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굿바이 2010> ④연말 예약 밀리는 모텔·호텔에선 무슨 일이?

“모텔은 인테리어, 호텔은 서비스 본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특수 누리는 모텔·호텔 ‘인기짱’
 가족·친구·연인과 떠나는 파티여행 “올핸 어딜 갈까?”

최근 모텔과 호텔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 엄청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언제부턴가 모텔과 호텔에서 송년모임 등 파티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한 이유에서다. 과거 모텔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변화의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더니 이용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밝고 유쾌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호텔보다 저렴한 비용에 호텔에 뒤지지 않는 실내 인테리어와 시설은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호텔은 모텔과 비교했을 때 가격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크리스마스나 연말 성수기에 인기있는 모텔 파티룸과 비교하면 그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호텔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부대 서비스는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밤 발걸음을 호텔로 돌리게 한다. <일요시사>는 모텔·호텔 정보 사이트 ‘야놀자 닷컴’ 양선조 팀장과 ‘호텔 아하’ 이재원 팀장을 통해 연말연시 이용객으로 북적이는 모텔·호텔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2010년 올 한 해, 일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우리 모두 참 열심히 살았다. 직장에 치이고, 사랑에 울고, 우정에 가슴 아파하면서 1년이라는 시간이 또 흘렀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해를 마무리 하고 2011년을 맞이하는 일만 남았다. 2010년 마지막 모임이 될 송년모임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지난해 친구들과 함께 모텔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정모(27·여)씨는 올해 송년모임 장소로 다시 한 번 모텔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해 너무 좋은 추억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후 예쁘고 시설 좋은 모텔을 보면 친구들과 다시 찾고 싶을 정도라고.

모텔 파티룸 여성들 북적
‘파자마 파티’ 인기만점

정씨는 “대학 졸업 이후 직장 때문에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져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한다”면서 “송년모임이나 신년모임은 꼭 함께 하는 편인데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고 올해 송년모임도 모텔에서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씨는 “11월 중순부터 문의했는데 원하는 방 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모텔 파티가 인기가 있기는 있는가 보다”고 덧붙였다.


모텔 정보 사이트 ‘야놀자 닷컴’ 숙박사업부 양선조 마케팅 팀장은 “4~5년 전 파티문화가 활성화 되면서 크리스마스나 연말 모임을 모텔에서 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양 팀장에 따르면 파티룸 콘셉트의 객실을 구비한 모텔은 3~4년 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매자들의 수요 증가와 함께 만족스러운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텔들이 생기면서 모텔에서의 파티가 그 어느 때보다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실제 파티를 할 수 있는 모텔 시설도 해가 거듭될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양 팀장은 “연말 ‘야놀자 닷컴’으로 걸려오는 회원들의 파티룸 문의 전화나, 제휴점의 파티룸 예약 현황을 보더라도 파티를 위해 모텔을 찾는 고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보통 연말 예약은 11월부터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12월 초부터는 예약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모텔의 경우 기본적으로 친구, 연인 등과 함께하는 소규모 파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극소수의 모텔을 제외하고는 공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대규모 파티가 이뤄지기 힘든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모텔에 파티룸이 등장한 것은 여성 고객층의 영향이 컸다. 연인들 간에 모텔을 찾을 때도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위생 상태나 인테리어에 더욱 신경쓰기 마련이고, 때문에 업주들 역시 예쁜 침대나 깨끗한 욕실 등 시설에 신경쓰는 여성의 기호에 맞춰야 한다고 판단한 것.

종로에 위치한 S모텔의 경우도 이 같은 케이스다. 처음엔 연말에 커플용 스위트를 이용하겠다는 여성들이 있어 종종 빌려주다가 문의가 많아지면서 아예 몇 개 객실을 개조해 파티 전용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여대생, 회사원 등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은 이제 크리스마스나 연말 뿐 아니라 평소에도 생일파티나 모임 등을 하기 위해 모텔을 찾고 있다.


여자 친구들끼리 모텔을 자주 이용한다는 최모(28·여)씨는 “친구들이 전국구로 활동하다 보니 얼굴을 자주 볼 수 없고, 만나더라도 모인 지역에 연고를 둔 친구가 없는 경우가 많아 모텔을 이용한다”면서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찜질방에 가서 피로를 풀어도 되지만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경우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찜질방 이용은 무리가 있다. 또 가격부담이 적고 모두 편하게 누워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어 모텔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M업소의 경우 2008년 11월 파티룸을 개장한 뒤 매년 성수기가 되면 예약전화가 쏟아진다.

