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40) 운명

배신의 그림자, 피할 수 없는 운명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동일이 말을 멈추고 주선을 응시했다. 그 시선을 받으며 주선이 가볍게 헛기침했다.

“동생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네가 직접 말해 보거라.”

주선이 말하다 말고 영란에게 시선을 주었다. 영란이 잠시 창밖을 주시하다 동일을 바라보았다.

“이번 일로 저 역시 많은 것을 느끼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마냥 철부지일 때 오빠 말을 무시하고 조총련과 북한의 꼬임에 빠져들었고. 그 일로 오빠가 저를 구한다는 사유로 조총련에 가입했고 또 후일이 염려되어 홀로 지내고 있지만…결국 모든 거 다 잃고 제 몸 하나 건사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영란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아니 절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기 위해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다.


“가능하다면 대한민국에 정착하고 싶습니다.”

“그는 전혀 문제될 바 없습니다. 허나.”

“물론 신변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죽어 산다면 북에서도 굳이 저를 찾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당연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북한에서 굳이 저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데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살아서 북한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에 대해서는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였던 터였다.

물론 본보기 차원에서 일을 감행할 수도 있으나 그러기에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자제하리란 사실을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으로 돌아가 조용한 산사를 찾아 불자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먼저 가신 분들을 위해 그리고 또….”


물론 문석원을 의미함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러시다면 그 일은 저희 쪽에 맡겨주시기 바랍니다.”

동일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가방에서 서류봉투를 꺼내 건넸다.

“무엇입니까?”

“살펴보시지요.”

앞 좌석에 앉아있던 주선과 영란이 눈을 마주쳤다.

“저는 오늘 오후 비행기 편으로 일본을 떠납니다.”

주선이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침묵을 지키다 봉투를 개봉해 내용물을 꺼냈다.

두 사람의 여권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일단 차 여사의 여권도 만들었습니다. 물론 차 사장의 도움을 받았습니다만.”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두 분께서 해주신 일들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두 분은 언제 일본을 떠나시렵니까?”


“동생과 그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거사 전에 행방을 감추면 이 일이 자칫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여 행사 당일까지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그날 곧바로 출국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일이 주선의 이야기가 끝나자 메모지를 꺼내 전화번호를 적어 건네주었다.

“무엇입니까?”

“이런 일을 하다보면 매사 조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여 대한민국 영사관에서 두 분께 비자 발급한 사실조차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또한 사전에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게 되면 그 역시 기록으로 남게 되어 있습니다. 철저하게 비밀에 붙이자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이 번호는?”

“출국 당일 공항에서 그 사람과 만나십시오. 그러면 서울행 티켓과 함께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주선이 영란을 바라보며 감탄의 미소를 자아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두 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면 차 사장은 어떻게 하기로 하였는가?”

“처음에는 외국행을 원했었습니다만.”

“그런데.”

“떠나지 않겠다던 동생이 마음을 바꾸어 대한민국에 정착하겠다고 하니 마음의 변화가 생기는 모양입니다. 해서 일단 서울에 와서 상황을 보아가며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 사건과의 연결고리는 철저하게 차단할 터이니 대한민국에 머물며 조용히 살아간다면 굳이 별 문제 없을 듯합니다.”

“그러이, 일단 일을 마무리하고 그 연후에 정 팀장이 그들의 행보에 각별히 신경 써주도록 하게.”

북조선 배신…새 삶 계획하는 영란·동일
덫에 걸린 석원…아내 속이고 출국 준비

“느닷없이 웬 케이크야?”

밤 늦은 시각 술에 취해 들어서는 석원을 아내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맞이했다.

곁에서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신일이 아버지의 출현 더불어 케이크의 모습을 살피고는 급하게 석원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아내에게 케이크를 건네고 아들을 가슴으로 안아들었다.

“당신과 신일이 먹으라고.”

석원이 아들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건성으로 답하자 아내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그를 살피던 석원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건넸다.

“이건 또 뭐야.”

얼떨결에 봉투를 받아든 아내의 표정과 목소리에 의심이 가득 묻어나오고 있었다.

“선불 받은 거야.”

“무슨 선불?”

“장기간에 걸쳐 빌딩 청소하기로 하였다니까!”

석원이 술기운 탓인지 혹은 아내의 쉬지 않는 추궁에 짜증이 났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아내가 석원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봉투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미소를 보였다.

“이번 일은 오래 하는 모양이지.”

아내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변했다.

“약 한 달 일정으로 진행될 거야. 그래서 선불로 받아 온 거야.”

“어디로, 언제 가는데?”

“와카야마에 있는 건물 몇 개를 맡았는데 일이 급하대. 여름 휴가철에 청소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네. 그래서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거야.”

느닷없는 케이크와 함께 돈의 출처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이루어지자 아내가 석원에게 다가앉았다.

남조선으로의 입국 날짜가 내일로 다가오자 석원이 호룡의 안내로 도쿄의 한 음식점을 방문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조총련 중앙위원인 차주선과 북조선 정치지도위원인 영란이 이미 음식을 준비해놓고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와요, 석원 군!”

살가운 소리로 반기는 영란을 바라본 석원이 흠칫했다.

그러나 티를 낼 수는 없는지라 급히 두 사람에게 고개 숙여 예를 표하며 순간을 모면했다.

“석원 군에게 당부하고픈 이야기가 몇 가지 있어 이 자리를 마련하였어요.”

모두 자리하자 영란이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일행의 면면을 주시했다.

“말씀 주십시오, 지도위원 동무!”

영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석원이 정색하고 고개 숙였다.

아마도 영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한몫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를 살피던 영란이 자세를 공손하게 하고 곁에 있는 핸드백에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일성 수령께서 석원 동무의 영웅적 행위에 성공을 기원하는 전문을 보내주셨습니다.”

김일성이라는 소리에 차주선과 이호룡이 급하게 무릎을 꿇었다.

석원 역시 그들의 행동을 살피며 엉거주춤 무릎을 꿇었다.

“우리 민족의 생사가 석원 군의 어깨에 달려있는 만큼 거사의 성공을 기원하며 또 조국은 석원 동지를 영웅으로 길이 추앙할 것이란 내용입니다.”

영란이 개략적인 설명을 곁들이고 카드를 석원에게 건넸다.

석원이 얼떨결에 받았으나 감히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 아니면 감격에 겨웠는지 양손으로 카드를 자신의 가슴에 밀착시켰다.

“읽어보도록 해요.”

영란의 차분한 소리에 석원이 카드를 손에 들고 카드와 좌중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호룡에게 건넸다.

“왜 그러는가?”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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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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