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연평사태 후폭풍 ①그날 그 시간 남쪽에서는?

“연평도가 우리나라야?” ‘펑’하고 ‘폭삭’했는데 뒷짐 지고 ‘강 건너 불구경’


평온하던 섬마을에 갑자기 포탄이 쏟아졌다. 지난 11월23일 연평도는 북한의 갑작스런 해안포 포격으로 불바다가 됐다. 6·25 이후 처음으로 자행된 민간인 공격에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사건 당일 연평도 주민들은 패닉상태에서 급하게 섬을 빠져나왔고, 그들이 겪을 ‘트라우마’는 최고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사건 당일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23일 연신 ‘속보’로 전해지는 연평도 소식에 대통령은 ‘확전 자제’ 말 바꾸기에 급급했고, 강남 부자들은 ‘주식’과 ‘금덩이’를 사들이기에 바빴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장난스런 댓글과 우스갯소리로 ‘전쟁 위협’을 난도질했다. ‘전쟁’이 눈앞까지 와 있는 최악의 상황에도 ‘강 건너 불구경’이 따로 없었던 것. 국민들의 국가관과 애국심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순간, 그날 그 시간을 되돌아 봤다.

6·25 이후 첫 민간인 공격으로 2명 사망 ‘충격’
연평도 주민 긴급 피신 등 전쟁 공포 ‘극대화’


11월23일, 북한군이 노골적으로 우리 영토에 포화를 퍼부어 우리 병사와 민간인이 무차별하게 살상당했다. 90도로 깎아지른 절벽에 동굴을 파고 그 속에 숨겨놓은 북의 해안포의 2차례에 걸친 파상공격은 연평도를 폐허와 아비규환의 땅으로 만들었다.

대통령의 국가관 의심
‘확전 자제’ 하라니…

이날, 각종 언론에서는 연일 <속보>를 통해 연평도의 소식을 전했지만 당일 국민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하루가 지나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듯 여기저기 탄식이 흘러나왔다. 정작 사건이 발생한 당일 연평도를 제외한 대한민국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사태가 발생한 이후 가장 먼저 들었던 충격적인 소식은 이명박 대통령이 ‘확전 자제’를 명령했다는 것이었다.

병사들이 숨지고 민간인까지 피해를 입고 있는 그 순간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분노를 한 것이 아니라 “확전되지 않게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곧 군통수권자의 자격에 관한 문제와 직결된다.
청와대의 브리핑 이후 보수진영과 국민들에게서 “한심하다” “병역 미필자 정권답다”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국민의 반응이 거세지자 이른바 마사지 사태가 발생했다. 청와대가 “대통령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발언사실을 주물러 모양을 다르게 만든 것.

그날 밤 이 대통령은 “다시는 도발을 못할 정도로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고 다시 지시를 내렸다.
참담한 공격을 당하고도 북을 향해 발톱을 드러내야 할 대통령이 내부적으로 책임을 면피하는데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는 모습을 보인 것. 대통령의 이 같은 모습은 성난 보수세력과 국민들을 의식한 발언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시는 천금의 무게를 지니고,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신속히 전파돼 주요 지휘관들이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 하지만 11월23일 이 대통령의 말이 군사적으로 무의미하다는 것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물론 군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야당과 진보진영은 조용한 대신 여당과 보수진영에서 벌집 쑤시듯 이 대통령을 맹비난한 것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포탄이 터지고, 피와 살점이 튀고, 아비규환 속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이 바로 전쟁이고, 이날 우리는 전쟁의 목전까지 가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말바꾸기에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 것은 대통령의 국가관과 애국심을 의심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역시 강남 부자들은 달랐다. 온 나라가 연평도 사태로 떠들썩함에도 불구하고 이날 장마감 시간 강남 일대 은행 프라이빗 뱅킹 센터와 증권사 창구에 전화가 빗발쳤다.

