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야구학교 공동기획> ‘내일은 야구왕’ 선린인터넷고 3인방

‘반짝반짝 빛나는’ 야구 유망주 열전…“선린상고 신화 다시 쓴다”

<일요시사>가 야구 꿈나무들을 응원합니다. 야구학교와 함께 멀지 않은 미래, 그라운드를 누빌 새싹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지금은 특목고로 분류되어 교명이 ‘선린인터넷고등학교’로 바뀌었지만, 그 전신이던 ‘선린상업고등학교(약칭 선린상고)’는 명문 상업계 고교로써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소파 방정환 등의 위인과 국내외 금융계의 숱한 인재를 배출해 왔다.

1907년 창단된 야구부는 1911년 우리나라 최초로 한일교류전을 시작하였으며 1929년 일제의 식민치하에서 당시 한국의 대표로 고시엔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동안 김우열을 비롯해 이길환, 조충렬, 윤석환, 그리고 박노준과 김건우까지 우리나라 프로야구 1세대와 2세대를 대표하는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양성했다.

그 후로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었으나 지난해 제69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왕중왕전에서 대구의 상원고를 물리치고 35년 만에 동대회를 우승함으로써 다시 한 번 선린야구를 부활시켰다. 당시 우승의 주역이었던 두 명의 투수 이영하와 김대현은 연고지인 서울의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 프로야구단의 1차 지명과 함께 졸업생 선수 중 6명이 모두 2016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선린야구의 부활과 영광에는 지난해 4월15일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부임한 윤석환 감독(54)의 빛나는 지도력이 뒷받침됐다. 1984년 당시 OB베이스의 신인투수로 당해 연도 프로야구 신인왕을 수상했던 윤 감독은 선린상고 재학시절이던 1979년 제13회 대통령배 우승 당시의 주역이다.

그가 1988년 기록했던 13승은 지난 2015시즌 유희관 투수가 18승을 거두기 전까지 두산베어스의 토종 좌완투수가 세웠던 최다승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선린상고와 성균관대학교, 그리고 두산베어스와 삼성라이언즈를 거치며 화려했던 선수시절을 보내고 방송 해설과 프로야구 몇몇 구단에서 코치생활을 하던 윤 감독이 모교인 선린인터넷고의 야구부 감독으로 부임하기 직전의 몇 달은 야구부에 여러가지의 우여곡절이 겹쳤던 시기였다.

[주보권] 4번 타자의 거포본능
[이진석] 호타준족의 리드오프
[신주환] 타고난 힘과 센스 굿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부임했던 윤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했고, 짧은 기간동안 선수들을 파악한 후, 시즌을 치르며 적재적소에서 선수들을 투입 배치한 결과 선린인터넷고는 지난 2015시즌을 1981년 박노준과 김건우가 고교야구를 호령하던 시절 이후 35년 만에 최고의 영광으로 마무리지었다.

그런 윤 감독 밑에는 1학년 유망주들이 있다. 작년 시즌 활약했던 졸업생들의 공백을 메울 3인이 그들.

먼저 주보권(188cm/100kg, 우투우타, 양천중)은 팀의 내야수, 특히 3루수를 맡아 보는 출중한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다. 인천 동막초등학교 1학년 때 부터 야구를 시작한 오랜 구력을 가지고 있다. 이후 인천의 동산중과 서울의 양천중을 거쳐 선린인터넷고로 진학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팀의 4번 타자를 도맡으며 거포의 역할을 했고, 그러한 역할의 기대는 선린인터넷고에서도 다르지 않다. 큰 체격조건과 더불어 유연성과 민첩성이 좋아 내야의 수비를 훌륭히 수행하며, 장타력과 함께 좋은 선구안과 타격에서의 컨택 능력도 갖췄다.

이진석(183cm/80kg, 좌투좌타, 성남중)은 내야의 1루수와 외야의 우익수를 수비 위치로 맡고 있는 호타준족의 리드오프다. 갈산초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으며, 리드오프로써의 역할과 함께 장타력까지 갖췄다. 중학교 시절 루 간의 베이스 런닝 기록이 3.59초일 정도로 타고 난 스피드를 자랑한다.


