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4]정치권 10인 새해 마스터플랜 엿보기

“이제 1년이다…대권을 향해 쏴라”



날개 편 잠룡들, 사람·정책 챙기며 대권 기지개
박근혜 ‘대세론’ 키우고, 여야 주자 ‘반전’ 노려

2012년 대선을 사정권에 둘 시간이 다가오면서 잠룡들이 날개를 펴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고 정책을 다듬어 세상에 내보이기 시작한 것. 지지조직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당내에서는 차기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세력화의 움직임이 읽힌다. 일찌감치 ‘대세론’에 시동을 거는 이와 도약의 기회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신경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2011년 활약이 기대되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이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로 향할수록 레임덕 등 권력누수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과 달리 이들은 ‘뜨는 해’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는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정몽준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도로 압축된다. 여기에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 뜨나

이중 박 전 대표는 한 해 동안 여야 정치권을 통틀어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라는 자신의 입지를 ‘대세론’으로 연결시킬 것으로 보인다. 준비운동은 이미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친이계까지 만남의 장을 넓힌데 이어 ‘복지’를 중심으로 한 정책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그는 지난 12월20일 국회에서 가진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 발의를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한국형 복지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공청회는 당내 친박계 의원들과 미래희망연대 의원들을 비롯해 박희태 국회의장과 안상수 대표, 장광근·원희목·김기현·김정훈·강승규·고승덕·나성린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 1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하는 등 친이·친박계 의원 75명과 400여 명의 지지자들로 가득 차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박 전 대표는 앞으로 과학기술 재정건전성 등 그동안 준비해 온 정책 구상들을 잇달아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한 봄빛이 완연할 즈음이면 외곽 지원조직도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규택 미래연합 대표는 최근 “외부에서 박 전 대표를 차기 (대선)에 도와주기 위해 포럼을 추진중”이라며 “이명박 대통령 시절 뉴라이트(같은) 형태로 (해당 인사들이) 익명을 요구하고 있으나, 많은 분들이 동참하고, 저명 인사들이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몽준 전 대표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도약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정 전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그동안 올인했던 2022년 월드컵 유치에도 실패하며 침체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연평도 사태와 관련, 사회 지도층 자제의 전방 복무를 제안하는 등 다시 한 번 ‘뜰’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 주가를 높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최근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던 오 시장은 무상급식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행정가’에서 ‘정치인’으로 존재감을 새롭게 하고 있다. 김 지사는 연평도 사태 후 의정부에 있는 제2청사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안보이슈를 틀어쥐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개헌론’ 등 주요 현안을 띄움과 동시에 여권에서 막후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번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뒤에도 이 장관이 있었다는 게 정가의 전언이다. 

야권 차기 대선주자들도 잰걸음을 시작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예산안 강행처리 후 장외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26일 경기, 28일 서울을 마지막으로 16개 시·도를 순회하는 강행군이다. 손 대표는 이번 전국 순회 규탄대회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복지예산 삭감’ ‘형님예산’ 등 예산안 강행처리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했으며 제1야당의 아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그의 싱크탱크격인 동아시아미래재단도 조직정비와 기름칠을 마쳤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은 지난 7일 ‘위기의 한국사회, 진보개혁의 과제’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한 데 이어 ‘성장친화형 복지국가’라는 손 대표의 정책 비전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에 들고 나온 ‘보편적 복지론’과 함께 남북문제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 출신인 그는 당내 남북평화특위 위원장을 맡아 한반도 주변 4대국 등에 대한 당 차원의 외교적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연평도 사태 이후 불안해진 한반도 정세 속에서 개성공단의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통일부에 개성공단 방문신청서를 제출키도 했다.

하지만 당내 빅3 중 가장 먼저 ‘대권’을 향한 행보를 시작한 것은 정세균 최고위원이다. 정 최고위원은 1월 중순 쯤 대선정책 구상을 맡을 싱크탱크를 출범시키는 한편 2012년 총선·대선을 염두에 둔 ‘야권연대’를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권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빅3의 마음은 급하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정한 ‘대선 1년 전 대권·당권 분리’ 원칙에 따라 하반기에는 대권이냐, 당권이냐를 두고 마음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박 전 대표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야권 차기 대선 주자는 민주당 ‘밖’의 인사,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이다. 유 원장은 지난달 보육수당제 도입을 제안한 데 이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민간 임대주택 사업 활성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정책 대안을 발표하는 등 정책토론회를 통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친노의 부활?

그는 최근 2012년 대선에 대한 자신의 구상과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유 원장은 “‘2012년 12월 이후 정치는 없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면서 “대권에 연연하지 않고 정권교체와 야권연대에 모든 걸 바치겠다”라고 강조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한명숙 전 총리가 2011년 ‘깜짝 스타’가 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한 전 총리의 발목을 잡았던 불법 정치자금 수뢰 관련 재판에서 검찰의 주장을 뒤엎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검찰 수사와 관련, ‘표적·기획수사’라는 역풍이 불 경우 다시 한 번 ‘노무현 바람’이 불 것”이라며 “박 전 대표를 견제할 ‘대항마’로 뜰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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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