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5) 실전 훈련

암살훈련 개시, 북조선 영웅 될까?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정말 대단합니다. 어떻게 이리 쉽게 파출소에서 권총을 한 자루도 아닌 두 자루씩이나 훔쳐낼 수 있습니까?”

동일이 손에 들려 있는 권총을 미리 준비해간 가방에 넣으면서 미소를 건넸다.

“사실 이런 일은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일도 아닙니다.”

“하긴, 그러니까 백주에 도쿄 한복판에서 윤대중도 그렇게 감쪽같이 납치할 수 있었겠지요.”

“허허, 차 사장께서 너무 비약하십니다.”


“그러면 아닙니까? 윤대중을 납치한 일이 대한민국 중앙정보부의 작품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특히 정 팀장께서…”

주선이 은근히 목소리를 높이자 동일이 방금 나온 파출소를 주시했다.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니라고도 말씀 못 드립니다.”

동일이 말을 마치고 야릇한 미소를 짓자 주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번 잡아보게.”

이호룡이 문석원을 이끌고 조총련 오사카 지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 건물의 지하실로 들어가 품에서 권총을 꺼내 건넸다.

권총을 바라보는 석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어 호룡의 손에서 낚아채듯이 권총을 받아들었다.

“그렇게 좋은가?”

석원이 답하지 않고 권총의 이모저모를 살피다 제대로 잡고 정면을 응시하며 권총을 들었다.

곧바로 방아쇠를 당겨보았다. 철컥 하는 소리가 지하실에 울려 퍼졌다.

석원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호룡이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기분이 어떤가?”

“촉감도 좋고 또…”

“말해보게.”

“느낌이 좋습니다.”

“무슨 느낌?”

“일에 대한 성공 여부 말입니다.”

힘주어 답하는 석원은 일전에 나약한 모습을 보였던 문석원이 아니었다.


아니 권총의 존재가 한 어설픈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듯 했다.

호룡이 다시 석원으로부터 권총을 건네받았다.

“권총 쏴본 적 없지.”

“물론 없습니다만, 그냥 장전하고 방아쇠만 당기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야 당연한 말이지만, 그래도 룰이 있는 거야.”

이어 호룡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권총을 들어 전방을 주시했다.


잠시지만 온 세상의 시간이 정지되는 듯했다. 그 순간 호룡이 방아쇠를 당겼다.

다시 쇠가 부딪는 소리가 지하실에 울려 퍼졌다.

“어떤가. 자네가 방아쇠를 당기던 것과 구분되지 않는가?”

석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아쇠는 잔잔한 호수에 달이 비치듯이, 혹은 한밤중에 서리가 내리듯이 아주 조용히 당겨야 하는 거야.”

석원이 호룡의 말의 의미를 살피겠다는 듯 표정을 진지하게 했다.

이어 호룡이 다시 권총을 석원에게 건네고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펼쳤다.

동그란 표적이었다.

표적과 테이프를 들고 호룡이 앞으로 나아갔다.

벽에 도착하자 표적을 테이프로 부착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표적 한가운데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겨보게.”

석원이 가볍게 심호흡하고 진중하게 권총을 들어 표적을 겨냥했다.

이어 호흡을 멈추고 한순간 방아쇠를 당겼다. 잠시 전보다 부드러운 소리가 일어났다.

석원이 그를 느꼈는지 고개를 슬그머니 끄덕거렸다.

“어때?”

“한결 부드럽습니다.”

“바로 보았어. 총이란 사랑하는 여인을 감싸듯이 부드럽게 쓰다듬어야 하는 거야.”

정말로 사랑하는 여인을 생각하는 모양으로 석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러면 이제 실전 연습 하러 가세.”

호룡이 앞서자 석원이 권총을 만지작거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금방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그 권총은 자네 애인 다루듯 해야 한다고.”

그 말의 의미를 새기던 석원이 미소를 보이며 자신의 바지춤에 슬그머니 집어넣었다.

“허허, 애인은 그렇게 다루어야 하는구먼.”

호룡이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하고 앞서나가자 석원이 급하게 뒤를 따랐다.

