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신안에 무슨 일이?

툭하면 사건…천사의 섬 맞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전라남도 신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학부모들의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을 필두로 음지에 묻혀있던 사건들이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사의 섬’이라는 타이틀로 자신들을 홍보하는 신안 사람들.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난 3월 학부모들이 여교사를 집단 성폭행했다. 신안군 소재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 A씨는 식사를 하기 위해 학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았다. 혼자 밥을 먹고 있는 A씨에게 접근한 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의 아버지 B씨. B씨는 동네 주민 두 명을 더 불러 A씨에게 술을 권했다.

실종되면 죽어서…
얼굴 없는 시체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못했던 A씨는 거부했지만, 이들은 억지로 A씨에게 술을 강요했다. 결국 인사불성이 된 A씨가 정신을 차린 건 자신의 숙소였다. A씨는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곧바로 남자친구와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A씨는 몸도 씻지 않은 채 정액과 체모 등 DNA 증거수집을 완료했다. A씨의 침착한 대응은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됐다.

이 사건은 A씨의 남자친구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범죄 전문가는 이 사건이 ‘의도된 범행’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학부모들은 혐의를 부인했고 "범행 공모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현장에서 수거한 DNA와 이들의 정액이 일치했다. 성폭행한 적이 없으며 관사에는 선생님을 지켜주러 갔다는 학부모. 경찰이 정액 검출 내용을 제시하자 한 말은 “내 정액이 왜 거기 있죠?”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9일 신안군에서 초등학교 교사 B씨가 실종된 것이 밝혀졌다. 해경과 경찰이 B씨 수색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은 증폭되고 있다. B씨는 실종 당일 관사를 나간 것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실종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사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에도 헬기와 경비정 2대, 수색견 3마리가 섬 일대를 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 가능성이 있다.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성인 남성의 실종이 이렇게 큰 문제로 번지게 된 이유는 신안군이기 때문이다. 신안군은 이상하리만큼 실종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실종된 사람들은 모두 온전히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 지난해 10월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해상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 변사체가 발견됐고 그보다 앞선 8월 신안군 치도 인근 김 양식장 부근 해상에서 작업하던 선장이 여성 변사체를 발견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실종된 목포해양대학교 학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해상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부패가 진행된 시신은 목포해양대 실습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에 해경은 실종된 목포해양대 학생 C(24)씨인 것으로 판단했다. C씨는 목포해양대 실습선 새유달호에 타고 있던 중 실종됐다. 가장 최근 사건으로는 지난 1월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 선착장 앞 해상에 추락한 승용차량에서 운전자 등 시신 3구가 발견된 사건이다.

목포해양경비안전서는 '송공리 앞 해상에서 변사체가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경비함정 및 122구조대를 급파했다. 현장에 도착한 목포 해경은 해상에서 차량을 발견하고 119구조대와 합동으로 차량 내부에서 운전자 D모(33)씨와 아들 E(5)군을 인양했다. 또 차량에서 500m 떨어진 해상에서 실종된 딸 F(7)양 시신을 발견해 인양했다.

학부모들 여교사 윤간 큰 파장
살인 강간 등 강력사건 잇달아

그런가 하면 신안의 한 야산에서는 마약의 원료인 양귀비 1000여 그루가 발견돼 해경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목포해양경비안전서는 지난달 26일 전남 신안군 임자면 인근 야산에서 경작자를 알 수 없는 양귀비 재배 현장을 발견해 총 1020그루를 압수했다.

해경은 양귀비를 재배한 경작자를 알 수 없어 재배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물병, 호미 등을 수거해 지문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인근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통해 경작자를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작자를 검거하면 양귀비를 대량으로 재배한 경위와 불법 유통 및 상습 복용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안군의 양귀비 재배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비닐하우스를 지어놓고 대규모로 양귀비를 재배한 40대 김모씨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해경에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목포해경은 비닐하우스 내에서 양귀비 550여주를 전문적으로 밀작하고 있는 최모(47)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거하고 양귀비를 압수했다.


