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연평도발 후폭풍 ②‘대권’ 뒤흔든 한낮의 포격

알고서도 또 당한 MB정권 ‘오른뺨 맞고 왼뺨 대줬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유례없이 강도 높은 군사적 도발 
 민가까지 포격, 민간인 사상자에 국민들 ‘부글부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대권’을 흔들고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로 대권을 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처지가 곤궁해졌다. 금강산 피격 사태를 시작으로 천안함 사태에 이어 이번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G20 정상회의 개최로 들떠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민들도 이 대통령의 대응 및 위기관리 능력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야 하지만 ‘확전자제’ 발언 진위공방으로 번지며 실망감을 안긴 것. 집권 3년차, 친인척 관련 각종 의혹과 함께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조기 레임덕’의 우려가 이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들이 목소리를 높여가며 이 대통령에게 또 다른 위협을 안기고 있다.

지난 11월23일 북한이 연평도 해안가 일대를 공격했다. 정치권은 여의도가 포격을 당한 것 마냥 쑥대밭이 됐다.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본능적인 예감 탓이다.

북한의 연평도발은 한국전쟁 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강도 높은 군사적 도발이다. 북한은 이번 사태가 남쪽이 연평도에서 실시한 포격 훈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남쪽이 북쪽 영해로 포격 훈련을 할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북 후계체제 구축 중? 내부 결속 노렸나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여러 가지 분석 가운데서도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는 이번 사태가 ‘내부 결속용’이자 ‘외부 협상용’으로 쓰였다는 것.

북한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후계자 김정은으로 후계체제 구축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럴 때 ‘외부의 적’을 강조, 후계구도의 안정화를 노렸다는 주장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이번처럼 한반도 위기지수를 끌어올리는 도발을 한 것은 후계체제 안착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 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우리정부의 대북 기조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최근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미국은 분명한 태도 변화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김 위원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천안함 사태는 우발적인 사건일지 모르나 이번 사태는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과의 직접 협의 혹은 6자회담 재개를 끌어내려는 ‘벼랑 끝 전술’”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가 최고의 안이기는 하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대규모 지원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불가’를 외치고 있는 우리정부의 태도 변화를 노렸다는 말도 있다. 또한 이번 사태 해결에서 ‘후계자’를 전면에 내세워 인정을 받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진짜’ 노림수가 어떤 것이든 북쪽의 ‘내부 권력 승계’에 남쪽의 ‘대권’이 받은 타격은 상당하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연평도발이 있은 직후 즉각 대책마련에 나섰다.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 피해상황과 북한의 동태 등을 보고받은 후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했으며 서울 용산의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의 보고를 받고 “북한의 1차 도발에 응징했지만 또한번 도발하면 한미가 힘을 모아 다시는 도발하지 못하게 응징해야 한다”면서 “행동은 평화를 지키고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데 정당성을 가진다. 이번 조치에서 한미가 잘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 이 대통령의 초기 대응에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연평도 포격에 대한 이 대통령의 대응 및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49%가 ‘적절히 잘 대응하지 못했다’고 응답했고, ‘적절하게 잘 대응했다’는 응답은 29.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평가에는 사건 발생 후 보도된 ‘확전자제’ 발언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 한몫을 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당·정·청이 모두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긴급상황이 수습된 뒤 연평도를 비롯한 최전방인 서해5도 방어체제와 군장비, 전력보강 등의 재정비를 강화하고, 군 지휘체계의 문제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면서도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고 사태를 수습하고 국론을 통일하는 게 우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분열,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야만적인 북한 정권이 바라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남북관계는 빠르게 경색됐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시작으로 천안함 사태가 일어났으며 금강산 관광은 물론 개성공단이 멈춰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를 대결·긴장 국면으로 몰고 간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이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후 대북정책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가일각에서는 ‘조기 레임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를 치르며 한껏 높아졌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격히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며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친인척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

이 대통령 주변에 둥지를 틀고 있는 김윤옥 여사의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몸통 의혹과 친형 상은씨가 대주주로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 육성사업 선정 특혜 의혹, ‘후원자’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알선수재 혐의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연루 의혹이 언제 이 대통령까지 흔들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월25일 김태영 국방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또 다른 ‘위협’을 안기고 있다.

위상 흔들리는 MB, 남북관계가 ‘쥐약’?

이번 사태가 일어난 후 차기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들은 ‘강력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 강력한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북한이 우리 국민과 영토에 대해 직접적이고 무차별 포격을 한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이고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봤다.

그는 이어 “우리는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도발에는 반드시 큰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가 보인다면 더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그동안 군이 단호히 대처하지 못해 연평해전, 천안함 사태 등 북한의 도발이 재발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선 군이 보다 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북한의 도발 이후가 더 중요하다.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며 “도발 이후 한미연합공조가 더욱 공고해진다는 것을 북한이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포폰·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검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급히 농성을 중단하고 여의도로 복귀했다. 손 대표는 “북한의 무력도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 땅에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 출신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현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0년간 남북 평화체제를 만들어놨는데 현 정권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0년 민주정부 때 어떤 국민이 전쟁이 날까 걱정을 했느냐”면서 “정권이 말로만 ‘물 샐 틈 없이 대응하고 있다, 몇 배로 응징하겠다’는데 이런 비현실적 허장성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또한 “남북 긴장감이 계속 높아지는 민감한 시기에 북한 해안포로부터 불과 10㎞ 떨어져있는 대단히 민감한 지역에서 포사격 훈련을 하는 게 적절한 행위였는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목소리 키우는 잠룡들 살아있는 권력 흔들어

한 정가 인사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한명은 다음 정권의 ‘대북정책’을 만들 이”라며 “지금까지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냐는 점도 중요

그는 이어 “한나라당에서도 현 정권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고, 민주당에서도 햇볕정책의 수정을 주장하는 이가 있는 만큼 주의깊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 정권 출범 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내내 풀리지 않고 있다”며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현 ‘대권’에서 ‘차기 대권’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pressm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