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리우올림픽> ‘기대만발’ 메달 기대주

한여름밤 달굴 금메달 사냥 '볼만 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인을 들뜨게 할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축제 리우올림픽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 4년간 훈련에 구슬땀을 흘린 우리나라 선수단은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 달성을 목표로 마지막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브라질의 시차는 12시간. 무더운 8월 밤을 뜨겁게 달굴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전 국민을 웃고 울릴 금빛 예상을 종목별로 들여다봤다.

지난 19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하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선수단이 결단식을 가졌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결단식에는 300여명의 선수단이 참석해 선전을 다짐했다.

역대 최소 규모
그래도 최선을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4월27일 리우올림픽을 100일 앞두고 진행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12시간 시차, 20시간 장거리 여정, 급식 환경, 훈련장 확보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현지 정국과 보건 상황도 좋지 않아 역대 어느 대회보다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선수단은 반드시 목표 달성을 하고 돌아오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천하통일 노리는 양궁 = 미국 스포츠 데이터 분석업체인 그레이스노트는 지난 7일, 우리나라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은메달 5개, 동메달 10개로 종합순위 9위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중에서도 양궁은 남녀 개인전을 비롯해 단체전까지 4종목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여자 개인전에서 첫 금메달을 딴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3개씩 따낸 전통 효자종목이다.


여자 개인전에서는 우리나라 양궁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 2연패를 노리는 기보배 선수와 세계랭킹 1위 최미선 선수가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최근 국제대회 성적만 놓고 보면 최미선이 기보배보다 기세가 좋다. 최미선은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서 1위를 차지했다. 이것도 기보배가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받은 가산점 2점을 안고 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또한 최미선은 지난해 리우 프레올림픽 개인전 우승을 비롯해 올해 2, 3차 월드컵서 두 대회 연속 개인전, 단체전, 혼성팀전을 휩쓰는 등 최고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두 선수를 스카우트했던 김성은 광주여대 양궁부 감독은 “집중력이나 승부욕은 (최)미선이가 조금 더 낫고, 경기 흐름이나 경기장 환경에 대한 판단과 적응은 (기)보배가 좀 더 빠르다”고 했다.

남자 개인전에서는 세계랭킹 1위 김우진 선수가 4년 전 선발전 탈락의 아픔을 딛고 금 사냥에 나선다. 김우진은 4년 전 런던올림픽 선발전에서 4위에 머물면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바 있다. 앞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서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싹쓸이했던 터라 그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김우진은 그 때의 시련이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또한 4년 전 아픔을 씻을 기회가 생겼다며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양궁 대표팀은 남녀 단체전 석권도 노리고 있다. 먼저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8연패를 노린다. 여자 대표팀은 서울올림픽부터 런던올림픽까지 7개 대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단체전 멤버로 출전하는 기보배, 최미선, 장혜진 선수는 선배들이 일궈놓은 영광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남자 대표팀도 단체전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궁 대표팀은 지난 5월 콜롬비아 메데진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와 지난달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에서 나란히 단체전을 석권한 바 있다.

▲남자복식 첫 금? 배드민턴 = 배드민턴의 간판스타 이용대 선수가 유연성 선수와 짝을 이뤄 남자복식 금메달 사냥에 재도전한다. 이용대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이효정 선수와 혼합 복식조를 이뤄 금메달을 따내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정재성 선수와 남자복식조를 이뤄 런던올림픽에 출전했지만 금메달을 따는 데는 실패했다. 이용대는 지난 19일 결단식에서 “남자복식은 아직 금메달이 없기 때문에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금빛 사냥 나선 선수들 ‘필승 각오’
여전한 메달밭…이번에도 효자노릇?

2013년 10월부터 콤비를 이룬 이용대-유연성 조는 2014년 8월부터 현재(21일 기준)까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계최강 복식조다. 이-유 조는 공격과 수비가 안정적인 팀으로 평가받는다. 이용대는 화려한 네트플레이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강점이고, 유연성은 빠른 공격이 돋보인다.

둘은 함께 출전한 첫 국제대회인 2013 덴마크 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아시아 배드민턴 선수권대회, 호주오픈 슈퍼시리즈,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 덴마크 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등의 대회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 0순위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리우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세계랭킹 2위인 인도네시아의 무하맛 아산-헨드라 세티아완 조다. 이용대-유연성 조는 아산-세티아완 조에 상대전적 7승 6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너무 믿는 게…
어려울 수도

하지만 굵직한 대회서 아산-세티아완 조에 패한 경험이 많아 난적으로 꼽힌다. 이용대-유연성 조는 올해 세계남자단체선수권대회 준결승서 아산-세티아완 조를 만나 패했고, 지난해 세계 슈퍼시리즈 파이널 준결승서도 이들에게 패하는 등 큰 대회서 발목을 잡힌 일이 많았다.
 

이용대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는 리우올림픽에서 두 선수가 난적 아산-세티아완 조를 꺾고 금메달을 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진종오 3연패 순항 사격 =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 선수가 50m 권총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진종오가 리우올림픽 50m 권총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세계 사격 최초로 3연패를 달성하는 위업을 쌓게 된다. 또한 한국 선수 사상 첫 올림픽 3연패의 주인공도 된다.