최씨는 개화 시기인 5월부터 6월에 관계기관 합동단속이 이뤄진다는 것을 틈타 재배 시기를 앞당겨 단속이 시작되는 5월 이전에 처분하려고 했다. 특히 검거된 최씨는 비닐하우스 1동을 이중의 비닐로 씌어놓고 밖에서 내부를 볼 수 없게 했을 뿐만 아니라 양귀비를 지푸라기로 덮어놓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무연고 사망자 수를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2014년 초 신안 섬 노예 사건이 불거진 뒤 바로 그해에만 신안군에서 발표한 무연고 사망자 수가 평소보다 3배 정도 늘었다는 것. 신안군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무연고 사망자 공고’ 현황을 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총 32건이 검색된다.

2008년에는 1건이었던 무연고 사망자 공고는 2009년에는 2건, 2010년 4건, 2011년 3건, 2012년 3건, 2013년 3건, 2015년 3건, 2016년 3건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2014년에는 무려 10건이나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염전노예 사건
솜방망이 처벌

2010년을 제외하고 매년 1~3건에 불과한 무연고 사망자 공고가 2014년에만 유독 10건으로 증가한 것. 네티즌들은 이 점을 의심하고 있다. 2014년은 바로 염전 섬 노예 사건 논란이 불거진 해이기 때문이다. 그해 1월28일 전남 신안군 한 염전에서 임금 체납과 감금으로 혹사당하던 장애인 2명이 경찰에 구출되면서 염전 섬 노예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2014년 2월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도에 있는 염전에서 지적장애인을 약취 유괴해 감금하고 강제 노동에 종사시키며 종국에는 살해하기까지 한 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008년 11월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지적장애인 채모(48)씨는 일자리를 찾다가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고모(63)씨를 만났다.

두 끼니를 사준 직업소개업자는 더 나은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속아서 모 외딴 섬에 있는 홍모씨의 염전으로 가게 됐는데 고씨는 30만 원의 소개비를 받고 채모씨를 팔아넘겼다. 하루 5시간도 자지 못하는 와중에도 소금 생산은 물론 벼농사, 신축건물 공사, 각종 잡일, 집안일을 하면서 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수년간 노예처럼 일했다. 채씨는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나무 각목이나 쇠파이프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선천적 시각장애 5급인 김모(40)씨는 2000년 과도한 카드빚을 지게 되자 가족들에게 짐을 안겨주기 싫어서 가출하고 10년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김씨는 낮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숙 생활을 하며 지내던 중 2012년 7월 노숙자 무료급식소에서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이모(63)씨를 만나 먹여주고 재워주는 염전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넘어가 이씨를 따라갔다.

김씨는 홍모(48)씨의 염전에서 월 80만원을 받고 3개월간 일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씨는 홍씨에게 몸값 100만원을 미리 받고 김씨를 팔아넘겼으며 섬에 억류되어 채씨와 같은 곳에서 강제 노동을 하는 처지가 됐다. 김씨는 채씨와 함께 섬에서 빠져나오려고 세 차례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매번 마을 주민들의 전화로 발각돼 도망치지 못했다.

홍씨는 “한 번만 더 도망을 친다면 칼침을 놓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렇게 김씨는 1년6개월, 채씨는 무려 5년2개월 동안 강제 노역 생활을 했다. 홍씨는 대체로 이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나 “쇠파이프나 각목은 아니고 손으로만 때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홍씨의 철저한 감시에 도저히 외부와 연락을 취할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몰래 홍씨의 집에서 종이와 펜을 훔친 다음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다.

캐면 사건화
범죄소굴 오명

김씨는 편지에다가 자신이 섬에 갇히게 된 사연을 썼으며 찾아올 때는 소금장수로 위장해서 구출해달라고 당부했다. 어머니 배모씨는 경찰서에 신고했고 신고를 받은 서울 구로경찰서는 정확한 주소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소금 구매업자로 위장해서 다도해 지역에 잠입했다. 그리고 섬 곳곳을 탐문 수사하다가 염전에서 일하던 김씨와 채씨를 구출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인부들을 학대한 혐의로 염전 주인 홍씨를 영리약취·유인 혐의로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이씨, 고씨를 형사 입건했다. 당시 홍씨는 “왜 탈출하는 인부들을 다시 데려왔느냐?” 는 질문에 “집에서 키우던 개가 집을 나가면 찾겠어요 안 찾겠어요”라고 대답해서 여론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2014년 9월25일 광주고등법원 항소심에서는 성씨만 같은 다른 염전업주에 대한 선고가 있었는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다수 염전에서 관행적으로 위법행위가 이루어졌고 홍씨가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가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참작 사유로 들었다.

