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관왕’ 홍만표 면죄부 후폭풍

“또 제 식구 봐주기” 역시 대한민국 검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줬다. ‘우리 식구(?) 중에는 청탁 받은 사람이 없다’고 한 것이다. 검찰은 홍만표 변호사가 검찰을 상대로 한 구명로비 의혹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홍 변호사에 이어 수사선상에 오른 두 현직 검사에 대한 결과도 비슷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검찰 안팎에선 ‘제 식구 감싸기’란 비난 여론이 들끓지만 이를 무마할 ‘카드’가 대기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검찰은 최근 경찰들과 관련한 대형 사건을 수사했다.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이 제 식구 수사를 제대로 했겠느냐?”

부장검사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놓고 이같이 평가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검찰 청탁·알선 명목으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20일, 홍 변호사를 구속기소했다.

홍 변호사에게는 ▲변호사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조세범처벌법 위반 ▲지방세기본법 위반 등 4개 죄명이 적용됐다.

날카로운 칼끝
왜 무뎌졌을까

검찰은 이날 홍 변호사를 기소하면서 수사검사의 ‘정운호 봐주기’ 등 소위 전관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조사 결과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검사들이 홍 변호사에게 전관예우를 한 적이 없으며, 로비 또한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어 검찰은 “지난해 홍 변호사가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3차장검사 등을 두 차례 찾아갔고, 이들과 20여 차례 통화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해당 고위 관계자가 ‘정 대표를 구속할 것’이라며 ‘싸늘하게’ 거절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결국 국민적 이목이 집중됐던 검찰 전관로비 의혹은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피의자 외에 털끝 하나 안 다치는 정밀 수사”라고 평가했다. 앞서 홍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제가 감당할 부분은 감당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홍 변호사의 말처럼 검찰은 ‘법조계 선배’가 감당할 정도의 수사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홍 변호사 외에 정운호 법조비리에 엮인 또 다른 법조인은 박모 부장검사다. 검찰은 정 대표에게 억대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박 검사의 자택과 그가 근무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사무실을 지난 21일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은 박 검사의 개인 통장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검사는 지난 2014년 정 대표의 지인 최모씨를 통해 감사원 감사 무마 대가로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감사원은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상가 운영업체로 A사를 선정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감사를 진행 중이었다. 정 대표는 앞서 A사의 사업권을 매수해 사업을 확장 중이었다. A사가 감사를 받게 되면 정 대표의 사업 또한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정 대표가 박 검사를 통해 해당 감사 무마를 시도했으며, 박 검사는 해당 감사에서 자신과 친분이 있는 감사원 간부에게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하는 명목으로 1억원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박 검사에게 자금을 전달한 최모씨에게서 구체적인 돈 전달 장소와 시기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검사가 지난달 초 뇌출혈로 입원하면서 수사는 난항이 예상된다. 박 검사는 실어증을 보이는 등 인지·판단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방문조사를 비롯한 조사 방법과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박 검사가 실제 감사원 간부에게 해당 자금을 전달했는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운호 구명로비 ‘혐의 없음’ 결론
전관예우 없었다? “먼지만 털었다”


그런데 박 검사에 대한 수사 배경을 놓고 검찰 안팎에선 ‘검찰이 홍만표는 살리고 다른 검사 사건을 꺼내 체면치레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박 검사는 홍 변호사와 가까운 ‘실세 법조인’과 달리 쳐내기기 쉽다는 평가가 조심스레 나온다.
 

박 검사는 사법연수원 16기로 김현웅 법무부장관, 김수남 검찰총창 등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하지만 검찰 내에서는 비주류에 속한다. 동기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지만 박 검사는 서울고검에 근무하고 있다.

법조계에서 서울고검은 한직으로 통한다. 조직 서열상 서울지검의 상급 기관이지만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반부패부 제외) 실제 영향력은 전무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울고검은 주로 항고사건과 관련한 법률 자문 및 행정업무 등을 처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가장 만만한 게 고검 검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 홍 변호사에게 청탁 받은 의혹이 있는 실세 검사(박 지검장과 최 3차장검사) 대신 비주류인 박 검사를 제물로 삼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선 박 검사에 대해서도 여론이 잠잠해지면 ‘기소 중지’ 등 면죄부를 줄지 모른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세 살리고
비주류 쳐내나

이와 함께 상반기 법조계 최대 이슈로 꼽히는 것이 바로 ‘진경준 사건’이다. 그런데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100억대 시세 차익 의혹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진경준 사건은 정운호 게이트·롯데그룹 비자금 사건 등이 터지며 사실상 톱이슈에서 자취를 감췄다.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심우정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진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시세 차익 의혹과 관련해 김정주 넥슨 대표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더딘 수사 속도는 검찰의 수사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검찰은 김 대표를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진 전 검사장에게 특혜를 준 사실이 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진 전 검사장은 지난 2005년 넥슨 주식 1만주를 주당 4만2500원에 매입했다. 주식 매입 대금은 4억5000만원이다. 그런데 진 전 검사장은 지난해 보유 중인 넥슨 일본법인 주식을 전량 매각하며 126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당시 시민사회 안팎에선 대박 주식 거래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4월12일 “현직 검사가 성장성이 높은 넥슨 주식을 뇌물로 받은 것”이라며 진 전 검사장을 대검찰청에 특정경제범죄법상 뇌물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이첩됐다.

