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43) 접선

장남감 같은 총으로 무엇을…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언제 접선하렵니까?”

“일단 저 친구의 행동 양상을 살피고 저녁 쯤 만나보려 합니다.”

“지금은 제가 특별히 도울 일은 없겠습니까?”

동일의 답에 강철이 동일을 주시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동일이 가방에서 권총을 꺼냈다.

“일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이 총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처 취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강철이 대답 대신 권총을 받아들고 잠시 살피다가는 경수에게 건넸다.

경수가 마치 장난감 다루듯 권총을 이리저리 굴려보고 가볍게 혀를 찼다.

“팀장님, 이 총은 그저 장난감에 불과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주겠습니까?”

“쉽게 이야기하면, 정조준해서 사격한다고 해도 10미터 이상 거리를 두게 되면 명중시키기 힘듭니다. 그런 연유로 이 총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아주 근접 거리에서 사격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 총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그 편이 이롭습니다.”


경수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그를 살피던 강철이 미소를 머금으며 자신의 일정으로 자리를 물렸다.

“다시 말하지만 일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함께 고생합시다.”

“고생이라니요 당치 않습니다. 오히려 어깨가 무거워지는 걸요.”

“자, 그러면 이제는 저 친구의 국내 일정을 짜봅시다.”

동일이 모니터로 잠시 시선을 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서 펜과 메모지를 꺼내 당일부터 15일까지 적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개략적인 방안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동일이 잠시 자신과 경수를 비교해 보았다.

아무래도 나이 40에 가까운 자신보다 한참 젊은 경수가 문석원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적격일거란 생각이 순간적으로 일어났다.

“그보다도 먼저, 김 군이 저 문석원이란 친구의 입장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생각으로 움직이려할지 한번 의견을 제시해보겠소.”

“지금은 낯설어서 잠시 침묵을 지키지만 조만간에 몸이 근질거려 조용히 룸에 틀어박혀 있지는 못할 듯합니다. 특히 20대 초반에 정신상태가 불안정한 사람이라면 오늘 밤이라도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강온의 양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팀장님, 오늘 저녁 무렵 저 친구를 만난다 하셨는데 일단 저 친구의 의향을 물어보시고 정하심이 어떠하겠습니까. 어차피 이제는 독안에 갇힌 쥐가 아니겠습니까?”

경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모니터를 주시했다.

석원이 룸을 배회하더니 정장 차림 그대로 침대에 몸을 뉘였다.

저녁이 되어 문석원이 룸에서 갈비탕을 시켜 막 식사하려는데 동일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룸을 나서 곧바로 석원이 투숙한 룸으로 다가갔다.

잠시 심호흡하고 초인종을 짧게 두 번 눌렀다.


잠시 후 인기척이 들리며 문석원이 문을 열었다.

“고타로 상, 나카소네입니다.”

사전에 나카소네의 방문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현실로 나타나자 석원이 잠시 당황했는지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살피고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테이블 위에 있는 갈비탕에서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식사 중이었습니까?”

석원이 방금 전 입에 넣었던 음식물 때문인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초면에 결례를 범했군요. 그러면 내 잠시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고 올라올 터이니 천천히 식사하도록 하세요.”

동일이 석원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슬그머니 자리를 물리고 다시 자신의 룸으로 돌아갔다.

룸에 들어서자마자 모니터를 주시했다.

석원이 아직도 멍한 상태에서 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기를 잠시 후 다시 테이블로 돌아가 식사하기 시작했다.

동일과 경수…석원의 일정짜기 돌입
나카소네 석원에 “이제부턴 고타로”

“우리도 식사할까요.”

동일의 제안에 경수가 방금 전 사가지고 온 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펼쳤다.

“저 친구 식사 끝나면 곧바로 가지 않으시렵니까?”

“천천히 가도록 하지요.”

동일의 담담한 말투에 경수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는 이내 미소를 머금었다.

“처음부터 너무 심한 게 아닌지요?”

“저 친구에게는 오히려 그래야 하는 거 아니요?”

경수가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가 입을 열었다.

“저 그런데, 팀장님!”

“왜요?”

“제가 거북스러워 그런데 이만 하대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

동일이 물끄러미 경수를 주시했다.

“그리 거북하면 이 시간부터 하대하지 뭐.”

동일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을 받고, 이내 두 사람이 호탕하게 웃었다.

“팀장님, 이 특보께 개략적인 설명을 들었지만 어떻게 저런 친구가 각하를 대한민국 땅에서 암살하겠다는 건지 도대체 이해되지 않습니다.”

“소영웅 심리라고 할까. 아니 이건 그저 한 젊은이의 객기로 표현함이 옳다고 봐야지. 그런데 그게 우리 라인에 걸려들었고.”

“우리가 아니라 팀장님이지요.”

“그게 그거 아니겠는가.”

짤막하게 답하고 본격적으로 식사한 후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렸다.

모니터 안에서는 일찌감치 식사를 마친 석원이 문을 바라보며 이제나 저제나 고정간첩이 출현하기를 고대하고 있는 듯 보였다.

“너무 애태우지 마시고 이제 그만 가보시지요.”

경수의 제안에 동일이 짤막하게 “그러마”라고 답하고 천천히 움직였다.

문을 열기에 앞서 잠시 모니터를 살피다 순간적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이어 좌우를 살피고 석원의 룸으로 다가갔다. 방금 전처럼 짧게 두 번 초인종을 눌렀다.

방금 전과는 달리 석원이 신속하게 방문을 열고 동일 아니 나카소네를 맞이했다.

“아베 고타로입니다.”

석원이 고개 숙여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하고는 곧바로 소파로 안내했다.

“북조선을 대표해서 석원 군의 영웅적 행위에 찬사를 보내는 바요.”

자리에 앉기 앞서 동일이 석원의 손을 굳게 잡았다. 동일의 과장된 행동에 석원이 다시 고개 숙였다.

“그저 지도원 동무…”

“나카소네라 부르시오.”

석원의 말을 급하게 잘랐다.

“석원 군이 거사를 성공시키기까지 자주 볼 터인즉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반드시 그리 부르도록 하오. 특히 외부 사람들과 접촉할 시에는 이를 명심하도록 하오. 나 역시 석원 군을 고타로라 부르도록 할 것이오.”

동일이 부드럽게 그러나 강하게 주문했다.

석원 역시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그러마”라고 응답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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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