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과 불법 사이' 흥신소 채권추심의 함정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정말?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못 받은 돈 회수

거리를 걷다보면 이 같은 현수막이나 전단, 전봇대의 스티커를 가끔 볼 수 있다. 간단명료하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기재된 번호로 전화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게 만든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빚 독촉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수막과 광고는 누가 붙이고 어떤 방식으로 채무를 받아주는 것일까.  

이런 광고는 대부분 신용정보회사(채권자를 대신해 채무자에게 채권추심을 대행해주는 회사)가 붙이는 것이다. 신용정보회사는 채무금을 받아낸다는 업무특성상 기획재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회사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2016년 현재 29개 신용정보사가 기재부의 허가를 받아 채권추심행위를 하고 있다.

업체 30% 이상
‘해결사’ 노릇

의뢰자 입장에선 기재부의 허가를 받은 업체인지 먼저 확인해야 하고, 법무법인에 문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법무법인을 통해 재산조사와 통장 압류, 유체동산(가재도구, 집기 등 재산권을 제외한 물건 및 유가증권) 압류, 재산명시신청, 감치명령 등 강제집행절차를 밟을 수 있다.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압류’ 신청을 한 후 공탁을 할 수 있고, 형사고소 등도 병행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만 채권추심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광고 중에서 약 30% 이상이 소위 ‘해결사’를 자처하는 불법추심업체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불법추심 관련 민원은 2013년 4535건, 2014년 3090건, 2015년 3197건, 올해 1/4분기 900건으로 집계되는 등 지난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2013년께부터 증가 추세에 있다. 지자체에서 강력하게 대응 관리 중”이라면서 “민원을 받고 조사를 하다보면 공식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암흑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조직폭력배들이 하는 업무 중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불법 추심 행위 유형에 대해 “영업장에 찾아오고 행패부리고 주변사람들에게 알려 창피하게 한다”며 “그나마 그런 것들은 신고를 하기라도 하지만 조직폭력배와 연결된 것은 더 심한 데도 신고가 안 될 수 있다”고 했다.
 

공정채권추심법에 의하면 미등록 대부업체나 채권추심권한이 없는 사람이 추심을 하는 경우, 채권추심자가 채무내용을 제3자에 알리거나 제3자에게 변제를 요구하는 경우, 폭행·협박·감금 등 과도한 추심행위를 하는 경우는 모두 불법이다.

이렇게 음지에서 일어나는 불법적 빚 독촉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법에 의해 빚 독촉을 하는 일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불법업체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판결문이나 공증서 등 법적인 효력이 있는 증빙자료가 있어야 신용관리사들이 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법적 절차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나마 ‘차용증’을 써두지 않았다면 소송에서 이기기도 어렵다.

“못 받은 돈 회수” 전화 해보니…
누가 붙이고 어떻게 채무 받나

한 신용관리사는 “차용증이나 공증서 등 증빙서류가 없으면 접수 자체를 받을 수가 없다”면서 “의뢰를 받는 것이 추심법상으로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7년 동안 어렵게 모은 5000만원을 빌려줬는데 받지 못했다고 울면서 전화한 의뢰인도 있었다. 차용증이 없어서 도울 길이 없었다.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사연이 많다. 우리도 도울 길이 없어 답답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신용관리사에 의하면 다양한 채권이 추심대상이 된다. 상거래채권이 주를 이루지만 2010년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서 개인 민사채권 의뢰도 증가하고 있다. 병원 입원 채권도 있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만 받고 도주하는 행위에 따른 것이다. 그는 “내연남을 남편 명의로 입원시켰다가 남편에게 들켜서 이혼 당한 부인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지인을 믿고 금전을 빌려주면서 차용증 등을 써두지 않은 경우에 채무자가 대여가 아닌 ‘증여’라고 주장할 경우 소송에서 이기기 어렵다. 또 수년에 걸쳐 소송에서 이겨 ‘지급명령’을 받아도 채무자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파산신청, 개인회생신청을 통해 면책 받을 경우, 추심행위가 금지된다. 대부분 악성 채무자는 이러한 법의 맹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경우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서민들 중 상당수는 불법추심업체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비용은 얼마?
20∼50% 수수료

그렇다면 이러한 불법추심업체는 어떤 방법으로 채무를 받아내고, 비용은 얼마나 요구할까. 인터넷에선 “직접 만났더니 50%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선수금만 받고 잠적하는 사기가 많다” “수수료를 받은 다음 더 달라고 요구한다” 등의 글이 눈에 띄었다. 심부름센터 등 추심업체 여러 곳에 직접 전화로 문의를 한 결과, 저마다 ‘못 받은 돈’을 받아내는 다양한 노하우를 제시했다.
 

A업체는 채권전문팀을 운용하고 있다며 1년 이상 지급기일이 경과된 채권은 30%, 미만은 20%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했다. 착수금을 미리 입금해야 추심에 들어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업체는 일단 ‘채권양수도 계약서’를 써서 자기 업체에 채권을 넘겨야 한다고 했다. 헐값에 채권을 사고파는 행위의 실체를 해당 업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차용증 등 증빙서류가 없어서 법적 절차를 밟지 못했던 경우도 매매계약을 통해 양수인이 되면 소송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그간 양수금 소송을 거의 다 승소했다”면서 “판결을 받으면 강제집행할 수 있고 시간 제약 없이 전화를 할 수도 있고, 주말에 찾아갈 수도 있다. 채무자에게 공증서를 쓰게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에선 오전 9시 이전, 오후 8시 이후 추심행위는 금지돼 있다.

