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연평도발 후폭풍 ②‘대권’ 뒤흔든 한낮의 포격

알고서도 또 당한 MB정권 ‘오른뺨 맞고 왼뺨 대줬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유례없이 강도 높은 군사적 도발 
 민가까지 포격, 민간인 사상자에 국민들 ‘부글부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대권’을 흔들고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로 대권을 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처지가 곤궁해졌다. 금강산 피격 사태를 시작으로 천안함 사태에 이어 이번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G20 정상회의 개최로 들떠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민들도 이 대통령의 대응 및 위기관리 능력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야 하지만 ‘확전자제’ 발언 진위공방으로 번지며 실망감을 안긴 것. 집권 3년차, 친인척 관련 각종 의혹과 함께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조기 레임덕’의 우려가 이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들이 목소리를 높여가며 이 대통령에게 또 다른 위협을 안기고 있다.

지난 11월23일 북한이 연평도 해안가 일대를 공격했다. 정치권은 여의도가 포격을 당한 것 마냥 쑥대밭이 됐다.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본능적인 예감 탓이다.

북한의 연평도발은 한국전쟁 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강도 높은 군사적 도발이다. 북한은 이번 사태가 남쪽이 연평도에서 실시한 포격 훈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남쪽이 북쪽 영해로 포격 훈련을 할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북 후계체제 구축 중? 내부 결속 노렸나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여러 가지 분석 가운데서도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는 이번 사태가 ‘내부 결속용’이자 ‘외부 협상용’으로 쓰였다는 것.


북한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후계자 김정은으로 후계체제 구축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럴 때 ‘외부의 적’을 강조, 후계구도의 안정화를 노렸다는 주장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이번처럼 한반도 위기지수를 끌어올리는 도발을 한 것은 후계체제 안착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 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우리정부의 대북 기조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최근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미국은 분명한 태도 변화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김 위원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천안함 사태는 우발적인 사건일지 모르나 이번 사태는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과의 직접 협의 혹은 6자회담 재개를 끌어내려는 ‘벼랑 끝 전술’”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가 최고의 안이기는 하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대규모 지원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불가’를 외치고 있는 우리정부의 태도 변화를 노렸다는 말도 있다. 또한 이번 사태 해결에서 ‘후계자’를 전면에 내세워 인정을 받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진짜’ 노림수가 어떤 것이든 북쪽의 ‘내부 권력 승계’에 남쪽의 ‘대권’이 받은 타격은 상당하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연평도발이 있은 직후 즉각 대책마련에 나섰다.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 피해상황과 북한의 동태 등을 보고받은 후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했으며 서울 용산의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의 보고를 받고 “북한의 1차 도발에 응징했지만 또한번 도발하면 한미가 힘을 모아 다시는 도발하지 못하게 응징해야 한다”면서 “행동은 평화를 지키고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데 정당성을 가진다. 이번 조치에서 한미가 잘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 이 대통령의 초기 대응에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연평도 포격에 대한 이 대통령의 대응 및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49%가 ‘적절히 잘 대응하지 못했다’고 응답했고, ‘적절하게 잘 대응했다’는 응답은 29.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평가에는 사건 발생 후 보도된 ‘확전자제’ 발언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 한몫을 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당·정·청이 모두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긴급상황이 수습된 뒤 연평도를 비롯한 최전방인 서해5도 방어체제와 군장비, 전력보강 등의 재정비를 강화하고, 군 지휘체계의 문제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면서도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고 사태를 수습하고 국론을 통일하는 게 우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분열,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야만적인 북한 정권이 바라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남북관계는 빠르게 경색됐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시작으로 천안함 사태가 일어났으며 금강산 관광은 물론 개성공단이 멈춰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를 대결·긴장 국면으로 몰고 간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이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후 대북정책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가일각에서는 ‘조기 레임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를 치르며 한껏 높아졌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격히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며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친인척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

이 대통령 주변에 둥지를 틀고 있는 김윤옥 여사의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몸통 의혹과 친형 상은씨가 대주주로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 육성사업 선정 특혜 의혹, ‘후원자’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알선수재 혐의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연루 의혹이 언제 이 대통령까지 흔들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월25일 김태영 국방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또 다른 ‘위협’을 안기고 있다.

위상 흔들리는 MB, 남북관계가 ‘쥐약’?

이번 사태가 일어난 후 차기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들은 ‘강력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 강력한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북한이 우리 국민과 영토에 대해 직접적이고 무차별 포격을 한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이고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봤다.

그는 이어 “우리는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도발에는 반드시 큰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가 보인다면 더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그동안 군이 단호히 대처하지 못해 연평해전, 천안함 사태 등 북한의 도발이 재발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선 군이 보다 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북한의 도발 이후가 더 중요하다.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며 “도발 이후 한미연합공조가 더욱 공고해진다는 것을 북한이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포폰·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검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급히 농성을 중단하고 여의도로 복귀했다. 손 대표는 “북한의 무력도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 땅에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 출신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현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0년간 남북 평화체제를 만들어놨는데 현 정권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0년 민주정부 때 어떤 국민이 전쟁이 날까 걱정을 했느냐”면서 “정권이 말로만 ‘물 샐 틈 없이 대응하고 있다, 몇 배로 응징하겠다’는데 이런 비현실적 허장성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또한 “남북 긴장감이 계속 높아지는 민감한 시기에 북한 해안포로부터 불과 10㎞ 떨어져있는 대단히 민감한 지역에서 포사격 훈련을 하는 게 적절한 행위였는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목소리 키우는 잠룡들 살아있는 권력 흔들어

한 정가 인사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한명은 다음 정권의 ‘대북정책’을 만들 이”라며 “지금까지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냐는 점도 중요

그는 이어 “한나라당에서도 현 정권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고, 민주당에서도 햇볕정책의 수정을 주장하는 이가 있는 만큼 주의깊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 정권 출범 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내내 풀리지 않고 있다”며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현 ‘대권’에서 ‘차기 대권’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pressm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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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