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4) 권총 탈취

일본서 의기투합…계획대로 ‘척척’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새벽 2시 무렵 정동일이 어둠 속에서 오사카 미나미 경찰서 다까즈 파출소를 주시하고 있었다. 지난 저녁 무렵 활발하게 움직였던 파출소 내부의 움직임이 자정이 가까워지자 뜸해지기 시작했고 두 시경이 되자 적막감이 돌 정도로 한산했다.

그를 살피며 품속에서 검정색 마스크를 꺼내 쓰고 저만치 앞에, 역시 어둠속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차주선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고 서서히 파출소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저녁 무렵 오사카 외곽 한적한 곳에 위치한 음식점 밀실에서 정동일이 차주선을 만났다. 이제 일본에서의 일을 서서히 정리해야 할 시점에서 최종 점검할 요량으로 동일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회합이었다.

“문석원의 심리상태는 문제없습니까?”

“얼마나 심하게 다루었든지 오줌까지 지렸다 합니다. 그 일로 풀은 죽었지만 앞으로 진행될 사건에 대해 체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동일이 가볍게 혀를 찼다.

“그렇다고 의지까지 꺾어버린 건 아니겠지요?”

“지금 그 부분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정신 교육을 강화하고 또 스스로 비자를 발급받도록 했습니다.”

“비자야 제 손에서 처리하면 될 일이고. 그러면 이제는 권총만 준비하면 되겠습니다.”

“그 문제로 즉 총기 문제 때문에 저 역시 정 팀장을 만나보아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사유로…”

“그 일을 문석원에게 맡겨 보고픈 생각입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문석원의 정신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직접 권총을 구하도록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동일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가볍게 고개 저었다.

“문제 있습니까?”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말씀주시겠습니까?”

“먼저 문석원의 정신교육이 확고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입니다. 그런 경우 권총 탈취를 기회로 스스로 일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즉 그 과정에서 일부러 검거되어 사건에서 완전히 벗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주선이 가볍게 신음을 내뱉었다.

“다음은 문석원이 정말로 일에 대한 확신을 지니고 있을 경우입니다. 그런 경우라도 그 친구가 자력으로 권총을 탈취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직접 경찰서 혹은 파출소에 들어가서 탈취해야 하는데 그 친구에게 그게 가능하겠느냐 이겁니다. 아울러…”

“말씀하시지요.”

“차 사장, 우리가 원하는 건 프로가 아닙니다. 그저 일시적인 꼭두각시를 원할 뿐이지요.”

“하긴 그렇지요. 행여나 정말로 프로라면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지요.”


“당연합니다. 그런 연유로 지금의 상태, 그저 객기만 앞세우는 20대 초반의 좀 덜 떨어진 상태를 유지함이 가장 이롭지요.”

“그러면 어떻게 처리하렵니까?”

“제가 움직여야지요.”

“정 팀장께서?”

주선이 마치 이외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왜요, 그러면 안 되겠습니까?”


“그게 아니라 뭐 그런 일까지…”

동일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차 사장, 지금 이 일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떠나서 사장님과 제 운명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주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 사건에서 총기의 출처가 어디인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면 어디서…”

“차 사장께서 저를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그야 이를 말입니까.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오히려 제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었건만.”

차주선이 송구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손을 마주잡고 비벼댔다.

“네 일 내 일이 어디 있습니까. 여하튼 일전에 말씀하셨듯이 쇠뿔도 단김에 뽑으랬다고 이 자리를 파하고장소를 한번 물색해보지요.”

차주선이 잠시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어디로 정하려 합니까?”

“오사카에서 찾아보아야겠지요?”

파출소 잠입 총기 탈취 성공
의문점 남는 납치의 전말은?

“굳이 오사카에서 취하려는 데에는 그 사유가 있습니까?”

“어차피 문석원과 연계시키고자 한다면 오사카 지역이 알맞습니다. 다른 곳에서 일을 벌이면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반대로 생각했습니다만. 결국 그렇군요.”

“그래서 한번 차 사장과 함께 이곳에서 장소를 물색해보려 합니다.”

주선이 고개를 끄덕여 동조를 표했다. 이어 의기투합된 두 사람이 곧바로 자리를 파하고 차주선의 차에 올랐다.

