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2]2012대선 노리는 여야 잠룡 아킬레스건 밀착해부

“내 약점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박근혜에 ‘감히’ NO 할 수 있는 직언가 없다?
손학규 받쳐줄 호남 파워맨 박지원·박주선 뿐

아킬레스건(Achilles’ tendon)은 그리스신화에서 유래됐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어린 아들 아킬레스를 불사신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우스신에게 간청했다. 제우스는 스티크스강에 몸을 담그면 창과 칼이 뚫지 못하는 몸이 된다고 일러주지만, 그녀가 손으로 잡고 있던 아킬레스의 발목은 젖지 않았다. 결국 아킬레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발뒤꿈치에 활을 맞아 전사한다. 이를 계기로 발뒤꿈치를 일컫는 의학 용어인 아킬레스건은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1987년 대선 당시 김영삼(YS), 김대중(DJ) 후보의 대선 패배 이유는 세(勢) 부족이었다. 양 김 모두 자신의 약점인 세 부족을 알고 단일화 필요성을 인식했지만, 알고도 극복하지 못했다. DJ는 YS에게 ‘내 나이가 더 많으니 양보하라’고 했고, 이에 YS는 ‘정치 경력은 내가 더 선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지난 2002년 대선의 가장 큰 이슈도 후보 단일화였다. 대선 3자구도(이회창-노무현-정몽준)는 이회창 후보의 필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세가 부족했던 노 후보는 이를 간파했고, 결국 정 후보를 끌어들였다. 오히려 정치 성향으로 봤을 때, 정 후보는 이 후보가 포섭할 수도 있었다. 오히려 이 후보 쪽에 더 가까운 정치색을 지녔다. 정 후보의 현 당적과 과거의 당직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판사 외길 법조 인생 35년의 이 후보는, 단일화라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조차 없었다.

현재까지 지지도 판세
박근혜, 유시민, 손학규 순
 
  대권 잠룡 중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여전히, 여야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2월 셋째 주 실시한 주간 정례조사 결과 29.9%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은 12.3%로 2위 자리를 지켰고, 3위는 9.1%를 기록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8.7%를 기록한 오세훈 서울시장, 8.3%를 기록한 김문수 경기지사가 뒤를 이었으며, 6위는 한명숙 전 총리(8.2%), 7위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5.2%), 8위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5.1%)로 나타났다.

대권 예비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측 한 인사에 따르면, 2007년 경선 당시 박근혜 예비 후보는 주변인들에게 이따금씩 ‘정치 지저분하게 해야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지저분하게’라는 표현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의미가 종합돼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얘길 전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인간 박근혜의 평소 신념인 ‘정의와 도덕성의 실체가 역시 명확하다’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그녀의 집권 의지는 이명박 후보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함께 나왔다. 결국 그녀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예비 경선에서 ‘선거인단 직접 투표’는 승리했지만, ‘여론 조사’에서 패해 1.5% 차이로 이명박 대통령(MB)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넘겨줬다.

십자가 질 인사 없는 박근혜
‘막후정치’ 책사 찾아라


박 전 대표의 경우, 2012년에는 아무래도 예선보다 본선이 더 어려운 게임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전반의 반응이다. 하지만 예선은 물론이고, 본선에서 더욱 지저분한 정치 싸움이 벌어진다. 이를 박 전 대표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승리의 선결 과제다.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65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천명했다. 정권의 반환점을 돌며 야심차게 발표한 ‘공정한 사회’의 화두가, 오히려 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외교부 공채 파문 등 주변에서 엇박자를 냈기 때문이다. 국민의 시야가 자꾸 ‘공정한 사회’쪽으로만 쏠리자, 일부 관계자들은 일견 부담스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의 ‘정의’ ‘신뢰’ ‘도덕성’만 우직하게 추구하는 모양새는, 결국 박 전 대표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또한 곤란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이를 회피하거나 이에 침묵하려는 박 전 대표를 향해 ‘NO’라고 외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 박 전 대표측의 아킬레스건이다. 이제껏 유일하게 그녀의 행보에 ‘NO’라고 말한 친박쪽 인사가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뿐이다. 김 원내대표의 세종시 소신 발언이, 박 전 대표 주변에서 흘러나온 가장 큰 소신 발언이었다. 물론 박 전 대표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을 수 있으나, 드러난 정치권 인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과연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막후 정치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박 전 대표가 받아들인다면 측근 중 누구를 기용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캠프에서는 과연 YS의 김동영·최형우, DJ의 권노갑·박지원, 이회창의 서청원·강삼재, 노무현의 안희정·이상수, MB의 이재오·이상득 역할을 누가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당내 친박 성향의 한 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박 전 대표 주변인들은 계파의 보스 개념이 아니라, 박 전 대표 정치 성향이 맘에 들어 함께 가고 있는 것”이라며 “과연 십자가를 짊어지려는 인사가 나올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정치권 인사는 역시 사견임을 전제로 “옛날처럼 민주화 동지 등 끈끈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표가 막후정치를 수긍하게 된다면, 측근 중 측근인 유정복, 이정현 의원 정도가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고 말했다.

대권도전 애매모호한 자세
오세훈, MB 품에 안길까?