일부 네티즌 ‘전쟁놀이’ 취급, 저질 댓글 ‘폭격’
‘강 건너 불구경’ 따로 없어 안보의식 부재 ‘심각’


연평도 포격 소식에 주식을 내다팔기 위한 것일까 생각했지만 정반대였다.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주식을 사려는 고객들이 쇄도한 것.
이튿날 대우증권 송파지점은 평소보다 주식을 매수한 고객이 갑절이나 늘었고, 투자 자금도 2~3배 늘었다. 
강남 부자들의 발빠른 움직임은 일반 ‘개미’들이 주식을 대거 내다판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반 투자자의 경우, 전쟁이라는 불안심리에 서둘러 주식을 파는 경향이 있지만 부자들은 이조차 기회로 활용했던 것.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도발은 과거와 달리 육상공격이었던 데다 민간인 피해까지 발생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시나리오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면서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와 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재산 불리기에만 관심이 집중된 강남 부자들의 행태는 묘한 씁쓸함을 남겼다.

전쟁 앞두고도 주식타령?
강남 부자들은 달라

누군가는 연평도에 남아있을 가족 생각에 연신 전화기를 들고 있는 그 순간, 강남 부자들은 프라이빗 뱅킹 센터와 증권사 창구에 전화걸기 바빴던 그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런가 하면 인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라면과 생수의 매출이 급증했지만 이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감지되지 않았다.
인천 등 일부 지역에서도 사재기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나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잦은 남북간 충돌로 인해 학습효과가 더해지면서 앞으로도 대규모 사재기 현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유통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편, 개념을 상실한 일부 네티즌들은 사건 발생 당시 무개념의 끝을 보여줬다.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진 틈을 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허무맹랑한 설로 낚시질을 하는가 하면 “피난을 가더라도 짐은 명품백에 넣어가겠다”는 등의 ‘망발’로 안보불감증의 심각성을 각인시켰다.
연평도 포격 이후 가장 먼저 인터넷을 달군 것은 ‘김정일 사망설’ ‘예비군 소집설’ ‘연평도 위성사진’ 등이었다.

23일 오후에는 트위터상에 포격을 당한 연평도 위성사진이라면서 포연에 휩싸인 지역의 위성사진이 공개됐지만 위성사진은 몇 분 만에 연평도와 상관없는 사진임이 발각됐다.
온라인 주식 거래정보 사이트에는 ‘김정일 사망설’이 돌았다.

피난 갈 땐 ‘명품백’에
개념 팔아먹은 네티즌

그런가 하면 이날 오후 일부 시민들의 휴대폰에는 ‘23일 6시까지 각 지역 기차역으로 소집 명령’ ‘국방 비상태세 발령, 예비군 및 민방위 대원 소속 동사무소로 소집’ 등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하지만 국방부는 괴문자 유포 사실을 확인하고 “연평도 사태와 관련, 군 당국이 예비군 소집을 명령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각종 루머보다 더 큰 문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무개념’ 발언에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장난스런 댓글로 상황 자체를 우습게 만들어버린 네티즌이 생각보다 여럿 존재한 것.
‘무개념’ 네티즌들은 트위터나 미투데이 등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북에서 남편 생일을 어떻게 알고 축하해주는 축포를 쐈다” “피난을 가더라도 짐은 명품에 싸고 싶다” “전쟁나면 백화점을 털러 가야겠다” “말로만 듣던 폭탄, 연평도 사람들 대박”이라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글을 올렸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안보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세대간 시선도 극명히 달랐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전쟁’이라는 단어의 생소함과 비현실성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환갑을 넘긴 어르신들은 과거 ‘전쟁’의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어 누구보다 공포에 떨었다. 다시 한 번 이 나라에서 전쟁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간절한 것.

25일 현재 북한과 우리나라의 교전은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사건 발생 당일의 충격과 공포를 생각하면 아직도 몸서리처진다. 이번 사태가 나라의 역사와 과거를 제대로 알고 국가관과 안보능력, 애국심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길 간절히 바라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