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굿바이 2010> ④연말 예약 밀리는 모텔·호텔에선 무슨 일이?

“모텔은 인테리어, 호텔은 서비스 본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특수 누리는 모텔·호텔 ‘인기짱’
 가족·친구·연인과 떠나는 파티여행 “올핸 어딜 갈까?”

최근 모텔과 호텔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 엄청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언제부턴가 모텔과 호텔에서 송년모임 등 파티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한 이유에서다. 과거 모텔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변화의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더니 이용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밝고 유쾌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호텔보다 저렴한 비용에 호텔에 뒤지지 않는 실내 인테리어와 시설은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호텔은 모텔과 비교했을 때 가격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크리스마스나 연말 성수기에 인기있는 모텔 파티룸과 비교하면 그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호텔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부대 서비스는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밤 발걸음을 호텔로 돌리게 한다. <일요시사>는 모텔·호텔 정보 사이트 ‘야놀자 닷컴’ 양선조 팀장과 ‘호텔 아하’ 이재원 팀장을 통해 연말연시 이용객으로 북적이는 모텔·호텔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2010년 올 한 해, 일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우리 모두 참 열심히 살았다. 직장에 치이고, 사랑에 울고, 우정에 가슴 아파하면서 1년이라는 시간이 또 흘렀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해를 마무리 하고 2011년을 맞이하는 일만 남았다. 2010년 마지막 모임이 될 송년모임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지난해 친구들과 함께 모텔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정모(27·여)씨는 올해 송년모임 장소로 다시 한 번 모텔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해 너무 좋은 추억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후 예쁘고 시설 좋은 모텔을 보면 친구들과 다시 찾고 싶을 정도라고.

모텔 파티룸 여성들 북적
‘파자마 파티’ 인기만점

정씨는 “대학 졸업 이후 직장 때문에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져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한다”면서 “송년모임이나 신년모임은 꼭 함께 하는 편인데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고 올해 송년모임도 모텔에서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씨는 “11월 중순부터 문의했는데 원하는 방 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모텔 파티가 인기가 있기는 있는가 보다”고 덧붙였다.


모텔 정보 사이트 ‘야놀자 닷컴’ 숙박사업부 양선조 마케팅 팀장은 “4~5년 전 파티문화가 활성화 되면서 크리스마스나 연말 모임을 모텔에서 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양 팀장에 따르면 파티룸 콘셉트의 객실을 구비한 모텔은 3~4년 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매자들의 수요 증가와 함께 만족스러운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텔들이 생기면서 모텔에서의 파티가 그 어느 때보다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실제 파티를 할 수 있는 모텔 시설도 해가 거듭될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양 팀장은 “연말 ‘야놀자 닷컴’으로 걸려오는 회원들의 파티룸 문의 전화나, 제휴점의 파티룸 예약 현황을 보더라도 파티를 위해 모텔을 찾는 고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보통 연말 예약은 11월부터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12월 초부터는 예약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모텔의 경우 기본적으로 친구, 연인 등과 함께하는 소규모 파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극소수의 모텔을 제외하고는 공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대규모 파티가 이뤄지기 힘든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모텔에 파티룸이 등장한 것은 여성 고객층의 영향이 컸다. 연인들 간에 모텔을 찾을 때도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위생 상태나 인테리어에 더욱 신경쓰기 마련이고, 때문에 업주들 역시 예쁜 침대나 깨끗한 욕실 등 시설에 신경쓰는 여성의 기호에 맞춰야 한다고 판단한 것.

종로에 위치한 S모텔의 경우도 이 같은 케이스다. 처음엔 연말에 커플용 스위트를 이용하겠다는 여성들이 있어 종종 빌려주다가 문의가 많아지면서 아예 몇 개 객실을 개조해 파티 전용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여대생, 회사원 등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은 이제 크리스마스나 연말 뿐 아니라 평소에도 생일파티나 모임 등을 하기 위해 모텔을 찾고 있다.


여자 친구들끼리 모텔을 자주 이용한다는 최모(28·여)씨는 “친구들이 전국구로 활동하다 보니 얼굴을 자주 볼 수 없고, 만나더라도 모인 지역에 연고를 둔 친구가 없는 경우가 많아 모텔을 이용한다”면서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찜질방에 가서 피로를 풀어도 되지만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경우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찜질방 이용은 무리가 있다. 또 가격부담이 적고 모두 편하게 누워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어 모텔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M업소의 경우 2008년 11월 파티룸을 개장한 뒤 매년 성수기가 되면 예약전화가 쏟아진다.