해당 모텔의 파티룸은 복층구조에 영화관람실, 노래방, 미니바, 미니수영장 등을 갖춰 웬만한 호텔방보다 화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고급 서비스 탓일까. M업소 이용 비용은 다른 모텔에 비해 약간 비싼 5인 기준 50만~70만원선이다.

종로에 위치한 S업소도 인기다. 총 58실을 갖춘 S업소는 각 방 한가운데 동그랗게 구멍을 내고 4명 정도가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설치해 미니바를 연상시킨다. 브라운 톤의 커튼과 앤티크식기로 꾸며진 인도풍 룸 등 다양한 콘셉트의 룸이 마련되어 있으며 숙박료는 평일 7만5000원 정도이고, 주말에는 1만~2만원 더 비싸다. 이어 수원시 구운동에 위치한 M업소는 작은 수영장이 딸린 객실(19만원 정도)과 복층식 특실(23만원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각양각색 모텔 파티룸
“우린 어디로 가볼까?”

다른 파티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유명한 업소는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B업소. 이 모텔은 최상층인 5층에 펜트하우스 형태의 전문 파티룸을 구비해놓았다. 인원에 관계없이 특실은 주중 10만원, 주말에는 12만원을 지불하고 밤 10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이용할 수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E업소는 다른 모텔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인테리어로 젊은이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오토바이와 감옥, 스테이지와 사이키 조명을 갖춘 나이트방과 같은 특색 있는 객실을 마련해 놓은 것. 특이하고 이색적인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양 팀장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 신촌이나 종로, 강남, 잠실 등의 모텔은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된다. 접근의 편리성과 함께 인근 상권의 많은 볼거리와 놀거리가 이 지역 모텔을 선택하는 이유다.



호텔은 가격이 부담되고 모텔은 제약이 부담된다면 ‘레지던스’도 친구들과의 하룻밤 파티 장소로는 손색이 없다. 저렴한 숙박비와 깔끔한 인테리어는 기본이고, 레지던스에서는 마음껏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이 되면 모텔만큼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 바로 호텔이다. 모텔과 비교했을 때 다소 가격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최근 모텔 파티룸이 고급화되면서 그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양 팀장은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파티공간의 정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다양한 가격대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콘셉트에 맞춰 모텔이나 호텔을 예약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호텔 정보 사이트 ‘호텔 아하’의 이재원 팀장 역시 비슷한 답변을 했다. 연말에 가격 상승폭이 큰 모텔에 비해 호텔의 가격 상승폭은 그렇게 크지 않아, 크리스마스나 연말 같은 성수기만 놓고 보면 호텔의 이용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는 것.

이어 이 팀장은 호텔을 주로 찾는 고객에 대해 “호텔은 20대 중반 이후 고객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면서 “가족끼리 호텔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연인이 가장 많다”고 덧붙였다.

호텔 이용 고객들이 모텔보다 호텔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 팀장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운을 땠다. 이 팀장은 가장 먼저 크기나 객실의 차이가 아닌 부대시설 유무가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호텔은 모텔과 달리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부터 운동을 할 수 있는 피트니스, 최근에는 실내·외 수영장 및 골프연습장까지 생겼다. 여러 가지 다양화된 시설로 많은 이용객들의 니즈를 해결해 줌으로써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또 “객실 내부에 비치된 고급 비품들과 서비스 마인드의 차이도 고객들의 발걸음을 호텔로 돌리는 이유”라고 전했다.

모텔이 지겹다면
눈 딱 감고 ‘호텔로’

한편, 호텔은 크리스마스나 연말 등 성수기가 되면 고객들의 발걸음이 멈추는 지역이 눈에 띄는 모텔과 달리 특정 지역을 떠나 전국구로 객실확보가 우선일 정도로 예약경쟁이 치열하다.

이와 관련 이 팀장은 “그 중에서도 강원도와 부산 쪽은 바다가 보이는 객실이 있는 호텔을 선호하고, 서울 같은 도심에서는 강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이 특히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2010년의 마지막 페이지를 멋진 추억과 함께 장식하고 싶다면 올해 송년모임은 테마가 있는 모텔이나 격조 높은 호텔에서 치러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제공=야놀자(www.yanoija.com), 호텔아하닷컴(www.hotela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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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