신주환(180cm/85kg, 우투우타, 선린중)은 팀의 포수를 맡고 있다. 경기도 소래초등학교 5학년 때 뒤늦게 야구를 시작했으나 타고 난 힘과 센스로 훌륭한 기본기를 익혔다. 평촌중과 선린중을 거쳐 선린인터넷고로 진학했다. 포수로써의 기본기인 포구와 송구, 그리고 경기운영의 자질이 훌륭하다. 타격에서도 주보권과 더불어 장타력을 갖추고 있는 거포로써의 기대를 품게 한다.

 

   
▲ 지난해 제69회 황금사자기에서 우승한 선린인터넷고

선린인터넷고는 지난해 6월28일 서울 목동야구장서 열린 제6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결승에서 대구 상원고(옛 대구상고)를 7-2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선린인터넷고는 이로써 지난 1980년(제34회 대회) 이후 35년 만에 황금사자기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맛봤다.

선린인터넷고 야구부 역사상 동대회의 통산 5회 우승이었고 3학년생 투수 동기생이었던 이영하와 김대현이라는 초고교급 원투펀치의 존재가 선린인터넷고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이영하와 김대현은 당시 선린인터넷고가 치른 5경기의 마운드를 나누어 책임지며(김대현 3승, 이영하 2승)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둘은 때마침 결승전과 같은 날 열린 2016 프로야구 신인선수 1차 지명회의에서 서울 연고의 두 팀 두산과 LG(두산-이영하, LG-김대현)의 지명을 받아 팀의 우승과 함께 두배의 기쁨을 맛봤다. 선린인터넷고가 지난 2015시즌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윤석환 신임 감독이 있었다.

2015년 초 선린인터넷고의 동계전지훈련을 앞두고 야구부는 평지풍파를 겪었는데, 전임 감독이 경질됐고 감독 없이 진행된 전지훈련에서는 선수들 간에 불미스러운 폭행사건이 터져 팀 분위기도 바닥을 쳤었다. 시즌을 코앞에 두고 감독에 선임된 윤 감독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선린고 야구부를 추스르기 시작했다.

윤 감독은 “처음 감독에 부임했을 때 선린인터넷고는 팀도 아니었다. 팀워크는 엉망이었고, 선수들의 정신자세도 제대로 운동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팀을 다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었다. 윤 감독은 2015시즌 종료 후 아마추어야구의 발전을 이끈 최고의 지도자로 인정받아 일구회가 주최하는 2015 일구상에서 아마지도자상을 수상했었다.

이렇듯 지난 2015시즌 지옥과 천당을 오고 간 선린인터텟고 야구부는 금년 2016년 시즌도 중반을 넘어 선 현재, 지난해 고교야구의 절대강자다운 모습을 아직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맹활약들을 펼치며 3학년 졸업생중 6명의 선수가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지명되며 야구부는 물론 선수 개인들도 고교야구 시절의 최고 영광을 누렸으나, 이들의 졸업 후 남아 있는 현재의 재학생들이 아직은 선배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지훈련 중 발생한 폭행사건의 징계로 선수 수급인원의 제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원제한의 징계가 오는 6월20일 만료될 예정이고, 현재 선린인터넷고의 야구부와 윤 감독은 내년 신입생은 물론 재학생 중에서도 선린인터넷고 야구부로 전학하려 하는 타 학교의 선수들을 보강하여 올 시즌 남아 있는 대회에서의 반등을 노리고 있다.


야구학교<www.baseballschool.co.kr>

 

<기사 속 기사> 선린인터넷고 야구부 최근 성적

▲2009년 봉황대기 8강 진출
▲2009년 추계서울시고교야구대회 4강 진출
▲2010년 서울시장기 고교야구대회 4강 진출
▲2015년 황금사자기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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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