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1]박민찬의 신통방통 신묘년 국운 대해부

“청계천이 토끼해 대한민국 발목 휘감는다”


경인년 호랑이의 해가 물러가고 신묘년 토끼의 해가 다가오고 있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유난히 일이 많았던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밝아오고 있지만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다. 경인년을 뒤흔들었던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평도 사태 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고, 예산안 강행처리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 한해 대한민국은 이러한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 박민찬(풍수지리 신안계형물학연구소) 원장을 만나 신묘년 국운을 들어봤다. 
 
혼란스러웠던 호랑이해 가고 토끼의 해 밝았다
신묘년 천기누설, 2011년 한해 살림살이 어떨까

새로 밝아오는 신묘년엔 어떤 일이 생길까. 박민찬 원장은 국운을 말하기에 앞서 환란의 기운을 짚었다. 풍수를 통해 본 나라의 모습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청계천 흐르는 불운
국운에 그림자 드리워

박 원장이 말하는 ‘풍수’는 ‘자연활용법’이다. 인간은 자연의 지배를 받으며, 인간의 운명 또한 자연에 달려있는데, 자연의 지배만 당할 게 아니라 이를 활용하자는 것. 또한 ‘풍수지리’는 땅의 형세를 보고 흥망성쇠를 보는 학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가 풍수지리를 토대로 본 국운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공동체 운명은 상징적 지역의 형태에 따라 변화되는데 우리나라의 중심은 예부터 서울이었다”며 “때문에 서울의 형세를 보면 국운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은 인왕산을 머리, 북악산을 왼팔, 남산을 오른팔로 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동쪽으로 뻗은 산세는 다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동아일보 앞이 명치로, 이곳부터 중랑천까지가 배 부분이다.
박 원장은 “예로부터 청계천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운명을 결정했다.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 등지에서 흘러내려 온 하천이 연결돼 있는 청계천은 때로는 국가의 성장을 가져다줬으며, 때로는 나라를 위태롭게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 청계천은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까. 박 원장은 현재 청계천의 모습을 “배를 갈라놓은 형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청계천은 사람으로 말하면 배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2003년 7월 청계천을 복원한다면서 서울의 중심부를 파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나라의 모든 일이 엉망이 됐다”면서 “경제는 망해갔고 국민은 분열됐으며 외세에 약해지고 북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등 어려운 고비가 찾아왔다”고 역설했다.

박 원장은 청계천으로 인한 풍수지리적 영향력을 과거의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조선 영조 시기와 박정희 정권 시절 청계천으로 인한 국운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선 영조 시절 청계천은 치수사업으로 인해 자연적 하천 형태였던 것이 좀 더 깊고 넓게 파지게 됐다. 그리고 그때부터 조선 왕조의 시련이 시작됐고 급기야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는 수난까지 겪게 됐다는 것.

박 원장은 “물은 재물을 상징하는데 기본적으로 3분의 2 정도의 수위가 흘러야 교량 역할을 하면서 길지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청계천을 개량함으로 인해 흉지로 탈바꿈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청계천을 복개했다. 박 원장은 1957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로 지목받던 나라가 1958년 청계천 복개를 진행한 후 30여 년 만에 세계 10위권 진입을 앞둔 국가로 성장했다는 점을 짚었다.

청계천 복원과 관련, 박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풍수를 모르고 한 일”이라며 “이 대통령은 개인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나라는 망하고 있다. 청계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올해가 어떤 해인지와는 상관없이 국운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는 “지난 2003년 복원된 청계천은 풍수적으로 올해 9년을 맞이한다. 풍수는 10년이 지나면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데 지난해 호랑이해를 맞이하면서 조금 일찍부터 그 영향권에 들게 됐다”며 “청계천을 복개해 길지로 만들면 국가적 차원의 흉을 없애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운을 길하게 만들 해법이 없다. 토끼를 자연에서 하나의 생명으로 본다면 청계천은 자연 전체다. 동물의 기운이 자연 전체를 이기지는 못하는 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힘들었던 경인년
신묘년에는 ‘더하다’

역사적으로 경인년에는 나라에 재앙과 큰 사건이 많았다. 그리고 2010년에 돌아온 경인년에도 재앙의 기운이 강했다.
박 원장은 경인년 국운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운 화재나 홍수, 붕괴 등 자연재해나 불미스러운 일,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가의 존폐를 위협하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비관론을 내놨다. 호랑이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9월부터 11월 사이로 이때 큰 사건들이 많이 발생할 것이며 예기치 못한 사건들의 집중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또 “사회적으로도 좋지 않다. 아주 각박하고 살벌한 사회가 될 것이다. 따뜻한 기운이 점점 없어지고 평안함을 가지는 상태가 지속되지 못하는 운”이라며 “국민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고 초조해지며 도덕, 윤리, 질서 등이 무너져 내리고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강력범죄와 엽기적 사건사고 등을 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계천 때문에 국운 엉망, 경인년부터 악화일로
정치·사회·경제 ‘휘청’ 흉흉해진 민심 국운 위협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대북관계가 더욱 악화일로에 놓일 것이며 극한 대립각을 형성할 공산도 많다고 내다봤다. 
그는 “2010년은 국운에서 북한 문제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비참한 생활을 하는 북한으로는 언제 도발 또는 위협을 할지 알 수가 없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그 어느 때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라며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의 주장처럼 경인년에는 ‘일’이 많았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논란으로 한 해를 시작하더니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도발로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돼 방역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박 원장은 그러나 “신묘년은 경인년보다 더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청계천으로 인한 환란이 “여기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경인년, 신묘년 하는 띠에 따른 국운과는 상관없이 한 해 동안 국운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국민이 분열되고 사회 갈등은 심화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살벌해져 갖은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가정이 분열되며 민심은 흉흉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 상황도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업이 무너져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며, 기업들의 쇠락이 국민 경제를 악화시켜 고통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안으로는 종교 간의 갈등이 ‘전쟁’ 수준에 이르게 되며, 밖으로는 외교적 입지가 약해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사람이 일이 잘 되려면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상대방의 말을 잘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시비를 걸려하듯, 좋지 않은 국운으로 인해 모든 것이 꼬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원장은 “국회는 풍수적으로 봤을 때 ‘흉상’”이라며 “작은 섬인 여의도는 대국가적인 회의 장소로 부족하다. 형상이 작으니 그 안에서는 ‘큰 생각’을 하기보다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욕심만 부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운까지 좋지 않으니 더 이기적이게 되고, 더 욕심을 부리다가 더 큰 싸움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여야는 더 치졸한 싸움을 벌이게 돼 정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MB의 강한 의지
희망은 있다? 없다?

한 나라의 국운에는 최고 지도자의 운도 작용한다. 그가 어떤 운을 가지고 있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국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그러나 “자연의 영향이 먼저”라며 “청계천으로 나라의 형상이 근본부터 잘못돼 국운을 해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운명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계천을 길지로 만들면 서민경제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경제적으로 성장 탄력을 받게 된다. 경제가 안정되면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사라지고 국민들이 단합하면서 흥한 기운이 전국을 덮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급신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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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