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굿바이 2010>⑥ 2010년 뒤흔든 충격·엽기 사건 베스트10

순악질 범죄 ‘펑펑’터졌다 하면 ‘으악’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사건으로 시끄럽게 시작된 2010년은 유난히 강력사건이 많았다. 지난해 조두순 사건에 이어 다시 한 번 아동 성범죄가 발생해 충격을 줬고, 30대 중학교 여교사가 15세 자신의 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발각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또 10대 청소년들이 친구를 살해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사건은 2010년 대표적인 엽기 사건 중 하나다. 경인년 발생한 충격·엽기 사건 10선을 재구성했다.

아동 성범죄와 엽기 살인사건으로 점철된 2010년 아듀!

2010년 한 해는 성범죄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한 해였다. 정초부터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을 떨게 만들었고, 지난 6월에는 백주대낮에 초등학생이 교정에서 납치, 성폭행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상에 이런 X들이…”
김길태-김수철 사건

지난 3월 부산 사상구 덕포동의 한 다가구 주택에서 실종된 뒤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섰던 여중생 이모(13)양이 1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어 같은 달 10일 오후 사건의 피의자 김길태(33)가 사건발생 15일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김길태는 2월24일 이양의 집에서 이양을 납치하고, 성폭행 후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고,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명확히 하지 않는 등 경찰과 줄다리기를 벌였다. 결국 법정에 선 김길태는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지난 15일 진행된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지난해 조두순 사건을 잇는 끔찍한 아동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45세의 노동자 김수철이 8세의 A양을 납치, 자신의 집으로 끌고가 무참히 성폭행한 것.
A양은 조두순 사건의 피해 아동과 마찬가지로 배변 주머니를 착용한 채 6개월간 병원 치료를 받았고, 최근 배변 주머니를 떼어내는 마지막 수술을 받았다. 제2의 조두순이라고 불렸던 김수철은 이 사건 범행으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게임에 미친 부부
3개월된 딸 아사 시켜

김길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시기에 게임에 중독돼 생후 3개월 된 딸을 돌보지 않아 영아가 굶어 죽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김모(41)씨 부부는 지난해 6월2일 딸을 출산했다. 이들 부부의 딸은 몸무게 2.15kg의 미숙아로 태어나 40여일 동안 인큐베이터에서 있을 만큼 몸이 약했다. 퇴원한 이후에도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했지만 이들 부부는 아기를 방치했다.
분유는 하루에 1회 정도만 먹였고, 상한 분유를 먹이기도 했다. 딸이 영양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 죽어가는 동안 이들 부부가 심취해 있었던 것은 사이버 딸을 키우는 인터넷 게임.
김씨 부부는 평균 10여 시간씩 PC방에서 게임을 즐겼고, 부모의 따뜻한 손길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영아는 생후 3개월 만에 지하 단칸방에서 ‘방치로 인한 기아’로 숨졌다.
법의 심판대에 선 김씨 부부에게 법원은 징역 2년을 선고했고, 부인에 대해서는 출산예정인 점을 참작해 형의 집행을 3년간 유예했다.

재벌 2세 ‘맷값 폭행’
최철원 M&M 전 대표 사건

11월 마지막 주, 대한민국은 정신 나간 재벌 2세의 ‘맷값 폭행’ 파문으로 들끓었다. SK가문의 2세인 최철원(41) M&M 전 대표가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50대 탱크로리 운전기사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2000만원을 건네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결국 최 전 대표는 구속 수감된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최 전 대표의 ‘맷값 폭행’은 ‘돈’ 이라는 상징적 물질을 눈앞에 드러내놓고 일반인을 폭행했다는 점에서 상대의 수치심을 더했다. 폭행이후 합의과정에서 합의금이 오가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는 지난 10월18일 서울 용산구 자신의 사무실로 탱크로리 운전기사 유모(52)씨를 불러들여 “1대에 100만원씩 20대를 맞아라”면서 구타를 시작했다. 야구방망이로 엉덩이 10대를 맞은 유씨가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이제부터는 1대에 300만원씩”이라며 강도를 한층 높여 3차례 더 때렸다.
40여 분 간 지옥 같은 폭행이 끝나고 최 전 대표는 5000만원과 2000만원이라는 액수가 쓰인 두 장의 서류를 유씨 앞에 들이밀고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이어 그는 “2000만원은 맷값”이라며 1000만원짜리 수표 두 장을 유씨에게 던지고, 사측은 사건 당일 유씨의 통장으로 탱크로리 차량값 5000만원을 입금했다.


