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42) 비밀 입국

일단 비행기는 착륙했는데…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김포공항 입국 수속대에서 동일이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한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잠시 자리를 이동하여 활주로로 시선을 주었다.

마치 파란 하늘 저만치서 문석원을 태운 비행기가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잠시 전 도쿄 하네다 공항에 있는 요원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아베 고타로를 포함하여 동 비행기에 탑승하는 모든 일본인들이 열한 시 삼십 분 대한항공 편으로 이륙했다는 소식을 접했었다.

예정대로라면 비행기가 곧 도착할 터였다.

고개를 돌려 저만치 세관대로 시선을 주었다.

문석원이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가지고 들어오기로 되어 있었다.

물론 후일 그 속에 권총을 감추어 들여왔다 주장하기로 입을 맞춘 상태였다.

그 생각에 이르자 절로 쓴 웃음이 흘러나왔다.

또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이 스물세 살의 천방지축에게 너무나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안쓰러움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또한 그런 인간이기에 오히려 안도감을 주고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주위를 살피던 중 저만치 창공에서 비행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만히 그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처음 살폈을 때는 상당히 먼 거리에 있으려니 했는데 어느 순간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만큼 상념이 많아 그런 것이라 애써 자위하고 천천히 세관대로 걸음을 옮겼다.

입국 수속 시에는 별 문제가 없으리란 판단에서였다.

세관대에 가까이 다가서자 눈에 익은 세관원이 가볍게 미소를 보였다.

문득 그에게 귀띔을 주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부터는 모든 일이 철저하게 비밀리에 그리고 소수에 국한되어야 했다.

행여나 후일 조그마한 꼬투리라도 남겨서는 안 될 일이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멀찌감치 자리 잡았다.


혹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현장에서 처리하기보다는 남의 이목이 집중되지 않는 장소를 선택함이 옳다는 판단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하여 그곳에서 주시하다 일이 어긋나면 곧바로 처리하기로 작정했다.

그러기를 잠시 후 입국 수속대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문석원이 탑승했던 비행기의 승객들이, 단체관광객이었던 만큼 한꺼번에 몰려들어 마치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저런 상태에서 제대로 입국 수속 절차를 밟을 턱이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그를 입증이라도 하듯 거침없이 입국 수속대를 통과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방과 수하물을 들고 세관대로 몰려들었다.

그들 중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한 사나이가 동일의 시선에 들어왔다.

바로 문석원이었다.

그가 바로 눈에 뜨인 사유가 있었다.

거구의 문석원이 한여름인데도 검정색 양복을 입고 거기에 더하여 중절모까지 쓰고 있었던 때문이었다.

그의 모습을 살피자 절로 긴장되었다.

눈에 띄는 스타일이 집중 관심 대상이 될 수도 있던 터였다.

아울러 일국의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하는 자의 행동거지를 살피니 절로 쓴 웃음이 나왔다.

이내 허허실실이란 병법이 머리에 떠올랐다.

혹여 문석원이 의도적으로 저리 행동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곧 잡념을 물리치고 가만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문석원이 세관대에 도착하여 가방을 올려놓자 바짝 긴장했다.

그러나 동일의 긴장감을 알아차렸는지 세관원이 문석원의 수하물보다는 그의 외모에 잠시 관심을 보이더니 손쉽게 통과시켜주었다.

김포공항 도착…수속절차 밟고 호텔행
거사일 10일 전…결연한 의지 드러내

마음이 급하게 움직였다.

입국장을 벗어나면 곧바로 숙소인 고려호텔로 향할 터였다.

동일이 곧바로 그곳을 벗어나 공항 게이트로이동했다.

그곳과 가까운 곳에 준비해둔 승용차 안에 들어 게이트를 주시했다.

석원이 가방을 들고 게이트를 벗어나 택시를 잡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차에 시동을 걸고 거리를 두면서 석원이 탄 택시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김포대로를 벗어난 택시가 서울 한복판으로 방향을 잡고 곧바로 목적지인 고려호텔로 향하고 있었다.

그를 살피며 슬그머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그가 입국하기 이전에 그와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조사를 마쳤었다.

어머니의 오빠들 가족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었으나 태어나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문석원과의 연결고리는 희박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도어맨에게 키를 주고는 거리를 두고 문석원의 뒤를 따랐다.

문석원이 프런트에서 숙박절차를 밟는 모습을 살피고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갔다.

천천히 복도를 걸어 문석원이 예약해 놓은 룸의 바로 옆 룸으로 들어갔다.

“도착했습니까?”

이강철이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맞이했다.

“지금 프런트에서 수속 밟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내처 올라왔습니다. 그러니 조만간에 문석원도 올라올 것입니다.”

말을 마친 동일이 강철 옆에서 정중하게 고개 숙이는 남자를 주시했다.

“정 팀장 혼자서는 너무 힘에 겨울 듯하여 저희 멤버 중에 일본어에 능숙한 사람을 차출하였습니다.”

“김경수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탁드리려 했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동일이 강철의 얼굴을 주시하다 이내 자신의 이름을 밝힌 사내를 바라보았다.

흡사 자신의 20대 후반을 보듯 단단하기 그지없는 몸매와 날카로운 눈매를 살피며 가만히 속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친구입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말투며 절도 있는 행동하며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현역 군인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그래요, 우리 며칠 함께 고생합시다.”

동일이 강철과 경수에게 소파에 자리하기를 권했다.

“전에 실장과 함께 대강 들었었지만, 앞으로 10일 정도 남았는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강철의 질문에 동일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워낙 오락가락하는 친구라 일찌감치 보낸 겁니다.”

“그렇군요.”

강철이 짐작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 친구를 어떻게 돌릴 예정입니까?”

“나름대로 계획은 잡고 있습니다만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 과정에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하시라도 말씀 주십시오.”

“나도 그러하겠지만 경수 씨도 단 한시도 문석원에게 시선을 떼서는 안 될 일입니다.”

말을 마친 동일이 기척을 느끼고 순간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방 한쪽에 설치해둔 모니터 앞으로 다가갔다.

자동적으로 두 사람도 동일 곁에 바짝 붙었다.

동일이 모니터를 켜자 석원의 룸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방금 입실한 석원이 룸을 구석구석 살피는 모습이 나타났다.

“어제 은밀하게 설치했습니다.”

두 사람이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석원의 움직임을 주시하다 잠시 후 모두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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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