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입장에서 혁신을 생각해라!

모든 이들의 주목을 끄는 독창적 창업아이템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이는 개발자가 인정하는 혁신적 아이템이 아닌 시장이 인정하는 혁신 아이템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신제품이 대중들에게 널리 수용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몇 가지 리스크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캐즘(Chasm)이다. 캐즘은 혁신자와 조기 수용자로 대변되는 초기시장(Early market)과 그 이후의 주류 시장(Mainstream market)사이의 간극(Gap)이다.

기술력에만 치우친 혁신

제프리 무어(Geoffrey Moore)가 발견한 이 간극은 초기 시장의 성공이 항상 주류 시장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주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시장의 불확실성(Market uncertainty)도 또 하나의 리스크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고객의 니즈 및 반응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얘기한다.
LG경제연구원의 황혜정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 ‘시장이 알아주지 않는 혁신들’을 통해 혁신적 상품ㆍ서비스가 안고 있는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키 위해 기업에서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혁신을 수용하는 시장의 관점에서 조명했다.

2009년 5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0년간 기술적으로 실패한 10대 제품(The 10 Biggest Tech Failures of the Last Decade)’을 선정해 보도했다.
여기에 선정된 제품은 유명 글로벌 대기업이 개발을 시도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시대를 열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에 이렇다 할 만한 영향을 주지 못했거나 실패로 끝나 시장에서 사라진 제품이나 서비스였다.

‘더 나은 쥐덫의 오류(Better Mouset rap Fallacy)’라는 말이 있다. 품질이 더 좋은 쥐덫을 만들어 팔면 고객들이 스스로 알아서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기업들의 제품 중심적 사고를 꼬집는 표현이다. 이는 특히 하이테크 기업들이 종종 보이는 시장지향성 결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술은 혁신적인 신제품에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제품 성공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최고, 최첨단, 최초’라는 기술력에만 매료된 혁신은 신제품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혁신적인 신제품은 ‘변화’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변화의 정도가 혁신적인 신제품의 수용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간은 변화에 저항한다. 이는 인간 본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정신적으로도 현재의 편안한 상태를 변화시키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

행동·습관 등 간과한 혁신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고객 반응을 과대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혁신 제품이 주는 효용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객들은 혁신 제품이 주는 효용과 현재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익숙한 대안을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비교하여 행동한다.

기업은 제품이 혁신적일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효용을 제공하지만 그만큼 수용의 저항 수준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혁신 제품이 주는 효용이 이를 극복할 만큼 뛰어나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업은 사용자들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행동적·심리적인 장벽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수용 범위를 넘어선 가격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할 때 간과하는 요소 중 하나가 가격이다. 제품 개발자들은 최첨단의 기술과 혁신적인 효용에 대한 과도한 기대 그리고 R&D에 들어간 비용 등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출시된 제품이 시장에서 수용되기 위해서는 가격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보다 크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특정 가격대를 맞출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혁신 제품의 가격이 당장 해결해야 하는 이슈는 아니었다. 기업들은 출시 초기에는 새로움을 추구하고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고 그 후에 대중들의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가격을 내리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빨리 많은 소비자들에게 도달하여 매스 마켓을 형성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 이유로는 우선 최근의 혁신 제품의 속성이 더욱 더 지식 집중적(Knowledge  intensive)이 되어 가기 때문에 기업들은 제품 생산보다 제품 개발에 더 많은 비용을 쏟고 있고 상대적으로 생산 비용은 크지 않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으로 빠른 시간 내에 매스 마켓에 도달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많이 팔리는 제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품질과 효용을 잠재고객에게 알리는 효과가 있다. 혁신 제품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속성이 있어 정확한 품질수준과 기대효용을 가늠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 특히, 위험 회피형 소비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구매 및 사용 경험으로부터 일종의 단서를 찾고자 한다. 타인의 구매는 신제품에 대한 의심을 덜어주게 된다.

혁신 제품도 빠르게 매스마켓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혁신 제품은 고객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가격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지향적 혁신, 성공 위한 필수조건

지금까지 혁신적인 제품이 안고 있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혁신을 수용하는 사용자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혁신적인 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장 중심축에 놓아야 할 것이 사용자이다. 혁신적인 제품의 성공을 판단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혁신의 성공은 사용자가 혁신의 수준을 얼마나 유용하고 편리하다고 인지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훌륭하다 하더라도 고객에게 채택되지 않으면 혁신의 의미가 없다.

개발자의 입장이 아닌 사용자의 입장에서 기존 것보다 더 나아야 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어야 하며, 그들이 쓰기 쉽고 이용하기 편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술력에만 매료되거나, 고객의 급격한 행동이나 습관 변화를 초래하거나 새로운 가치 대비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제품을 출시한다면 혁신 제품의 성공은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혁신의 수준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고객의 니즈를 넘어선 과도한 기술로 인한 혁신의 오버슈팅이나 캐즘 등으로 시장에서 실패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혁신을 생각해야 한다. 혁신은 잡초처럼 널리 살아남아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재무적인 성과를 일구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시장 지향적일 필요가 있다. 혁신적인 기술 우위와 뛰어난 제품 효용을 시장 성공으로 가져가게 하는 키는 시장과의 연결이다. 개발자들은 최고의 기술이나 혁신적인 제품이 주는 효용에만 매료되어 사용자 입장을 간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비자가 수용하지 않고 시장이 알아주지 않은 혁신은 진정한 혁신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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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