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침대 안성호 사장 불법 토지전용 의혹

농사 안하면서 논밭은 뭐하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토지는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용도에 맞지 않는 토지의 개발 및 이용은 법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는 행정당국의 눈을 피해 토지를 본래의 용도와 상관없이 사용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포착되곤 한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 역시 해당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침대는 가구가 아닌 과학’이라는 문구로 잘 알려진 에이스침대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침대제조업체. 에이스침대가 과거 사치품 혹은 악세서리 정도로 비춰지던 침대를 오늘날 필수 생활 도구로 자리 잡는 데 공헌했다는 점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일등회사 오너
숨겨진 땅에선…

업계에서는 에이스침대의 고공행진을 안성호 사장의 젊은 리더십과 연결 짓는다. 안유수 회장에 이어 에이스침대의 전권을 넘겨 받은 안 사장은 수십개 업체가 난립하는 침대시장에서 에이스침대가 줄곧 업계 선두를 수성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안 사장에게도 허물은 존재한다. 경기도와 충청북도 일대에서 포착된 다수의 토지가 바로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해당 토지 상당수는 불법 전용 의혹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취재 결과 안 사장 명의로 된 토지는 경기도 이천시(7722㎡), 여주시(4953㎡), 광주시(4269㎡) 일대와 충북 음성군(1만3105㎡)에서 다수 발견됐다. 해당 토지들의 총 면적은 3만49㎡(9089평)에 이른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불법전용이 의심되고 있다. 특히 광주시 도척면 진우리 일대에 위치한 농지는 불법전용이 명백히 드러난 곳이다.


안 사장은 진우리 일대에 408-3번지(641㎡, 밭), 418-7번지(3437㎡, 밭), 419번지(875㎡, 논) 등 3곳의 필지를 보유한 상태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이들의 지목은 모두 농지(논, 밭)으로 표시돼 있지만 농지로써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보긴 힘들다. 농지임에도 불구하고 정원처럼 꾸며진 곳이 필지의 상당량을 차지하고 일부 지역은 콘크리트가 발라진 상태다. 대번에 농업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행위는 '농지법34조'에 어긋나는 사항이다. 농지법34조는 농지를 본래 용도로 사용하지 않거나 타 용도로 허가 없이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하는 대상은 건축물의 건축, 토지의 형질 변경 시 개발행위허가를 받도록 명시한 '국계법56'조에도 저촉될 수 있다.
 

해당지역 행정당국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도척면사무소는 지난달 24일 현장을 확인 후 이곳 필지의 일부 면적에서 농지법 위반 사항을 지적했다. 이에 다른 원상복구 명령이 해당 토지 소유주인 안 사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유예기간을 거친 상태에서 원상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계기관 고발 등 행정조치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음성·여주·이천·광주 일대에 3만㎡ 소유
상당수 토지서 불법 흔적 ‘못잡나 안잡나’

이천시 부발읍 고백리에 위치한 안 사장 명의의 토지들은 예외 규정이 허용된 사례다. 안 사장은 고백리에 11-2번지(2615㎡, 논), 11-7번지(5107㎡, 논) 등 두 개의 필지를 보유한 상태다. 두 필지 모두 기본 용도는 농지임에 분명하다.

해당 토지의 실소유주가 박 사장이라는 점에서 농지법6조 위반 혐의를 생각해봄 직하다. 현행 농지법6조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 소유를 제한한다. 법에 저촉되지 않으려면 해당 농지의 주인이 이곳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지만 회사 경영만으로도 바쁜 안 사장이 농사를 직접 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이번 사안의 경우 위탁경영 금지를 명시한 예외 규정이 적용된다. 농지법6조2항은 농지법 시행일(1996년 1월1일) 이전부터 소유한 농지의 경우 농업 경영 목적이 아니더라도 토지 보유를 허용하고 있다. 안 사장의 소유권 이전일은 1990년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해당 필지는 개인간 임대차가 허용되는 위탁경영 허용 구역이라고 해석 가능하다. 다만 애초부터 안 사장이 원래 지목에 맞게끔 토지를 이용하고자 필지를 구입했다고 보기 힘든 만큼 '도의적인 책임'이라는 부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여주시 가남읍 상활리 일대 토지에 대해서도 행정당국은 불법전용이 아니라는 답변을 하고 있다. 용도에 맞게끔 토지를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521-1번지(609㎡, 밭)는 농업 용도로 사용된 듯한 흔적과 소유권 이전일이 2008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위반 사항을 절대적으로 피해간다고 보긴 애매하다.  520-13번지(641㎡, 임야)는 공소시효를 지난 만큼 산지관리법 위법사안이라고 보긴 힘들고 대신 원상복구 대상으로 판단해야 한다.

