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신안에 무슨 일이?

툭하면 사건…천사의 섬 맞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전라남도 신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학부모들의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을 필두로 음지에 묻혀있던 사건들이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사의 섬’이라는 타이틀로 자신들을 홍보하는 신안 사람들.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난 3월 학부모들이 여교사를 집단 성폭행했다. 신안군 소재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 A씨는 식사를 하기 위해 학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았다. 혼자 밥을 먹고 있는 A씨에게 접근한 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의 아버지 B씨. B씨는 동네 주민 두 명을 더 불러 A씨에게 술을 권했다.

실종되면 죽어서…
얼굴 없는 시체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못했던 A씨는 거부했지만, 이들은 억지로 A씨에게 술을 강요했다. 결국 인사불성이 된 A씨가 정신을 차린 건 자신의 숙소였다. A씨는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곧바로 남자친구와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A씨는 몸도 씻지 않은 채 정액과 체모 등 DNA 증거수집을 완료했다. A씨의 침착한 대응은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됐다.

이 사건은 A씨의 남자친구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범죄 전문가는 이 사건이 ‘의도된 범행’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학부모들은 혐의를 부인했고 "범행 공모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현장에서 수거한 DNA와 이들의 정액이 일치했다. 성폭행한 적이 없으며 관사에는 선생님을 지켜주러 갔다는 학부모. 경찰이 정액 검출 내용을 제시하자 한 말은 “내 정액이 왜 거기 있죠?”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9일 신안군에서 초등학교 교사 B씨가 실종된 것이 밝혀졌다. 해경과 경찰이 B씨 수색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은 증폭되고 있다. B씨는 실종 당일 관사를 나간 것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실종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사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에도 헬기와 경비정 2대, 수색견 3마리가 섬 일대를 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 가능성이 있다.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성인 남성의 실종이 이렇게 큰 문제로 번지게 된 이유는 신안군이기 때문이다. 신안군은 이상하리만큼 실종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실종된 사람들은 모두 온전히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 지난해 10월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해상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 변사체가 발견됐고 그보다 앞선 8월 신안군 치도 인근 김 양식장 부근 해상에서 작업하던 선장이 여성 변사체를 발견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실종된 목포해양대학교 학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해상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부패가 진행된 시신은 목포해양대 실습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에 해경은 실종된 목포해양대 학생 C(24)씨인 것으로 판단했다. C씨는 목포해양대 실습선 새유달호에 타고 있던 중 실종됐다. 가장 최근 사건으로는 지난 1월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 선착장 앞 해상에 추락한 승용차량에서 운전자 등 시신 3구가 발견된 사건이다.

목포해양경비안전서는 '송공리 앞 해상에서 변사체가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경비함정 및 122구조대를 급파했다. 현장에 도착한 목포 해경은 해상에서 차량을 발견하고 119구조대와 합동으로 차량 내부에서 운전자 D모(33)씨와 아들 E(5)군을 인양했다. 또 차량에서 500m 떨어진 해상에서 실종된 딸 F(7)양 시신을 발견해 인양했다.

학부모들 여교사 윤간 큰 파장
살인 강간 등 강력사건 잇달아

그런가 하면 신안의 한 야산에서는 마약의 원료인 양귀비 1000여 그루가 발견돼 해경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목포해양경비안전서는 지난달 26일 전남 신안군 임자면 인근 야산에서 경작자를 알 수 없는 양귀비 재배 현장을 발견해 총 1020그루를 압수했다.

해경은 양귀비를 재배한 경작자를 알 수 없어 재배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물병, 호미 등을 수거해 지문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인근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통해 경작자를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작자를 검거하면 양귀비를 대량으로 재배한 경위와 불법 유통 및 상습 복용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안군의 양귀비 재배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비닐하우스를 지어놓고 대규모로 양귀비를 재배한 40대 김모씨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해경에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목포해경은 비닐하우스 내에서 양귀비 550여주를 전문적으로 밀작하고 있는 최모(47)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거하고 양귀비를 압수했다.