그는 채권을 넘긴다는 계약서를 작성해도 지급에 성공하면 앞서 밝힌 수수료 20%만 지불하면 된다고도 했다. 계약서는 금전을 받아내기 위한 명목일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일단 만나자”며 적극적으로 영업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적으론 막을 수 없다”고 전제한 후 “채권자 입장에선 포기한 금전이라고 생각하고 일부만이라도 받고자 채권을 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 업체 역시 20%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계약금을 받고 추심에 착수한 후 차례로 중도금과 잔금을 받는다고 했다. B 업체 관계자는 일단 거주지를 파악한 후 부모 등 가족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부모만 찾으면 대신 변제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경찰 신고도 병행해야 한다. 전체 금액이 안되면 일부라도 받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 3∼4명이 가족을 가장해 동행한다”고도 했다. 또 폭행을 가하지는 않지만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채무자가 많으므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전화선 너머의 관계자는 “채무금이 너무 크면 갚을 의지가 없어서 받기가 어렵다”며 “찾아가면 도망가지도 않고 태연히 살던 곳에서 살면서 못 갚는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몇 천 정도면 갚고 편하게 살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그나마 받아내기 쉽다”고 귀띔했다. 

대부분 신용정보회사 홍보물
29개 업체 허가받고 추심행위

마지막으로 접촉한 C 업체는 “추심은 대행하지 않는다. 돈을 갚지 않고 도주한 사람은 찾아줄 수 있다”고 했다. 업체 측은 “돈을 갚으라고 다그치거나 협박하면 큰일 난다”면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대신 그는 “이름,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 번호, 주민번호 앞자리, 사진만 있으면 이틀 안에 찾는다”며 “사례는 80만원”이라고 제시했다.

이 일을 10년 이상 했다는 이 관계자는 “채무자들 대부분은 주민등록지에 살지 않는다. 도망 다니면서 원룸, 고시원, 찜질방에서 먹고 잔다. 그런 사람은 돈을 여기저기서 빌려서 피해자가 여럿이다. 그래서 찾기가 더 쉽다. 원가는 15만원 뿐이고 나머지는 인건비, 장비 명목이다. 더 이상은 영업 비밀이라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착수금조로 30만원을 입금하면 잔금은 은신처를 알려주기 직전에 받는다고 했다. 

“도주한 사람도
찾아줄 수 있다”

이렇듯 업체들은 예상보다 낮은 20∼30%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또 일절 추가요금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앞서 금감원 관계자는 “법정수수료는 30% 미만인데, 불법추심업체는 성공보수금 등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30% 이상 요구한다”며 “합법적인 것이 아니라 불법적으로 하는 걸 서로 아니까 그런 걸 빌미로 ‘불법추심을 교사하는 거 아니냐’며 나중에 추가적으로 각종 명목을 붙여 더 달라고 한다. 심부름 업체는 조폭 수준의 인사가 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돈을 받는 게 목적”이라며 의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렇듯 불법추심업체를 이용하면 오히려 협박당할 수도 있고 ‘불법추심행위교사’ 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추심하는 업체라도 관련 법을 완벽히 준수하면서 추심을 하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 취재 결과, 추심업체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드나들며 빚 독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금감원 관계자는 “등록된 신용정보회사나 대부업체라도 불법, 탈법추심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부여한 자격을 갖춘 신용관리사라 할지라도 거주지나 직장으로 찾아가 협박성의 발언을 하거나 밤늦은 시간에 전화를 하거나 가족 등 제3자에게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용정보회사 측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 한 신용정보업체는 “미안해하고 일부라도 변제하면 우리에게 맡기지 않는다”며 “채무자가 되려 화를 내고 ‘배 째라’하면 배신감을 느끼고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돈을 받기 위해 채권자가 채무자를 달래고 사정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항변했다. 

이들 업체의 법정수수료는 30% 미만으로 정해져 있는데, 평균적으로 25% 내외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자의 재산조사와 신용조사를 위해 추가로 수십만원의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연락이 안 되는 채무자는 직접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교통비, 숙박비, 식비, 일당여비 등의 실비용도 따로 청구해 받는 경우도 있다. 지급기일이 1년 이상 지난 불량채권의 경우엔 조금 더 요구하기도 하지만 앞서 밝힌 법정수수료 이상으로 받을 순 없다. 따라서 의뢰자 입장에선 허가받은 업체인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국내에 정식으로 등록된 신용정보회사는 29개 업체인데, 이름만 도용해 몰래 영업하거나 지점 개설 방식으로 명의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실태에도 단속의 손길이 일일이 미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불법과 탈법 채권추심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법을 다 지켜가면서 돈을 받아내기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신용정보회사들의 ‘개인 채권 회수율’은 어느 정도일까. 업계에 따르면 사적 거래에 관한 민사채권은 의뢰가 적은 편이고 상사채권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각 사의 영업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취재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신용관리사들이 주로 모이는 한 인터넷 카페에 따르면 5∼10% 이하라고 명시돼 있다. 실제론 그보다 낮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법추심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특성상 회수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 금감원은 불법채권추심을 ‘5대 금융악’으로 규정하고 척결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자 본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피해를 구제하기가 어렵다.  

회수 얼마나?
5∼10% 이하

불법추심은 신고 전 증거자료의 확보가 중요하다. 평소 휴대전화 등의 녹취 및 촬영 기능을 잘 익혀두었다가 불법추심을 당할 경우 휴대폰을 이용해 통화 내용을 녹취하거나, 사진·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증거자료를 확보한 후 경찰(112) 또는 금감원 콜센터(1332)에 신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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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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