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연평사태 후폭풍③ 남북 군사력 가상대결

아무리 시뮬레이션 돌려봐도…핵 한방이면 게임 끝!



대한민국 땅에 폭탄이 떨어졌다. 수십 수백 발이다. 북한의 도발에 연평도는 쑥대밭이 됐다. 아군과 민간인들이 다치고 죽었다. 국군도 반격했지만 지연, 유효, 고장 논란으로 꼴이 말이 아니다. 불안하다. 마냥 믿을 수 없게 됐다. 만날 당하기만 해 더 그렇다. 국민들은 ‘이러다 진짜 전쟁나면 어쩌나’하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떨고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만약 전쟁이 난다면 이길 수 있을까. 남·북한 군사력을 비교해봤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남·북한 군사력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어느 쪽이 더 센지를 확신하는 공식 자료는 나온 바 없다. 다만 국방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국방백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국방부가 지난해 2월 발간한 ‘2008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수적으론 열세, 질적으론 우세다. 장비수는 북한이, 그 성능 면에선 남한이 우위에 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남·북한은 1950년 6·25전쟁 이후 60년 동안 끊임없이 군비 경쟁을 벌여왔다. 2000년대 들어선 남한은 미래전에 대비해 첨단화에 주력한 반면 북한은 기존의 전투력을 증강하는데 치중해왔다. 이 결과 양측은 현재 다음과 같은 군사력을 보유하게 됐다.

병 력
우리나라 병력은 육군 52만2000여명, 해군 6만8000여명, 공군 6만5000여명 등 총 65만5000여명이다. 2006년에 비해 1만9000여명(육군)이 줄었다. 우리 군은 2005년 도입한 ‘국방개혁’을 바탕으로 병력을 앞으로 50만명 정도로 더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21세기 전략환경과 미래전 양상에 부합할 수 있는‘정예화된 선진 강군’을 지향하는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개혁은 정보·지식 중심의 기술집약형 군 구조로 개편하고, 실용적 선진 국방운영 체제로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북한은 육군 102만여명, 해군 6만여명, 공군 11만여명 등 총 119만여 명에 달한다. 단순 병력면에선 2배가량 북한이 앞선 셈이다. 북한은 2006년부터 2년 동안 육군 병력을 2만여명 증강했다.
북한은 2008년 신년공동사설에서 2012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해’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건설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특수전 능력이 월등한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수전 병력은 북한이 18만여명인데 비해 남한은 1만여명에 불과하다.

예비군
예비병력도 북한이 남한보다 2배 이상 많다. 남한의 예비군은 304만여명이다. 예비군은 책임지역별로 향토방위 임무를 수행한다. 읍·면·동 단위의 지역 예비군 부대와 직장단위의 직장 예비군 부대로 편성돼 있다. 전시 군부대의 증·창설이나 손실 병력에 대한 보충요원으로 전투에 투입된다. 복무 또는 의무종사를 마친 예비역 및 보충역 병은 8년차까지 예비군에 편성된다. 연차별로 보면 4년차 이내가 149만여명, 5년차 이상이 155만여명이다.
북한은 전 인구의 약 30%인 770만여명을 전시동원 대상인 예비전력으로 보유하고 있다. 현역부대와 유사한 장비를 보유한 전투동원 대상인 ‘교도대’와 공장·기업소 내 민방위 성격의 ‘노동적위대’, 고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붉은청년근위대’등이 전쟁 발발 시 곧바로 동원할 수 있는 예비 병력이다.

지상부대
우리 육군은 육군본부와 야전군사령부, 작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항공작전사령부, 유도탄사령부와 이를 지원하는 부대로 편성돼 있다. 군단급 부대는 현재 10개(특전사 포함)로 편성돼 있다. 사단과 기동여단은 각각 46개와 15개로 구성됐다. 2006년에 비해 군단은 2개, 사단·여단은 4개씩 감소했다.
북한 지상군은 9개 전·후방군단, 2개 기계화군단, 평양방어사령부, 국경경비사령부, 미사일지도국, 경보교도지도국 등 총 15개 군단급 부대로 편성돼 있다. 이는 2006년에 비해 2개 기계화군단이 기계화사단으로, 1개 전차군단이 기갑사단으로, 1개 포병군단이 포병사단으로 변경된 것으로 군단수는 4개가 줄어들었다. 대신 사단은 11개가 늘어 모두 86개로 편성돼 있다. 북한은 전방군단에 경보병사단을 추가로 창설하고 전방사단의 경보병 대대를 연대급으로 증편했다. 기동여단은 예년과 같은 69개(교도대 10여개 미포함)다.