도심 속 ‘강원랜드’
카지노 일당 무더기 적발

2010년은 경제 한파가 계속된 한 해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경마나 도박, 로또 등 한방의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 11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억대 카지노 도박판을 벌인 일당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사행성 오락실 운영으로 돈을 모은 소규모 폭력조직이 서울 강남에 소재한 고급 오피스텔 등을 빌려 사설 카지노를 운영하다 경찰에 검거된 것.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8일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관광진흥법 위반 등)로 원모(35)씨와 최모(37)씨 등 6명을 구속하고 홍모(39)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상습 도박 혐의가 확인된 주부 서모(59·여)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적발된 나머지 도박꾼 29명과 범행을 도운 호객꾼(속칭 롤링업자), 도박장 딜러, 접대 직원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원씨와 최씨는 오피스텔 및 아파트 사용료 2~3개월분인 1000~2100만원을 미리 지급하고 이곳에 바카라 게임 도박장을 개설해 14억8000여 만원에 이르는 부당 이익을 챙겼다.
이들은 망보는 사람인 ‘문방’은 물론 ‘롤링업자’를 고용해 손님들을 모집하는가 하면, 손님 식사를 담당하는 주방장과 함께 카지노 관련학과를 전공한 딜러를 고용하는 등 전문 도박장과 똑같이 운영했다.

‘연대보증’으로 저승길간 3인
포항 유흥업소 여종업원 자살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7월 포항시에서 잇따른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3명의 유흥업소 여종업원이 목숨을 끊은 것.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연대보증’을 서며 사채를 끌어 쓰고 있었고, 사채업자들로부터 많게는 연 1000%에 가까운 고리의 이자를 물고 있었다. 첫 번째 여성의 자살로 나머지 두 여성은 숨진 여성의 빚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되자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같은 길을 택했다.
첫 자살자가 발견된 것은 지난 7일 오전 5시30분께. 포항시 남구 상도동의 한 원룸에서 유흥업소에서 실장으로 일하던 이모(32·여)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하루 뒤인 8일 오후 8시께에는 남구 대도동의 한 원룸에서 김모(36·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으며, 10일 오후에는 남구 대잠동 한 원룸에서 이씨, 김모씨와 가깝게 지내던 유흥업소 여종업원 문모(23·여)씨가 역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의 연쇄자살 사건은 포항 일대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포항시외버스 터미널 인근 유흥업소에서 일해 왔으며 각각 1억여 원에 가까운 사채 때문에 고민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씨는 “사채를 갚지 못해 업자들로부터 독촉에 시달려 괴롭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 충격·화제의 사건
30대 여교사-남제자 성관계

지난 10월 삼류 포르노 같은 일이 실제 발생해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30대 여교사와 그녀가 담임을 맡고 있는 15세 남학생이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밝혀진 것. 경찰서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사랑’이라고 말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경찰에 따르면 여교사(35)와 A(15)군은 지난 10월10일 낮 12시께 서울 영등포역 지하주차장 여교사의 승용차 안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이들의 부적절한 관계는 여교사가 A군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의해 발각됐다. 성관계 이후 여교사가 A군에게 “좋았다”는 문자를 보낸 것. 아들의 휴대전화를 보다가 이 같은 문자를 발견한 A군의 어머니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여교사는 “서로 좋아서 성관계를 맺은 것”이라고 주장했고, B군 역시 “강제적인 관계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결국 경찰은 두 사람의 진술에 따라 처벌근거가 없어 수사를 종결했다. A군이 13세 이상이고 대가 없이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이기 때문에 현행법상 처벌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내법상 13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성인과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 당사자의 동의나 대가성 여부를 떠나 무조건 처벌받게 되어 있지만 13세 이상의 청소년과 성관계가 동의하에 이뤄졌다면 성매매가 인정될 경우에만 처벌된다.

‘베트남 신부’ 한국 온지 8일째
정신병력 남편 손에 살해


지난 7월, 한국에 시집온 지 8일 만에 남편의 손에 살해된 ‘베트남 신부 살해사건’은 대한민국과 베트남 양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올해 스무살 된 베트남 여성 탓티화앙응옥씨는 7월8일 정신병력을 가진 남편 장모(47)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장씨는 2005년부터 정신분열 증세를 보였으며 무려 57차례나 치료를 받아온 정신질환자였다. 하지만 장씨는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탓티화앙응옥씨와 결혼했고, 그녀가 한국에 입국한지 8일째 아내를 살해했다.
이 사건으로 베트남 인들의 한국남성에 대한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우리 재판부는 지난 10월, 1심 재판에서 장씨에게 징역 12년에 치료감호, 출소 후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착용을 명령했다.
형량이 너무 적어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이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고법은 지난 8일 항소심에서 “자수를 한 데다 반성하고 있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한 범행으로 볼 때 1심 선고가 가볍지 않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부산 여중생 성폭행 미수
감춰진 ‘도끼 난동’ 사건    