오세훈 서울시장도 빼놓을 수 없는 여권의 잠룡 중 하나다. 그는 최근 무상급식 관련, 연이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지배하는 서울시의회 의원들의 행태를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무상급식을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논리를 폈다. 참고로 민주당은 서울시의회의 전체 106석 가운데 79석을 차지했다. 오 시장은 “토론에서 지면 무상급식을 추진하겠다”며, “무상급식 논리의 허구성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오 시장이 서울시의원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오히려 그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오 시장은 당내 기반이 아직 미약하다. 오 시장의 혼자 힘으로는 당내 예비 경선에서 헤비급 선수인 박 전 대표가 버거워 보인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은 당 출신 시도지사가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등 당 중요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당헌을 고쳤다. 현행 특임장관으로 한정돼 있는 당헌 제8조를 고쳐 오 시장의 활동영역을 넓혀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아직까지 대권 도전과 관련 애매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오 시장이 어떤 명분을 근거로 최종적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당내 계파조직 없는 김문수
친이계 대표로 나설까?

대권 행보가 점쳐지는 또 다른 주요 인물은 김문수 경기지사다. 지난 6.2 지방 선거에서 김 지사가 없었다면, 여권의 수도권 참패로 이어졌을 공산이 크다. 서울시는 25개 권역 중 4곳에서 구청장을 당선시켰지만, 경기도는 그나마 31개 권역 중 10개를 당선시켰다. ‘김문수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김 지사가 박 전 대표를 꺾고, 본선 레이스에 올라설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김 지사를 지지하는 당 내 세력이, 박 전 대표에 비해 미미하기 때문이다. 김 지사의 유일한 희망은 친이 세력과의 규합이지만, 이도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세력 균형이 친이에서 친박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펄떡이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김 지사는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무상급식 문제도 적당한 선에서, 적당한 명분을 가지고 ‘타협’을 봤다. 보다 큰 틀의 정치를 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현재 김 지사의 당내 입지는, 2000~2001년 당시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보다는 크다.

손학규 호남 지지기반 미약
박지원, 손학규 손 들어줄까?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당 내부, 그리고 호남의 지지기반 미약이다. 또한 야권 주자들의 상대적 약점인 ‘경제 살리기’ 부분도 더 신경 써야 되는 게 사실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보다 상대적으로 당내 세력 분포 구도가 복잡하다. 이전 당권파인 친정세균계, 현 당권파인 친손학규계, 친노, 민주연대, 구(舊)민주계, 그리고 중도성향의 의원 군이다. 이들을 한데 묶고, 외연을 확대해야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 의원들을 묶는 과정에서 호남의 지지기반도 확고히 다져야만 한다.

당내 기반과 호남 지지를 한데 묶는 과정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연대는 필수적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공천이 배제된 박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당시에도 대표였던 손 대표에게 앙금이 남아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연대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고, 현 상황에서도 별다른 잡음이 나지 않고 있다. 다만 앞으로 개헌과 같은 돌발 이슈, 그리고 19대 총선이 연대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그러나 어떤 모양새를 취하든 본류는 한 줄기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최근 ‘유능한 진보’ ‘돈 버는 진보’를 이야기 했다. 이를 위해 ‘학규(HQ) 노믹스’의 기초를 다질 경제통과 정책통이 필요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에서는 이한구 의원 등 현안 관련 한목소리를 내는 경제통이 있다. 하지만 손 대표 측에서는 대여 투쟁 집회를 이어가는 상황 때문인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실정이다. 노무현-정몽준 연대와 같은 드라마틱한 세력 통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도 혹은 중도보수 성향의 주요 경제통과 적절한 연대가 필요하다. 


덧셈 정치 해야 사는 유시민
차기냐 차차기냐 선택해야

선거 전략가인 유시민 국민중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이 손 대표와 연대한다면, 야권 입장에서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선거 이니셔티브(initiative-이행계획) 측면에서 유 원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유 원장은 치밀한 계산이 장점인 반면, 포용력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덧셈의 정치보다는, 뺄셈의 정치 쪽에 가깝다. 정치는 두루뭉수리하게 묶어 가다보면 얼떨결에 꽁꽁 묶이기도 하는데 아쉽게도 네 것 내 것에 대한 구획을 분명히 나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대의 걸림돌은 유 원장도 ‘대권’의 꿈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치르며 본인의 득표력을 어느 정도 인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이 손-유 연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YS-DJ 단일화 불발 때처럼, 손 대표가 ‘내가 나이가 더 많으니 이번에 양보해달라’고 말하면, 유 원장은 ‘내가 야권 짬밥을 더 많이 먹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낙선 전력 정동영·한명숙
당내 재신임 여부가 더 관건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미 호남권 대표주자로 선택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580만표 차이로 MB에게 패배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실시된 대선 중, 가장 많은 표차로 패했다. 이 같은 과거의 전력이 그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정 최고위원이 이 굴레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는 최근 손학규 대표의 대북정책과 관련,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며 통일부에 개성공단 방문을 신청했다. 그는 방북 사유에 대해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개성공단은 유일한 숨구멍”이라고 말했다. 당내 입지 구축의 돌파구를 ‘대북관계’로 잡은 정 최고위원이, ‘새로운 진보’를 내세운 손 대표를 꺾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재신임을 받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재판에서 명예를 회복한 한명숙 전 총리도 강력한 대선 예비후보다.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막판까지 오세훈 현 시장과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서울 25개의 구청장 선거 중 21개를 민주당이 차지하고도, 서울시장 자리는 한나라당에게 넘겨줬다. ‘오세훈 개인 브랜드 가치가 한명숙 개인의 브랜드 가치보다 높았다’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한 전 총리만의 ‘알맹이’가 있어야 서울시장이든 대권이든 도전할 수 있다. 그녀는 든든한 아군을 확보하고 있다. 친노 세력이 그들이다. 하지만 친노 세력만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 진보를 넘어 중도를 끌어안기 위해, 명확한 숫자에 근거한 정책 개발과 경제통 영입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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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