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연평사태 후폭풍⑤ 재계는 지금?

‘열중 쉬어’ 애 타는 눈길로 지켜보기만 할 뿐…

 현대아산 잇단 악재에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직접적인 피해 없는 기업도 행여 불똥 튈세라 긴장

북한군의 집중포격을 받은 연평도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기습적인 포격에 섬 곳곳이 찢기고, 불에 타고, 무너져 내렸다. 여러 채의 집이 쑥대밭이 됐다. 거리는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로 가득 찼다. 평화롭기만 하던 연평도 마을이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버렸다. 주민들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총탄은 우리 젊은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기도 했다. 이에 대한민국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을 규탄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고 있다. 정부는 대응을 위해 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재계는 지금, 이번 사태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과거 북한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영향이 있더라도 일시적이고 제한적이었다. 그마저도 바로 정상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5월25일 있었던 북한의 2차 핵실험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금융시장이 흔들렸으나 당일 오후 들어 안정을 회복했다. 오히려 CDS 프리미엄(부도 위험을 사고파는 신용파생상품)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올 5월 천안함 사태 이후 열린 증시에도 0.34% 하락에 그칠 정도로 한국경제는 북한 리스크에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 왔다.

북한 리스크에도 꿋꿋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도발이 예전과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간인을 공격한 때문이다. 기존 해상 충돌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무력시위와는 다른 차원의 도발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재계는 지금 잔뜩 긴장한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가장 애가 타는 것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이다. 남북관계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정작 불똥을 맞는 것은 개성공단 사업이기 때문이다. 입주기업들은 지난 3월 천안함 사건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5·24 조치’로 현지 체류인원을 1000여명에서 500여명까지 제한받은 바 있다. 당시 업체들은 주문량이 급감하고 남측 관리인원 부족으로 도난사고나 납기 차질, 품질 결함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후 정부는 공단 체류인원을 800∼900명 수준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최근 공단 누적 생산액이 1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입주기업들은 자생력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이 가운데 해안포 공격 사건이 터져 나오자 개성공단 입주기업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개성공단이 생긴 이래 최악의 사태”라며 도발 여파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긴장하는 모습이다. 입주기업들은 북한의 공격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후 회원사들과 긴급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공단 내 영업 상황 점검에 착수했다.

입주기업들은 북한의 이번 공격으로 연평도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 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배해동 회장은 “회원사 관계자와 연락하며 공단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며 “사업에 영향을 줄까봐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대북사업체인 현대아산도 잇따른 악재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된 상태에서 천안함 사건에 이어 해안포 공격까지 발생하자 당분간 사업 정상화를 기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감에 빠진 모습이다.

이달 초까지 1년 2개월 만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면서, 남북 관계가 풀리고 있는 것으로 기대하던 터라 더욱 충격적이기만 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금강산 관광 12주년을 기념해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선영을 참배한 직후 기자들에게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타이밍이 됐다”며 “너무 오랫동안 서로 대치관계에 있어 지금은 서로 대화가 오고 갈 때”라고 의욕을 보였다.

또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도 같은 날 12주년 기념 조회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는 우리에게 맡겨진 운명”이라며 정부의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북한에 체류 중인 입주기업 직원들의 신변과 작업에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점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개성공단에는 121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이날 현재 남측 체류 인원은 764명이다.
이번 사태로 고민이 많은 건 정부도 마찬가지다. 개성공단의 폐쇄 문제와 관련, 쉽사리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이날 하루에 한해 출경을 제한했다. 그리고 이후 진전 상황을 고려해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유례없는 출경 불허에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이 폐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는 천안함 사태로 인한 ‘5·24조치’ 당시 개성공단의 폐쇄를 검토했다. 그러나 정부는 체류인원을 축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었다. 개성공단이 남북 긴장완화를 위한 유일한 완충지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우리 측 체류 국민들이 억류돼 사실상 대규모 인질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거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3월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빌미로 개성공단에 대한 인력 및 장비의 출입을 차단하면서 우리 측 인력들이 억류상태에 놓인 바 있다.

이렇듯 개성공단은 상황에 따라 치명적인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섣불리 개성공단 폐쇄 카드를 내놓을 수도 없다. 북한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북측에서는 4만 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폐쇄할 시 자칫 북한이 더욱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개성공단은 남북을 잇는 유일한 통로로서 ‘평화의 존’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때문에 정부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평화존’ 개성공단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현지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을 볼모로 삼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생각하면 폐쇄를 고려해야하지만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와중에 개성공단 마저 철수한다면 남북 유일한 소통창구가 막히게 되는 셈”이라며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입주업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방북금지가 장기화되는 것이다. 가공업체가 많은 개성공단의 특성상 하루라도 원·부자재와 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공장 가동에 심각한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공단 방문이 막히면 생산라인을 갖고 있는 업체는 전부 타격을 입게 된다”며 “회사에 엄청난 손실”이라고 토로했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입주업체들은 최고 70억원 한도 내에서 투자금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금전적인 부담을 줄여주는 선에 그칠 뿐이다. 사업철수 등에 따른 종합적인 피해상황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입주기업들의 시름은 더해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입주기업들은 행여 북한의 심기를 건드릴까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관계자는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섣부른 판단으로 개성공단을 철수하거나 하는 행동은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의연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직접적인 피해에 대한 우려가 없는 기업들도 행여 불똥이라도 튈세라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수출기업들은 당장의 피해는 없지만, 환율변동 상황과 사태추이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후폭풍에 대비한 ‘비상대책반’ 가동을 준비하는 등 대북리스크 비상 관리 경영에 나섰다. 사태가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더라도 북한의 2차 공격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게 되면 글로벌 사업의 차질은 물론 외환·금융시장 충격, 수출 위축, 주가하락 등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은 24일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 북한 포격의 파장을 면밀히 따져볼 것을 지시하고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고하도록 했다.

삼성은 외환시장 수시 점검체제에 돌입했다. 환율리스크가 한층 커진 만큼 내년 경영시나리오에 대한 근본적 검토에 들어갔다. 삼성경제연구소와 계열사들은 환율이나 주가, 금리 등을 체크하며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수출 물량이 많은 현대·기아차그룹과 환율 변동에 민감한 SK그룹도 SK, SK케미칼 등 환리스크 부담을 안고 있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위험관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LG도 환리스크 동향을 면밀히 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GS칼텍스, S-Oil, SK 등 정유업계의 경우, 폭발 위험이 있는 주유소들에 대한 피해 상황 파악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해 5도 가운데 연평도에 진출해 있는 GS칼텍스 주유소는 현재까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백령도에 위치한 GS칼텍스와 S-Oil 주유소 역시 모두 현재까지 피해 상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현재 연평도와 백령도 GS칼텍스 주유소는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모두 대피한 상태”라고 밝혔다. S-Oil 관계자도 “현재까지 백령도 주유소로부터 특별한 피해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SK 관계자 역시 “인천 정유 등 공장과 시설물 피해가 없는지 파악하며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일단 인천 정유는 거리상으로 떨어져 있어 현재까지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번 북한 리스크 잘 헤쳐 나가야

항공업계의 경우 예매 취소 등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해안 방향으로 운항하던 인천공항발 중국·유럽노선의 경우 내륙방향으로 우회해서 중국항로로 접어들 수 있도록 긴급 조치했다. 이와 함께 순익과 직결된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존 이용시간보다 약 10분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되지만 안전운항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G20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한껏 들뜬 분위기에 연평도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더 이상 충격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다. 재계는 과거 북한 리스크를 정부와 손을 모아 잘 극복해 왔던 것처럼 이번 북한 리스크도 꿋꿋이 헤쳐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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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