해당 모텔의 파티룸은 복층구조에 영화관람실, 노래방, 미니바, 미니수영장 등을 갖춰 웬만한 호텔방보다 화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고급 서비스 탓일까. M업소 이용 비용은 다른 모텔에 비해 약간 비싼 5인 기준 50만~70만원선이다.

종로에 위치한 S업소도 인기다. 총 58실을 갖춘 S업소는 각 방 한가운데 동그랗게 구멍을 내고 4명 정도가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설치해 미니바를 연상시킨다. 브라운 톤의 커튼과 앤티크식기로 꾸며진 인도풍 룸 등 다양한 콘셉트의 룸이 마련되어 있으며 숙박료는 평일 7만5000원 정도이고, 주말에는 1만~2만원 더 비싸다. 이어 수원시 구운동에 위치한 M업소는 작은 수영장이 딸린 객실(19만원 정도)과 복층식 특실(23만원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각양각색 모텔 파티룸
“우린 어디로 가볼까?”

다른 파티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유명한 업소는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B업소. 이 모텔은 최상층인 5층에 펜트하우스 형태의 전문 파티룸을 구비해놓았다. 인원에 관계없이 특실은 주중 10만원, 주말에는 12만원을 지불하고 밤 10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이용할 수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E업소는 다른 모텔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인테리어로 젊은이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오토바이와 감옥, 스테이지와 사이키 조명을 갖춘 나이트방과 같은 특색 있는 객실을 마련해 놓은 것. 특이하고 이색적인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양 팀장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 신촌이나 종로, 강남, 잠실 등의 모텔은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된다. 접근의 편리성과 함께 인근 상권의 많은 볼거리와 놀거리가 이 지역 모텔을 선택하는 이유다.



호텔은 가격이 부담되고 모텔은 제약이 부담된다면 ‘레지던스’도 친구들과의 하룻밤 파티 장소로는 손색이 없다. 저렴한 숙박비와 깔끔한 인테리어는 기본이고, 레지던스에서는 마음껏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이 되면 모텔만큼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 바로 호텔이다. 모텔과 비교했을 때 다소 가격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최근 모텔 파티룸이 고급화되면서 그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양 팀장은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파티공간의 정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다양한 가격대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콘셉트에 맞춰 모텔이나 호텔을 예약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호텔 정보 사이트 ‘호텔 아하’의 이재원 팀장 역시 비슷한 답변을 했다. 연말에 가격 상승폭이 큰 모텔에 비해 호텔의 가격 상승폭은 그렇게 크지 않아, 크리스마스나 연말 같은 성수기만 놓고 보면 호텔의 이용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는 것.

이어 이 팀장은 호텔을 주로 찾는 고객에 대해 “호텔은 20대 중반 이후 고객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면서 “가족끼리 호텔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연인이 가장 많다”고 덧붙였다.

호텔 이용 고객들이 모텔보다 호텔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 팀장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운을 땠다. 이 팀장은 가장 먼저 크기나 객실의 차이가 아닌 부대시설 유무가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호텔은 모텔과 달리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부터 운동을 할 수 있는 피트니스, 최근에는 실내·외 수영장 및 골프연습장까지 생겼다. 여러 가지 다양화된 시설로 많은 이용객들의 니즈를 해결해 줌으로써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또 “객실 내부에 비치된 고급 비품들과 서비스 마인드의 차이도 고객들의 발걸음을 호텔로 돌리는 이유”라고 전했다.

모텔이 지겹다면
눈 딱 감고 ‘호텔로’

한편, 호텔은 크리스마스나 연말 등 성수기가 되면 고객들의 발걸음이 멈추는 지역이 눈에 띄는 모텔과 달리 특정 지역을 떠나 전국구로 객실확보가 우선일 정도로 예약경쟁이 치열하다.

이와 관련 이 팀장은 “그 중에서도 강원도와 부산 쪽은 바다가 보이는 객실이 있는 호텔을 선호하고, 서울 같은 도심에서는 강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이 특히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2010년의 마지막 페이지를 멋진 추억과 함께 장식하고 싶다면 올해 송년모임은 테마가 있는 모텔이나 격조 높은 호텔에서 치러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제공=야놀자(www.yanoija.com), 호텔아하닷컴(www.hotela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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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