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77호 특별기획> 2010 대박 좇는 사람들 현장보고 ②경마·경륜·경정장 가는길

“숨겨진 ‘대박’이 여기 있었네!”


경마장, 경마도 보고 공원도 돌고 데이트 코스로 그만
경륜장, 경주 외 공연, 북카페, 자전거대여 등 놀거리


‘경마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단어가 연상될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도박, 폐인, 자산탕진 등 부정적인 말들이 잇따라 떠오른다. 대박이라는 환상을 좇는 이들의 종착역쯤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일부 언론에서 어두운 면만을 부각시킨 때문이다. 실제론 어떨까. 경마장, 경륜장, 경정장을 차례로 찾아 그 실상을 두 눈에 담아왔다.

지난 11월20일 서울 과천에 자리한 경마공원을 찾았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니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이다. 가로수가 나란히 서있는 길을 따라 10여분쯤 걸어가니 경마장 입구가 나왔다. 입장권은 800원, 경마장과 가족공원의 이용이 가능하다.

경마장 전설의 배당률 1만5000배

경마장 내부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경기가 진행되는 매주 토·일요일 이틀 간 방문객이 7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연령대도 다양한 편이다. 중장년층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가족단위로도 많이 찾는다. 데이트코스로 이곳을 찾은 연인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30만평의 드넓은 대지위에 경마장 뿐 아니라 공원도 조성돼 있어 가족과 연인들이 오기도 좋기 때문이다. 처음 방문한 곳은 ‘예시장’. 다음 경기에 출전할 말들을 미리 선보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관객들은 말들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베팅할 말을 정한다. 예시 중인 말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은 사뭇 진지했다.

승부예상지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이들도 있었다. 이어 도착한 곳은 투표소. 경마를 위해 찾아든 인파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은 전광판에 표시되는 베팅율과 예상지를 번갈아 보며 어떤 말을 선택할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윽고, 투표 마감 5분 전이 되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투표소 앞으로 물 밀듯 몰려들었다. 40여개에 달하는 창구에 사람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줄의 끝자락에 선 이들은 자기차례가 돌아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는 표정이었다.

이 가운데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미처 베팅할 말을 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끌었다. 그러자 뒤편에서 “아저씨, 뒤에 사람들 기다리는 거 안 보이느냐. 빨리 나오라”고 고함을 쳤다. 이 남성은 머쓱한 표정으로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왔다.

경정장, 베팅하는 이도 많지만 노년층 소통의 장으로
어두운 이미지 벗고 건전한 문화 공간으로 ‘변신성공’


투표 시간이 마감됐다. 일부는 시간 상 마권을 구매하지 못한 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투표를 마친 이들은 경마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관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나같이 한손엔 마권을, 반대 손엔 예상지를 꼭 쥔 모습이었다.

이들을 따라 관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텅 비어있던 관람석은 이내 빼곡히 채워졌다. 경기장은 경기 준비로 한창이었다. 경기를 기다리다 긴장한 탓인지 몇몇의 관객들은 연신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말들이 출발대 앞에 섰다. 긴장되는 순간, 장내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삑, 출발을 알리는 부저가 울리자 14마리의 말들이 일제히 출발선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관객석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경주가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해설과 환호는 열기를 더해 갔다. 그리고 경기 시작 2분 만에 승패가 판가름 났다. 희비가 교차됐다. 비명에 가까운 탄성과 아쉬운 탄식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흥에 못 이겨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떨떠름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이 더 많았다. 관객석에 비치된 휴지통에는 마권이 가득했다.


경기가 끝난 뒤 베팅에 성공한 이들은 배당금을 받으러 갔다. 배당금을 받기 위해 창구 앞에 선 이들의 모습은 위풍당당했다. 문득 배당금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졌다.

한국마사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최고 배당률은 3365배였다. 100원에서 10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33만6500원에서 3억3650만원 사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1993년 세워진 기록은 깨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최고 배당률은 1만5954배. 최고 베팅액인 10만원을 걸었을 경우 15억954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세금 27%를 공제하더라도 11억이 넘는 돈을 만질 수 있다. 그야말로 ‘대박’이다. 이 배당률은 경마장에 ‘전설’로 남았다는 후문이다.

배당금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이들은 다시 예시장으로 향했다. 다시 한 번 베팅을 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이처럼 경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매주 주말 경마장을 찾는다는 김명진(58·가명)씨에게 질문을 던져 봤다. “처음엔 친구 따라와 뭣 모르고 했지. 하다보니까 돈도 돈이지만 재미가 있더라고. 로또나 복권 같은 건 순전히 운이잖아. 경마는 공부하고 분석하면 답이 보여. 그 재미가 쏠쏠해. 또 로또는 배당금 중에 세금으로 반 넘게 떼 가잖아. 근데 경마는 73%정도를 주니까. 일석이조지.”

경마공원으로 데이트를 나왔다는 20대 커플의 얘기도 들어봤다.
“여자친구랑 자주 와요. 딱히 베팅해서 돈 벌 생각으로 온 건 아니에요. 베팅해봤자 500원에서 1000원 정도. 많진 않지만 돈이 걸려있으니까 경기 볼 때도 흥이 나요. 넉넉잡아 하루 5000원이면 충분히 놀 수 있어요. 경마 보다 지루하면 공원에 나와 걷기도 하고요.”

