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부추기는 힐링의 숲을 찾아서 ⑤경기 양평군

숲에서 놀고 쉬고 건강도 지키자!

숲은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고, 차분한 휴식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숲을 만나기만 해도 좋은데, 숲에서 몸과 마음까지 치유하는 곳이 있다. 바로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치유의 숲이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산음 치유의 숲은 우리나라 최초로 문을 연 치유의 숲으로, 수도권에서 가까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수도권과 가까워 찾기 쉬운 산음 치유의 숲
비·예약제로 운영되는 숲 치유 프로그램

산음 치유의 숲은 봉미산(856m) 남쪽 자락에 자리한 국립 산음자연휴양림 내에 있다. 봉미산 주변으로 남쪽에 용문산, 서쪽에 유명산과 중미산, 동쪽에 소리산이 있어 산이 깊고 숲이 울창하다. 용문산 때문에 그늘이 생긴다고 ‘산음’이라는 지명이 붙은 만큼 울울한 숲의 규모가 느껴진다. 산음 치유의 숲은 휴양림 매표소와 산림문화휴양관을 지나 왼쪽에 보이는 건강증진센터로 가면 된다. 산음 치유의 숲은 4~11월 예약제와 당일 비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제는 5인 이상 가족이나 단체가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자 구성에 따라 해오름숲(2030 직장인), 차오름숲(중년 남성과 여성), 정다움숲(가족과 어르신), 나눔의숲(장애인, 청소년, 단체) 등 맞춤형 숲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당일 비예약제는 5인 이상이면 예약 없이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매일 오전 10시30분과 오후 2시에 진행한다.

오감 체험 등
다채로운 구성

숲 치유 프로그램은 오리엔테이션, 하늘 경보기, 숲 속 오감 체험, 음이온 소리 명상, 맨발 체험, 소원아! 소원아!, 꽃 편지 쓰기 등으로 구성된다. 꽃 편지 쓰기를 제외한 숲 치유 프로그램은 무료다. 숲 치유 프로그램이 어떻기에 많은 사람들이 치유와 힐링을 이야기할까? 참가자들과 함께 숲으로 떠나보자.

치유의 숲과 숲 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면 치유의 숲으로 이동한다. 먼저 간단한 의식을 하는데, “제가 숲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하고 숲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숲의 주인은 누구일까요?”라는 산림치유지도사의 질문에 다양한 답이 나온다. ‘나무’ ‘흙’ ‘동식물’에 이어 ‘산림청’이라는 대답에 웃음이 터졌다. 숲과 하나 되기 위한 의식을 치르고 숲으로 들어간다.


가장 먼저 치유의 숲길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어진 데크를 천천히 둘러보며 걷는다. 차분히 시선을 던져두고, 여유롭게 호흡하며 걷는 길이다. 구상나무의 향기와 맛을 느끼며 숲 속 오감 체험을 하고, 소나무와 리기다소나무, 잣나무를 구별하는 법도 배운다. 산림치유지도사가 소나무와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잎의 개수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노래와 율동을 보여준다. “소나무 잎은 두 개래요~ 두 개래요~ 두 개래요~ 리기다 잎은 세 개래요~ 세 개래요~ 세 개래요~ 잣나무 잎은 다섯 개래요~ 다섯 개래요~ 다섯 개래요~” 중독성 있는 노래에 율동은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한다. 참가자들은 처음에 개인 율동을 어색해하지만, 금세 노래와 율동에 익숙해진다.

발목과 허리, 팔다리 두드리기, 열까지 세며 호흡하기 등 삼림욕 체조, 뱀과 새의 눈이 되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기, 소원을 들어주는 바위에서 소원 빌기,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숲길 걸어보기 등 숲 치유 프로그램이 차례로 이어진다. 숲 치유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음이온 소리 명상, 누워서 하늘 바라보기다. 음이온 소리 명상은 폭포 소리, 산새 소리, 바람 소리가 일렁이는 계곡 가에 자유롭게 앉아 소리에 집중한다. 다양한 소리를 듣기도 하고, 한 가지 소리에 집중해보기도 한다. 음이온이 풍부한 숲과 계곡 주변에 앉아 눈을 감고 있노라면 소리에 자기 모습이 투영되고, 자신에 대한 생각과 반성으로 이어진다.

