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42) 비밀 입국

일단 비행기는 착륙했는데…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김포공항 입국 수속대에서 동일이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한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잠시 자리를 이동하여 활주로로 시선을 주었다.

마치 파란 하늘 저만치서 문석원을 태운 비행기가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잠시 전 도쿄 하네다 공항에 있는 요원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아베 고타로를 포함하여 동 비행기에 탑승하는 모든 일본인들이 열한 시 삼십 분 대한항공 편으로 이륙했다는 소식을 접했었다.

예정대로라면 비행기가 곧 도착할 터였다.

고개를 돌려 저만치 세관대로 시선을 주었다.

문석원이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가지고 들어오기로 되어 있었다.

물론 후일 그 속에 권총을 감추어 들여왔다 주장하기로 입을 맞춘 상태였다.

그 생각에 이르자 절로 쓴 웃음이 흘러나왔다.

또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이 스물세 살의 천방지축에게 너무나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안쓰러움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또한 그런 인간이기에 오히려 안도감을 주고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주위를 살피던 중 저만치 창공에서 비행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만히 그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처음 살폈을 때는 상당히 먼 거리에 있으려니 했는데 어느 순간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만큼 상념이 많아 그런 것이라 애써 자위하고 천천히 세관대로 걸음을 옮겼다.

입국 수속 시에는 별 문제가 없으리란 판단에서였다.

세관대에 가까이 다가서자 눈에 익은 세관원이 가볍게 미소를 보였다.

문득 그에게 귀띔을 주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부터는 모든 일이 철저하게 비밀리에 그리고 소수에 국한되어야 했다.

행여나 후일 조그마한 꼬투리라도 남겨서는 안 될 일이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멀찌감치 자리 잡았다.


혹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현장에서 처리하기보다는 남의 이목이 집중되지 않는 장소를 선택함이 옳다는 판단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하여 그곳에서 주시하다 일이 어긋나면 곧바로 처리하기로 작정했다.

그러기를 잠시 후 입국 수속대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문석원이 탑승했던 비행기의 승객들이, 단체관광객이었던 만큼 한꺼번에 몰려들어 마치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저런 상태에서 제대로 입국 수속 절차를 밟을 턱이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그를 입증이라도 하듯 거침없이 입국 수속대를 통과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방과 수하물을 들고 세관대로 몰려들었다.

그들 중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한 사나이가 동일의 시선에 들어왔다.

바로 문석원이었다.

그가 바로 눈에 뜨인 사유가 있었다.

거구의 문석원이 한여름인데도 검정색 양복을 입고 거기에 더하여 중절모까지 쓰고 있었던 때문이었다.

그의 모습을 살피자 절로 긴장되었다.

눈에 띄는 스타일이 집중 관심 대상이 될 수도 있던 터였다.

아울러 일국의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하는 자의 행동거지를 살피니 절로 쓴 웃음이 나왔다.

이내 허허실실이란 병법이 머리에 떠올랐다.

혹여 문석원이 의도적으로 저리 행동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곧 잡념을 물리치고 가만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문석원이 세관대에 도착하여 가방을 올려놓자 바짝 긴장했다.

그러나 동일의 긴장감을 알아차렸는지 세관원이 문석원의 수하물보다는 그의 외모에 잠시 관심을 보이더니 손쉽게 통과시켜주었다.

김포공항 도착…수속절차 밟고 호텔행
거사일 10일 전…결연한 의지 드러내

마음이 급하게 움직였다.

입국장을 벗어나면 곧바로 숙소인 고려호텔로 향할 터였다.

동일이 곧바로 그곳을 벗어나 공항 게이트로이동했다.

그곳과 가까운 곳에 준비해둔 승용차 안에 들어 게이트를 주시했다.

석원이 가방을 들고 게이트를 벗어나 택시를 잡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차에 시동을 걸고 거리를 두면서 석원이 탄 택시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김포대로를 벗어난 택시가 서울 한복판으로 방향을 잡고 곧바로 목적지인 고려호텔로 향하고 있었다.

그를 살피며 슬그머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그가 입국하기 이전에 그와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조사를 마쳤었다.

어머니의 오빠들 가족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었으나 태어나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문석원과의 연결고리는 희박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도어맨에게 키를 주고는 거리를 두고 문석원의 뒤를 따랐다.

문석원이 프런트에서 숙박절차를 밟는 모습을 살피고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갔다.

천천히 복도를 걸어 문석원이 예약해 놓은 룸의 바로 옆 룸으로 들어갔다.

“도착했습니까?”

이강철이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맞이했다.

“지금 프런트에서 수속 밟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내처 올라왔습니다. 그러니 조만간에 문석원도 올라올 것입니다.”

말을 마친 동일이 강철 옆에서 정중하게 고개 숙이는 남자를 주시했다.

“정 팀장 혼자서는 너무 힘에 겨울 듯하여 저희 멤버 중에 일본어에 능숙한 사람을 차출하였습니다.”

“김경수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탁드리려 했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동일이 강철의 얼굴을 주시하다 이내 자신의 이름을 밝힌 사내를 바라보았다.

흡사 자신의 20대 후반을 보듯 단단하기 그지없는 몸매와 날카로운 눈매를 살피며 가만히 속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친구입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말투며 절도 있는 행동하며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현역 군인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그래요, 우리 며칠 함께 고생합시다.”

동일이 강철과 경수에게 소파에 자리하기를 권했다.

“전에 실장과 함께 대강 들었었지만, 앞으로 10일 정도 남았는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강철의 질문에 동일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워낙 오락가락하는 친구라 일찌감치 보낸 겁니다.”

“그렇군요.”

강철이 짐작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 친구를 어떻게 돌릴 예정입니까?”

“나름대로 계획은 잡고 있습니다만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 과정에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하시라도 말씀 주십시오.”

“나도 그러하겠지만 경수 씨도 단 한시도 문석원에게 시선을 떼서는 안 될 일입니다.”

말을 마친 동일이 기척을 느끼고 순간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방 한쪽에 설치해둔 모니터 앞으로 다가갔다.

자동적으로 두 사람도 동일 곁에 바짝 붙었다.

동일이 모니터를 켜자 석원의 룸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방금 입실한 석원이 룸을 구석구석 살피는 모습이 나타났다.

“어제 은밀하게 설치했습니다.”

두 사람이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석원의 움직임을 주시하다 잠시 후 모두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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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