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8]신묘년 돌풍 몰고 올 코리안 베스트 5

깡충깡충 ‘토끼뜀뛰기’ 2011년을 그대 품안에…


박근혜 전 대표  2011년 대권 겨냥한 행보에 주목
이재용 부사장  사장으로 승진 경영전면 나서게 돼


2010년이 저물었다. 각종 이슈가 끊이지 않던 한해였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항상 ‘인물’이 있었다. 이들은 가는 길목마다 언론과 국민의 시선을 달고 다녔다. 그렇다면 올해는 과연 어떤 인물들이 화제를 몰고 다닐까. 2011년 신묘년 활약상이 기대되는 ‘5인방’을 정치·경제·사회·연예·스포츠 분야별로 각각 뽑아 봤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1952년 전쟁 중에 태어나 군인의 딸로 평범하게 살아오던 박 전 한나라당 대표는 1964년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에 입성, 10여년을 ‘공주’로 지냈다. 그러던 1974년 광복절, 박 전 대표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모친인 육영수 여사가 괴한의 총탄에 쓰러진 것. 박 전 대표는 22세 나이에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또래 여대생들이 미팅을 하는 동안 그녀는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해야 했다. 이때의 국정 경험은 그녀에게 커다란 자산이 됐다. 이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은 박 전 대표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권력을 좇아 주변에 머물던 사람들은 철저하게 그녀를 외면했다.

이후 기약 없는 은둔 생활에 들어간 박 전 대표가 세상에 돌아오기까지는 18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런 고난의 시기는 공주로 살아온 그녀를 완전히 바꿔 놨다. 박 전 대표는 IMF 경제 위기를 겪는 나라를 보며 정치판에 발을 들일 것을 결심했다. 그리고 1998년 대구에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 승리를 거머쥐었다. 2000년 총선에선 당시 여권 실세로 불리던 엄삼탁씨와 겨뤄 승리했고, 당내 부총재 경선에서도 당당히 2위로 선출됐다.

그녀가 정치인 박근혜라는 이름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각인시킨 것은 2004년 한나라당 대표로 취임한 직후다. “저는 부모님도 없고, 더 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사람입니다”라는 연설로 표심을 사로잡아 당선된 박 전 대표는 탄핵풍과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으로 만신창이가 된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후 각종 선거에서 전승을 거두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절정은 2006년 5·31 지방선거였다. 괴한의 피습으로 병상에 누워서도 “대전은요?”라는 말 한 마디로 호남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을 싹쓸이한 것. 이후에도 그녀는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며 전국민적 지지를 받아왔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최근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한국형 복지, 좋은 복지를 표방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이 그 출발점이다. 이제 막 시동을 건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우리 경제 책임질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1991년 삼성전자 부장으로 입사한 이 사장은 상무보,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년만에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으로 선임돼 경영전면에 나서게 됐다. 1968년 6월 서울생인 이 사장은 지난 1981년에 서울 경기초등학교, 1984년 서울 청운중학교, 1987년에는 서울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 동양사학과 87학번으로 입학했다.

이 사장이 학부에서 경영학이 아닌 인문학을 택한 것은 고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학사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하라”는 뜻에 따른 것이다. 이어 그는 부친과 같이 일본과 미국에서 경영학을 배웠다. 이 사장은 지난 1995년 ‘일본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석사를 마쳤다. 이어 2001년에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경영기획팀에서 해외법인을 돌며 주요 거래선들과 접촉하며 경영수업을 받은 이 사장은 2003년 경영기획팀 상무, 2007년 1월 전무로 승진, 최고고객총괄책임자를 맡아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를 해나갔다. S-LCD 등기임원으로 계열사 경영에 첫발을 내디딘 이 사장은 2008년 특검 당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후 해외순환 근무를 통해 브라질·러시아·인도·독립국가연합(CIS) 등 신흥시장과 미국·일본·유럽 선진 시장을 다니며 주요 거래선을 만나 경영의 폭을 넓혀갔다.

당시 이 사장은 애플, IBM, AT&T, 소니, 닌텐도 등 전자·통신업계 최고경영진들과 친분을 쌓아가며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이외에 엘 고어 전 미 부통령,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등 미국 정계의 주요 인사들과의 인맥도 키워나갔다.

그리고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 본격적인 경영에 참여한 이 사장은 휴대폰, 반도체, LCD, 가전 등 주요 사업부만의 경영을 지원하면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삼성전자 사업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는 우리 경제를 책임질 위치에 서게 됐다. 이 사장의 신년 행보에 국민의 시선이 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뉴스의 진화 최일구 앵커

40년 전통의 MBC 주말 뉴스데스크가 저녁 9시에서 8시로 이동하면서 획기적으로 변했다. 지난 2005년 뉴스데스크를 떠난 이후 5년만에 복귀한 최일구 앵커와 함께 기존 뉴스 프로그램의 딱딱한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 시청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뉴스를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뉴스데스크는 ‘편안한 뉴스’ ‘생방송의 활기가 느껴지는 뉴스’ ‘심층성 강화’ 등 세 가지에 초점을 맞췄다.

최 앵커는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진정성, 소통, 공감 이 세가지는 꼭 지키겠다”며 “앵커로서 할 말은 하는 진정성, 어떻게든지 뉴스를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인 새 뉴스데스크의 반응은 뜨거웠다. 최 앵커의 거침없는 입담 때문이었다.

