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리우올림픽> ‘기대만발’ 메달 기대주

한여름밤 달굴 금메달 사냥 '볼만 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인을 들뜨게 할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축제 리우올림픽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 4년간 훈련에 구슬땀을 흘린 우리나라 선수단은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 달성을 목표로 마지막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브라질의 시차는 12시간. 무더운 8월 밤을 뜨겁게 달굴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전 국민을 웃고 울릴 금빛 예상을 종목별로 들여다봤다.

지난 19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하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선수단이 결단식을 가졌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결단식에는 300여명의 선수단이 참석해 선전을 다짐했다.

역대 최소 규모
그래도 최선을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4월27일 리우올림픽을 100일 앞두고 진행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12시간 시차, 20시간 장거리 여정, 급식 환경, 훈련장 확보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현지 정국과 보건 상황도 좋지 않아 역대 어느 대회보다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선수단은 반드시 목표 달성을 하고 돌아오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천하통일 노리는 양궁 = 미국 스포츠 데이터 분석업체인 그레이스노트는 지난 7일, 우리나라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은메달 5개, 동메달 10개로 종합순위 9위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중에서도 양궁은 남녀 개인전을 비롯해 단체전까지 4종목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여자 개인전에서 첫 금메달을 딴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3개씩 따낸 전통 효자종목이다.


여자 개인전에서는 우리나라 양궁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 2연패를 노리는 기보배 선수와 세계랭킹 1위 최미선 선수가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최근 국제대회 성적만 놓고 보면 최미선이 기보배보다 기세가 좋다. 최미선은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서 1위를 차지했다. 이것도 기보배가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받은 가산점 2점을 안고 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또한 최미선은 지난해 리우 프레올림픽 개인전 우승을 비롯해 올해 2, 3차 월드컵서 두 대회 연속 개인전, 단체전, 혼성팀전을 휩쓰는 등 최고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두 선수를 스카우트했던 김성은 광주여대 양궁부 감독은 “집중력이나 승부욕은 (최)미선이가 조금 더 낫고, 경기 흐름이나 경기장 환경에 대한 판단과 적응은 (기)보배가 좀 더 빠르다”고 했다.

남자 개인전에서는 세계랭킹 1위 김우진 선수가 4년 전 선발전 탈락의 아픔을 딛고 금 사냥에 나선다. 김우진은 4년 전 런던올림픽 선발전에서 4위에 머물면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바 있다. 앞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서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싹쓸이했던 터라 그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김우진은 그 때의 시련이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또한 4년 전 아픔을 씻을 기회가 생겼다며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양궁 대표팀은 남녀 단체전 석권도 노리고 있다. 먼저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8연패를 노린다. 여자 대표팀은 서울올림픽부터 런던올림픽까지 7개 대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단체전 멤버로 출전하는 기보배, 최미선, 장혜진 선수는 선배들이 일궈놓은 영광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남자 대표팀도 단체전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궁 대표팀은 지난 5월 콜롬비아 메데진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와 지난달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에서 나란히 단체전을 석권한 바 있다.

▲남자복식 첫 금? 배드민턴 = 배드민턴의 간판스타 이용대 선수가 유연성 선수와 짝을 이뤄 남자복식 금메달 사냥에 재도전한다. 이용대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이효정 선수와 혼합 복식조를 이뤄 금메달을 따내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정재성 선수와 남자복식조를 이뤄 런던올림픽에 출전했지만 금메달을 따는 데는 실패했다. 이용대는 지난 19일 결단식에서 “남자복식은 아직 금메달이 없기 때문에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금빛 사냥 나선 선수들 ‘필승 각오’
여전한 메달밭…이번에도 효자노릇?

2013년 10월부터 콤비를 이룬 이용대-유연성 조는 2014년 8월부터 현재(21일 기준)까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계최강 복식조다. 이-유 조는 공격과 수비가 안정적인 팀으로 평가받는다. 이용대는 화려한 네트플레이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강점이고, 유연성은 빠른 공격이 돋보인다.

둘은 함께 출전한 첫 국제대회인 2013 덴마크 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아시아 배드민턴 선수권대회, 호주오픈 슈퍼시리즈,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 덴마크 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등의 대회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 0순위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리우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세계랭킹 2위인 인도네시아의 무하맛 아산-헨드라 세티아완 조다. 이용대-유연성 조는 아산-세티아완 조에 상대전적 7승 6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너무 믿는 게…
어려울 수도

하지만 굵직한 대회서 아산-세티아완 조에 패한 경험이 많아 난적으로 꼽힌다. 이용대-유연성 조는 올해 세계남자단체선수권대회 준결승서 아산-세티아완 조를 만나 패했고, 지난해 세계 슈퍼시리즈 파이널 준결승서도 이들에게 패하는 등 큰 대회서 발목을 잡힌 일이 많았다.
 

이용대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는 리우올림픽에서 두 선수가 난적 아산-세티아완 조를 꺾고 금메달을 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진종오 3연패 순항 사격 =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 선수가 50m 권총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진종오가 리우올림픽 50m 권총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세계 사격 최초로 3연패를 달성하는 위업을 쌓게 된다. 또한 한국 선수 사상 첫 올림픽 3연패의 주인공도 된다.