“어디로 가시게요?”

승용차가 출발하자 석원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오사카항서 암살 실전 훈련
영란과 재회…의문의 남성은?

“일전에 갔던 곳, 만경봉호로 가는 중이야.”

“만경봉호요!”

순간적으로 석원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그곳에서 실전에 대비한 훈련을 해야지.”

“왜 하필이면 그곳에서…”

“방금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실전대비 훈련이라고.”

석원이 그저 실전이라는 소리만 되뇌었다. 호룡이 석원의 표정을 무시하고 급히 차를 몰기 시작했다.

석원은 자신의 바지춤에 있는 권총과 스쳐지나가는 창밖의 전경을 번갈아 훑어보았다.

“북조선에서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대단하네.”

오사카 항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리며 호룡이 석원의 어깨를 가볍게 만졌다.

“그런데 부장님, 왜 하필 이곳에서 실전 훈련하는지요?”

“그러면 달리 할 곳이 있다는 말인가?”

“산속이나 이런 데 있잖아요.”

호룡이 대답하지 않고 미소만 보이며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석원이 마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한다는 듯 마지못해 뒤를 따랐다.

이어 일전에 만경봉호에 승선했던 것처럼 약식 절차를 거치고 배에 올랐다.

배에 오르자 낯익은 사내가 앞장섰다.

그의 안내로 전에 잠시 머물렀던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이르자 별로 달갑지 않은 기억 때문인지 석원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전에 머물렀던 방을 지나 구석에 위치한 곳에 이르렀다.

안내원이 두 사람의 표정을 살피다 철문을 열었다.

순간 석원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영란이 무표정한 얼굴로 맞이했던 터였다.

“어서 들어와!”

영란의 음성이 낮으면서도 날카로웠다. 석원이 급히 고개 숙여 예를 표했다.

이어 고개 들어 영란의 시선과 마주치자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다리가 자동적으로 움직였다.

“동무는 바로 준비하도록 하시오.”

영란이 안내했던 사내에게 짤막하게 지시하고 석원에게 다가섰다.

잠시 얼굴을 살피더니 손을 아래로 뻗어 석원의 가운데를 슬그머니 만지작거렸다.

석원의 다리가 절로 꼬여갔다.

그를 살피며 가볍게 미소 짓고는 이내 손을 위로 올려 바지춤에 꽂혀 있는 권총을 뽑아들었다.

“이 총이 석원 군을 영웅으로 만들어줄 바로 그 권총인가요?”

“석원 군이 실전에 사용할 권총과 동일종입니다.”

호룡이 담담하게 말을 받자 영란이 총을 들어 석원의 얼굴을 향해 겨누었다.

석원이 기겁하며 얼굴을 한쪽으로 기울였다. 그를 살피며 영란이 슬그머니 미소를 보내고 권총을 호룡에게 건넸다.

“이 총이 그 총만큼만 하면 좋으련만.”

영란의 시선이 석원의 가운데로 향하자 석원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갔다. 호룡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석원 군이 확실하게 일처리 할 것입니다.”

“당연히 그리 해야지요. 암, 그렇고말고요.”

호룡의 말에 영란이 맞장구를 치는 순간 저만치서 심한 인기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석원이 온 신경을 그곳에 집중하자 마치 살려달라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와 그를 다그치는 소리가 혼재하고 있었다.

이어 가까이 다가오면서 그 일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현실이 석원의 면전에 도착했다.

두 남자에 의해 한 남자가 그야말로 개 끌리듯 끌려왔는데 남자의 표정이 막 불에 끄슬리기 전 개 모습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을 정도였다.

눈에서 나왔는지, 혹은 코와 입에서 나왔는지 모를 이물질이 얼굴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그 바탕색 역시 핏기하나 없이 파리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얼굴 곳곳이 퍼렇게 멍들어 있었고 찢어진 옷 사이로 선혈이 낭자했다.

“지도원 동무, 제발…”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 남자가 영란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조국과 당을 배신한 놈이 목숨까지 구걸한다는 말이냐, 더러운 놈!”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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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