묻힌 사건들 하나씩 수면 위로
정부 차원 대대적인 수사 필요

또 ‘오지 지역 학교에 여교사를 가급적 신규발령하지 않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에서는 이번 주까지 학교관사에 거주하는 교사들의 현황과 관사 주변 CCTV 설치 현황, 방범창 설치 여부 등을 점검해 달라”며 “특히 여성 교사가 단독으로 거주하는 관사에 대해서는 대책 수립 이전에 CCTV를 우선 설치하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4년에 구출되었던 63명 중 40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로 염전으로 돌아갔다는 실망스러운 소식이 하나 더 전해졌다. 지난 4월17일 광주지법은 염전업주 박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의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서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이 논란이 됐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늦게나마 뉘우치고 임금을 변제했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이번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 해당 섬마을 주민들이 쏟아낸 어이없는 발언도 누리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7일 한 매체는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찾아 주민을 상대로 한 추가 인터뷰 내용을 방송했다. 한 주민은 “공직에 있는 교육자, 공무원 아니냐”면서 “어떻게 처녀가 술을 떡이 되도록 그렇게 먹느냐”며 오히려 피해 여교사를 비난했다.


이어 이 주민은 “방송을 보면 (학부형들이) 완전히 죽일 놈이 됐는데 내용 자체도 모르면서 남자 셋이 여자 하나를 죽인 것으로 생각하게 해놨다”며 성폭행 가해자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인터뷰 내용을 들은 한 변호사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언론 취재에 대한 반감 때문에 저렇게 말했을 것”이라며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신안군 섬마을의 다른 주민은 “서울에서는 ‘묻지마 살인’도 나는데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서 신설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신안은 전남 22개 기초지자체 중 유일하게 경찰서가 없다. 

이러다 보니 이번 여교사 사건도 현재 목포경찰서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 본청 심사와 행정자치부 심의를 통과한 신안경찰서 신설안이 기획재정부 예산심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찰서 신설이 함께 추진된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신안보다 수요가 10∼20배 높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전남청은 올해도 3급지 규모의 경찰서를 신안군에 신설해 70여명 가량의 경찰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안을 골자로 하는 신안경찰서 신설안을 본청 심사에 올렸다.

신안경찰서 신설안은 경찰본청 심사를 통과해 행정자치부 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여교사 혼자 거주하는 관사에 폐쇄회로(CC)TV를 우선 설치하기로 했다. 또 ‘오지 지역 학교에 여교사를 가급적 신규발령하지 않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에서는 이번 주까지 학교관사에 거주하는 교사들의 현황과 관사 주변 CCTV 설치 현황, 방범창 설치 여부 등을 점검해 달라”며 “특히 여성 교사가 단독으로 거주하는 관사에 대해서는 대책 수립 이전에 CCTV를 우선 설치하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 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교육부는 도서 벽지에 여교사를 가급적 신규 발령하지 않고 관사에 CCTV를 설치하는 등 눈에 보이는 대책만 내놨는데 이는 문제 해결의 초점을 잘못 맞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양성평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한다”며 “여성이 섬 지역에 가지 못하도록 기회의 장벽을 막을 게 아니라 여성이 가도 그곳이 안전하도록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근본적으로 낙도나 도시지역이나 모두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섬 주민들의 인권교육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왔다. 

경찰서가 없다
지역환경도 문제
 

한 전문가는 “안전한 학교도 너무 중요하고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 사건의 가해자는 그 마을의 학부모들인데 그렇다면 학교가 지역사회 내 마을주민들, 선생님들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학부모들과 인권교육을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사의 섬에서 악마의 섬 딱지가 붙은 신안. 떨어진 섬의 이미지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모든 이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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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