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77호 특별기획>2010 대박 쫓는 사람들 현장보고 ①사행산업 현주소

인생역전 한방?…한방에 훅 갈 수 있습니다!

경기 불황 불구 도박 산업 규모 증가 추세
지난해 총매출 16조5천억…전년비 3.3%↑
연이용객 4천만명 육박…10년만에 140%↑

요즘 날씨만큼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는 대한민국 ‘밑바닥 경제’.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나아지고 있지만,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꽁꽁’얼어붙어있다. IMF 시절보다 더 춥다는 게 이들의 이구동성이다. 이렇다 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대박’에 쏠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생역전의 한방을 잡으려는 위험한 모험이 시작된다. <일요시사>는 지령 777호를 맞아 대박을 쫓는 사람들과의 밀착 동행을 시도해봤다. 머리말로 사행산업 현주소를 들여다보고, 이어 야바위에서 카지노까지 그 현장을 직접 가봤다.

서민들이 갖고 있는 대박의 꿈은 결국 도박과 직결된다. 창업 등 땀으로 일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베팅’에 한방의 기대를 건다.

국무총리실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2010년 국내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 결과 대한민국 만 20세 이상 일반 성인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6.1%로 나타났다. 성인 100명 가운데 6명이 도박 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도박중독 유병률 6.1% 선진국 비해 2배 이상

이중 도박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는 위험성이 높은 사람(중위험군)의 비율은 4.4%, 도박으로 인해 심각한 문제를 경험하는 사람(문제군)의 비율은 1.7%로 조사됐다. 이는 2008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 결과 9.5%와 2009년 고려대의 조사 결과 6.9%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그러나 영국(2007년 1.9%), 캐나다(2005년 1.7%), 호주(2006년 2.5%)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사행산업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도박중독 유병률이 61.4%로, 2008년 조사 결과 55.0%에 비해 6.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 200만명이 도박중독 문제를 안고 있고, 50만명은 조속한 치료가 필요한 그룹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사행산업별 이용자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카지노(85.6%), 경마 장외발매소(82.9%), 경정 장외발매소(80.1%), 경륜 장외발매소(79.2%), 경정 본장(75.5%), 경마 본장(68.0%), 경륜 본장(66.9%), 스포츠토토(35.5%), 로또(20.3%) 순으로 나타났다.

사행 행위를 하는 이유는 역시 돈이었다. 여가 및 레저보다 참여 동기 비율이 훨씬 높았다. 가장 많이 참여한 종목(?)은 로또(71.8%)였다. 이어 경마(31.4%), 경륜(29.6%), 스포츠토토(28%), 경정(23.3%), 카지노(18.8%), 온라인게임(17.3%) 등의 순으로 경험률이 높았다.

1회 베팅액 상한선 초과 경험은 복권류의 경우 “전혀 없다”의 응답이 90% 이상이었다. 반면 경마와 경륜, 경정은 약 40% 정도가 상한선을 초과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카지노는 60% 가까이 상한선을 초과해 베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감위 측은 “복권류, 온라인 게임 등은 혼자 방문하는 비율이 높은데 비해 경마, 경륜, 카지노, 성인오락실, 카지노 바, 사설스크린 경마는 친구 및 직장동료 등과 함께 가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처음엔 친목목적 게임을 시작으로 해 복권류를 경험한 후 경마와 경륜, 경정, 스포츠 토토, 카지노 등의 합법 사행산업을 거쳐 불법 사행활동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행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국민들은 사행행위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75.3%가 “문제가 심각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저 그렇다”는 21.7%, “별로 심각하지 않다”는 3.0%에 불과했다. “전혀 심각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없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 합법 사행산업은 카지노(83.8%), 경마(75.0%), 경륜(68.2%), 경정(61.5%), 로또(34.9%), 스포츠토토(28.5%) 등이었다. 불법사행행위는 성인오락실(85.2%), 사설 스크린경마(81.1%), 불법온라인게임(77.3%), 카지노 바(67.5%) 순으로 문제 심각성이 높았다. 응답자의 79.1%는 “사행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국내 사행산업의 호황만 봐도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최근 몇년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도박산업의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사행산업은 카지노(내국인 출입 카지노·외국인 전용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 등 총 6개 업종이 허용되고 있다. 업종별 시설은 강원랜드 1개소,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개소, 경마 3개소, 경륜 3개소, 경정 1개소 등이 있으며, 복권 12종, 체육진흥투표권 16종이 판매되고 있다.


사감위의 ‘2009 사행산업 백서’에 따르면 이들 사업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전년대비 3.3% 증가한 16조5337억원으로 집계됐다. 2002년(12조6516억원)에 비해선 30.7%(연평균 3.9%)나 늘었다.

사감위는 “2000년부터 2003년 사이 급격한 증가추세를 나타내다 2004년과 2005년 복권 매출액 감소와 불법사행산업의 확산으로 일시 감소한 이후 2009년까지 다시 지속적인 증가추세”라고 말했다.