곳곳에 의문
의도된 계획?

더 큰 문제는 음성군에서 비롯된다. 삼성면 상곡리 일대에 안 사장 명의로 된 필지는 10곳에 이르고 면적을 합산하면 1만㎡를 훌쩍 뛰어 넘는다. 모두 지목이 농지다. 해당 필지들은 삼성농공단지에 위치한 에이스침대 음성공장의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상곡리 일대에서 가장 논란이 될 법한 필지는 321-5번지(2175㎡, 밭)다. 농지인 이곳의 소유주가 안 사장이라는 점에서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 소유를 제한하는 농지법 6조에 저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음성군은 아직까지 현장점검을 하지 않고 있지만 불법사항에 대해 인지할 경우 농지로 원상회복 또는 고발하겠다는 뜻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313(1021㎡, 밭), 314번지(3002㎡, 논), 315번지(1474㎡, 밭), 316번지(3094㎡, 밭), 316-31번지(516㎡, 밭), 316-48번지(528㎡, 밭) 등에서도 농지법6조/8조와 국계법56조의 위반 의혹을 생각해봄직 하다.

에이스침대 측은 안 사장 명의의 일부 토지에 대한 불법전용 의혹에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의 일이 아닌 개인과 관련된 일이기에 회사 차원의 특별한 입장을 밝힐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회사 차원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이후 만약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개인적인 차원에서 행정당국의 결정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 맞네∼
앞 다툰 구설


공교롭게도 안 사장 소유의 토지에서 빚어진 불법전용 의혹은 시몬스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그의 동생, 즉 안정호 사장의 사례와 닮았다. 이천시 대월면 장평리 일대에 10만㎡ 이상의 토지를 소유한 안정호 사장은 한동안 불법전용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더욱이 이 지역에 위치한 안정호 사장 명의의 상당수 토지는 ‘농업진흥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농업진흥구역에서 농지전용을 하고자 할 때는 대상농지의 소재지 관할 농지관리위원회의 확인을 거친 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한마디로 복잡한 행정 절차가 뒤따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을 생략한 채 불법전용 혹은 위탁경영을 자행했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고 행정당국은 약소하게나마 행정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땅 구설’ 형제 나란히 도마에
동생 시몬스 사장도 무단 전용

물론 '안성호·정호' 사장이 소유한 토지 곳곳에서 드러난 불법 전용의 흔적을 무작정 고의적인 의도로 매도하긴 힘들다. 다만 이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혜택을 얻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통상 토지 소유자가 불법으로 전용을 일삼는 건 전용에 따른 부담금과 함께 개발이익부담금이 더해지는 까닭이다. 그만큼 토지 소유주의 체감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또한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가 1㎡당 5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행정당국은 1㎡당 5만원의 전용 부담금을 매긴다. 만약 전용 허가를 받더라도 향후 전용한 토지의 가격이 오를 경우 거래 시 오른 금액의 25%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토지 소유주 상당수가 불법으로 지목을 변경하는 이유 역시 금전적 부담을 없애기 위한 포석이다. 즉, 조용히 가지고 있다가 팔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해 이득을 취하더라도 행정당국에 적발되지 않는다면 농지로 이용하는 것보다 기대수익이 높다는 뜻이다.

문제는 행정당국의 미비한 대응의지가 불법전용을 부채질한다는 점이다. 산지의 경우 공소시효 7년이 지났어도 제대로 된 불법전용 사실이 드러나면 행정당국이 앞장서 원상복구가 이뤄졌는지 감시해야 하지만 이를 그냥 지나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또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토지에서 불법전용을 확인하더라고 시정명령만 내릴 뿐 추가로 무거운 법적 제재를 기대하기 힘들 때가 많다.

손 놓은 당국
솜방망이 처벌

한 토지 전문가는 “불법전용 여부는 해당 행정당국의 농지과/산지과/도로과 등이 합동으로 답변을 해야 하는데 자신의 역할 범위 안에서만 답을 내릴 때가 많다”며 “허가를 안 받고 무단으로 전용 하더라도 지자체가 솜방망이 처벌을 들고 나오면 적법한 절차를 거치려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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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