최씨는 개화 시기인 5월부터 6월에 관계기관 합동단속이 이뤄진다는 것을 틈타 재배 시기를 앞당겨 단속이 시작되는 5월 이전에 처분하려고 했다. 특히 검거된 최씨는 비닐하우스 1동을 이중의 비닐로 씌어놓고 밖에서 내부를 볼 수 없게 했을 뿐만 아니라 양귀비를 지푸라기로 덮어놓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무연고 사망자 수를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2014년 초 신안 섬 노예 사건이 불거진 뒤 바로 그해에만 신안군에서 발표한 무연고 사망자 수가 평소보다 3배 정도 늘었다는 것. 신안군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무연고 사망자 공고’ 현황을 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총 32건이 검색된다.

2008년에는 1건이었던 무연고 사망자 공고는 2009년에는 2건, 2010년 4건, 2011년 3건, 2012년 3건, 2013년 3건, 2015년 3건, 2016년 3건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2014년에는 무려 10건이나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염전노예 사건
솜방망이 처벌

2010년을 제외하고 매년 1~3건에 불과한 무연고 사망자 공고가 2014년에만 유독 10건으로 증가한 것. 네티즌들은 이 점을 의심하고 있다. 2014년은 바로 염전 섬 노예 사건 논란이 불거진 해이기 때문이다. 그해 1월28일 전남 신안군 한 염전에서 임금 체납과 감금으로 혹사당하던 장애인 2명이 경찰에 구출되면서 염전 섬 노예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2014년 2월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도에 있는 염전에서 지적장애인을 약취 유괴해 감금하고 강제 노동에 종사시키며 종국에는 살해하기까지 한 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008년 11월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지적장애인 채모(48)씨는 일자리를 찾다가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고모(63)씨를 만났다.

두 끼니를 사준 직업소개업자는 더 나은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속아서 모 외딴 섬에 있는 홍모씨의 염전으로 가게 됐는데 고씨는 30만 원의 소개비를 받고 채모씨를 팔아넘겼다. 하루 5시간도 자지 못하는 와중에도 소금 생산은 물론 벼농사, 신축건물 공사, 각종 잡일, 집안일을 하면서 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수년간 노예처럼 일했다. 채씨는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나무 각목이나 쇠파이프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선천적 시각장애 5급인 김모(40)씨는 2000년 과도한 카드빚을 지게 되자 가족들에게 짐을 안겨주기 싫어서 가출하고 10년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김씨는 낮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숙 생활을 하며 지내던 중 2012년 7월 노숙자 무료급식소에서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이모(63)씨를 만나 먹여주고 재워주는 염전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넘어가 이씨를 따라갔다.

김씨는 홍모(48)씨의 염전에서 월 80만원을 받고 3개월간 일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씨는 홍씨에게 몸값 100만원을 미리 받고 김씨를 팔아넘겼으며 섬에 억류되어 채씨와 같은 곳에서 강제 노동을 하는 처지가 됐다. 김씨는 채씨와 함께 섬에서 빠져나오려고 세 차례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매번 마을 주민들의 전화로 발각돼 도망치지 못했다.

홍씨는 “한 번만 더 도망을 친다면 칼침을 놓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렇게 김씨는 1년6개월, 채씨는 무려 5년2개월 동안 강제 노역 생활을 했다. 홍씨는 대체로 이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나 “쇠파이프나 각목은 아니고 손으로만 때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홍씨의 철저한 감시에 도저히 외부와 연락을 취할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몰래 홍씨의 집에서 종이와 펜을 훔친 다음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다.

캐면 사건화
범죄소굴 오명

김씨는 편지에다가 자신이 섬에 갇히게 된 사연을 썼으며 찾아올 때는 소금장수로 위장해서 구출해달라고 당부했다. 어머니 배모씨는 경찰서에 신고했고 신고를 받은 서울 구로경찰서는 정확한 주소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소금 구매업자로 위장해서 다도해 지역에 잠입했다. 그리고 섬 곳곳을 탐문 수사하다가 염전에서 일하던 김씨와 채씨를 구출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인부들을 학대한 혐의로 염전 주인 홍씨를 영리약취·유인 혐의로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이씨, 고씨를 형사 입건했다. 당시 홍씨는 “왜 탈출하는 인부들을 다시 데려왔느냐?” 는 질문에 “집에서 키우던 개가 집을 나가면 찾겠어요 안 찾겠어요”라고 대답해서 여론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2014년 9월25일 광주고등법원 항소심에서는 성씨만 같은 다른 염전업주에 대한 선고가 있었는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다수 염전에서 관행적으로 위법행위가 이루어졌고 홍씨가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가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참작 사유로 들었다.