지난 11일 고발인 조사를 받은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이 사건은 당연히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한다”며 “김 회장이 자신의 지분 출자를 포기하고 넥슨재팬을 만들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특수한 사람들에게만 주식을 나눠줬기 때문에 이런 행위는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중은 제 머리
못 깎는데…

이에 앞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진 전 검사장이 넥슨 주식에 대한 시세 차익 의혹을 조사받는 과정에서 거짓으로 소명했다며 징계를 의결했다. 그러나 주식 취득 및 처분 과정에서의 위법 행위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같은 달 진 전 검사장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이동시켰다. 이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난이 적지 않았다.


최근 전·현직 검사들의 비리가 쏟아지면서 검찰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일각에선 물타기를 의심할 정도로 서울중앙지검 일선 부서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홍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있던 지난 1일 형사5부는 폭스바겐을 압수수색했다. 특수2부는 1년 가까이 끌어 오던 KT&G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튿날 오전엔 방위사업수사부가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로비 의혹과 관련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판·검사 로비 의혹 수사에 대한 유의미한 진전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4일 진경준 사건이 언론 보도로 재점화되자 국민적 공분은 검찰에 쏠렸다. 공교롭게도 나흘 뒤 반부패범죄특별범죄수사단은 대우조선해양을 압수수색했다. 이틀 뒤엔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등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최근 벌인 수사 대부분이 시기에 구애 받지 않는 기획수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건을 사건으로 덮는다’는 세간의 의심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검찰은 현재 대기업 사정과 별개로 경찰 수사 카드를 만지고 있다. 홍 변호사의 전관로비 의혹에 대한 무혐의 수사가 문제가 되자 이를 덮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신자용 부장검사)에서는 두 건의 경찰 비리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국민에 뺨맞고 경찰에 화풀이
비난 여론 덮을 카드 대기?

첫 번째 건은 지난 3월에 터질 뻔했던 ‘북창동 게이트’(일요시사 1050호, 1054호 참조) 사건이다. 당시 북창동에 있는 B룸살롱 바지사장 주모씨는 “업소 실질 사장인 봉모씨가 경찰과 세무서 직원에게 수십년간 로비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주씨와 봉씨의 동업자 서모씨와 이모씨를 지난 3월 조사했다.
 


그런데 지난달 18일 형사 4부는 B룸살롱과 서씨와 이씨의 집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B룸살롱 경리 탁모씨의 집도 압수수색했다. 형사 4부는 이 때 압수수색에서 ‘관처리 비용’이라는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처리 비용은 공무원(경찰, 구청 공무원, 세무서 직원)에게 상납한 리스트를 의미한다. 이때는 정 대표의 법조비리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홍 변호사와 얽힌 검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던 시기였다.

SBS는 지난 22일 검찰이 강남 룸살롱 단속 정보를 흘려준 브로커를 구속했으며, 브로커가 경찰에게 상납한 로비리스트를 확보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는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로부터 이틀 뒤다. 공교롭게도 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형사 4부였다. 형사 4부가 국면전환용으로 경찰 비리를 ‘전담 마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경찰 관계자들은 “검찰이 표적수사(정치적인 목적으로 특정 대상이나 인물을 정해 놓고 벌이는 수사. 편파성이 문제가 되곤 한다)를 하고 있다”고 입 모아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요새 법조계 내부비리 때문에 (경찰을 수사해 법조비리를) 희석하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본건과 별도로
경찰비리 수집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도 검찰의 이런 움직임에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법사위 출신 한 법조인은 “쥐고 있던 것을 터트려서 물타기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인지사건은 처리 시한이 없으므로 검찰이 패를 쥐고 있다가 필요할 때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수사 중인 경찰 수사 두 건과 관련해 “수사 중인 사항으로 가타부타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만표 비리' 특검 가능성

홍만표 변호사의 법조 로비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내부 인사들에 대해 ‘로비와 무관하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중심으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정운호 게이트’와 법조 비리에 대해 국회 청문회를 열자고 합의한 야3당은 특검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사정기관 내부 식구의 문제를 스스로 본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큰 만큼 (법조비리 사건이야말로) 가장 특검에 적합한 사건이라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법사위 간사인 이용주 의원도 “특검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며 “지도부와 향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이번 법조비리를 특검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민변은 지난 23일 논평을 내고 “정운호 대표를 둘러싼 법조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홍 변호사에 대해 검찰이 ‘실제 로비가 성사된 것은 아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검찰 스스로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국회는 하루 빨리 특검을 구성해 사법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찰 고위직 인사에 대한 검찰 내부의 자정 작용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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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