하루아침에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고모의 동거남이 대낮 집에 무단 침입해 어머니와 여동생의 손발을 묶어 폭행하고, 급기야 14세인 여동생을 성폭행하려 했다. 긴박한 순간에 아버지가 집안으로 들어갔지만 도끼를 휘두르는 가해자의 잔인함에 집안은 피바다가 됐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7월30일 대한민국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이다.
이날 조모(41)씨는 자신의 동거녀를 찾기 위해 그녀의 오빠인 김모(50)씨의 집에 쳐들어가 행패를 부렸다. 당시 집에는 김씨의 아내와 14살 난 막내딸 밖에 없는 것을 확인한 조씨는 성난 말마냥 날뛰었다. 김씨의 아내와 딸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김양을 성폭행하려 옷을 벗겼다. 집으로 달려온 김양의 아버지에게 도끼를 휘둘러 중상을 입히고 달아났다.
결국 조씨는 살인미수와 강간 등 상해, 감금 등 모두 8개의 혐의로 구속 기소 됐고,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원심의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했고, 지난 15일 상소심 재판이 진행됐다.
이날 부산고법 형사2부(김용빈 부장판사)는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도끼망치와 청테이프 등을 미리 준비하는 등 계획적으로 치밀한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범행수법도 잔인하고 포악한데다 일가족 5명에게 육체·정신적으로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줬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친구 폭행·살해 냉혈 10대
엽기 시체훼손 ‘10대 잔혹사’
 
지난 6월 10대 청소년들이 친구를 감금, 폭행,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한강에 유기한 사건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줬다. 
6월9일 최모(15·여)양과 안모(16·여)양, 윤모(15·여)양, 이모(15)군, 정모(15)군은 가출을 통해 알게 된 김모(15·여)양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최양의 집으로 불러내 함께 술을 마셨다.
함께 술을 마시던 이들은 김양이 자신들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10일 새벽부터 폭행을 시작했고, 12일까지 이어진 폭행을 견디지 못한 김양은 결국 숨지고 말았다. 김양의 죽음에 놀란 이들은 당시 함께 어울리던 안양의 남자친구 이모(19)군을 불러 대책을 논의했고, 김양의 시신을 한강에 버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이군은 시신의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신체 일부분을 훼손해 혈액을 빼내고 담요에 벽돌과 콘크리트 덩어리를 함께 넣고 싼 뒤 한강에 유기했다.
10대 청소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엽기적이고 잔혹한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했지만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여러차례 기각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현미)는 10월22일 이들에게 징역 3~7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정군에게는 징역 장기 7년, 단기 5년을 선고했고, 최양 등 3명에게는 장기 4년, 단기 3년 선고가 내려졌다. 이군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으며, 구타에 가담한 이군은 서울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됐다.

페이스오프 ‘성형 발바리’
강도강간범 이례적 사형 판결

지난 10월7일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는 강도강간범에게 이례적인 사형 판결을 내렸다. 전국을 돌며 24차례에 걸쳐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강간 등)로 구속기소 된 피고인 허모(44)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 또 수감생활 중 감형 등에 대비해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허씨는 20여 년 전인 지난 1987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강도강간죄로 서울남부지원에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2001년 4월 가석방됐지만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가석방된 지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인 2002년 11월 경기도 평택의 가정집에 들어가 흉기로 부녀자를 협박해 강간하고 현금 27만원을 빼앗아 다시 범죄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이후 전국을 돌며 2006년 1월까지 총 24차례에 걸쳐 강도강간 등을 저질렀다.
허씨는 혼자 혹은 어린 자녀와 함께 있는 부녀자만을 범행대상으로 노렸다. “아래층인데 물이 샌다”는 핑계로 부녀자들의 경계심을 없앤 뒤 어린 자녀를 인질삼아, 자녀가 보는 앞에서 성폭행하는 극악무도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경찰 수사망을 피해 도주하던 허씨는 2007년 6월 공중파 공개수배 프로그램에 자신이 방송되는 것을 보고 성형수술을 받았다. 경찰에 잡히지 않으려는 마지막 수단이었다. 하지만 그는 성형수술 이후에도 6건의 추가 범행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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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