산음 치유의 숲에서는 매주 토요일, 엄마와 태아가 교감하는 숲 태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산음자연휴양림에서는 휴양림 내 1.5km 숲길을 따라 자연을 만나고, 자연 체험 놀이를 하는 숲 체험이 매일 두 차례(오전 10시, 오후 2시) 진행되고, 나무 목걸이 만들기와 꽃부채 만들기 같은 공예 체험도 할 수 있다.

양평군에서 운영하는 건강한 여행을 소개한다. 헬스투어는 청정 자연에서 전문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몸의 변화를 체험하는 특화 프로그램이다. 혈압, 키, 몸무게,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고, 건강과 휴식,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측정 지수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느껴보는 체험 여행이다. 소리산 코스, 물소리길+자전거길 코스, 쉬자파크 코스가 있으며, 힐링을 테마로 한 소리산 코스가 인기다. 당일과 1박2일 일정에 따라 가격과 프로그램이 다르다. 헬스투어센터에서 건강 체크가 끝나면 양평의 가장 북쪽에 자리 잡은 석산1리 마을회관으로 옮겨 점심 식사를 한다. 마을에서 나는 나물을 이용해 곤드레밥과 취나물전, 장아찌 등을 내는 건강한 밥상이다. 점심 식사가 끝나면 마을에서 시작해 산음천과 소리산을 따라 하천 길과 숲길을 걷고, 숯가마 찜질로 건강·휴식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헬스투어에 포함되는 건강·휴식 프로그램은 다양하고 세밀하다. 가이드와 코디네이터가 참여해 지형 요법, 기후요법, 크나이프 요법, 온열요법, 횡와외기욕 등을 진행한다. 힘들거나 피로해지지 않도록 쉬엄쉬엄 걷고, 중간중간 휴식과 퀴즈, 놀이 등이 이어져 남녀노소가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스스로 돌아보는
명상의 시간

서종면 서후리에는 아름다운 숲이 있다. 20여년 전부터 가꾼 서후리숲은 인위적인 풍경이 거의 없다. 낙엽이 쌓여 푹신한 산책로를 따라 잣나무 숲, 자작나무 숲, 단풍나무 숲 등이 이어진다. A코스(1시간)와 B코스(30분)로 나뉘는 서후리숲을 한 바퀴 돌면 들꽃과 나무, 동식물이 펼치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 듯하다. 안내소 앞에 잔디밭이 있어 도시락을 먹으며 가족 소풍을 즐겨도 좋다.


양평의 청정한 자연에서 난 재료로 맛보는 로컬 푸드 역시 치유를 선물한다. 산음 치유의 숲과 가까운 용문산관광지에 가면 친환경농업박물관 내 자연요리연구소가 있다. 경봉 스님이 진행하는 연잎밥 만들기와 다도 체험을 추천한다. 백련 잎으로 싼 밥을 무쇠솥에 5분 정도 찌면 건강에 좋은 연잎밥이 완성된다. 정갈한 반찬이 뷔페식으로 제공되는데, 입안에 원재료의 식감과 자연이 그대로 느껴진다.  연잎밥을 찌는 무쇠솥은 중금속 제거, 해독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경봉 스님이 몸에 좋은 식재료를 선택·구입하는 법, 건강한 음식 만들기 등 귀한 이야기도 전해준다. 점심 식사와 함께 세 가지 반찬을 만들어보는 하루 코스 음식 체험도 진행한다.

