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9) 손님맞이

대통령 구출작전 성공할까?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맞아, 난조 상과 함께 하니까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는 거야.”

석원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아니 더 이상 기미코의 말을 허용할 수 없었는지 기미코의 입에 자신의 입을 포갰다.

그러기를 잠시 후 갑자기 기미코가 자리에서 일어나 석원을 정면으로 주시했다.

“왜 그래?”

기미코가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잠시 그대로 정면으로 석원의 품으로 찾아들었다.


석원이 급히 책상다리 자세를 취하고는 기미코가 자신의 다리 위에서 정면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난조 상, 오늘은 이렇게 술 한잔 해. 서로를 바라보면서.”

석원이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품에 안겨 있는 기미코의 허리를 부서져라 끌어안았다 이내 곁에 준비해온 술과 안주를 늘어놓고 병을 땄다.

기미코가 몸을 기울여 대신 술병을 잡고 한 손에 잔을 들어 술을 따라 석원에게 건넸다.

석원이 잔을 비우고 자신의 입을 슬그머니 기미코의 입으로 가져갔다.

기미코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입을 벌렸다.

잠시 후 석원이 안주를 집어 기미코의 입에 넣었다.


기미코의 입이 닫혀지면서 조물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후 기미코가 다시 술잔을 채워 자신의 입을 통해 석원에게 건네자 그 역시 입을 벌렸다.

그를 바라보던 기미코가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 손이 도착한 곳은 안주가 아니라 자신의 옷이었다.

옷을 들어 올리고 이어 손을 뒤로해서 브래지어를 끌러 잠시 전 석원의 손에 잡혀 있던 가슴을 석원의 입으로 기울였다.

아니 석원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으로 당겼다.

석원이 마치 밀물이 밀려들어오듯 거세게 공략했다.

순간 바닷물이 모래를 쓸며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어 썰물이 밀려가는 듯한 현상이 일어나자 “사르르” 하는 조용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동일이 입국하자마자 곧바로 이강철과 함께 경호실장을 만났다.

아울러 일본에서 있었던 전 과정 그리고 문석원의 입국 일정에 대해 설명을 곁들였다.

“지금 정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건에 대해 굳이 각하께 보고 드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일어나는구먼.”


박 실장의 화두에 동일이 가만히 생각에 잠겨들었다.

박 실장의 말대로 문석원의 박정희 대통령 암살에 대한 성공 확률은 제로였다.

“당일 행적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일이 강철을 주시했다.

“정 팀장의 의도를 알겠는데, 제 임무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행사 당일 저 역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세밀하게 일처리하려 합니다.”


“확고합니까?”

“그 문제는 실장께 따로 의논드리려 합니다.”

순간 동일의 표정이 굳게 변해갔다. 그를 살핀 박 실장이 헛기침했다.

“한번 이 자리에서 대강이라도 이야기해보게.”

“문석원에게 최대한 배려를 베풀면서 마음의 긴장을 극대화시키려합니다.

즉 문석원 스스로 일을 망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 합니다.”

“기본 생각은 옳다 생각됩니다.”

그러니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라는 투로 동일이 말을 이었다.

“문석원이 행사장 내 입장 시 최대한의 배려를 베풀고 그러나 문이 각하를 시해할 여건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결정적인 순간에도 제가 먼저 액션을 취해 각하의 터럭 하나 건들지 못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하여 시나리오가 결정되는 대로 정 팀장께 보고토록 하겠습니다.”

강철이 공손하게 보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 표현이 흡족한지 박 실장이 미소를 보였다.

“이 특보의 계획이 상당히 치밀해 보입니다. 하면 각하께 보고 드리는 부분은 실장께서 판단하셔야 할 줄로 압니다. 다만 제 견해로는 보고를 드리던 드리지 않던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내 그래서 보고드릴 필요가 있느냐 이 말이네.”

시시각각 다가오는 거사…치밀한 경호
들통 난 암살 계획…각하께 보고 고민

동일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종의 경호 방식, 즉 심정 경호라네.”

동일과 강철이 심정 경호를 가볍게 되뇌었다.

물론 그 의미를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신체적 위협뿐만 아니라 심정적으로도 위해를 받지 않게 하려 한다는 그 마음을 모를 턱이 없었다.

“실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차라리 각하께 보고 드리지 않음이 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철이 말을 하며 동일을 주시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각하의 경호 부분은 제 소관이 아닌지라 저로서는 이렇다 의견 개진할 입장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이, 그 부분은 내가 좀 더 숙고할 테니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고. 이번 건으로 인해 정 팀장이 도움 받은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 후속대책을 어떻게 할지 들어보세나.”

“그보다도 먼저.”

말하다 말고 동일이 가방에서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무엇인가?”

“문석원에게 전해줄 권총입니다.”

동일이 일본의 한 파출소에서 두 자루의 권총을 훔치고 한 자루는 문석원의 연습용으로 넘긴 내용들을 이야기했다.

“이 총으로 암살하겠다고!”

박 실장이 총을 집어 들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허리 벨트에 있는 권총을 뽑아들었다.

이어 두 자루의 권총을 비교하며 살피다 자신의 권총을 벨트에 집어넣었다.

“이 특보도 보게나.”

강철이 박 실장이 건넨 권총을 흘낏 살피더니 실소를 터트렸다.

“이 놈이 진짜 제 정신이 아닌 놈이로군요. 새총만도 못한 이런 총으로 암살하겠다니.”

강철의 이야기에 박 실장이 다시 호탕하게 웃었고 웃음이 멈출 무렵 동일이 정색했다.

“실장님, 그러면 오히려 더 문제 아닙니까?”

“뭐라!”

“지금 실장님이나 이 특보의 이야기를 빌면 총알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른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박 실장이 순간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강철을 주시했다.

“정 팀장 말이 백번 지당하네. 이 특보는 정 팀장의 우려를 적극 검토하도록 하게나.”

“결국 당일 좌석 배치 등도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그러면 잠시 전 말씀하신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호흡을 고른 동일이 박 실장을 주시했다.

동일이 입국하는 바로 그날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찻집에서 차주선과 그의 여동생 영란을 만났다.

“대한민국을 대신하여 차 여사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주선의 소개로 상견례가 이루어지자 동일이 가볍게 고개 숙였다.

“제가 행했던 조그마한 일이 도움이 되었다면 저로서도 만족합니다.”

영란 역시 가볍게 고개 숙이며 화답했다.

“겸손의 말씀이십니다. 차 여사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일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 생각해주신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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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