“어디로 방향을 잡을까요?”

“문석원이 거주하는 곳이 오사카의 동쪽이니만큼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보지요.”

주선이 남쪽을 되뇌며 액셀을 밟았다.

“가급적이면 혼란한 곳 보다 한산한 곳이 좋을 터인데.”

“오히려 그 반대 아닙니까. 혼란한 틈을 타서.”

주선이 순간적으로 동일을 향해 고개 돌렸다.

“혼란스러우면 자신의 총기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지요. 행여나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니까요.”

주선이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살피던 동일이 갑자기 무슨 생각이 일어났는지 한 방향을 주시하며 그리 차를 몰도록 주문했다.

“깜박했습니다. 마침 적당한 파출소가 있는데 그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디입니까?”

“다까즈 파출소라고, 일전에 일이 있어 들러봤는데 괜찮을 듯합니다. 일단 가서 한번 관찰해봅시다.”

주선이 동일이 일러주는 방향으로 핸들을 틀어 가기를 잠시 후 한적한 곳에 아담한 파출소가 시선에 들어왔다.

두 사람이 승용차 안에서 파출소와 주변 정경을 훑어보았다. 주변에 여러 가구가 배치되어 있건만 공허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한산해 보였다.

“역시 정 팀장의 안목에 감탄할 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잠입해서 권총을 탈취할 계획입니까?”

“이제 사장님과 함께 구상해봐야겠지요.”

동일이 파출소 후문으로 접근했을 시점에 주선이 당당하게 파출소 앞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어 근무 중인 경찰관 두 명과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살피던 동일이 품에서 만능열쇠를 꺼내 조심스럽게 문을 땄다.

발소리를 죽여 앞으로 나아가기를 잠시 저만치 앞에서 경찰들과 담소를 나누는 주선과 시선이 마주쳤다. 잠시 눈빛을 교환하고는 동일이 다시 파출소 내 당직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칠흑의 어두움 속에서 숨소리만 흐릿하게 들리고 있었다.

이미 여러 번의 관찰을 통해 파출소 저녁 근무가 2인 2교대로 진행된다는 사실 그리고 전반 근무조는 열 두 시 이후 당직실에서 취침에 들어간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던 터였다. 하여 그 틈을 노리기로 하였고 행여나 근무조들이 인기척을 느낄까봐 주선으로 하여금 그들의 시선을 끌기로 했던 터였다.

당직실의 문을 닫은 동일이 볼펜처럼 생긴 초소형 손전등을 손으로 가리고 켜서 바닥을 향하도록 했다. 손바닥 사이로 흘러나오는 빛에 희미하게나마 방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멀지 않은 다다미에 두 사람이 누워 있었고 그들 바로 가까이에 있는 옷걸이에 권총 두 정이 사이좋게 걸려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흡사 뱀처럼 미끄러지듯이 다가선 동일이 걸려 있는 두 자루의 권총집을 풀어 역시 미끄러지듯이 방을 벗어나서는 문을 닫았다. 밖으로 나서자 주선이 아직도 경찰들과 즐거운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주선에게 눈짓을 주면서 신속하게 파출소를 벗어나 차로 이동했다. 오래지 않아 주선도 소기의 임무를 완수하고 차로 돌아왔다.

“천천히 움직이지요.”

동일의 제안에 주선이 이동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동일을 주시했다.

“정말 대단합니다. 어떻게 이리 쉽게 파출소에서 권총을 한 자루도 아닌 두 자루씩이나 훔쳐낼 수 있습니까?”

동일이 손에 들려 있는 권총을 미리 준비해간 가방에 넣으면서 미소를 건넸다.

“사실 이런 일은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일도 아닙니다.”

“하긴, 그러니까 백주에 도쿄 한복판에서 윤대중도 그렇게 감쪽같이 납치할 수 있었겠지요.”

“허허, 차 사장께서 너무 비약하십니다.”

“그러면 아닙니까? 윤대중을 납치한 일이 대한민국 중앙정보부의 작품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특히 정 팀장께서….”

주선이 은근히 목소리를 높이자 동일이 방금 나온 파출소를 주시했다.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니라고도 말씀 못 드립니다.”

동일이 말을 마치고 야릇한 미소를 짓자 주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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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