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연평도발 후폭풍 ②‘대권’ 뒤흔든 한낮의 포격

알고서도 또 당한 MB정권 ‘오른뺨 맞고 왼뺨 대줬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유례없이 강도 높은 군사적 도발 
 민가까지 포격, 민간인 사상자에 국민들 ‘부글부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대권’을 흔들고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로 대권을 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처지가 곤궁해졌다. 금강산 피격 사태를 시작으로 천안함 사태에 이어 이번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G20 정상회의 개최로 들떠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민들도 이 대통령의 대응 및 위기관리 능력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야 하지만 ‘확전자제’ 발언 진위공방으로 번지며 실망감을 안긴 것. 집권 3년차, 친인척 관련 각종 의혹과 함께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조기 레임덕’의 우려가 이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들이 목소리를 높여가며 이 대통령에게 또 다른 위협을 안기고 있다.

지난 11월23일 북한이 연평도 해안가 일대를 공격했다. 정치권은 여의도가 포격을 당한 것 마냥 쑥대밭이 됐다.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본능적인 예감 탓이다.

북한의 연평도발은 한국전쟁 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강도 높은 군사적 도발이다. 북한은 이번 사태가 남쪽이 연평도에서 실시한 포격 훈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남쪽이 북쪽 영해로 포격 훈련을 할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북 후계체제 구축 중? 내부 결속 노렸나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여러 가지 분석 가운데서도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는 이번 사태가 ‘내부 결속용’이자 ‘외부 협상용’으로 쓰였다는 것.


북한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후계자 김정은으로 후계체제 구축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럴 때 ‘외부의 적’을 강조, 후계구도의 안정화를 노렸다는 주장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이번처럼 한반도 위기지수를 끌어올리는 도발을 한 것은 후계체제 안착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 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우리정부의 대북 기조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최근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미국은 분명한 태도 변화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김 위원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천안함 사태는 우발적인 사건일지 모르나 이번 사태는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과의 직접 협의 혹은 6자회담 재개를 끌어내려는 ‘벼랑 끝 전술’”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가 최고의 안이기는 하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대규모 지원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불가’를 외치고 있는 우리정부의 태도 변화를 노렸다는 말도 있다. 또한 이번 사태 해결에서 ‘후계자’를 전면에 내세워 인정을 받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진짜’ 노림수가 어떤 것이든 북쪽의 ‘내부 권력 승계’에 남쪽의 ‘대권’이 받은 타격은 상당하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연평도발이 있은 직후 즉각 대책마련에 나섰다.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 피해상황과 북한의 동태 등을 보고받은 후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했으며 서울 용산의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의 보고를 받고 “북한의 1차 도발에 응징했지만 또한번 도발하면 한미가 힘을 모아 다시는 도발하지 못하게 응징해야 한다”면서 “행동은 평화를 지키고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데 정당성을 가진다. 이번 조치에서 한미가 잘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 이 대통령의 초기 대응에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연평도 포격에 대한 이 대통령의 대응 및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49%가 ‘적절히 잘 대응하지 못했다’고 응답했고, ‘적절하게 잘 대응했다’는 응답은 29.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평가에는 사건 발생 후 보도된 ‘확전자제’ 발언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 한몫을 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당·정·청이 모두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긴급상황이 수습된 뒤 연평도를 비롯한 최전방인 서해5도 방어체제와 군장비, 전력보강 등의 재정비를 강화하고, 군 지휘체계의 문제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면서도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고 사태를 수습하고 국론을 통일하는 게 우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분열,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야만적인 북한 정권이 바라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남북관계는 빠르게 경색됐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시작으로 천안함 사태가 일어났으며 금강산 관광은 물론 개성공단이 멈춰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를 대결·긴장 국면으로 몰고 간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이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후 대북정책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가일각에서는 ‘조기 레임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를 치르며 한껏 높아졌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격히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며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친인척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

이 대통령 주변에 둥지를 틀고 있는 김윤옥 여사의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몸통 의혹과 친형 상은씨가 대주주로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 육성사업 선정 특혜 의혹, ‘후원자’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알선수재 혐의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연루 의혹이 언제 이 대통령까지 흔들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월25일 김태영 국방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또 다른 ‘위협’을 안기고 있다.

위상 흔들리는 MB, 남북관계가 ‘쥐약’?

이번 사태가 일어난 후 차기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들은 ‘강력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 강력한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북한이 우리 국민과 영토에 대해 직접적이고 무차별 포격을 한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이고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봤다.

그는 이어 “우리는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도발에는 반드시 큰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가 보인다면 더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그동안 군이 단호히 대처하지 못해 연평해전, 천안함 사태 등 북한의 도발이 재발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선 군이 보다 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북한의 도발 이후가 더 중요하다.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며 “도발 이후 한미연합공조가 더욱 공고해진다는 것을 북한이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포폰·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검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급히 농성을 중단하고 여의도로 복귀했다. 손 대표는 “북한의 무력도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 땅에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 출신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현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0년간 남북 평화체제를 만들어놨는데 현 정권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0년 민주정부 때 어떤 국민이 전쟁이 날까 걱정을 했느냐”면서 “정권이 말로만 ‘물 샐 틈 없이 대응하고 있다, 몇 배로 응징하겠다’는데 이런 비현실적 허장성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또한 “남북 긴장감이 계속 높아지는 민감한 시기에 북한 해안포로부터 불과 10㎞ 떨어져있는 대단히 민감한 지역에서 포사격 훈련을 하는 게 적절한 행위였는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목소리 키우는 잠룡들 살아있는 권력 흔들어

한 정가 인사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한명은 다음 정권의 ‘대북정책’을 만들 이”라며 “지금까지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냐는 점도 중요

그는 이어 “한나라당에서도 현 정권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고, 민주당에서도 햇볕정책의 수정을 주장하는 이가 있는 만큼 주의깊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 정권 출범 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내내 풀리지 않고 있다”며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현 ‘대권’에서 ‘차기 대권’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pressm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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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