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8 )이별

쌓여가는 의심, 다가오는 거사일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그 놈이 그래도 그런 재주가 있네.”

석원이 허탈하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그렇고 배고프지.”

“응, 맛있는 거 사줘.”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하는 기미코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미처 제대로 살피지 못했는데 눈동자가 불빛에 흐릿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얼굴을 기미코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미세하게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슨 일 있는 거야?”

“무슨 일은, 그저 당신과 이번 여행 함께하지 못한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그냥….”

“그냥 뭐?”

“자꾸 이별이란 말이 생각나더라고.”


석원이 손을 뻗어 기미코의 볼을 어루만졌다.

“왜 그런 생각하는 거야?”

“나도 몰라. 그냥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볼을 만지던 손으로 기미코의 손을 잡았다.

“일어나자.”

석원의 주문에 마치 기미코가 자석에 이끌리듯 움직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 석원의 마음이 더욱 아려오는지 그윽한 눈길로 기미코를 바라보았다.

“어디로 갈까?”

다방을 나서자 기미코가 팔짱을 꼈다.

“당신 마음대로 해. 오늘 밤은 당신이 하자는 대로 할게.”

석원이 걸음을 멈추고 기미코를 바라보았다.

기미코가 혹시 자신의 일정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순간적인 생각이 일어났다.


그를 살피며 호룡을 떠올렸다. 호룡이 말했을 턱이 없었다.

“왜?”

“오늘 따라 내 사랑이 왜 이럴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석원이 팔짱껴 있는 팔을 빼내 기미코의 어깨를 감쌌다.

“그러게,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네.”

“기미코!”


기미코가 답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우리 보금자리로 갈까, 날도 그런데 음식 좀 장만해서.”

기미코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 석원의 마음이 갑자기 급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서 간단하게 장을 보고 택시를 잡아탔다.

기사에게 바다 가까이 가달라는 주문을 넣고 자신에게 기우는 기미코를 가슴에 안았다.

가만히 기울어져 온 기미코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가져갔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밀려오는 듯했다.

“비자가 발급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기미코를 만나기 위해 나왔다 들렀습니다.”

석원이 기미코를 만나기 전 조총련 오사카지부로 호룡을 찾아갔었다.

“축하하네 석원 동지!”

호룡이 들어서는 석원을 과장되게 몸을 부풀려 반갑게 맞이했다.

이어 그의 안내로 자리하자 호룡이 대뜸 봉투부터 건넸다.

“이건….”

내용물이야 빤한 거지만 밑도 끝도 없이 내미는 바람에 석원이 잠시 주저했다.

“이 시점에 자네에게 돈이 필요할 듯하여 윗선에 이야기해서 섭섭지 않게 받아내었네. 한번 살펴보게.”

거들먹거리는 호룡의 모습을 주시하다 이내 봉투를 집어 들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이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금액이 들어 있었다.

그를 살피며 석원이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호룡을 주시했다.

“이 사람아, 거사를 준비하려면 경비가 수월치 않게 들어가지 않겠는가. 비행기 티켓 값이며 남조선 체류 비용 그리고 자네 가족의 생계비 등 말일세.”

“그게 아니라….”

“그러면?”

호룡에 대한 의심…불안한 출국준비
석원, 과연 민족의 영웅될 수 있나?

“마치 제가 비자 발급받은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듯해서 그럽니다.”

호룡이 답하지 않고 순간적이지만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석원의 어깨가 잠시 움찔거렸다.

“석원 군, 아니 석원 동지. 우리 정보망을 아직도 우습게 보는 건가!”

호룡의 은근한 협박성 말에 석원이 한껏 움츠러들었다.

그를 살피던 호룡이 자리에서 일어나 석원에게 가까이 다가가 양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우리의 치밀한 정보력이 자네와 함께 할 터이니 자네의 성공은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의미일세, 알아 듣겠는가!”

호룡의 액션에 석원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호룡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기미코 양은 비자 신청을 하지 않았다더군.”

“아무래도 고타로 때문에.”

“그러한 사실도 알고 있네, 다만….”

“부장님, 말씀하세요.”

“자네 두 사람을 보면 참으로 아름답게 보인다 이 말이네. 비록 자네 고집으로 인연이 맺어지지 못했으나 그로 인해 더 깊은 인연을 나누고 있지 않은가.”

석원이 기미코를 생각하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래서 말인데.”

순간 석원이 눈을 떴다.

“이번 일이 성공하고 나면 말일세.”

호룡이 잠시 뜸을 들였다.

“이 일이 마무리되고 나면 자네는 우리 민족의 영웅이 될 터이니 한번 이참에 기미코 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나.”

“어떻게….”

“공식적으로 자네 아내로 받아들이라는 말일세.”

“그게 어찌….”

“이 사람아, 영웅호색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를 떠나서 영웅이라면 시시콜콜 국적에 연연해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석원의 머리에 영웅호색이라는 말이 깊게 각인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남조선 입국 일정과 숙소를 정하도록 하자고.”

호룡이 정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붙어있는 달력 가까이 다가가 8월 15일을 지목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부장님이 정해 주십시오.”

“남조선 내의 분위기를 살핀다 감안하면 한 열흘 정도 전에 입국하는 게 좋겠지. 그리고 출국은….”

호룡이 잠시 말을 멈추고 석원을 주시했다. 순간 석원의 얼굴로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일이 성공한다고 하면 아니 실패한다 해도 일본인이란 사실이 밝혀지면 조만간 일본으로 돌아오게 될 터이니…. 그건 당시의 상황을 보아가며 정하도록 하자고.”

호룡의 확신에 찬 어투에 석원의 얼굴에서 불안감이 사라지고 있었다.

“숙소는 어디로 정해야 할까요?”

“그야 영웅에 걸맞은 호텔에 투숙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남조선에서 가장 화려한 호텔에 머물도록 하세.”

이어 호룡이 자신의 책상으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

이어 석원의 아니 고타로의 한국행 비행기 그리고 호텔과 관련 진지한 표정으로 통화했다.

“그것 참 이상하지.”

목적지에 도착한 석원이 앉아 있는 상태서 기미코를 가슴으로 안고 함께 바다를 바라보았다.

석원의 시선에 기미코의 머리 뒤 부분과 바닷물이 교차되고 있었다.

“왜?”

기미코가 고개를 돌려 석원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마주 대며 입을 열었다.

“이곳에만 오면 이상하리만치 포근하단 말이야. 그래서 잠시 그 사유를 생각해보았어.”

“그 사유가 뭔데?”

“물론 우리 고향에 있는 바다란 점도 한몫하고 있었지만 결국은 기미코가 곁에 있어주어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석원이 기미코의 허리를 감싼 양팔을 조금 위로 이동했다.

마치 그를 도와주기라도 하듯 기미코가 자세를 낮추며 석원의 손을 밀어 올렸다.

석원의 손에 아담하기 이를 데 없는 기미코의 가슴이 가득 들어찼다.

“난조 상 생각만 그런 게 아니야. 나 역시 가끔 그런 생각하고는 했거든.”

“그런 생각이라니?”

기미코가 답하지 않자 석원이 자신의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말이지?”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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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