아테네, 베이징에 이어 런던올림픽에 참가했던 진종오에게 리우는 네 번째 올림픽이다. 진종오는 아테네올림픽서 50m 권총 은메달을 땄고, 베이징과 런던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런던올림픽에서는 10m 공기권총에서도 금메달을 따 2관왕을 달성했다. 우리나라가 역대 올림픽 사격에서 획득한 금메달 6개 중 3개가 진종오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에도 전망은 밝다. 미국 그레이스노트는 진종오가 리우올림픽에서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종오의 대회 기록을 보면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진종오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열린 2016 한화회장배 전국 사격대회에서 10m·50m 권총 개인·단체전을 석권하며 4관왕에 올랐다. 주변에서는 올림픽을 위한 마지막 모의고사를 완벽하게 통과했다는 반응이었다.

세계 기록을 보면 진종오의 진가가 더 빛을 발한다. 진종오는 남자 50m 권총 세계기록(200.7점)과 10m 공기권총 세계기록(206.0점) 보유자다.


사격은 0.1㎝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만큼 집중력이 매우 중요한 종목이다. 진종오는 높은 집중력과 뒷심이 장점이기 때문에 금메달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여자 양궁 8연패
사격 3연패 도전

하지만 진종오의 몸과 마음 상태가 변수다. 진종오는 최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 선발전과 국내외 대회를 거치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는 것. 게다가 국내외에서 진종오를 금메달 0순위로 뽑는 것도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출전한 세 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따냈고, 바로 전인 런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두 개나 목에 걸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금메달이 ‘당연하다’는 반응이 진종오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진종오는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를 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우리나라 올림픽 선수단 출국 기수이자 남자 주장으로 선정된 진종오는 결단식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열심히 응원해주시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며 성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일본 넘어야 따는 유도 = 우리나라 유도가 올림픽에서 선수단에 안긴 메달수는 금메달 11개를 포함 총 40개다. 메달 수로 따지면 일본과 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유도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유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유도가 거둔 사상 최고 기록인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의 성적을 20년 만에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우리나라 유도는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의 성적을 거뒀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유도가 기대하는 금메달 수는 최소 2개, 최대 3개다. 하지만 금메달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숙적 일본을 넘어야 한다. 대표선수들이 현재 라이벌 일본 선수들에 상대전적이 뒤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기록 달성부터 라이벌전까지
“역대 대회보다 어려움 예상”

이번 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73㎏급 안창림 선수는 ‘오노 징크스’가 금 사냥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안창림은 일본의 오노 쇼헤이와의 네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하는 등 오노 징크스를 앓고 있다.

재일교포 3세인 안창림은 아테네올림픽 남자 73㎏급에서 금메달을 딴 이원희 선수 이후 혜성같이 등장했다. 우리나라 유도는 이원희 선수 이후 73㎏급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간절한 상황에서 나타난 인재인 셈이다. 안창림은 일본 쓰쿠바대 재학 시절인 2013년 10월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 73㎏급에서 우승한 뒤 일본 대표팀으로 귀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2014년 2월 용인대에 편입한 안창림은 빠르게 성장, 금메달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또 다른 금메달 후보인 90㎏급 곽동한 선수에게도 마슈 베이커라는 일본 라이벌이 있다. 마슈 베이커는 현재 90㎏급 세계랭킹 1위로, 곽동한과 상대전적에서 2승1패로 앞서 있다. 마슈 베이커를 넘지 못하면 금메달을 따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곽동한은 지난해 7월 광주 유니버시아드 우승, 8월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11월 제주 그랑프리에서 3연패 완성 등 지난 1년을 금빛으로 수놓았다. 정직한 훈련, 세계랭킹에 자만하지 않는 겸손함으로 무장한 곽동한은 리우올림픽 금메달만을 바라보고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남자 66㎏급 세계랭킹 1위 안바울 선수도 금메달에 근접해 있다. 최근 기세도 좋다. 안바울은 지난 5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2016 국제유도연맹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했다. 안바울의 최대 라이벌은 일본 에비누마 마사시다.

안바울은 마사시와의 두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안바울은 반드시 일본 선수를 이기고 메달을 따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역대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우리나라 유도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수 모두 1순위 태권도 = 태권도에서는 이대훈 선수의 ‘그랜드슬램’ 여부가 관심사다. 이대훈은 지난 런던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놓쳐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대훈은 리우올림픽 68㎏급에 출전해 금메달에 재도전한다.

이대훈은 한성고 3학년 시절에 이미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는 세계적 수준의 선수다. 최연소이자 유일한 고등학생이었던 이대훈이 선배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더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어 이듬해인 2011년 경주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우리나라 태권도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배드민턴·태권도
재도전 성공할까

하지만 런던올림픽에 출전할 때는 올림픽 체급에 맞추느라 63㎏에서 58㎏으로 감량해야 했다. 58㎏급에 출전한 이대훈은 16강과 8강에서 잇따라 연장전을 치르느라 체력 소모가 심했고, 결국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와 결승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 이후 심기일전한 이대훈은 2013년 멕시코 푸에블라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63㎏급에서 2연패 달성에 성공했고, 2014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상을 지켰다. 이대훈이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4년 전 놓친 그랜드슬램 달성도 이룰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