묻힌 사건들 하나씩 수면 위로
정부 차원 대대적인 수사 필요

또 ‘오지 지역 학교에 여교사를 가급적 신규발령하지 않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에서는 이번 주까지 학교관사에 거주하는 교사들의 현황과 관사 주변 CCTV 설치 현황, 방범창 설치 여부 등을 점검해 달라”며 “특히 여성 교사가 단독으로 거주하는 관사에 대해서는 대책 수립 이전에 CCTV를 우선 설치하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4년에 구출되었던 63명 중 40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로 염전으로 돌아갔다는 실망스러운 소식이 하나 더 전해졌다. 지난 4월17일 광주지법은 염전업주 박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의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서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이 논란이 됐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늦게나마 뉘우치고 임금을 변제했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이번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 해당 섬마을 주민들이 쏟아낸 어이없는 발언도 누리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7일 한 매체는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찾아 주민을 상대로 한 추가 인터뷰 내용을 방송했다. 한 주민은 “공직에 있는 교육자, 공무원 아니냐”면서 “어떻게 처녀가 술을 떡이 되도록 그렇게 먹느냐”며 오히려 피해 여교사를 비난했다.


이어 이 주민은 “방송을 보면 (학부형들이) 완전히 죽일 놈이 됐는데 내용 자체도 모르면서 남자 셋이 여자 하나를 죽인 것으로 생각하게 해놨다”며 성폭행 가해자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인터뷰 내용을 들은 한 변호사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언론 취재에 대한 반감 때문에 저렇게 말했을 것”이라며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신안군 섬마을의 다른 주민은 “서울에서는 ‘묻지마 살인’도 나는데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서 신설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신안은 전남 22개 기초지자체 중 유일하게 경찰서가 없다. 

이러다 보니 이번 여교사 사건도 현재 목포경찰서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 본청 심사와 행정자치부 심의를 통과한 신안경찰서 신설안이 기획재정부 예산심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찰서 신설이 함께 추진된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신안보다 수요가 10∼20배 높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전남청은 올해도 3급지 규모의 경찰서를 신안군에 신설해 70여명 가량의 경찰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안을 골자로 하는 신안경찰서 신설안을 본청 심사에 올렸다.

신안경찰서 신설안은 경찰본청 심사를 통과해 행정자치부 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여교사 혼자 거주하는 관사에 폐쇄회로(CC)TV를 우선 설치하기로 했다. 또 ‘오지 지역 학교에 여교사를 가급적 신규발령하지 않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에서는 이번 주까지 학교관사에 거주하는 교사들의 현황과 관사 주변 CCTV 설치 현황, 방범창 설치 여부 등을 점검해 달라”며 “특히 여성 교사가 단독으로 거주하는 관사에 대해서는 대책 수립 이전에 CCTV를 우선 설치하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 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교육부는 도서 벽지에 여교사를 가급적 신규 발령하지 않고 관사에 CCTV를 설치하는 등 눈에 보이는 대책만 내놨는데 이는 문제 해결의 초점을 잘못 맞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양성평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한다”며 “여성이 섬 지역에 가지 못하도록 기회의 장벽을 막을 게 아니라 여성이 가도 그곳이 안전하도록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근본적으로 낙도나 도시지역이나 모두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섬 주민들의 인권교육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왔다. 

경찰서가 없다
지역환경도 문제
 

한 전문가는 “안전한 학교도 너무 중요하고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 사건의 가해자는 그 마을의 학부모들인데 그렇다면 학교가 지역사회 내 마을주민들, 선생님들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학부모들과 인권교육을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사의 섬에서 악마의 섬 딱지가 붙은 신안. 떨어진 섬의 이미지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모든 이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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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