아테네, 베이징에 이어 런던올림픽에 참가했던 진종오에게 리우는 네 번째 올림픽이다. 진종오는 아테네올림픽서 50m 권총 은메달을 땄고, 베이징과 런던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런던올림픽에서는 10m 공기권총에서도 금메달을 따 2관왕을 달성했다. 우리나라가 역대 올림픽 사격에서 획득한 금메달 6개 중 3개가 진종오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에도 전망은 밝다. 미국 그레이스노트는 진종오가 리우올림픽에서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종오의 대회 기록을 보면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진종오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열린 2016 한화회장배 전국 사격대회에서 10m·50m 권총 개인·단체전을 석권하며 4관왕에 올랐다. 주변에서는 올림픽을 위한 마지막 모의고사를 완벽하게 통과했다는 반응이었다.

세계 기록을 보면 진종오의 진가가 더 빛을 발한다. 진종오는 남자 50m 권총 세계기록(200.7점)과 10m 공기권총 세계기록(206.0점) 보유자다.


사격은 0.1㎝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만큼 집중력이 매우 중요한 종목이다. 진종오는 높은 집중력과 뒷심이 장점이기 때문에 금메달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여자 양궁 8연패
사격 3연패 도전

하지만 진종오의 몸과 마음 상태가 변수다. 진종오는 최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 선발전과 국내외 대회를 거치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는 것. 게다가 국내외에서 진종오를 금메달 0순위로 뽑는 것도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출전한 세 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따냈고, 바로 전인 런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두 개나 목에 걸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금메달이 ‘당연하다’는 반응이 진종오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진종오는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를 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우리나라 올림픽 선수단 출국 기수이자 남자 주장으로 선정된 진종오는 결단식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열심히 응원해주시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며 성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일본 넘어야 따는 유도 = 우리나라 유도가 올림픽에서 선수단에 안긴 메달수는 금메달 11개를 포함 총 40개다. 메달 수로 따지면 일본과 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유도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유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유도가 거둔 사상 최고 기록인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의 성적을 20년 만에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우리나라 유도는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의 성적을 거뒀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유도가 기대하는 금메달 수는 최소 2개, 최대 3개다. 하지만 금메달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숙적 일본을 넘어야 한다. 대표선수들이 현재 라이벌 일본 선수들에 상대전적이 뒤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기록 달성부터 라이벌전까지
“역대 대회보다 어려움 예상”

이번 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73㎏급 안창림 선수는 ‘오노 징크스’가 금 사냥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안창림은 일본의 오노 쇼헤이와의 네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하는 등 오노 징크스를 앓고 있다.

재일교포 3세인 안창림은 아테네올림픽 남자 73㎏급에서 금메달을 딴 이원희 선수 이후 혜성같이 등장했다. 우리나라 유도는 이원희 선수 이후 73㎏급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간절한 상황에서 나타난 인재인 셈이다. 안창림은 일본 쓰쿠바대 재학 시절인 2013년 10월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 73㎏급에서 우승한 뒤 일본 대표팀으로 귀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2014년 2월 용인대에 편입한 안창림은 빠르게 성장, 금메달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또 다른 금메달 후보인 90㎏급 곽동한 선수에게도 마슈 베이커라는 일본 라이벌이 있다. 마슈 베이커는 현재 90㎏급 세계랭킹 1위로, 곽동한과 상대전적에서 2승1패로 앞서 있다. 마슈 베이커를 넘지 못하면 금메달을 따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곽동한은 지난해 7월 광주 유니버시아드 우승, 8월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11월 제주 그랑프리에서 3연패 완성 등 지난 1년을 금빛으로 수놓았다. 정직한 훈련, 세계랭킹에 자만하지 않는 겸손함으로 무장한 곽동한은 리우올림픽 금메달만을 바라보고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남자 66㎏급 세계랭킹 1위 안바울 선수도 금메달에 근접해 있다. 최근 기세도 좋다. 안바울은 지난 5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2016 국제유도연맹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했다. 안바울의 최대 라이벌은 일본 에비누마 마사시다.

안바울은 마사시와의 두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안바울은 반드시 일본 선수를 이기고 메달을 따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역대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우리나라 유도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수 모두 1순위 태권도 = 태권도에서는 이대훈 선수의 ‘그랜드슬램’ 여부가 관심사다. 이대훈은 지난 런던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놓쳐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대훈은 리우올림픽 68㎏급에 출전해 금메달에 재도전한다.

이대훈은 한성고 3학년 시절에 이미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는 세계적 수준의 선수다. 최연소이자 유일한 고등학생이었던 이대훈이 선배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더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어 이듬해인 2011년 경주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우리나라 태권도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배드민턴·태권도
재도전 성공할까

하지만 런던올림픽에 출전할 때는 올림픽 체급에 맞추느라 63㎏에서 58㎏으로 감량해야 했다. 58㎏급에 출전한 이대훈은 16강과 8강에서 잇따라 연장전을 치르느라 체력 소모가 심했고, 결국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와 결승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 이후 심기일전한 이대훈은 2013년 멕시코 푸에블라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63㎏급에서 2연패 달성에 성공했고, 2014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상을 지켰다. 이대훈이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4년 전 놓친 그랜드슬램 달성도 이룰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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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