육 군
육군은 2008년 말 현재 장갑차 2400여대를 갖고 있다. 2006년에 비해 100여대가 줄었다. 야포는 100여문이 늘어난 5200여문, 지대지유도무기는 10여기가 늘어난 30여기를 보유하고 있다. 전차는 2300여대, 다연장로켓 및 방사포는 200여문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북한의 전차는 2006년에 비해 200여대를 증가시켜 3900여대를 배치하고 있다. 다연장로켓 및 방사포는 300대가 늘어난 5100여문, 지대지유도무기는 20여기 늘린 100여기가 있다. 장갑차와 야포는 예년과 같은 2100여대와 8500여문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해 군
해군 화력도 북한에 뒤진다.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우세하다. 해군본부와 작전사령부, 해병대사령부, 기타 지원부대로 편성돼 있는 한국 해군의 전력은 예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전투함 120여척, 상륙함 10여척, 기뢰전함 10여척, 지원함 20여척 등의 수상함을 바다에 띄운 상태다.
해군사령부 예하에 동·서해의 2개 함대사와 13개 전대 및 2개 해상저격여단 등으로 구성된 북한 해군도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 수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전투함 420여척, 상륙함 260여척, 기뢰전함 30여척, 지원함 30여척 등의 수상함을 쥐고 있다.
전투함만 놓고 보면 3배 이상 앞선다. 전투함은 경구축함, 경비함, 유도탄정, 어뢰정, 화력지원정 등 대부분 소형 고속함에 해당한다. 약 60%가 전진배치돼 있다. 잠수함의 경우 북한은 2006년 60여척에서 10여척 늘려 총 70척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남한의 잠수함은 10여척뿐이다. 잠수함은 기뢰부설, 수상함 공격 및 특수전 부대의 침투지원 임무 등을 수행할 수 있어 해상전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공 군
공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북한에 밀린다. 감시통제기와 헬기를 제외하면 내세울 게 없다. 전투임무기의 경우 북한에 비해 무려 350여대가 적다. 공군본부와 작전사령부, 기타 지원부대로 구성된 한국 공군은 전투임무기 490여대, 감시통제기 50여대(해군 항공기 포함), 공중기동기 40여대, 훈련기 170여대, 헬기 680여대(육·해·공군 통합) 등을 보유하고 있다.
공군사령부 아래 4개 비행사단과 2개의 전술수송여단 및 2개의 공군저격여단, 지상방공부대 등으로 구성된 북한 공군은 전투임무기 840여대, 감시통제기 30여대, 공중기동기 330여대, 훈련기 180여대, 헬기 310여대 등이 있다.

첨단력
이같이 남한은 단순히 병력 등 조직과 장비 수만으론 북한에 게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성능·화력·정밀 등에선 남한이 한 수 위란 평가가 대체적이다. 이는 양측의 경제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1인당 GNI(국민총소득)가 남한은 2006년 1만8372달러(현 기준 약 2094만원)에서 2007년 2만45달러(약 2285만원)로 1년 만에 1673달러(약 190만원) 증가한 반면 북한은 같은 기간 각각 1108달러(약 126만원), 1152달러(약 131만원)로 거의 그대로였다. 이에 따라 남·북한 GNI 격차는 16.6배에서 17.4배로 더욱 벌어졌다. 북한의 경제 상황은 올 들어 더욱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의 각종 무기 보유량이 수치상으로는 높다고 하나 첨단 전력에 있어선 남한이 앞서 한마디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대결로 보면 된다”며 “질과 양적인 측면을 감안하면 남·북한의 군사력은 대등하거나 남한이 약간 우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분석한 남북한 군사력 지수에 따르면 남한의 지상군은 북한에 비해 73.91로 열세인 반면 해군은 118.56, 공군은 108.98로 우세였다. 주한미군이나 전시증원 병력을 배제해도 남한이 북한보다 10%가량 우세하다는 것이다. 1999년 6월 발생했던 1차 연평해전이 그 예다. 그전까지만 해도 북한 해군의 전력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으나 당시 교전에선 북한 해군의 타격이 더 컸다. 합참도 2008년 국감에서 “북한의 군 장비들은 수동 재래식 무기를 탑재하는 등 최첨단 장비를 장착하지 않아 남한에 비해 전투 능력이 떨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

주변국 군사력
여기에 우호국들의 전력까지 합치면 북한을 압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우호국인 미국만 봐도 세계 최강의 최첨단 장비와 강력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군 병력은 육군 59만3000여명, 해군 34만1000여명, 공군 33만6000여명 등 총 149만8000여명이다. 주요 무기는 전차 7600여대, 장갑차 1만9900여대, 각종 포 6500여문, 지대공미사일 1300여기, 잠수함 70여대, 함공모함 10여대, 폭격기 180여대, 전투기 2600여대, 헬기 4900여대 등이 있다.
그러나 미군이 끼어들면 북한을 돕기 위해 중국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중국 병력은 육군 160만여명, 해군 25만5000여명, 공군 25만여명 등 총 220만5000여명이다. 주요 무기는 전차 7700여대, 장갑차 3500여대, 각종 포 1만7700여문, 지대공미사일 280여기, 잠수함 60여대, 항공모함 0대, 폭격기 80여대, 전투기 1700여대, 헬기 530여대 등이 있다.
주변국인 러시아와 일본도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한다. 러시아 병력은 육군 36만여명, 해군 14만2000여명, 공군 16만여명 등 총 102만7000여명이다. 주요 무기는 전차 2만3000여대, 장갑차 9900여대, 각종 포 2만5300여문, 지대공미사일 2500여기, 잠수함 70여대, 항공모함 1대, 폭격기 1000여대, 전투기 730여대, 헬기 1600여대 등이 있다. 일본 병력은 육군 14만9000여명, 해군 4만4000여명, 공군 4만6000여명 등 총 24만1000여명이다. 주요 무기는 전차 900여대, 장갑차 800여대, 각종 포 2800여문, 지대공미사일 600여기, 잠수함 20여대, 항공모함 0대, 폭격기 0대, 전투기 370여대, 헬기 600여대 등이 있다.

변 수
문제는 핵무기,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다. 북한은 화학무기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IDA가 추정한 북한의 화학작용제는 대략 2500∼5000t 정도로, 이를 모두 화학무기로 만들면 62만∼125만발(4㎏당 1대)을 제작할 수 있다. 일각에선 화학작용제 1000t으로 40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남한은 1993년 화학무기금지협정(CWC)에 가입, 화학무기를 보유하지 못한다. 북한은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도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시설을 직접 목격한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최근 “북한은 핵무기 연료로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을 연간 최대 40㎏까지 농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핵폭탄 2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도 “북한이 새 우라늄 농축시설을 통해 더 많은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됐다”고 밝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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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