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과 불법 사이' 흥신소 채권추심의 함정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정말?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못 받은 돈 회수

거리를 걷다보면 이 같은 현수막이나 전단, 전봇대의 스티커를 가끔 볼 수 있다. 간단명료하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기재된 번호로 전화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게 만든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빚 독촉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수막과 광고는 누가 붙이고 어떤 방식으로 채무를 받아주는 것일까.  

이런 광고는 대부분 신용정보회사(채권자를 대신해 채무자에게 채권추심을 대행해주는 회사)가 붙이는 것이다. 신용정보회사는 채무금을 받아낸다는 업무특성상 기획재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회사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2016년 현재 29개 신용정보사가 기재부의 허가를 받아 채권추심행위를 하고 있다.

업체 30% 이상
‘해결사’ 노릇

의뢰자 입장에선 기재부의 허가를 받은 업체인지 먼저 확인해야 하고, 법무법인에 문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법무법인을 통해 재산조사와 통장 압류, 유체동산(가재도구, 집기 등 재산권을 제외한 물건 및 유가증권) 압류, 재산명시신청, 감치명령 등 강제집행절차를 밟을 수 있다.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압류’ 신청을 한 후 공탁을 할 수 있고, 형사고소 등도 병행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만 채권추심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광고 중에서 약 30% 이상이 소위 ‘해결사’를 자처하는 불법추심업체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불법추심 관련 민원은 2013년 4535건, 2014년 3090건, 2015년 3197건, 올해 1/4분기 900건으로 집계되는 등 지난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2013년께부터 증가 추세에 있다. 지자체에서 강력하게 대응 관리 중”이라면서 “민원을 받고 조사를 하다보면 공식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암흑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조직폭력배들이 하는 업무 중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불법 추심 행위 유형에 대해 “영업장에 찾아오고 행패부리고 주변사람들에게 알려 창피하게 한다”며 “그나마 그런 것들은 신고를 하기라도 하지만 조직폭력배와 연결된 것은 더 심한 데도 신고가 안 될 수 있다”고 했다.
 

공정채권추심법에 의하면 미등록 대부업체나 채권추심권한이 없는 사람이 추심을 하는 경우, 채권추심자가 채무내용을 제3자에 알리거나 제3자에게 변제를 요구하는 경우, 폭행·협박·감금 등 과도한 추심행위를 하는 경우는 모두 불법이다.

이렇게 음지에서 일어나는 불법적 빚 독촉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법에 의해 빚 독촉을 하는 일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불법업체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판결문이나 공증서 등 법적인 효력이 있는 증빙자료가 있어야 신용관리사들이 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법적 절차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나마 ‘차용증’을 써두지 않았다면 소송에서 이기기도 어렵다.

“못 받은 돈 회수” 전화 해보니…
누가 붙이고 어떻게 채무 받나

한 신용관리사는 “차용증이나 공증서 등 증빙서류가 없으면 접수 자체를 받을 수가 없다”면서 “의뢰를 받는 것이 추심법상으로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7년 동안 어렵게 모은 5000만원을 빌려줬는데 받지 못했다고 울면서 전화한 의뢰인도 있었다. 차용증이 없어서 도울 길이 없었다.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사연이 많다. 우리도 도울 길이 없어 답답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신용관리사에 의하면 다양한 채권이 추심대상이 된다. 상거래채권이 주를 이루지만 2010년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서 개인 민사채권 의뢰도 증가하고 있다. 병원 입원 채권도 있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만 받고 도주하는 행위에 따른 것이다. 그는 “내연남을 남편 명의로 입원시켰다가 남편에게 들켜서 이혼 당한 부인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지인을 믿고 금전을 빌려주면서 차용증 등을 써두지 않은 경우에 채무자가 대여가 아닌 ‘증여’라고 주장할 경우 소송에서 이기기 어렵다. 또 수년에 걸쳐 소송에서 이겨 ‘지급명령’을 받아도 채무자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파산신청, 개인회생신청을 통해 면책 받을 경우, 추심행위가 금지된다. 대부분 악성 채무자는 이러한 법의 맹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경우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서민들 중 상당수는 불법추심업체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비용은 얼마?
20∼50% 수수료

그렇다면 이러한 불법추심업체는 어떤 방법으로 채무를 받아내고, 비용은 얼마나 요구할까. 인터넷에선 “직접 만났더니 50%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선수금만 받고 잠적하는 사기가 많다” “수수료를 받은 다음 더 달라고 요구한다” 등의 글이 눈에 띄었다. 심부름센터 등 추심업체 여러 곳에 직접 전화로 문의를 한 결과, 저마다 ‘못 받은 돈’을 받아내는 다양한 노하우를 제시했다.
 

A업체는 채권전문팀을 운용하고 있다며 1년 이상 지급기일이 경과된 채권은 30%, 미만은 20%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했다. 착수금을 미리 입금해야 추심에 들어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업체는 일단 ‘채권양수도 계약서’를 써서 자기 업체에 채권을 넘겨야 한다고 했다. 헐값에 채권을 사고파는 행위의 실체를 해당 업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차용증 등 증빙서류가 없어서 법적 절차를 밟지 못했던 경우도 매매계약을 통해 양수인이 되면 소송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그간 양수금 소송을 거의 다 승소했다”면서 “판결을 받으면 강제집행할 수 있고 시간 제약 없이 전화를 할 수도 있고, 주말에 찾아갈 수도 있다. 채무자에게 공증서를 쓰게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에선 오전 9시 이전, 오후 8시 이후 추심행위는 금지돼 있다.