양평군에서는 지난해 ‘두메향기 산’ ‘화니핀야생화찻집’ ‘산앤들한정식’ ‘산마늘밥’ ‘용문산가든’ 등 웰빙 산채 음식점 다섯 곳을 선정했다. 양평에서 나는 산나물로 건강한 밥상을 내는 식당이다. 이 중 두메향기 산을 추천한다. 산나물공원으로 조성한 ‘산나물 두메향기’ 내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곤드레와 곰취, 참취, 방풍, 산마늘 등 공원에서 재배한 산나물로 다양한 음식을 내는데, 직접 담근 장을 사용하며 조미료는 일절 넣지 않는다. 산나물비빔밥은 고추장 대신 산나물을 넣어 볶은 된장에 비벼 먹는데, 풍미가 그만이다. 밀가루 양을 최소로 하고 산나물을 듬뿍 넣은 두메향기부침개의 두툼한 비주얼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식사 후 온실정원 휴, 갤러리 락, 정원처럼 꾸며 놓은 장독대를 구경하고, 산나물이 자라는 산에 조성된 에움길을 걸어도 좋다. 에움길 중 마루길에 올라 만나는 전망대에서는 산나물 두메향기의 전경은 물론, 양평과 가평 일대의 산세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산음자연휴양림(산음 치유의 숲)→서후리숲→산나물 두메향기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산나물 두메향기→서후리숲→양평군립미술관→산음자연휴양림→숙박
· 둘째 날: 산음자연휴양림(산음 치유의 숲)→친환경농업박물관→쉬자파크

관련 웹사이트
· 양평관광 http://tour.yp21.net
· 산음자연휴양림 http://www.huyang.go.kr
· 헬스투어 http://healthtour.co.kr
· 서후리숲 http://seohuri.com

문의 전화
· 양평군청 관광진흥과 031-770-2068
· 산음 치유의 숲 031-774-7687
· 산음자연휴양림 031-774-8133
· 헬스투어 031-770-1004~5
· 서후리숲 010-2065-2387
· 친환경농업박물관 070-7715-3796

대중교통(기차/전철)  · 청량리역-용문역: 무궁화호 하루 9회(07:05~23:25)운행, 약 40분 소요. 경의중앙선 용문역 하차. 용문버스터미널에서 석산행 버스(2-2, 2-3, 2-5, 2-11번) 이용, 고북 정류장 하차, 산음자연휴양림까지 도보 약 1km.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버스) · 서울-양평: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24회(06:15~21:30) 운행, 약 50분 소요. 상봉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9회(06:50~20:15) 운행, 약 1시간 소요. 양평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석산행(2-2, 2-3, 2-5, 2-11번) 버스 이용, 고북 정류장 하차, 산음자연휴양림까지 도보 약 1km.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상봉시외버스터미널 02-323-5885
 버스타고 www.bustago.or.kr, 양평시외버스터미널 031-772-2341~3

자가운전
서울춘천고속도로 설악 IC→설악IC교차로에서 홍천 방면 우측→설악면사무소 끼고 86번 군도로 우회전→18km 직진 후 단월·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산음보건진료소 지나 산음자연휴양림 방면으로 우회전→약 2.5km 직진, 아띠울펜션 지나자마자 우회전→산음자연휴양림

숙박
· 산음자연휴양림: 단월면 고북길, 031-774-8133
· 서후리숲: 서종면 거북바위1길, 010-2065-2387
· 중미산자연휴양림: 옥천면 중미산로, 031-771-7166
· 용문산자연휴양림: 양평읍 약수사길, 031-775-4005
· 설매재자연휴양림: 옥천면 용천로, 031-774-6959

식당
· 화니핀야생화찻집: 산채파스타, 옥천면 마유산로, 031-775-6501
· 산마늘밥: 산마늘밥, 양서면 경강로, 031-774-4548
· 광이원: 뽁작장정식, 용문면 용문산로, 031-774-4700

주변 볼거리
양평군립미술관, 민물고기생태학습관, 두물머리, 세미원, 용문사, 지평양조장, 구둔역, 양평레일바이크, 쉬자파크, 양평물소리길, 소나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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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