경륜장 “아이들도 함께 즐겨요”

이들의 말대로다. 직접 경험해본 결과, 승부를 예측하는 이 ‘놀이’는 적잖은 즐거움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공원에서 여유를 누리는 것은 경마공원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었다. 취재를 마친 필자는 한동안 공원을 거닐다 돌아왔다.

그 다음날인 지난 21일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경륜장을 찾았다. 5층 규모의 돔 경기장은 웅장했다. 경기장 외관에 넋을 놓고 입구를 들어서다 진행요원에게 저지당했다. 소지품검사를 받아야 통과할 수 있다는 것.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인 만큼 행여 있을지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란다. 요원은 탐지기로 필자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별 탈 없이 경륜장으로 입성했다. 이곳 역시 많은 인파로 붐볐다. 경기가 있는 금·토·일요일 3일간 2만명이 넘는 인원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경륜장 내부를 둘러보다 보니 특이한 점이 있다. 유달리 어린 아이들이 많다는 것. 궁금증을 못 이기고 안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봤다.

직원에 따르면 경륜장에서는 경기와 베팅을 제외하고도 풍부한 놀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북카페나 다양한 공연과 전시회,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주기까지 한다는 설명이다.
직원은 “주말이면 시민들이 전부 이곳으로 몰려드는 통에 광명시에는 개미 한 마리 찾아보기 힘들다”며 농을 건네기도 했다.

경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경륜장 2층에서 클래식음악 공연과 전시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공연에 정신이 팔려 베팅은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경기 시간이 임박하자 투표를 마친 사람들은 경기장으로 몰려들었다. 장내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적막감마저 흘렀다. 이내 경기가 시작됐고 참가선수들은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여전히 관객석은 고요했다.

이따금씩 “누구누구 힘내라”는 외침만 들려올 뿐이었다. 자칫 경륜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관객들의 눈빛은 경기에 집중하다 못해 푹 빠져 있는 사람의 그것이었다.
고요함은 경기와 동시에 끝났다. 순위가 발표되자 사방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선수들은 손을 들어 화답했다.

이렇게 경기가 끝나고 관객들은 썰물처럼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이들에 섞여 밖으로 나가던 중 선수들의 장단점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는 한 무리가 보였다. 옆으로 다가가 가만히 귀를 기울여봤다. 알 수 없는 용어들이 오갔다. 전문가가 따로 없다. 이들은 선수들의 코치나 감독 쯤 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은 이들과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은 뒤 말끔히 해소됐다.

“(선수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제가 취미로 자전거를 오래 탔어요. 자연스레 선수들의 장단점이 보이더라고요. 물론 베팅도 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자전거가 좋아서 오는 거예요. 오늘도 집에서 경륜장까지 자전거 타고 2시간 걸려서 왔어요.”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가 “여기 오는 사람들은 거의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에요”라고 거들었다. 주차장에 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았던 것이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취재를 마치고 경륜장을 빠져나오는 길. 많은 아이들이 경륜장 앞 공터에서 자전거를 타며 해맑은 모습으로 뛰놀고 있었다.

경정장 노년층 ‘소통의 장’

마지막 행선지인 경정장을 찾기 위해 지난 24일 경기도 하남으로 떠났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온 어린이들의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띄긴 했지만 이곳 방문객의 대부분은 장년층 혹은 노인들이었다. 수·목요일 이틀에만 경기가 있어 학생이나 직장인들은 방문이 어렵기 때문이다.

방문객 수도 경마장이나 경륜장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매주 8000여명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수상경기 특성상 겨울에는 여름에 비해 방문객이 적다.

이곳은 경기장이라기보다 ‘소통의 장’이라는 표현이 더 걸맞는 듯 했다. 예상지와 전광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삼삼오오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들이 더 많았다. 그들 중 한 무리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봤다. 올해 일흔한 살의 허태회(가명) 할아버지는 손자를 대하듯 살갑게 대화에 응해줬다.

“우리 나이쯤 되면 친구도 없고 갈 데도 마땅치가 않아. 여기 오면 친구도 만날 수 있고 좋지. 용돈도 벌어 가면 더 좋고. 잃으면 마는 거고. 그래도 한 번 땄다하면 손주들 맛있는 것도 사주고 기 펴는 거지 뭐. 허허허.” 
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경기 시작시간이 가까워졌다. 보다 생생한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야외 관람석으로 나가봤다.


강을 앞에 두고 있어서인지 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 탓인지 야외 관람석에서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밖에서 경기를 기다리던 일부 관객들은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들을 제외한 관객 대부분은 경정장 건물 내부에서 화면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기다림도 잠시,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용 보트들이 물살을 가르며 쏜살같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속이 ‘뻥’ 뚫린 듯한 기분이 든다. 순식간에 경기가 끝났고 다시 건물 안으로 돌아왔다. 6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껄껄’ 웃으며 “그것 봐. 내가 뭐랬어. 여기에 걸라고 했지”라고 거들먹거렸다. 한건 한 모양새다. 그리고 노인은 “내가 쏜다”며 건물 내부 음식점으로 일행을 이끌고 들어갔다. 할아버지의 ‘소박한 대박’에 마냥 기뻐할 손자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취재후기

일부 언론보도, 그리고 기자의 생각과 달리 직접 확인한 경마장, 경륜장, 경정장은 건전한 문화의 공간이자 쉼터였고, 소통의 장이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는 색안경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본 것은 아닐까. 검은 안경을 벗어던지고,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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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