그는 채권을 넘긴다는 계약서를 작성해도 지급에 성공하면 앞서 밝힌 수수료 20%만 지불하면 된다고도 했다. 계약서는 금전을 받아내기 위한 명목일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일단 만나자”며 적극적으로 영업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적으론 막을 수 없다”고 전제한 후 “채권자 입장에선 포기한 금전이라고 생각하고 일부만이라도 받고자 채권을 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 업체 역시 20%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계약금을 받고 추심에 착수한 후 차례로 중도금과 잔금을 받는다고 했다. B 업체 관계자는 일단 거주지를 파악한 후 부모 등 가족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부모만 찾으면 대신 변제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경찰 신고도 병행해야 한다. 전체 금액이 안되면 일부라도 받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 3∼4명이 가족을 가장해 동행한다”고도 했다. 또 폭행을 가하지는 않지만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채무자가 많으므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전화선 너머의 관계자는 “채무금이 너무 크면 갚을 의지가 없어서 받기가 어렵다”며 “찾아가면 도망가지도 않고 태연히 살던 곳에서 살면서 못 갚는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몇 천 정도면 갚고 편하게 살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그나마 받아내기 쉽다”고 귀띔했다. 

대부분 신용정보회사 홍보물
29개 업체 허가받고 추심행위

마지막으로 접촉한 C 업체는 “추심은 대행하지 않는다. 돈을 갚지 않고 도주한 사람은 찾아줄 수 있다”고 했다. 업체 측은 “돈을 갚으라고 다그치거나 협박하면 큰일 난다”면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대신 그는 “이름,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 번호, 주민번호 앞자리, 사진만 있으면 이틀 안에 찾는다”며 “사례는 80만원”이라고 제시했다.

이 일을 10년 이상 했다는 이 관계자는 “채무자들 대부분은 주민등록지에 살지 않는다. 도망 다니면서 원룸, 고시원, 찜질방에서 먹고 잔다. 그런 사람은 돈을 여기저기서 빌려서 피해자가 여럿이다. 그래서 찾기가 더 쉽다. 원가는 15만원 뿐이고 나머지는 인건비, 장비 명목이다. 더 이상은 영업 비밀이라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착수금조로 30만원을 입금하면 잔금은 은신처를 알려주기 직전에 받는다고 했다. 

“도주한 사람도
찾아줄 수 있다”

이렇듯 업체들은 예상보다 낮은 20∼30%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또 일절 추가요금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앞서 금감원 관계자는 “법정수수료는 30% 미만인데, 불법추심업체는 성공보수금 등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30% 이상 요구한다”며 “합법적인 것이 아니라 불법적으로 하는 걸 서로 아니까 그런 걸 빌미로 ‘불법추심을 교사하는 거 아니냐’며 나중에 추가적으로 각종 명목을 붙여 더 달라고 한다. 심부름 업체는 조폭 수준의 인사가 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돈을 받는 게 목적”이라며 의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렇듯 불법추심업체를 이용하면 오히려 협박당할 수도 있고 ‘불법추심행위교사’ 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추심하는 업체라도 관련 법을 완벽히 준수하면서 추심을 하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 취재 결과, 추심업체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드나들며 빚 독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금감원 관계자는 “등록된 신용정보회사나 대부업체라도 불법, 탈법추심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부여한 자격을 갖춘 신용관리사라 할지라도 거주지나 직장으로 찾아가 협박성의 발언을 하거나 밤늦은 시간에 전화를 하거나 가족 등 제3자에게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용정보회사 측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 한 신용정보업체는 “미안해하고 일부라도 변제하면 우리에게 맡기지 않는다”며 “채무자가 되려 화를 내고 ‘배 째라’하면 배신감을 느끼고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돈을 받기 위해 채권자가 채무자를 달래고 사정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항변했다. 

이들 업체의 법정수수료는 30% 미만으로 정해져 있는데, 평균적으로 25% 내외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자의 재산조사와 신용조사를 위해 추가로 수십만원의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연락이 안 되는 채무자는 직접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교통비, 숙박비, 식비, 일당여비 등의 실비용도 따로 청구해 받는 경우도 있다. 지급기일이 1년 이상 지난 불량채권의 경우엔 조금 더 요구하기도 하지만 앞서 밝힌 법정수수료 이상으로 받을 순 없다. 따라서 의뢰자 입장에선 허가받은 업체인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국내에 정식으로 등록된 신용정보회사는 29개 업체인데, 이름만 도용해 몰래 영업하거나 지점 개설 방식으로 명의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실태에도 단속의 손길이 일일이 미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불법과 탈법 채권추심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법을 다 지켜가면서 돈을 받아내기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신용정보회사들의 ‘개인 채권 회수율’은 어느 정도일까. 업계에 따르면 사적 거래에 관한 민사채권은 의뢰가 적은 편이고 상사채권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각 사의 영업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취재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신용관리사들이 주로 모이는 한 인터넷 카페에 따르면 5∼10% 이하라고 명시돼 있다. 실제론 그보다 낮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법추심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특성상 회수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 금감원은 불법채권추심을 ‘5대 금융악’으로 규정하고 척결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자 본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피해를 구제하기가 어렵다.  

회수 얼마나?
5∼10% 이하

불법추심은 신고 전 증거자료의 확보가 중요하다. 평소 휴대전화 등의 녹취 및 촬영 기능을 잘 익혀두었다가 불법추심을 당할 경우 휴대폰을 이용해 통화 내용을 녹취하거나, 사진·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증거자료를 확보한 후 경찰(112) 또는 금감원 콜센터(1332)에 신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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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