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연평도발 후폭풍 ②‘대권’ 뒤흔든 한낮의 포격

알고서도 또 당한 MB정권 ‘오른뺨 맞고 왼뺨 대줬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유례없이 강도 높은 군사적 도발 
 민가까지 포격, 민간인 사상자에 국민들 ‘부글부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대권’을 흔들고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로 대권을 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처지가 곤궁해졌다. 금강산 피격 사태를 시작으로 천안함 사태에 이어 이번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G20 정상회의 개최로 들떠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민들도 이 대통령의 대응 및 위기관리 능력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야 하지만 ‘확전자제’ 발언 진위공방으로 번지며 실망감을 안긴 것. 집권 3년차, 친인척 관련 각종 의혹과 함께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조기 레임덕’의 우려가 이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들이 목소리를 높여가며 이 대통령에게 또 다른 위협을 안기고 있다.

지난 11월23일 북한이 연평도 해안가 일대를 공격했다. 정치권은 여의도가 포격을 당한 것 마냥 쑥대밭이 됐다.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본능적인 예감 탓이다.

북한의 연평도발은 한국전쟁 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강도 높은 군사적 도발이다. 북한은 이번 사태가 남쪽이 연평도에서 실시한 포격 훈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남쪽이 북쪽 영해로 포격 훈련을 할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북 후계체제 구축 중? 내부 결속 노렸나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여러 가지 분석 가운데서도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는 이번 사태가 ‘내부 결속용’이자 ‘외부 협상용’으로 쓰였다는 것.


북한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후계자 김정은으로 후계체제 구축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럴 때 ‘외부의 적’을 강조, 후계구도의 안정화를 노렸다는 주장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이번처럼 한반도 위기지수를 끌어올리는 도발을 한 것은 후계체제 안착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 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우리정부의 대북 기조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최근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미국은 분명한 태도 변화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김 위원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천안함 사태는 우발적인 사건일지 모르나 이번 사태는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과의 직접 협의 혹은 6자회담 재개를 끌어내려는 ‘벼랑 끝 전술’”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가 최고의 안이기는 하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대규모 지원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불가’를 외치고 있는 우리정부의 태도 변화를 노렸다는 말도 있다. 또한 이번 사태 해결에서 ‘후계자’를 전면에 내세워 인정을 받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진짜’ 노림수가 어떤 것이든 북쪽의 ‘내부 권력 승계’에 남쪽의 ‘대권’이 받은 타격은 상당하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연평도발이 있은 직후 즉각 대책마련에 나섰다.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 피해상황과 북한의 동태 등을 보고받은 후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했으며 서울 용산의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의 보고를 받고 “북한의 1차 도발에 응징했지만 또한번 도발하면 한미가 힘을 모아 다시는 도발하지 못하게 응징해야 한다”면서 “행동은 평화를 지키고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데 정당성을 가진다. 이번 조치에서 한미가 잘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 이 대통령의 초기 대응에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연평도 포격에 대한 이 대통령의 대응 및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49%가 ‘적절히 잘 대응하지 못했다’고 응답했고, ‘적절하게 잘 대응했다’는 응답은 29.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평가에는 사건 발생 후 보도된 ‘확전자제’ 발언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 한몫을 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당·정·청이 모두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긴급상황이 수습된 뒤 연평도를 비롯한 최전방인 서해5도 방어체제와 군장비, 전력보강 등의 재정비를 강화하고, 군 지휘체계의 문제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면서도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고 사태를 수습하고 국론을 통일하는 게 우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분열,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야만적인 북한 정권이 바라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남북관계는 빠르게 경색됐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시작으로 천안함 사태가 일어났으며 금강산 관광은 물론 개성공단이 멈춰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를 대결·긴장 국면으로 몰고 간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이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후 대북정책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가일각에서는 ‘조기 레임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를 치르며 한껏 높아졌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격히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며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친인척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

이 대통령 주변에 둥지를 틀고 있는 김윤옥 여사의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몸통 의혹과 친형 상은씨가 대주주로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 육성사업 선정 특혜 의혹, ‘후원자’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알선수재 혐의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연루 의혹이 언제 이 대통령까지 흔들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월25일 김태영 국방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또 다른 ‘위협’을 안기고 있다.

위상 흔들리는 MB, 남북관계가 ‘쥐약’?

이번 사태가 일어난 후 차기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들은 ‘강력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 강력한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북한이 우리 국민과 영토에 대해 직접적이고 무차별 포격을 한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이고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봤다.

그는 이어 “우리는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도발에는 반드시 큰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가 보인다면 더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그동안 군이 단호히 대처하지 못해 연평해전, 천안함 사태 등 북한의 도발이 재발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선 군이 보다 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북한의 도발 이후가 더 중요하다.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며 “도발 이후 한미연합공조가 더욱 공고해진다는 것을 북한이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포폰·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검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급히 농성을 중단하고 여의도로 복귀했다. 손 대표는 “북한의 무력도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 땅에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 출신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현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0년간 남북 평화체제를 만들어놨는데 현 정권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0년 민주정부 때 어떤 국민이 전쟁이 날까 걱정을 했느냐”면서 “정권이 말로만 ‘물 샐 틈 없이 대응하고 있다, 몇 배로 응징하겠다’는데 이런 비현실적 허장성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또한 “남북 긴장감이 계속 높아지는 민감한 시기에 북한 해안포로부터 불과 10㎞ 떨어져있는 대단히 민감한 지역에서 포사격 훈련을 하는 게 적절한 행위였는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목소리 키우는 잠룡들 살아있는 권력 흔들어

한 정가 인사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한명은 다음 정권의 ‘대북정책’을 만들 이”라며 “지금까지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냐는 점도 중요

그는 이어 “한나라당에서도 현 정권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고, 민주당에서도 햇볕정책의 수정을 주장하는 이가 있는 만큼 주의깊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 정권 출범 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내내 풀리지 않고 있다”며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현 ‘대권’에서 ‘차기 대권’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pressm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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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