최일구 앵커  어떤 어록들을 쏟아낼지에 관심 집중
카라  일본서 ‘걸그룹 신드롬’…새해엔 어떤 모습?
지소연, 한창 성장 중…2012 런던올림픽 활약 기대


지난해 12월12일 방송된 뉴스데스크에서 최 앵커는 회심의 ‘말레이’ 어록을 남겼다. 최 앵커는 서울대공원을 탈출한 말레이곰의 은신처를 발견했다는 뉴스를 전하며 “저는 말레이곰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라며 “자꾸 도망다니지 말레이”라고 말했다. 최 앵커는 또 지난해 12월18일 방송된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에서 영구 말투를 흉내내며 “제가 내일은 ‘잘 모르겠는데요’의 심형래 씨를 만납니다”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치 있는 최 앵커의 멘트에 배현진 아나운서는 “영구와 일구. ‘구 브라더스’ 저도 기대됩니다”라고 맞장구 쳤으나 끝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배 아나운서는 뉴스 화면이 끝날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기존의 딱딱한 뉴스에서 벗어나겠다는 각오로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한 최 앵커. 그가 2011년에는 어떤 어록들을 쏟아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정복 카라


일본에 진출한 카라의 열기가 뜨겁다. 오리콘이 추산한 카라 첫 주 앨범 판매량은 10만7403장. 아시아 걸그룹의 앨범이 일본에서 발매 첫 주에 10만장을 넘긴 것은 2004년 중국의 여성 12인조 그룹 여자십이악방 이후 처음이다.

소녀시대와 함께 일본의 ‘한국 걸그룹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것. 하지만 카라의 성공은 소녀시대와는 의미가 다르다. 소녀시대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데뷔부터 현재까지 계속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엘리트 걸그룹’ 코스를 밟았다면, 카라는 한때 ‘생계형 걸그룹’이라 불리던 과거를 극복하고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일본에서 카라는 소녀시대와 다른 전략을 구사했다. 카라는 ‘완벽 현지화’ 작전을 펼친 것. 각종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야외 악수회를 가지는 등 발로 뛰며 대중 호감도를 높였다. 예능프로인 ‘도쿄 프렌즈 파크’에 카라가 동물분장을 하고 등장한 모습도 화제가 됐다. 일부 한국 팬들은 “안쓰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망가짐을 자처하는 일본 예능 추세에 카라가 잘 맞춰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리고 카라의 이 같은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생활 밀착형 스타’로 친근하게 받아들여지면서 인기몰이를 하더니 일본에서 한국 걸그룹 최초로 플래티넘을 수여받은데 이어 2010년 최고의 신인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21일 ‘제43회 오리콘 연간 랭킹 2010’에 따르면, 신인 음반 매출 부문에서 카라가 1위에 선정됐다. 카라는 일본에서 싱글 2장, 앨범 5장, DVD 1장 등 총 8장을 발표해 49만3000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는 13억엔, 우리 돈으로 178억원의 가치다.

현재 카라는 새 앨범 ‘점핑’의 국내활동과 내년 1월 일본에서 방영 예정인 일본 드라마 ‘우라카라’ 출연 등 일본 활동까지 병행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카라는 2011년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설레게 할까.

여자 박주영 지소연

뛰어난 볼컨트롤 능력과 키핑력, 패싱력과 골 결정력까지 갖춘 천재소녀 지소연의 등장에 축구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소연은 U-20 여자축구에서 총 6골을 넣으며 불모지와 같던 한국여자축구를 사상 첫 4강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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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이 본격적으로 공을 차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다. 우연히 남자아이들과 공을 차며 놀던 모습을 본 이문초등학교 축구팀이 사내아이로 착각해 선수 모집 전단을 주고 간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이문초등학교 김광열 감독(현 고양시 코리아 레포츠 클럽 축구 감독)은 지소연의 재능이 아까워 사내아이들과 함께 훈련하게 했다고 한다. 지소연은 지독한 연습벌레에 타고난 재능을 갖춘 선수였다. 또래 남자아이보다 기술적으로 2~3년은 앞서 있어 초등학교 5학년부터 베스트 11로 고정 출전했다고 한다.

이후 지소연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며 차곡차곡 재능을 쌓아갔다. 그런 그녀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순탄치 않은 가정환경이 바로 그것이었다. 지소연의 가족은 어머니와 고등학생 남동생이 전부다. 그녀의 집은 동대문구 이문동에 외대앞 가파른 언덕을 올라 한참 지나야 다다를 수 있다. 정부 지원금으로 10평이 채 안 되는 전세방에서 생활했다.

지소연의 아버지는 딸이 축구하는 것을 크게 반대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지소연의 꿈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지소연의 경기장을 따라다니며 뒷바라지를 했고 이에 반대하는 아버지와의 마찰은 계속 됐다.

지난 2002년, 지소연의 가정에 불화가 닥쳤다. 어머니의 자궁암 판정과 설상가상으로 닥친 부모의 이혼은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도 공 하나에 희망을 걸던 11살 어린 소녀가 한꺼번에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찼다. 특히 경제적 부담이 컸다. 이혼 후 10년 가까이 두 남매를 키워야 했던 어머니는 하루 12시간 넘게 미싱일로 근근히 버티며 지소연의 뒷바라지를 했다.

이처럼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그녀는 결국 축구계의 주목받는 스타로 성장했다. 하지만 19살 지소연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축구팬들은 벌써부터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5년 여자월드컵에서의 활약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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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