업종별 매출액은 ▲경마 7조2865억원(전년대비 1.8%↓) ▲복권 2조4712억원(3.2%↑) ▲경륜 2조2238억원(8.4%↑) ▲체육진흥투표권 1조7590억원(10.2%↑) ▲강원랜드 1조1553억원(5.3%↑) ▲외국인 전용 카지노 9196억원(22.1%↑) ▲경정 7183억원(4.6%↑) 순이었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경마는 2002년을 정점으로 감소추세를 나타낸 이후 2006년 증가추세로 전환됐다. 복권은 2003년을 정점으로 감소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2009년 소폭 증가했다. 경륜은 2002년을 정점으로 감소추세를 나타낸 뒤 2007년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카지노와 체육진흥투표권은 각각 2000년, 2001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추세다. 경정은 2006년 일시 감소한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친목목적 게임→복권→경마 등→불법도박’

이용객 수는 ▲경마 2167만5000명 ▲경륜 942만9000명 ▲경정 349만9000명 ▲강원랜드 304만5000명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7만6000명 순으로 나타났다. 체육진흥투표권은 총 1억7536만건이 판매됐다. 복권과 체육진흥투표권을 제외한 국내 사행산업 이용객은 2000년 1637만6000명에서 지난해 3932만4000명으로 140.1% 증가했다. 사행산업 이용객 추이는 2004년 경마 이용객 감소에 따른 일시적인 감소를 제외하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합법적인 사행산업 뿐만 아니라 불법도박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도박산업 규모 확대와 함께 불법도박도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불법 사행산업은 합법 사행산업에 비해 도박중독, 한탕주의 등 사회적 부작용의 폐해를 야기하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

국내 불법도박의 정확한 규모는 집계된 바 없다. 다만 아주대 산학협력단이 2008년 발표한 ‘불법도박의 실태조사 및 대책 연구 보고서’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불법도박 산업의 순매출액은 약 5조3000억원으로 파악된다. 이를 경제적 규모로 환산할 경우 무려 53조원에 이른다. 유형별론 사설경마 2조6885억원, 사설경륜 1044억원, 사설경정 3888억원, 사설카지노 6조9615억원, 사행성게임장 11조5596억원, 온라인도박 32조원 등으로 추산된다.

이중 특히 인터넷상의 불법 사설경마나 경륜, 경정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폐쇄한 온라인 사설경마 사이트는 2006년 27개였지만, 지난해 225개로 8배 이상 늘었다. 국민체육공단의 불법 온라인 경륜·경정 사이트 단속건수도 2005년 47건에서 지난해 346건으로 7배나 증가했다.

사법기관의 적발 건수도 마찬가지다.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불법 도박이 판을 쳤다. 경찰청의 단속 현황을 보면 불법도박의 발생 및 검거 건수는 2000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현상을 보이다 ‘바다이야기’사태가 확산되던 2006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 정책개입이 이뤄진 이후 2007년 그 규모가 크게 감소하다 2008년부터 다시 그 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찰청의 불법도박 단속 현황에 따르면 2007년 7031건이었던 불법도박 검거건수는 2008년 1만849건으로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엔 무려 2만9634건으로 전년 대비 173%나 늘었다. 지난해 불법도박으로 경찰에 검거된 인원도 2007년(3만9177명)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6만5828명을 기록했다.


사감위는 “사행산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덩달아 규모가 커진 불법도박은 정부의 소홀한 감시를 틈타 2년 전부터 폭증하고 있다”며 “불법 사행산업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대규모의 세금포탈행위로 연결될 뿐더러 도박 중독 등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고 전했다.

사행산업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순기능과 역기능이다. 우선 합법적인 사행산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하는 세금과 기금, 기업의 이윤, 관광객 유치로 인한 외화 획득, 여가시설 제공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또 고용창출과 소득창출, 지역사회의 경제 활성화 등의 기능도 있다.

반대로 부정적 효과도 존재한다. 개인에겐 우울증, 신체적 질병, 자살, 별거와 이혼, 가정폭력, 경제적 파산 및 사회적 고립 등을 유발한다. 가족 및 친지들에겐 경제적 및 정신적 고통을 야기한다. 사회적으론 노동에 대한 윤리의식을 무너뜨려 생산성 저하, 실업 증가와 살인, 폭력, 사기, 절도 등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적으론 도박중독의 예방과 치료 등을 위한 재정지출 및 도박 산업관련 규제비용 투자 등을 초래한다. 우리나라의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박에 한 번 중독되면 치유가 어렵고 재발이 잦아 평생에 걸친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도박중독 예방·치유 사업의 적극적인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미흡한 게 현실이다.

불법도박 단속 3만건, 검거 인원 6만5천명

전국도박피해자모임 한 관계자는 “도박은 개인의 몰락뿐 아니라 가정의 파탄과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더 이상 피해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현재 도박중독 치유를 위한 국가기관은 사감위 산하 중독예방치유센터가 유일하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도 정부와 민간을 합쳐 연간 160억원에 불과하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중독자 33만명을 위해 연 366억원을 쓴다.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 마사회 유캔센터 등 사행산업 시행사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도박중독 상담·치료시설도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도박중독은 심각한 정신 질환임에도 불구, 각종 도박중독치유 프로그램이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전무하고 의료기관과의 연계가 되지 않아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도박중독치유센터의 운영에 있어서도 상담 후 도박중독 정도에 따라 의료기관에서의 중점적 진료가 필요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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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