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9) 손님맞이

대통령 구출작전 성공할까?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맞아, 난조 상과 함께 하니까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는 거야.”

석원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아니 더 이상 기미코의 말을 허용할 수 없었는지 기미코의 입에 자신의 입을 포갰다.

그러기를 잠시 후 갑자기 기미코가 자리에서 일어나 석원을 정면으로 주시했다.

“왜 그래?”

기미코가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잠시 그대로 정면으로 석원의 품으로 찾아들었다.


석원이 급히 책상다리 자세를 취하고는 기미코가 자신의 다리 위에서 정면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난조 상, 오늘은 이렇게 술 한잔 해. 서로를 바라보면서.”

석원이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품에 안겨 있는 기미코의 허리를 부서져라 끌어안았다 이내 곁에 준비해온 술과 안주를 늘어놓고 병을 땄다.

기미코가 몸을 기울여 대신 술병을 잡고 한 손에 잔을 들어 술을 따라 석원에게 건넸다.

석원이 잔을 비우고 자신의 입을 슬그머니 기미코의 입으로 가져갔다.

기미코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입을 벌렸다.

잠시 후 석원이 안주를 집어 기미코의 입에 넣었다.


기미코의 입이 닫혀지면서 조물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후 기미코가 다시 술잔을 채워 자신의 입을 통해 석원에게 건네자 그 역시 입을 벌렸다.

그를 바라보던 기미코가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 손이 도착한 곳은 안주가 아니라 자신의 옷이었다.

옷을 들어 올리고 이어 손을 뒤로해서 브래지어를 끌러 잠시 전 석원의 손에 잡혀 있던 가슴을 석원의 입으로 기울였다.

아니 석원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으로 당겼다.

석원이 마치 밀물이 밀려들어오듯 거세게 공략했다.

순간 바닷물이 모래를 쓸며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어 썰물이 밀려가는 듯한 현상이 일어나자 “사르르” 하는 조용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동일이 입국하자마자 곧바로 이강철과 함께 경호실장을 만났다.

아울러 일본에서 있었던 전 과정 그리고 문석원의 입국 일정에 대해 설명을 곁들였다.

“지금 정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건에 대해 굳이 각하께 보고 드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일어나는구먼.”


박 실장의 화두에 동일이 가만히 생각에 잠겨들었다.

박 실장의 말대로 문석원의 박정희 대통령 암살에 대한 성공 확률은 제로였다.

“당일 행적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일이 강철을 주시했다.

“정 팀장의 의도를 알겠는데, 제 임무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행사 당일 저 역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세밀하게 일처리하려 합니다.”


“확고합니까?”

“그 문제는 실장께 따로 의논드리려 합니다.”

순간 동일의 표정이 굳게 변해갔다. 그를 살핀 박 실장이 헛기침했다.

“한번 이 자리에서 대강이라도 이야기해보게.”

“문석원에게 최대한 배려를 베풀면서 마음의 긴장을 극대화시키려합니다.

즉 문석원 스스로 일을 망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 합니다.”

“기본 생각은 옳다 생각됩니다.”

그러니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라는 투로 동일이 말을 이었다.

“문석원이 행사장 내 입장 시 최대한의 배려를 베풀고 그러나 문이 각하를 시해할 여건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결정적인 순간에도 제가 먼저 액션을 취해 각하의 터럭 하나 건들지 못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하여 시나리오가 결정되는 대로 정 팀장께 보고토록 하겠습니다.”

강철이 공손하게 보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 표현이 흡족한지 박 실장이 미소를 보였다.

“이 특보의 계획이 상당히 치밀해 보입니다. 하면 각하께 보고 드리는 부분은 실장께서 판단하셔야 할 줄로 압니다. 다만 제 견해로는 보고를 드리던 드리지 않던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내 그래서 보고드릴 필요가 있느냐 이 말이네.”

시시각각 다가오는 거사…치밀한 경호
들통 난 암살 계획…각하께 보고 고민

동일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종의 경호 방식, 즉 심정 경호라네.”

동일과 강철이 심정 경호를 가볍게 되뇌었다.

물론 그 의미를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신체적 위협뿐만 아니라 심정적으로도 위해를 받지 않게 하려 한다는 그 마음을 모를 턱이 없었다.

“실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차라리 각하께 보고 드리지 않음이 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철이 말을 하며 동일을 주시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각하의 경호 부분은 제 소관이 아닌지라 저로서는 이렇다 의견 개진할 입장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이, 그 부분은 내가 좀 더 숙고할 테니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고. 이번 건으로 인해 정 팀장이 도움 받은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 후속대책을 어떻게 할지 들어보세나.”

“그보다도 먼저.”

말하다 말고 동일이 가방에서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무엇인가?”

“문석원에게 전해줄 권총입니다.”

동일이 일본의 한 파출소에서 두 자루의 권총을 훔치고 한 자루는 문석원의 연습용으로 넘긴 내용들을 이야기했다.

“이 총으로 암살하겠다고!”

박 실장이 총을 집어 들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허리 벨트에 있는 권총을 뽑아들었다.

이어 두 자루의 권총을 비교하며 살피다 자신의 권총을 벨트에 집어넣었다.

“이 특보도 보게나.”

강철이 박 실장이 건넨 권총을 흘낏 살피더니 실소를 터트렸다.

“이 놈이 진짜 제 정신이 아닌 놈이로군요. 새총만도 못한 이런 총으로 암살하겠다니.”

강철의 이야기에 박 실장이 다시 호탕하게 웃었고 웃음이 멈출 무렵 동일이 정색했다.

“실장님, 그러면 오히려 더 문제 아닙니까?”

“뭐라!”

“지금 실장님이나 이 특보의 이야기를 빌면 총알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른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박 실장이 순간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강철을 주시했다.

“정 팀장 말이 백번 지당하네. 이 특보는 정 팀장의 우려를 적극 검토하도록 하게나.”

“결국 당일 좌석 배치 등도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그러면 잠시 전 말씀하신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호흡을 고른 동일이 박 실장을 주시했다.

동일이 입국하는 바로 그날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찻집에서 차주선과 그의 여동생 영란을 만났다.

“대한민국을 대신하여 차 여사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주선의 소개로 상견례가 이루어지자 동일이 가볍게 고개 숙였다.

“제가 행했던 조그마한 일이 도움이 되었다면 저로서도 만족합니다.”

영란 역시 가볍게 고개 숙이며 화답했다.

“겸손의 말씀이십니다. 차 여사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일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 생각해주신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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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