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흥부유층 돈주의 세계
북한 신흥부유층 돈주의 세계
  • 신상미 기자
  • 승인 2016.06.13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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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1% ‘마이더스의 손’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풀뿌리 자본주의가 성장하면서 시장체제 적응에 성공한 사람들은 큰 돈을 벌게 됐다. 중국처럼 북한도 소득 불평등과 빈부격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밀수 등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대 큰 돈을 번 이들을 북한에선 돈주(돈의 주인)라고 부른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계 없음

국정원 추산에 의하면, 돈주는 전 인구의 1% 정도로 보인다. 24만명, 8만 가구로 전체 상인층의 10∼15%에 해당한다. 이들은 중국을 상대로 밀수를 하거나 국가물자를 빼돌려 장마당에서 유통시키는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다. 이렇게 사적 경제가 성장하면서 그와 연결된 사기업이 설립됐다.

40대 초반의 김모씨는 금광사업을 통해 큰 돈을 벌었다. 해당 금광은 공식적으론 중국 무역회사 소유이고 당 중앙위 재정부서에서 관리한다. 그러나 이것은 명목상의 눈속임일 뿐이다. 실제론 김씨가 관리들에게 뒷돈을 주고 사들인 것이다. 김씨는 전직 중간급 보안원 출신으로 밀수를 하면서 종잣돈을 마련했다. 채굴된 금은 중국에 수출한다. 명목상의 소유주인 중국 무역회사에 전체 매출의 40%에 상당하는 뇌물을 정기적으로 상납하고 있다.

시장의 성장은 도매시장과 부동산시장을 출현시켰다. 현재 평양시내 아파트가 20만달러 내외에서 거래 중이다. 국경도시 신의주에선 부동산 투기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돈주들은 순간에 날아갈 현금 대신 안전한 투자처가 필요했다. 반면 김정은에겐 자금이 필요했다. '평양 주택 10만호 건설사업'이 자금과 자재 부족으로 지지부진해지자, 정권과 돈주가 서로 결합했다. 돈주들은 건설자재 사업에 뛰어들어 압록강에서 대규모로 골재를 채취해 평양으로 운송했다. 평양 아파트가 완공되자, 그중 3분의 2가 돈주에게 돌아갔다.

밀수 등 불법으로 돈벌이
엄청난 뇌물 지배층 상납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북한주민은 ‘반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 이러한 시장화가 지배층에 각종 임대료와 뇌물 등의 수입을 제공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스템이 꽤 안정적이고 시장화와 경제 향상이 오히려 독재정권을 되살릴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엄청난 뇌물을 지배층에 상납하면서도 돈주들은 때때로 불안감을 토로한다. 이들의 사적 경제활동은 공식적으론 북한 법을 위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이들을 처벌할 수 있다. 정권이 국가생산력을 회복하면 시장을 폐쇄시킬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다. 그동안 관리들에게 뇌물을 상납하면서 단속을 피해왔으나 언제라도 죄를 쓰고 전재산을 몰수 당할 수 있다. 실제로 정권은 고위직에 연줄이 없는 돈주들과 장마당에서 자수성가한 여성 돈주들을 타깃으로 삼아서 주기적으로 국가계획경제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는 죄를 씌우고 전재산을 몰수했다.   

돈주의 과시적 소비도 평양시내의 화젯거리다. 이들은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걸치고 새로 생긴 초밥음식점, 맥줏집, 패스트푸드점에서 외식을 한다. 주택을 구입해 개조하고, 평면 텔레비전, 컴퓨터, 대형 냉장고, 오토바이, 자동차를 사들인다. 돈주 덕분에 텅텅 빈 것으로 유명했던 평양 도로에 2009년께부터 교통체증이 생겼다. 돈주는 자녀교육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자녀에게 영어·중국어 개인교습을 받게 하고 피아노 등 악기 교습도 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