및 지역수영연맹을 장악해 수영계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가대표선수 선발에 관한 청탁 명목으로 수년간 수영계 관계자들에게서 수억원대 뒷돈을 받은 대한수영연맹 전무이사에 대해 검찰은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의 심리로 지난 1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정모씨에게 징역 7년 및 추징금 4억4000만원을 구형했다. 선수 훈련 지원비 등 공금 수십억원을 빼돌려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대한수영연맹 시설이사 이모씨에게는 징역 7년 및 추징금 4억2000만원이 구형됐다.

대한수영연맹은 최근까지도 박태환의 올림픽행을 두고도 여러 공방을 하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박태환은 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을 상대로 CAS에 잠정 처분을 신청, 국가대표 자격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관리단체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각종 비리로 내홍을 앓고 있는 올림픽 경기 단체들이 있다. 대한레슬링협회와 대한사격연맹 역시도 비리 복마전이다.
 

경찰은 대한레슬링협회에서 30억원대 업무상 횡령이 벌어진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지난 6월3일 대한레슬링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협회 회장과 회계담당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횡령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할 계획이다.

썩어빠진 단체들

대한사격연맹은 비리로 현재 보조금 지원이 중단된 상태다. 사격연맹은 국가대표 총감독이 2007년부터 장기간 국가대표 촌외훈련비와 전지훈련비를 업자와 짜고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물의를 빚었고, 승마협회는 국가대표 순회코치가 훈련을 하지 않고 거짓 훈련보고서를 작성, 수당을 챙겨 비난을 받았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이면…’
효자종목 단체들

현재 내홍을 앓고 있는 올림픽 경기단체들이 하나같이 ‘효자’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사격, 수영, 레슬링 등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메달을 획득했다.
사격은 한국 선수들이 매달을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이 종목에서만 총 5개의 메달(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을 획득했다. 특히 진종오 선수는 남자 10m 공기총, 남자 50m 권총에서 등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며 진기록을 세웠다.


수영에서는 총 2개 메달(은메달2개)을 획득했다. 이 메달들은 박태환 선수가 남자 400m 자유형, 남자 200m 자유형에서 획득했다. 레슬링 경우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에서 김현우 선수가 금메달 1개를 획득했다. 한편 야구는 지난 런던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탈락해 메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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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